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이 하필 금요일이라 새 결심을 세우기엔 조금 약했고 (변명1), 3일이 일요일이라 4일까지 연휴가 되어버렸는데 (변명2) 막둥이는 학교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내리 집에 있고 (변명3) ... 연휴의 계획과 함께 올해 4분기의 시작이 좀 무너져 버렸다. 


밥을 몇 끼 계속 해먹였더니 오늘은 일요일 같은 월요일이고 내일은 (2차 접종 후 누워있던) 남편은 출근하겠지만 막둥이는 집에 있겠지.


Judith Thurman의 서문을 읽었다. 2009년에야 나온 영어로 된 최초의 완역본이라니, 놀랍고 더해서 미국의 산부인과 축하 표지가 It's a Girl / I'm a Boy 로 여자를 인생의 처음부터 표나게 '타자화' 시킨다는 이야기에 더 놀랐다.












보부아르의 인생과 철학 정리해 둔 2권의 후반부를 먼저 읽었다. 저자의 인생사와 철학 핵심 내용이 잘 정리 되어있다. 본문 들어가기 겁나서 빙빙 돌며 도망다니는 것 아님. 그저 조금 더 잘 준비되기 위해서 일뿐. 











몇 년 전에 몇 쪽 읽다 던져 둔 사르트르를 이번엔 한 호흡에 완독했다. 1부의 '읽기'는 이번에는 꽤 재미있게 읽었고 (웃픈 장면이 많다) 2부는 조금 더 복잡한 구성과 단상이 담겨 있다. 자연스레 프루스트가 생각났는데 사르트르도 '스완'씨를 언급한다. 


2부는 (프루스트 처럼) 오십대에 들어선 사르트르가 자신의 글/책/문학과 함께 한 인생을, 그 순간 순간과 '기투'의 기억을 계속 의심 혹은 응원하면서 썼는데 여러 시제가 섞여쓰인다. (불어로 다시 읽어보고 싶다) 보부아르 이야기는 직접 나오지 않지만 자신의 (여성 독자에 대한) 유명세를 슬쩍 흘린다.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의도적 기록/행위' 사이에 벌어지는 '파리'(곤충) 에피소드. 역자의 해설 부분은 '문학병'이라는 말로 정리를 하던데 별로 내 마음엔 안 와닿았다. 프루스트랑 꽤 다른 시각 (특히 기억에 대해서)과 문장인데 표현이 .... 잘 .... 





이 책은 사르트르의 타인 (은 지옥)의 시험 직전 핵심 내용 쪽집게 정리. 부담 없는 두께에 사르트르의 작품 인용도 곁들여 쉽게 정리해 두었다. 제2의 성 해설 부분과 겹치는 내용도 많아서 더 잘 읽혔다.  


그러니까, 타인과의 관계는 사랑은 해피 엔딩일 수가 없댄다. ㅜ ㅜ 

사랑은 마조히즘 적이건 (이 부분은 밥 해 바치면서 애들에게 '내가 널 위해서 이렇게 했는데'라는 옛날 오마니들 생각도 났는데, 가만, 이건 내 모습도 조금 보인다) 가학적이건 어차피 실패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증오도 마찬가지. 그 타인을 죽여버린다고 내 증오의 관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가 없단다. 그나마 작은 희망을 품어보려면 '언어'라고. 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말 말 말. 



중구난방이지만 이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까먹을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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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0-04 1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연휴가 끝나고 지금 저녁 먹고 앉았어요. 휴일은 왜 이렇게 시간이 잘 가는거냐고 한탄하는 중! 유부만두님은 이렇게 정리라도 하셨지, 나는 오늘 뭐한거지???? 이러며 한탄하고 있습니다. ㅎㅎ
읽고계신 책들이 다 빵빵한 무게감을 자랑하는지라 살짝 기죽고 갑니다. ^^

유부만두 2021-10-04 18:38   좋아요 3 | URL
근사해 보이지용? ㅎㅎㅎ 그런데 보부아르는 해설만 읽었고요 아직 정식 시작은 ‘쫄아서‘ 못했어요. 사르트르 (자서전 같은) 소설 <말>은 꽤 재미있네요. 그리고 살림총서의 사르트르는 약간 반칙 느낌이 들 정도로 정리와 해설이 잘 되어있어요. 그러니까 제가 (저 철학 싫어/무서워 하고요, 소설만 좋아해요) 읽었지요. ^^

바람돌이님, 저 그리고 기록 안 남긴 책들도 많은데 .... 그냥 짧게라도 감상을 써 두는 게 나을까요? 제대로 쓰려다 포기하게 될거 같아요. (윤고은 소설 등...)

바람돌이 2021-10-04 20:47   좋아요 3 | URL
그럼요 짧게라도 써주셔야지요. ㅎㅎ 제가 지금 9월 읽은 책 그렇게 퉁치려고 막 쓰고 있습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10-04 22:2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페이퍼가 기대되는군요! 다양하게 읽으셨쟎아요. 밑줄 정리 해놓으신거 감탄하며 봤어요.

새파랑 2021-10-04 1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기의 시작은 평일(금요일은 주말임)이 마땅합니다. 그래서 4분기 시작은 10월 5일로 ^^
4분기의 성공적인 시작을 응원합니다~!!

유부만두 2021-10-04 22:23   좋아요 2 | URL
네!!! 감사합니다. 3분기 잘 마무리하고 내일 힘차게 4분기를 열겠습니다!

mini74 2021-10-04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왔다가 갔다는 말에 눈물이 ㅎㅎㅎ 저는 말 저 책 읽다가 덮어둔 책입니다 ㅠㅠㅠ 언제 읽을지 ㅠㅠ

유부만두 2021-10-04 22:27   좋아요 1 | URL
저도 전에 읽을 땐 영 속도도 안 나고 재미가 없더니… 이번엔 보부아르를 생각해서 그런지(?) 읽히더라고요?;;;; 얘가 아버지를 한살 때 잃고 외가에서 얹혀 사는데 좀 불쌍하면서 얄밉고 웃기…. 는게 다 사르트르 계산이겠지만 … 한 드라마 합니다.

공쟝쟝 2021-10-04 2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인은 ‘지옥’이다. … 사르트르가 보부아르의 실존주의와 가장 갈리는 지점이 그 ‘지옥’이라고 하더라구요. 어떻게 얼마나 워쩧게 다른지는 아직 잘 모르게쒀여…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지옥 맞는 듯. (응?)

유부만두 2021-10-04 22:28   좋아요 1 | URL
지옥이죠 맞아요. 자 그럼 전 이 커플이 갈라지는 고 뽀인트를 찾아보겠습니다. (포부는 크게!! 변명은 나중에!!)

다락방 2021-10-04 2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 님이 링크하신 제2의 성이 영어로 된 최초의 완역본이라는 거죠? 사고 싶은데 하드커버가 아니네요. 제2의 성은 하드커버였으면 좋겠는데.. 흑 ㅜㅜ 일단 땡투 눌러요.

유부만두 2021-10-04 21:37   좋아요 2 | URL
하드커버가 먼저 나왔어요. 이건 페이퍼백이라 나중에 나온거고요. 역자 constance borde로 검색하시면 되요.

페넬로페 2021-10-05 0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연휴가 이렇게 후다닥 가는군요~~
그리고 유부만두님께서는 독서도 많이 하시고 좋습니다^^

유부만두 2021-10-05 06:27   좋아요 1 | URL
휴일에 밥에 치이며 책을 읽었습니다. ^^
이제 진짜 진짜 가을의 시작이네요. 페넬로페님의 멋진 독서와 가을을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