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스물 한 살 봄밤을 그와 함께 먼먼 나라, 그가 없으면 닿을 수 없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낯설고 아득한 나라를. 그가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그래서 슬펐다. 아름답고 슬프고 쓰라린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번에는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엄마는 나를 기다리며 먼지 푸석푸석한 마당에서 밤중 내 맴을 돌았다.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
표제작 중, 그것도 표지에까지 소개된 정말 대표적인 책속 문장이
참 좋았다며 이렇게 옮겨적는 일은 참 새삼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실은 표지에 있는 거 보고 '역시 나만 좋은 게 아니었구나'라며 땅을 쳤지만 ;;)



그럼에도, 출근길에 그만 주저 앉아버리고 싶던 부분

다른 단편들도 좋았지만 난 특히 표제작인 명랑한 밤길이 참 좋았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내가 좀 더 나이가 들고, 좀 더 많은 삶을 이해하게 되면
다른 단편들도 이만한 크기로 와닿게 되겠지
분명 그럴 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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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4-04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인용하신 구절도 생생히 기억나고요.
손이 아닌, 가슴으로 썼다는 느낌이 전해져오던 책이었지요.

웽스북스 2008-04-04 12:3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정말 참 좋았어요
소설을 읽는 기쁨은 이런 데 있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08-04-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웬디양님 >.<

저 이책 선물받아서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역시 아직 읽지 않았다는. OTL.

저도 (언젠가)읽고 좋은 문장들을 충분히 즐길거에욧!

웽스북스 2008-04-04 12:32   좋아요 0 | URL
꺅 다락방님
우리는 취향이 50%만 비슷하잖아요

이건 비슷한 50%가 될까요 다른 50%가 될까요? 흐흣

가시장미 2008-04-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게요. 출근길은 언제나 분주하고, 치열하죠.
지하도에서 개찰구로 뛰어가는 무리들이 야생의 동물떼들을 연상시키곤해요. 아...
약육강식의 법칙은 야생의 이야기만은 아니죠.
오늘 아침부터 상태가 메롱해여..그래도 주저앉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죠ㅋㅋ

웽스북스 2008-04-04 12:34   좋아요 0 | URL
그죠, 매일아침 치열한 출근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늘 그렇죠
저도 5일중 3일은 뛰어가는 무리중 하나랍니다
제가 아침잠을 좀 편애하거든요 (밤잠에겐 좀 미안하지만 ㅋㅋ)

업무의 현장보다 더 치열한 출근길이라니
뭔가 문제이긴 문제에요
치열하지 못한 내가 문제인지 치열한 출근길이 문제인지

비로그인 2008-04-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안 봐서 님께서 만든 문구인가 했어요.
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밤길이 명랑하다는건 어떤 의미일까요?

웽스북스 2008-04-05 01:21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좀 역설적인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옮겨놓은 저 부분이랑 어느정도는 일맥상통하는....

무스탕 2008-04-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는 있는데 아직 안읽었어요.
솔직히 전 단편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이 단편집인지 모르고 샀다가 펼쳐보니 단편집이길래 손 놓고 아직이라지요..
근데 웬디양님께서 이렇게 질러주시니(?) 곧 볼것 같네요 ^^

웽스북스 2008-04-05 01:2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요즘에는 점점 호흡이 짧아서인지 저는 또 단편들이 읽기 편하더라고요

무스탕님은 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보실 것 같아요
꼭 보세요!! ^_^

순오기 2008-04-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 향기 진동하는~~~ 도 나오거든요.^^
그 라일락 향기가 우리집에서 진동할 때, 난 바람나고 싶었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5 01:23   좋아요 0 | URL
아 라일락 향기...... 좋아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올 봄의 바람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줄까요? ^^

개인주의 2008-04-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지금 구매신청하고 따지러 왔다는..;; 다 웬디양님 때문임

웽스북스 2008-04-11 23:28   좋아요 0 | URL
어라어라 또 어디서 따지시는 거에요? ㅋㅋ
정작 저는 빌려 읽었다는 거 아시면 쫌 억울해하시려나? 흐흐

누피님 주말 잘 보내세요 ^_^
 


1

일기를 보다가 알았다
4월 4일, 입사한지 꼭 3년째되는 날이다
한 회사에서 3년이나 붙어있다니, 기특하다!!!


