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해서 비행기표를 끊을 수는 없기에 책을 사서 읽었다. 이번엔 도쿄. (교토는 여행 섹션이 아니라 문학 섹션에 해당하는 독서였음)

 

아주 찬찬하게 V-log를 풀어쓴듯한 책이다. 카페와 서점 등의 정보와 간단한 인상들이 (지루하게) 묘사되어있다. 그런데 미안해서 끝까지 참고 읽었다. 그 덕에 새로운 일을 해내는 작가의 모습을 마지막 챕터에서 읽었고 책이 달라 보이기는 하지만. 책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쳐져.

 

아, 어쩌면 이런 게 '인디'의 모습일까. 하지만 특이하거나 달라 보이지 않고 글은 늘어지고 마지막 챕터의 그 이벤트 말고는 왠지 주눅들고 쭈뼛거리는 작가의 모습이 갑갑했다.

 

 

 

 

 

 

책의 컨셉, 요란한 관광지 대신 뒷골목의 카페와 서점을 소개하는 것은 같고 조용조용 나직나직 문장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량 짜리 옛 전차를 타고 도쿄 북부를 여행한다는 조금 더 확실한 노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글도 군더더기가 없는데다 사진이 있다. 그래도 비슷한 분위기다. 블로그 같은. 

 

책 속의 이런 모습의 동네는 서울의 어디쯤일까, 각 구의 동 마다 이런 곳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동네 마다 시장 하나씩 끼고 있으니까.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동네 색깔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 아파트 옆 골목에 갑자기 미장원 두 개가 들어와서 뜨악하다. 작년엔 돈까스 집이 같이 생기더니만. 들어가서 조용히 주인과 이야기 나누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곳이 ... 없구나, 우리 동네엔. 대신 스타벅스가 있지. 됐어, 그거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박한 (의도한) 편집과 거친 말투에 유투브는 영 정이 안가....기는 작년에 식단 조절하면서 나는 유투브를 보느라 잠시 (그리고 계속) 책 읽는 시간이 줄어버렸다. 박막례 채널을 입소문과 히트 영상 소개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난 막례씨의 하울영상이나 드라마 감상이 별 재미가 없어서 냅뒀다가.... 책 표지와 소개글에 낚였다. 여자는 풍채, 여자는 근육!

 

일 잘하고 씩씩하지만 여자라고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사기 당했던 막례씨. 얼마전 읽은 할머니들의 책 내용이 떠올랐다. 70대, 우리 엄마 세대의 여자들 왜 이렇게 힘드셨어요...ㅜ ㅜ

 

하지만,

유툽 크리에이터는 유툽 영상으로 만날 때 가장 빛나는 것임을 (굳이 책을 사서 읽고 나서야 씁쓸하게) 확인했다. 꼭 이렇게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하니? 과거의 나야?

 

그래서 내일 중고서점에 팔러 나갈란다. 중고서점에서 돈을 더 보태 뭘 더 사서 들고 오겠지만. 왜 아니겠어. 그게 나의 아이덴티티인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홍준의 교토 책에서도, 이다혜의 교토 책에서도 언급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고도'.

 

옛도시 교토, 예전엔 융성했던 포목점과 관습이 1960년대 유행에 밀려나지만 봄마다 피어나는 제비꽃과 다달이 있는 마쓰리처럼 교토의 생명력은 살아난다. 모리미 토미히코의 흥청망청 교토의 대학생 주인공들 처럼 치에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교토와 근방 삼나무 숲을 바지런히 걸어 (그리고 버스로) 다닌다. 치에코는 누구일까. 이제 스무살 여자. 결혼을 앞두고 인생의 갈림길을 이리저리 고민하고 자신의 정체성, 가게 앞에 버려진 아이,을 곰곰히 생각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서서 현기증을 느끼는 젊은이. 그녀의 또 다른 모습, 혹은 '환영'일 나에코와 그녀들 주위의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교토 절의 축제, 나무와 꽃, 숲과 비, 그리고 눈까지 합세해 교토라는 옛도시를 그려낸다. 그러니 소설의 주인공은 치에코도 나에코도 아니라 교토. 출생의 비밀과 자매간의 애증을 보려나 했더니 사계절에 걸친 도시의 곧고 비틀리다 농염해지고 다시 말갛게 돌아보는 얼굴을 만났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일까, 게이샤를 희롱하는 50대 남자는 안 빠지고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대 이상.

 

육칠십 대의 순천 할머니들이 한글, 글쓰기, 그림을 배우시고 '인생 그림책'을 내셨다. 왜 글을 못 배웠는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어떻게 살아냈는지,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키워냈는지, 그 인생 사이사이 '읽기'가 얼마나 아쉽고 힘들었는지 쓰셨다.

 

그림의 생생함 사이에 고생의 생생함이 아팠다. 그리고 지금이 인생의 최고라고 당당하게 쓰셨다. 맞다. 최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의 뜻이 보리 한 가지 맛, 인줄 알았는데 ...

 

보리일미는 최상의 진리를 깨우치(게 만드)는 한 가지의 맛, 이라고 한다. 철학의 경지.

 

너무나 멋진 사진들이 실려있다. 주인공은 풀, 뿌리, 나물들.

사찰음식이 주제라 고기나 오신채는 들어있지 않다.

 

이름도 낯설고 처음 보는 자태의 아름다운 나물들이 이런 저런 포즈로 누워있다. 모르는 외국어 상표의 최고급 럭셔리 시계와 패션 아이템들 처럼. 그런 책이다. 호화롭고 최상의 .... 나물 책.

 

얼른 시장에 나가서 한창 나오는 '생취나물'을 한 봉지 사서 데치고 현미밥에 얹어 나물밥을 지었다.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내 나물밥은 별로 고급스럽지 않아 보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나무 2019-06-11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먹음직스러워요! 지금 나 배고파서 그런 거 절대 아님 ㅋㅋ

유부만두 2019-06-11 23:10   좋아요 1 | URL
청국장도 끓였지롱?

태인 2019-06-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급스러워보이는데요? 좋아요!

유부만두 2019-06-11 23:10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책은 장말 호화롭거든요!

psyche 2019-06-15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보리일미 라길래 보리의 한가지 맛인가 했다는...ㅜㅜ

유부만두 2019-06-15 07:58   좋아요 0 | URL
그런데 철학의 경지에 이른다는 보리일미에서 소개하는 음식들이 너무 ‘고오오급‘ 이라 속세의 전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어요.

제가 본 요리책들 중 제일 호사스러웠어요.
나물과 풀이 고급이 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화려함의 경지를 뛰어넘어버리니까 사찰음식과 모든 것들이 최상위 사람들만을 위한 것 같고 .... 아, 난 떡볶이나 먹어야겠다 싶고 기분이 묘해 지는 거에요. (없는 사람의 자격지심이랄까요) 좀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