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기말고사를 준비한다. 하찮고 귀엽다. 그런데 의외로 각오가 대단해서 뭐라 말하기도 어렵다. 아이가 원격수업을 하면서 이런저런 (공부) 동기부여 영상을 봤는지 '스스로' 공부를 하겠다며 학원 몇 개는 안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래라, 중학생인데 뭘, 하면서 놔뒀다. 그러더니 흑역사를 만들면 안되겠다고 페이스북 계정을 없애더라. 만14세 되기도 전에 가짜로 계정을 만든 주제에. 기특하다, 네 스스로 바른 결정을 했구나, 싶었는데 뭘, 지 마음대로 부모 상관 없이 하는 거네. 어젠 수학 문제를 풀면서 화를 버럭 버럭 낸다. 이건 문제의 오류야! 그러더니 곧, 아, 내가 더하기를 잘못했군, 으하하! 하면서 상황 종료. 이건 뭘까, 늙은 나이에 늦둥이 중2 남자아이를 키운다는 건. 저 콩알만하던 것이 언제 큰 콩나물, 아니 콩나무 마냥 자랐을까. 


아이의 흑역사 운운과 비슷한 상황이 어제 트위터에 있었다. 마침 내가 페이퍼 썼던 책의 저자 수전 올리언이 술에 취해서 고양이 안고 싶어. 이 상황 싫어. 사탕 먹고 싶은데 왜 안보여. 이러면서 트윗을 계속 해댔다. 예전 어떤 노작가가 술 취해서 징징대는 트윗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지웠더라. 수전 올리언은 안 지웠음. 대신 아직도 사탕(쵸콜릿류 candy) 먹고 싶다고 함. 숙취인가. 이 정도는 흑역사도 아니다. 


트위터엔 '트럼프가 콩을 팔고있다. He is selling beans.' 라는 스티븐 킹 트윗도 돌더라. 뭐야, 콩, 마약 이야기야? 아니면? 했더니 트럼트 딸이 진짜로 콩회사 제품을 광고한다고. 


그리고 존웍의 빌런 캐릭터 이름을 사용한 마약범이 잡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커피콩에 마약을 숨겨 밀매했다고. 역시 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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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7-1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엠군 졸업 사진 찍은 게 나왔거든. 얘네들은 여름방학 때 미리 찍더라고.
양복 입고 찍은 거 보니 와 언제 저렇게 컸나 싶더라. 우리 엠군이야말로 진짜 콩알처럼 작았었는데...

유부만두 2020-07-19 16:09   좋아요 0 | URL
정말 귀여운 콩알이었지요. 지금은 과묵한 청년.
엠군이 벌써 고3 되는 건가요? 아 언니 다 키웠네.

라로 2020-07-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젤 막내 콩알은 유부만두 님의 콩알처럼 같은 중등이신데,,,그런 결심같은 것은 전혀 없고,,,,매일 하루에 7시간은 게임을 하는 것 같아요. 중독이 된 것도 같아요. 학교는 이미 일찍 끝나서 시험같은 것도 없는데다 엄마는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나 보니 집에 아이를 관리할 사람도 없고 (남편은 허수아비 같아요. 밥만 챙겨주는 허수아비.ㅠㅠ) 부럽습니다, 유부만두 님! ㅠㅠ

유부만두 2020-07-19 16:13   좋아요 1 | URL
저희집 막내는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걸 과시하고 싶어하는 유형이에요. 공부를 정말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게임도 끊질 못했어요. 중학생 아이들 게임은 친구 사귀는 것이랑도 이어져서 줄이기가 어렵나봐요. 그래도 자기가 알아서 하니까 간섭은 말아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자신이 철 다 들었다며 떠드는 이 콩알 중2를 액면 그대로 다 믿어줄 수는 없지요;;;; 하찮고 그래도 귀여워요.

수이 2020-07-1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스로 하는 공부_ 정말 기특해요 언니, 근데 우리 초딩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세 개나 만들어서 맨날 쓸데없는 멘트를 써넣고 그러던데_ 언제 없애려나......

유부만두 2020-07-19 20:13   좋아요 0 | URL
스스로 공부 한다고 말을 많이 하는거에요. 중2라 허세가 심해요. 저희집 막내도 인스타 배워서 처음 할 땐 재밌어서 말려도 말을 듣지 않았어요. 조금 있으면 시들해질거에요. 다만 조용히 지켜봐주긴 해야할 듯 해요.

단발머리 2020-07-19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찮고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찮고 귀여운 사람 저희집에도 하나 추가에요. 근데 어째 페이스북 피드를 얼마나 정독하는지 저도 모두 알게 될 정도에요. 제가 응원합니다. 유부만두님네 집에 열공하는 중딩 어린이요!!!!!!!!

유부만두 2020-07-19 20:1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댁 아롱이도 하찮고 귀엽군요. ㅎㅎㅎㅎㅎ 저희집 애도 페북 몰래 시작해서 다른 것은 아니고 친구들 메신저, 톡방을 자주 쓰다가 관두더라고요. 시들해졌는지 아니면 친구가 그만 둔건지 그랬을거에요. 열공 ‘한다고 말‘하는 중딩 어린이 입니다. 지금도 문제집 풀다가 놔두고 빤쯔 바람으로 인형쿠션으로 축구하면서 놀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0-07-19 20:20   좋아요 1 | URL
막 눈앞에 그려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익숙한 풍경이에요. 저희는 다른 버전도 있어요. 빤쮸 저글링 버전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0-08-0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찮고 귀엽다˝라는 문장에서 애정이 마구마구 느껴집니다.^^

유부만두 2020-08-05 08:28   좋아요 0 | URL
덩치는 저보다 커버렸지만 막내는 막내인지라
늘 어설프고 귀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