1월 구정 즈음만 해도 곧 개학이다 하며 버텼는데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다 읽어도 개학은 오지 않았다. 온라인 개학 (개학인데 방학입니다)이라도 감사히 받잡은 다음엔 삼국지를 읽고 있다. 이러다 어디로 갈지 나는 모르겠고. 


적벽대전, 그 장강을 내가 가 볼 수는 있을까. 


만화와 만담, 그리고 삼국지연의 (요시카와 에이지 판) 완전 요약본으로 만든 '삼국지 스피리츠' 1권을 읽었다. 적벽대전까지 나온다. 


만화는 삼국지 내용과 거의 관련이 없는 개그. 두 작가의 대담이 삼국지 덕후들의 감상을 보여주고 (2번 표시 부분. 이 대담 혹은 만담 부분이 '삼국지톡' 에 해당) 오른쪽 상단의 작은 부분 (1번)이 삼국지 요약이다. 글씨가 작아서 나 같은 노안 독자에겐 불편하지만 읽으면 전에 읽은 내용을 정리하고 복습하기엔 좋다. 오른쪽 하단엔 인물을 하나씩 소개한다. 처음 삼국지를 접하는 초중등에겐 별로인듯. 만화는 살짝 성인풍으로 (유장을 필사적으로 말리는 왕루가 망사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입는 식;;;) 개그. 




그러니... 영화 적벽대전을 다시 봐야겠더라. 우선 1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영화라 중국! 스피릿으로 꽉 차있다. (축구의 유래는 중국! 이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cg가 부족해서 몇십만 대군 사이즈가 빈약해 보였다. 게다가 호랑이 사냥 장면은 애처롭기까지. 그래도 주유와 소교의 애정신은 예뻤다. 아주. 손상향 비중이 많았는데 전형적 말괄량이로라도 만들어서 여성 비율을 넣으려는 노력이겠지만 삼국지에서 여성은 뭐.... 


주유(양조위)가 비쥬얼로 제갈에게 밀리고 조조도 못난이로 나오는 데다 (이중톈 선생의 탄식이 들린다) 주유의 절대음감이 생뚱맞아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관우 키도 작아! 유비가 칼귀야! 조자룡이, 나의 조운이 .... ㅜ ㅜ 


1탄은 육지전만 보여주고 끝나는데 책과 달리 모든 장수들이 한 곳에 모여서 다 함께 싸운다. 방패와 창이 현란하게 오갈 땐 뭐, 이건 삼국지의 또다른 복습+개그 드라마 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 밤 2탄을 마저 보겠다. 남동풍이 불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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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4-18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막내는 반지의 제왕을 읽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마침 금요일이라 1편을 보기로 했답니다.
우리 애는 삼국지를 만화라도 읽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괜히 부럽네요, 님의 막내가!^^

유부만두 2020-04-18 22:08   좋아요 0 | URL
우리 막내 (중2)가 라로님 댁 막내랑 비슷한 나이죠?
얘한텐 반지의 제왕은 너무 어렵고 낯설어요. 애 아빠가 좋아함;;;
그곳에선 삼국지 보단 아마 그리스 영웅들이 더 매력적일지도 모르죠.
해든이가 한국에 더 있었더라면 다 섭렵했을 수도 있어요. ^^

단발머리 2020-04-18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학인데 방학입니다.
공감의 박수! 짝짝 짝짝짝!! !!!

유부만두 2020-04-18 22:10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이게 개학도 아닌 것이 방학도 아닌 것이
남아도는 시간에 왜 하루와 일주일은 이리 빨리 지나고
일일 다섯끼 씩 먹어치우는 먹깨비들은 왜 지칠줄을 모를까요.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브리 영화를 챙겨보고 있다. 부엌일을 할 때 틀어 놓기에 완전히 집중해서 보는 건 아닌데 어떤 것들은 예전에 보기도 했고 짧은 영상으로 익숙한 것들도 있다. 그중...


<귀를 기울이면>은 중학생의 생활을 중심으로 세계와 시간을 펼쳐낸다. 도입부부터 가슴이 쿵. 


Take Me Home Country Road to the Place I Belong ...


아 이 노래가 왜 여기서 나와.(서 사람을 울리고 그래) 

더하기 도서관 카드. 


아빠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엄마는 대학원에 다니는 시즈쿠, 언니는 여름 방학이라 '활동'으로 시골에 가 있고 나른하게 늦잠도 자고 집안일도 거들어야 한다. 하지만 자유. 팝송 가사를 번역하고 책을 즐겨 읽는다. 그러다 도서관 카드에서 자주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일종의 경쟁심이 생긴다. 혼자만의 애틋함도. 같은 책을 읽는 동지애 같은. 