2

어제 퇴근길에 최근 재입사하신 예전 팀장님을 만나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요즘 뭘 배우러 다니냐고 묻는다
정신분석 강의 들으러 가던 중이었기에 깜짝 놀란 나는
아니, 저에게 배움의 포스가 느껴지나요? 라고 묻고는
심리학을 배우러 다닌다며 대충 뭉겠다

영어나 운동, 뭐 이런 걸 기대하셨던 것 같은데 의외의 답에 놀라며
그럼 대학원을 다니는 거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라고 답했었다

그리고 오늘,
H대리님과 저녁을 같이 먹고 함께 퇴근하기로 했기에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모 실장님께서 또 요즘 뭘 배우러 다니며 묻는다

이틀 연속 같은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표정관리 안되기 시작하고 -_-
어떻게 아셨냐고, 그렇게 되물었더니
요즘 퇴근길에 일찍 퇴근하는 걸 많이 봐서 그냥 한번 물어봤단다 ;;;

역시나 심리학을 배운다고 대충 뭉개며 답하니
또 살짝 당황한 표정과 그럼 대학원을 다니느냐는 같은 질문
사람들의 생각의 구조는 대략 비슷한가보다 -_-

그런데 좀 심히 억울한 것은
나 월요일에도 9시에 퇴근하고, 화요일에도 9시에 퇴근했는데 -_-

그리고 더 억울한 것은
왜 제시간에 근무 마치고 가면서, 그런 걸 신경써야 하는 건지 ;;;
참 슬픈 현실 (흠좀슬 --> 아래 3번 참조 ㅋㅋ)


3

요즘 우리팀에서 애들 쓰는 유치한 신조어 쓰면서 놀기가 유행이다
어제 네이버에서 네이버트렌드라는 잡지를 보내줬는데
거기에 있는 검색이 많이 된 신조어 사전 같은 걸 보고는
온 팀원들이 꽂혀서 '이러고 있다' 모드인 것 ㅋㅋ

내 대화명 : 흠좀뿌 (흠그게사실이라면좀뿌듯하군요)
H씨 대화명 : 님좀짱인듯
E대리님 대화명 : 나쫌깜놀 (나쫌깜짝놀랐어요)
팀장님 대화명 : 닥숭닥숭 (닥치고숭배하라)

나는 특히 님좀짱인듯, 과 흠좀0 에 꽂혀서
사고가 또 그리 변해버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흠좀맛(흠 좀 맛있군요)'
E대리님의 보고서 템플릿을 보며 '흠좀기'(흠 좀 기대되는걸요?)
저 위에 쓴 흠좀슬,은 '흠, 그렇게생각하고보니좀슬프군'의 약자

어쩌면 이렇게 뭐든 잘 영향받고 뭐든 잘 따라하는지
내머릿속에 스폰지 있는 거 아닐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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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04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대토 (흠 대견해요 토탁토닥)
2.뭐사법 (뭐...사회생활이 다 그런 법이죠 어딘들 안그러겠습니까?)
3.배닥써 (배우면 닥치는 대로 써먹고 있는 중..)

웽스북스 2008-04-04 01:16   좋아요 0 | URL
님좀짱인듯


(미친듯 웃고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04-04 01:19   좋아요 0 | URL
어 근데 네이버사전을 찾아보니 님좀짱인듯,에는 비꼬는 의미가 있대요
전 그런 의미는 없었어요 ㅜㅜ

(역시 애들말 함부로 따라하면 안돼 ㅋㅋ)

라주미힌 2008-04-04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퇴하셈... (무시하고 퇴근) ㅎㅎ

1년 중에 11개월을 9~12시에 퇴근했는데.. 나중에 돌아온 말은..
"누가 야근하라고 시켰니?"

집에 좀 일찍 가려하면...
"오늘 무슨 일 있어? "
(퇴근 시간에 퇴근하는데.. 왜!! 뭐!! ㅡ..ㅡ; )


뇌를 이뻐하시는 웬디양님의 무퇴를 기원하나이다.

웽스북스 2008-04-04 12:25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님도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ㅜㅜ
그런 말 들으면 정말 '흠좀짜(흠 그말을들으니 좀 짜증나는군)'가 될 것 같군요 ;;; 오늘도 무무칼퇴를 기원하며~ (무시하고 무사히 칼퇴근 ㅋㅋㅋ)


순오기 2008-04-04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은 뻣뻣해도 뇌가 유연하다!ㅎㅎㅎ
둘 다 뻣뻣보다 얼마나 좋아요~~~~~~~ㅋㅋㅋ그렇다면 나는 '흠좀뻣'?

