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올라온 지브리 영화를 챙겨보고 있다. 부엌일을 할 때 틀어 놓기에 완전히 집중해서 보는 건 아닌데 어떤 것들은 예전에 보기도 했고 짧은 영상으로 익숙한 것들도 있다. 그중...


<귀를 기울이면>은 중학생의 생활을 중심으로 세계와 시간을 펼쳐낸다. 도입부부터 가슴이 쿵. 


Take Me Home Country Road to the Place I Belong ...


아 이 노래가 왜 여기서 나와.(서 사람을 울리고 그래) 

더하기 도서관 카드. 


아빠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엄마는 대학원에 다니는 시즈쿠, 언니는 여름 방학이라 '활동'으로 시골에 가 있고 나른하게 늦잠도 자고 집안일도 거들어야 한다. 하지만 자유. 팝송 가사를 번역하고 책을 즐겨 읽는다. 그러다 도서관 카드에서 자주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일종의 경쟁심이 생긴다. 혼자만의 애틋함도. 같은 책을 읽는 동지애 같은. 


아빠의 도시락 심부름을 가다 엉뚱한 고양이를 좇아 낯선 동네, 신기한 가게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가게에서 어느 소년을 만나고 미래와, 여기가 아닌 (내가 속해야 할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 대해 더 더욱 고민을 키운다. 어쩌면 첫 사랑. 확실한 사춘기. 


마지막의 "결혼" 멘트만 없었더라면 더 애정할 뻔한 영화. 


<고양이의 보은>의 시작을 슬쩍 보여주는 디테일도 좋았고 시즈쿠가 언니랑 집안일 하는 영상이 좋았다. (청소하고 밥하는 장면이 이쁘다니..브이로그 보는 줄) 시즈쿠가 집중해서 글을 쓰는 장면, 그 열정이 마음 저리게 (알거든, 그 순간) 슬펐지만 (이젠 머나먼 과거) 유럽에 대한 일본인의 못이룬 사랑 설정 (모리 오가이 생각이 절로 났다)이 또 보여서 (만화책 나루사와는 맛있게 먹는 얼굴을 사랑한다 에서도) 식상했....어도 그래, 이 영화는 나 혼자 헤벌레 한 얼굴로 본 영화. 나만의 길티 플레져 3호가 되었다. 


시즈쿠의 엄마 아빠가 아이의 성장통을 여유 있게 지켜 봐 준 것이 인상 깊다. 다른 동네에 밤 늦도록 싸돌아다니는 중딩 아이, 공부를 놓고 엉뚱한데 신경이 팔려 저 멀리 달아나는 것 같은 아이. 


나는 시즈쿠 였다가, 시즈쿠 엄마로 변신할 시간이 왔다. 


힙합하느라 늘 어깨가 들썩이는 아이, 영화 비평 유투브를 챙겨 보느라 나랑 90년대 영화도 얘기하는 아이, 삼국지 캐릭터중 '태사자'를 맡고 있으며 이승만 욕을 꽤 디테일 하게 하는 열쩡의 중2 아이를 깨워야 한다. 오늘은 개학 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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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4-17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도 오래 전에 봐서 가물가물해요. 저도 짬날 때 다시 봐야겠어요. 근데 나는 시즈쿠였다가 시즈쿠 엄마로 변신할 시간_ 완전 가슴 저릿저릿해요 언니.

유부만두 2020-04-18 09:5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우린 늘 맘으로 시즈쿠...잖아?
정말 가슴 저릿저릿한 영화였어요. ^^

psyche 2020-04-17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넷플릭스에 있어? 옛날에 한참 좋아했었는데. 반가워라. 미국 넷플릭스에도 있나 봐야겠다

유부만두 2020-04-18 09:55   좋아요 0 | URL
언닌 아는 영화군요. 전 이번에 처음 알고 아무 정보 없이 봤는데
이런! 이렇게! 내 속을 흔들다니!!!! 잠시 내 중학 시절로 돌아갔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