아빠의 도시락 심부름을 가다 엉뚱한 고양이를 좇아 낯선 동네, 신기한 가게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가게에서 어느 소년을 만나고 미래와, 여기가 아닌 (내가 속해야 할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대해 더 더욱 고민을 키운다. 어쩌면 첫 사랑. 확실한 사춘기. 


마지막의 "결혼" 멘트만 없었더라면 더 애정할 뻔한 영화. 


<고양이의 보은>의 시작을 슬쩍 보여주는 디테일도 좋았고 시즈쿠가 언니랑 집안일 하는 영상이 좋았다. (청소하고 밥하는 장면이 이쁘다니..브이로그 보는 줄) 시즈쿠가 집중해서 글을 쓰는 장면, 그 열정이 마음 저리게 (알거든, 그 순간) 슬펐지만 (이젠 머나먼 과거) 유럽에 대한 일본인의 못이룬 사랑 설정 (모리 오가이 생각이 절로 났다)이 또 보여서 (만화책 나루사와는 맛있게 먹는 얼굴을 사랑한다 에서도) 식상했....어도 그래, 이 영화는 나 혼자 헤벌레 한 얼굴로 본 영화. 나만의 길티 플레져 3호가 되었다. 


시즈쿠의 엄마 아빠가 아이의 성장통을 여유 있게 지켜 봐 준 것이 인상 깊다. 다른 동네에 밤 늦도록 싸돌아다니는 중딩 아이, 공부를 놓고 엉뚱한데 신경이 팔려 저 멀리 달아나는 것 같은 아이. 


나는 시즈쿠 였다가, 시즈쿠 엄마로 변신할 시간이 왔다. 


힙합하느라 늘 어깨가 들썩이는 아이, 영화 비평 유투브를 챙겨 보느라 나랑 90년대 영화도 얘기하는 아이, 삼국지 캐릭터중 '태사자'를 맡고 있으며 이승만 욕을 꽤 디테일 하게 하는 열쩡의 중2 아이를 깨워야 한다. 오늘은 개학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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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4-17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가물가물해요. 저도 짬날 때 다시 봐야겠어요. 근데 나는 시즈쿠였다가 시즈쿠 엄마로 변신할 시간_ 완전 가슴 저릿저릿해요 언니.

유부만두 2020-04-18 09:5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우린 늘 맘으로 시즈쿠...잖아?
정말 가슴 저릿저릿한 영화였어요. ^^

psyche 2020-04-17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넷플릭스에 있어? 옛날에 한참 좋아했었는데. 반가워라. 미국 넷플릭스에도 있나 봐야겠다

유부만두 2020-04-18 09:55   좋아요 0 | URL
언닌 아는 영화군요. 전 이번에 처음 알고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이런! 이렇게! 내 속을 흔들다니!!!! 잠시 내 중학 시절로 돌아갔었어요.
 

밤엔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안되겠다면서 아이들과 쥐라기 공원 1탄!을 봤다. 무려 그 1탄! 


신혼시절 봤는데 고속버스터미널 옆 극장에서 (이젠 고.터. 라고 부른다지) 개봉한 직후였는데 그 시절엔 예매 이런거 없었고요 인터넷도 모르던 시절 무려 '입석' 표를 샀다우. 좌석도 아니고 옆 계단에서 봤... ㅋㅋㅋ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고요. 뭐 2020년 총선에도 이상한 짓 하는 사람들 많고요. 어쨌거나, 공룡이 너무 무서워서 그 시절 신랑 손을 꽉 잡았었고 그랬었습니다. 좋았다우. 


세월이 흘러 아줌마가 된 난 혼자 안방에서 주먹 꽉 쥐고 엎치락 뒤치락 개표 결과를 보다가 12시를 못넘기고 잠이 들고 말았고요. (늙으니까 아침 잠이 없어요) 새벽에 반가운 소식, 또 안타까운 소식 들을 접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우습다고 깔봤던 (몇은 당선이고 몇은 낙선인) 후보들 얼마나 열심히 하던가. 나도 열심히 .... 살아야지. 일단 얼라를 깨워야해. 우리 막둥이 오늘 드디어 개학.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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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4-17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라기 공원 1탄이라니! 넘 반가운데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나네.

난 선거날 자다가 일어나서 출구조사만 보고 자려 했는데 출구조사 보고 나니 잠이 확 깨서 쫄딱 새고 개표방송 봤다는...

