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교토 책에서도, 이다혜의 교토 책에서도 언급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고도'.

 

옛도시 교토, 예전엔 융성했던 포목점과 관습이 1960년대 유행에 밀려나지만 봄마다 피어나는 제비꽃과 다달이 있는 마쓰리처럼 교토의 생명력은 살아난다. 모리미 토미히코의 흥청망청 교토의 대학생 주인공들 처럼 치에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교토와 근방 삼나무 숲을 바지런히 걸어 (그리고 버스로) 다닌다. 치에코는 누구일까. 이제 스무살 여자. 결혼을 앞두고 인생의 갈림길을 이리저리 고민하고 자신의 정체성, 가게 앞에 버려진 아이,을 곰곰히 생각한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서서 현기증을 느끼는 젊은이. 그녀의 또 다른 모습, 혹은 '환영'일 나에코와 그녀들 주위의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이들과 교토 절의 축제, 나무와 꽃, 숲과 비, 그리고 눈까지 합세해 교토라는 옛도시를 그려낸다. 그러니 소설의 주인공은 치에코도 나에코도 아니라 교토. 출생의 비밀과 자매간의 애증을 보려나 했더니 사계절에 걸친 도시의 곧고 비틀리다 농염해지고 다시 말갛게 돌아보는 얼굴을 만났다.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일까, 게이샤를 희롱하는 50대 남자는 안 빠지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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