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 마디, 다정하게 불러주는 이름이 그리운 아홉살 아이.

보, 라고 혹은 보쎄, 라고 불러주는 건 단 한명의 친구 벤카와 그애의 아빠, 그리고 과일 가게 룬딘 아줌마가 고작이었다. 친부모 대신 양부모집에서 구박 받으며 기죽어서 사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동네서도 천덕구러기다. 그러는 아이가 일년 전 실종된다.

 

아니, 그랬다고, 본인 보쎄가 말했다. 낭기열라로 떠난 소년들 생각이 났지만 이건 다른 이야기. 그 실종의 상황과 그 이후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다. 건달이라고 막말을 들었던 친아버지가 실은 머나먼 나라의 임금님이었어! 내 진짜 이름은 미오! 내가 들고있던 황금사과가 내가 적통 왕자라는 증거가 된대! 칼과 샌들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테세우스 같지!

 

하지만 미오는 어린이. 아름다운 걸 보면 '아, 내 친구 벤카에게 보여주면 뭐라고 할까' 라며 계속 옛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나라에도 그림자는 있는 법. 나쁜 기사 카토가 아이들을 망아지를 납치하고 계속 위협한다. 그를 해치우러 가야하는 건, 미오 왕자님이란다. 이미 몇 천년 전 부터 정해진 거라서 '넌 몰랐니?' 라며 다들 미오가 액션을 취해주길 바라본다. 미오는 그래도 어린이라네. 슬픈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지고, 흰말을 빼앗기고는 '기사는 울지않아' 라고 하지만 곧 엉엉 우는 자신을 고백한다. 계속 겁나고, 무섭고, 자신의 작고 외로운 상태를 알지만 용기를 낸다. 미오 (보쎄) 옆에는 벤카를 닮은 새친구 윰윰이 있으니까. 별과 나무, 땅을 위해서 피리를 불고, 다정하게 다른이와 음식을 나누고, 슬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두려움에 떨지만 주문 같은 단 한마디 '미오, 나의 미오' 이름을 불러주면 씩씩해지는 어린이. 이 재미있고 아름다운 (해피 엔딩) 모험담이 그래도 참 쓸쓸한건 왜일까. (제발 뒷표지에 스포 좀 쓰지마세요! 출판사님들아!)

 

따져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빠, 손을 잡아주고 키 표시를 해주고 웃어주는 아빠 임금님은 미오 없이는 그 큰일을 해내지 못했지. 미오가 다 한거야. 그래도 미오에겐 아빠가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하지 않겠니? 엄마 이야기를 더 들려줘봐, 미오.

 

 

.....

 

정의의 칼을 쓰는 미오 처럼, 나도 어젠 칼 좀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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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고 내려오다 빵 터졌잖아요!! 유부만두 나의 유부만두 님!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저는 칼잡이였습니다만

프레이야 2018-02-0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까는 없던 사진이. 저건 아보카도에요?? 김밥이라면 완성된 사진 기대합니다요. 미오 미오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던 시절에 좋아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 중에서도 아주 좋아헸던 거에요. 아련한 추억이. 토요일 좋은하루 보내시길.

유부만두 2018-02-04 09:34   좋아요 1 | URL
처음엔 글만 올리고 정리하면서 사진 합쳤는데 (넉 장 함께 붙이기 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

이책 좋네요. 모험담을 펼치는 아이의 절실한 현실이 더 찡하고요.
오늘 일요일, 다시 추워서 어디 못나갈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께도 따뜻한 일요일 되길 바랍니다.

잠자냥 2018-02-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침부터 아보카도 먹고 싶어집니다;;; @_@

유부만두 2018-02-04 09:34   좋아요 0 | URL
아보카도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자꾸만 먹고 싶어집니다..... (다 먹었....)

단발머리 2018-02-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놀라운 칼솜씨, 아보카도~~~
오늘 아보카도 김밥인가요 아님 아보카도 샌드위치인가요~~

from 완성사진을 기다리는 단발머리

유부만두 2018-02-04 09:35   좋아요 0 | URL
작게 썰어서 1/4 크기 김에 각자 손김밥 말아 먹었어요.
완성사진은 없네요. 만들어 먹기 바빠서요.

psyche 2018-02-0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는 없었던 사진이. 각자 싸먹는 캘리포니아롤이었을까? 갑자기 나도 먹고싶다 아보카도.

유부만두 2018-02-04 09:36   좋아요 0 | URL
손김밥 (손마끼) 만들어 먹었어요. 썰기만 다 해놓으면 밥에 김에 각자 먹으니까 쉬워요.

북극곰 2018-02-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오에서 깁밥 칼잡이로 이어지는 부분이 압권이네용~!! ㅎㅎㅎ

유부만두 2018-02-07 0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김밥 칼잡이 하니까 유해진의 영화 ‘럭키‘ 생각이 나요.
킬러도 김밥집에서 칼을 현란하게 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