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책을 읽지만 완독하는 건 아니라서 책 이야기를 쓰기엔 조금 민망하지만, 그래도 쓰겠다.

 

중반부에서 멈췄다가 어제 다시 들었는데, 나름 클라이막스에서 숨고르기를 한 셈이다. 아들의 관 뚜껑을 .....

 

링컨이라면 사랑받고 (총격으로 사망한 것 말고는) 성공적이며 인류애가 넘친 미쿡 대통령이었겠거니 했는데 이 책에 실린 당대, 19세기 후반의 기록들 특히 남북전쟁의 기록들은 링컨에게 쏟아내는 악담들이 넘친다. 노예해방이라는 업적도 그가 취한 태도는 매우 온건했다는 평이 많다. 이 멀리 한반도에서 어릴적부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가 귀에 못으로 박힌 나는 이 책을 계속 당황해하며 "아, 이렇게 그냥 인간 정치인이었구나. 역사 위에 반짝거리는 별로 남으려면 여러 극적인 장치들과 시간, 그리고 희생자들이 필요하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아직 많이 남았다.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고 '바르도'에 갇힌 원혼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느라 링컨에게 몰려온다.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링컨. 링컨의 아들이 위로받고 아비에겐 평온한 마음이 깃들길 바란다.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오딧세이를 번역한 에밀리 윌슨. 뉴스를 접하고 일단 욕심으로 책을 구해놓았는데, 이 분의 여동생 또한 대단한 분이더라. 포크를 생각하다, 를 쓴 비 윌슨. 이미 터질것만 같은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담아놓고 오딧세이를 펼치는데 ....

 

딸들 이름이 대단하다! Imogen은 세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억울하고, 강인하고, 모든 걸 용서하는 여인이다. (많이 억울할듯도 한데) '심벌린'은 오델로와 오딧세이를 연상시키고 장화 홍련전도 떠올리게 한다. 둘째 딸 이름을 보고 신화 대신 서재 친구 프님을 떠올린 나! ^^

Freya는 북유럽 신화의 풍요의 여신, 그 이름으로 불금, Friday가 나왔다고 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이름이 다 어마어마 하지만 실은 영어 퍼스트 네임들은 대개 성경, 신화나 전설의 주인공들에서 따왔으니 흔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링컨도 애브라함. 아, 그 늙은 아비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어린 아들 이삭의 목에 칼을 겨누었지만 결국 아들은 살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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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1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똑똑한 페이퍼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타입의 페이퍼에요 유부만두님. 유부만두님 넘나 멋져요! ♡.♡

유부만두 2018-02-13 18:53   좋아요 0 | URL
칭찬은 넣어두세요....아시잖아요, 저 .... 그냥 책만 좋아해서 구해서 쌓아두고 헤...하는 거...

hnine 2018-02-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한 이름 Freya (프레이야) 이지요 ^^

유부만두 2018-02-13 18:53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프레이야님!계시죠!

psyche 2018-02-13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읽을때 그 기록들 읽는게 재미있더라구. 같은 상황도 서로 다르게 묘사해놓기도 하고, 링컨 생긴거에 대한 거 쓴 것도 웃겼어.
Psyche를 이름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니! 첨봤네. 저 자매들 이름 모두 실제로 쓰는 사람은 못 봤었어. Freya는 있을 법도?

유부만두 2018-02-13 18:54   좋아요 0 | URL
검색하니까 Imogen은 좀 보이네요. 그래도 프시케는 너무 대놓고 신화! 라, 본명이냐고 물어볼것만 같아요. ㅎㅎ 서재에 프레이야님 계세요.
링컨 외모 묘사가 웃기더라구요. 그런데 비난 기록을 보니 신선한? 기분도 들었어요. 오늘은 다 읽으려나.... 굉장히 복잡하고 정신 사나운 책이긴해요.

책읽는나무 2018-02-1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들이 정말 그러네요?
프시케님,프레야님!!ㅋㅋㅋ

근데 링컨의 이야기가 그렇군요!!

유부만두 2018-02-13 18:55   좋아요 0 | URL
링컨의 몰랐던 개인적 또 공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만났어요!

라로 2018-02-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사랑받는 두 분의 서재지기가 계시니 괜히 반갑네요!! 드디어 오디세이의 여정을 떠나시는 군요~~~두둥!!!

유부만두 2018-02-13 18:55   좋아요 0 | URL
아네요!!! 책만 궁금해서 구해서 뒤적거려 보는거에요. 집에 있는 영어본이랑 얼마나 다른가 ...보려고 했다가 곱게 덮었음요.

단발머리 2018-02-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리 윌슨의 오딧세이 43,230.... 장바구니에 넣는, 넣고야 마는...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인가요? @@

유부만두 2018-02-15 08: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전 뽐뿌의 황제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