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재료가 되는 채소는 ‘김칫거리’라고 흔히 말하지만 전라도 지역에서는 ‘짓거리’라고 한다.”



“총각김치는 무가 아닌 무청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몇 가닥 남긴 무청이 장가를 들지 않은 떠꺼머리총각의 길게 땋은 머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표준어로는 ‘부추’라고 하는 이 채소는 ‘본추’, ‘부자’, ‘부초’, ‘분추’, ‘불구’, ‘불초’, ‘비자’, ‘세우리’, ‘소풀’, ‘솔’, ‘쉐우리’, ‘염지’, ‘저구지’, ‘정구지’, ‘졸’, ‘졸파’, ‘줄’, ‘쫄’, ‘푸초’, ‘푸추’, ‘푼추’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씨암탉을 먹는 것은 결국 처갓집의 가장 중요한 재산 하나를 도둑질하는 것이다. 물론 장모는 가장 귀한 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바친 것이지만 사위는 딸을 도둑질한 것으로도 모자라 또 다른 도둑질을 한 것이다.”



“순화된 이름마저 ‘닭볶음탕’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닭’과 ‘새’가 겹쳤다고 본 것도 우습지만 정작 바꿔놓은 이름도 ‘볶음’과 ‘탕’이 겹쳐 있다. 닭도리탕은 아무리 봐도 볶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새로운 음식과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들어나가면서 새로운 말도 생겨나는 것이다. […] 이런 살아 있는 말에 국어 선생이나 정책 담당자가 끼어드는 것은 어쩌면 없어도 그만이고 있으면 외려 번거로운 닭갈비, 즉 계륵(鷄肋)의 흉내를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태 안의 애저와 송치 요리, 영계의 성적 의미에 대해서 : “비싸고 귀해서 맛있게 느낀다면 그것은 음식의 맛이 아니라 돈의 맛이다. […]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허 생원은 가짜 미식가들이 새겨들어야 할 한마디를 던진다. “애숭이를 빨면 죄 된다.”



“허기진 건 배고파 디지겠는 거, 시장한 건 때 돼서 밥을 먹고 싶은 거, 출출한 건 밥때는 아니라서 그렇기 배고픈 건 아닌디 머 좀 먹고 싶은 거. 그거보다 들한 게 구준한겨.”



" '정종'은 正宗이라 쓰고 '마사무네'라고 읽는 일본 청주의 상표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세원진 일본식 청주 회사의 상표가 '마사무네'인데 그것이 워낙 널리 퍼지다 보니 '정종'이 곧 '청주'가 된 것이다."

......


시리즈로 묶인 <음식의 언어>에 비해 우리 음식에 집중했기에 더 친근한 내용이되 얕은 느낌도 든다. 방언을 연구하는 국어 학자의 글이라 말과 음식의 생동감, 변화 가능한 다양성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50대 아저씨의 글이라 어머니, 집밥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 나는 그 집밥을 지겹게 돌림노래로 '짓고' 먹이고 있다. (주부습진까지 얻고 말이지요)




우리나라 밥그릇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밥 말고 다른 먹거리가 풍성해서 그렇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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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27 2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난 정보 많네요! 마지막에 저자에 대한 일침까지!ㅎㅎ
근데 집밥은 너무 맛있어요~ 진짜 저도 애착이 너무 심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9-28 07:47   좋아요 1 | URL
집밥과 밥집의 이야기도 나오고, 음식 이름의 유래와 지방 마다의 특색, 더해서 저자 개인의 추억과 설정 에피소드 까지 많이 나와요. 그 저변에 깔린 오마니, 오마니 손맛 ...뭐 이런 게 아, 저자 아조씨,... 하게 되더라고요. ^^

엄마 밥에 추억 없는 사람이 어디 없겠어요?
그래도 황ㄱㅇ 센세의 음식 이야기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mini74 2021-09-27 2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밥 ㅠㅠ 하는 입장에선 ㅠㅠ 남이 해준 밥이 제일 맛있어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09-28 07:47   좋아요 2 | URL
저도요. 저도요. ㅜ ㅜ
전자렌지에 데파 먹는 밥이라도 손에 물 좀 안 묻히고 먹고 싶어요.

새파랑 2021-09-27 21: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직접 하신 요리 사진인가요? 완전 대단 하세요 👍👍

유부만두 2021-09-28 07:49   좋아요 2 | URL
하하하 보시면 아시겠지만 반찬 없이 한그릇으로만 해결하려는 제 의지가 뚜렷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두 아이들 아점저 메뉴를 그저 뺑뺑이 돌려 먹이고 있습니다.

persona 2021-09-27 2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딱 75년 밥그릇 크기가 밥그릇 같아요. 13년 밥그릇은 아가 밥그릇 아닌가요. 너무하네요. ㅠㅠ ㅋㅋㅋ 마트가면 밥그릇이 어째 작아진 거 같다 싶었는데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나봐요.

유부만두 2021-09-28 07:50   좋아요 2 | URL
요새 밥그릇 너무 작죠? 그런데 얼마전 산 그릇은 2006년 사이즈 쯤 되는 것 같아요.
옛날 그릇이 저리 컸나 생각하면 고봉밥은 대체 ...? 싶어요. ㅎㅎㅎ
그래서 밥도둑 젓갈 등이 흥했는지도 몰라요.

페넬로페 2021-09-27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저 집밥을 하기 위해 얼마나 부엌에 서서 땀을 흘리며 칼질을 해야했을까요!
한끼 지나면 또 한끼!
언제나 되풀이되는 도돌이표입니다.
부추의 저의 고향말은 정구지 입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1-09-28 07:51   좋아요 2 | URL
네 도돌이표 도돌이표
시지프스의 밥상입니다.

정구지 찌짐, 부추전, 제가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자주 만들다보니 이젠 다듬고 씻어 준비하기나 부치기가 점점 빨라져요. (아, 이런건 자랑이 아닌데. ㅜ ㅜ)

그렇게혜윰 2021-09-27 21: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식보다 그릇에 더 눈길가는 저
....ㅋㅋ

그렇게혜윰 2021-09-27 21:29   좋아요 4 | URL
지금은 운동량이 적어서 머슴밥 먹으면 탈 날듯요 ㅋㅋ

유부만두 2021-09-28 07:52   좋아요 1 | URL
그쵸. 그리고 머슴밥을 먹으면 바로 누워서 .. 소가 될거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