유부만두 2020-04-18 09:5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전 12시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확인했어요.
다행이다 싶어도 불안한 그런 마음이에요. 이제부터다 .... 해도
어떤 절벽이랄까 한계를 눈으로 확인한 기분.

 

선거일의 독서.
오전에 투표하고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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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4-15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굿잡이요~~

유부만두 2020-04-16 07:25   좋아요 1 | URL
정말 오랫만에 외출이었어요.

단발머리 2020-04-15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희집에도 삼국지 매니아 있는데 이 책에 눈이 가네요@@
투표하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유부만두 2020-04-16 07:26   좋아요 0 | URL
저 두 권은 4컷 만화로 삼국지를 재해석(????) 하고 내용 요약도 있어요.
단점은 글씨가 작고요...
덕분에 봄 바람 좀 쐬고 금방 집에 들어왔습니다.
 

시간이 앗아가 버리는 반짝이는 그대와 모든 것들...


작가 배삼식,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로 시작하는 이야기, 옛스런 이야기 한 번 읽어보자, 싶었어요. (민음사 유툽이 나를 홀렸음) 여성들의 하루 나들이 이야기라고 하니까요. 


화전은, 화전민의 화전이 아니라 찹쌀 잘 빻아서 물에 적당히 개어 위에 진달래를 얹어서 곱게 지져내는 화전이더라고요. 손이 많이 가는 화전은 젯상이나 차롓상 보다는 나들이 때 많이 만드나 본데, 먹어본 적도 만들어 본 적도 없어요. 꽃을 먹는 건 박완서 작가님 시절 까지나 하지 않았나? .... 가만, 나도 어릴 적 사루비아의 꿀물을 빨아먹어 본 적이 있어요. 그게 분꽃이었나, 까만콩 같은 것도 맺히는 꽃이었는데. 


예상을 다 빗나가서 배삼식 작가는 현재 활동하는 작가이고 이 이야기는 1950년 4월, 육이오 나기 두달 전 경북의 어느 시골 마을의 있는 집 이야기에요. 독립운동 열심히 한 가장은 소식이 끊겼고 큰 아들은 (사연 있게) 실성해서 죽어 청상 며느리만 남았고, 둘째는 (역시 사연을 안고) 감옥에 둘째 며느리는 산달이 가깝고, 첫 사위는 사상 운동 하느라 월북했고 둘째 사위는 잘나가는 사업가인데 (사연 넘치게) 여기 저기 쓴 술 먹어가며 접대하기 바쁜 집안입니다. 늦둥이 셋째 딸은 서울서 대학 다니는 봉아. 시집간 지 일주일 만에 청승되 친정으로 돌아와 식구들을 챙기는 고모, 집안 살림은 독골할매가 맡아서 해주고 그 수양딸로 홍다리댁이라고 (사연 많은) 여자가 나와요. 이 모든 '사연' 혹은 스토리가 사투리, 것도 억씨게 씬 갱상도 사투리로 적혀있어서 눈으로 읽어선 전혀 의미가 와 닿질 않아서 소리 내서 읽었더니 경북이 아니고 강원도도 아이고 저어 이북같다고.


집안 남자들이 다 자리를 비운 상태, 여자 여덟이서 각기 조금씩 사연들 (일제 강점기, 간도 독립운동기, 광복 그리고 혼란과 불안)을 풀어 놓으면서 밤이 깊도록 화전놀이 준비를 하고 또 다녀옵니다. 그런데 재미있고 (열심히 소리내 읽으면서 '해독'하는 재미) 가족들, 여자 인생 이야기에 맘이 따땃...해지면 뭐합니까. 두달 후 난리가 나는데. 어쩐지 읽으면서도 계속 불안 하드라고요. 그래, 낭중에 하지....라는 말 다 소용 없어요. 왜 나중이래? 지금. 카르페 디엠!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말하고 챙기고, 또 화전도 지져 먹고 해야하는 걸. 


시작 부터 처연하게 셰익스피어의 노래로 시작하고 연극의 마무리도 그렇게 됩니다. 아주 새로울 건 없어요. 서로 살갑게 챙긴다 해도 엄연히 어른과 아이, 주인과 종, 부자와 가난뱅이가 구별이 되는 이야기에요. 기대만큼 '여자들만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도 조금 아쉽습니다. 


가슴에 사연을 끌어안은 일곱 여자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노래를 입으로 나불거리고 커피와 촥릿을 허세 부리고, 청보리죽 추억하며 어리광 피우는 봉아, 혼자서 반짝였던 봉아, 철부지 아가, 자기만 다르고 영원할 줄 알았지. 그 봉아가 의미도 모르면서 불렀던 노래가 연극 내내 천천히 여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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