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울적해서 비행기표를 끊을 수는 없기에 책을 사서 읽었다. 이번엔 도쿄. (교토는 여행 섹션이 아니라 문학 섹션에 해당하는 독서였음)
아주 찬찬하게 V-log를 풀어쓴듯한 책이다. 카페와 서점 등의 정보와 간단한 인상들이 (지루하게) 묘사되어있다. 그런데 미안해서 끝까지 참고 읽었다. 그 덕에 새로운 일을 해내는 작가의 모습을 마지막 챕터에서 읽었고 책이 달라 보이기는 하지만. 책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쳐져.
아, 어쩌면 이런 게 '인디'의 모습일까. 하지만 특이하거나 달라 보이지 않고 글은 늘어지고 마지막 챕터의 그 이벤트 말고는 왠지 주눅들고 쭈뼛거리는 작가의 모습이 갑갑했다.
책의 컨셉, 요란한 관광지 대신 뒷골목의 카페와 서점을 소개하는 것은 같고 조용조용 나직나직 문장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책은 한량 짜리 옛 전차를 타고 도쿄 북부를 여행한다는 조금 더 확실한 노선을 보여준다. 그리고 글도 군더더기가 없는데다 사진이 있다. 그래도 비슷한 분위기다. 블로그 같은.
책 속의 이런 모습의 동네는 서울의 어디쯤일까, 각 구의 동 마다 이런 곳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동네 마다 시장 하나씩 끼고 있으니까.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동네 색깔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 아파트 옆 골목에 갑자기 미장원 두 개가 들어와서 뜨악하다. 작년엔 돈까스 집이 같이 생기더니만. 들어가서 조용히 주인과 이야기 나누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곳이 ... 없구나, 우리 동네엔. 대신 스타벅스가 있지. 됐어, 그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