웽스북스 2008-04-04 12:27   좋아요 0 | URL
뇌가 유연해도 애가 잘 돌아가는 유연성은 없고
잘 동화되는 유연성만 있는 것 같아요 ㅜㅜ
그니까 귀가 얇은게 아니라 뇌가 얇은건가? ㅋㅋㅋㅋ
흠좀얇!!! ㅋㅋㅋ

마늘빵 2008-04-0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렌드어는 어려워어려워

심리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 사실 대학 말고는 없다는게 일반적인 생각이라 그런거 같아요. :) 아카데미 강좌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도 많지 않을테고.

웽스북스 2008-04-04 12:28   좋아요 0 | URL
네 그런데 애들 말이라고 또 재밌다고 따라하다보니
어쩐지 진짜 노친네가 된 기분이에요 ㅋㅋ

그냥 문예강좌가 좀 있어요, 라고 했더니
아 백화점 문화센터같은데? 이러시더라고요
그냥 그렇다고 했어요 ㅋㅋㅋ

L.SHIN 2008-04-04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신분석 강의를 배우시다니.
설마 외계인을 생포해서 연구(고문)하는 것은 아니겠죠? (바들바들)

Mephistopheles 2008-04-04 12:28   좋아요 0 | URL
에스님만 여태 모르고 계신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이 알라딘이라는 공간 자체가 외계인의 행동발달 학습을 실험하기 위한 거대한 온라인 임상실험실입니다. 아셨죠? 실험체 P-102322님.

웽스북스 2008-04-04 12: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우리 모두가 에쓰님을 주목하고 있는 거지요?
그런거지요? ㅎㅎㅎㅎ

L.SHIN 2008-04-04 13:38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런가. 다행이군요.
난 지구가 통째로 임상실험실인줄 알았거든요. ㅡ_ㅡ (훗)

Mephistopheles 2008-04-04 14:38   좋아요 0 | URL
어떻게 그런 극비사실을...아무래도 실험체 P-102322는 특별관리 해야겠군요..격리수용 들어가야겠습니다.

L.SHIN 2008-04-04 16:19   좋아요 0 | URL
흥,사실은 지구가 둥글지도 않죠? 그렇게 크지도 않죠?
<트루먼 쇼> 처럼 꼬딱지만한 도시에서 살고 있는거죠,나는?
난 단지 모른척 하고 있는거라구요. 흥.
그런데, 나를 격리수용하면 내 주변인물들(배우들)은 이제 뭐 먹고 사나요?
ㅎㅎㅎㅎㅎ

Mephistopheles 2008-04-04 17:50   좋아요 0 | URL
쑈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세뇌의 효과입니다. 완벽하게 인식을 하고 있으시니 놀라울 따름입니다.=3=3=3=3

비로그인 2008-04-0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늑대와 춤을을 본 후 친구들끼리 한참 인디언식 이름을 만들며 놀았었는데
기발한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저는 '뇌속의 바람'이라는 말만 머리에 맴돌더군요.

웽스북스 2008-04-05 01:23   좋아요 0 | URL
뇌속의 바람 ㅋㅋ 의미심장한 이름이네요

2008-04-04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5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개월 이상 좀비처럼 앉아서 보고서를 준비하고
오늘하루, 30분
나름 정장 차림에 화장도 좀 하고 머리에 뭐도 좀 바르고
귀에 마이크를 걸고 ppt 파일을 돌리며
쇼쇼쇼! 모드로 발표 겸 교육을 진행

고마운 칭찬 격려들
(그중 제일 뿌듯했던 건 '디자인이 예뻐요' 였다는 ;;
아무래도 전업을 고민해야겠다 ㅋㅋㅋ)

이제 그 모든 것들을 다 뒤로하고
나는 다시 좀비처럼 앉아 풀린 눈으로
다른 보고서를 들여다본다

반복되는 일상
정말 정말 하기 싫었던 발표는
그래도 좀 마약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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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4-0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읽긴 읽었는데 도대체 웬디님이 무슨 일을 하신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수가 없겠..;; ( -_-) 난 바보인가!!

웽스북스 2008-04-03 13:57   좋아요 0 | URL
그니까 몇달동안 좀 삽질해서 만든 보고서를
오늘 30분동안 발표했다는 거에요 ㅋ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08-04-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웬디스러운건요ㅡ막 명랑해지는거요,
그리고 이렇게 웃는거요 흐흐 흐흐 흐흐 ^^

웽스북스 2008-04-03 18:16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하 저 하나도 안명랑한데
아무래도 메인 이미지 때문에 요즘 댓글들이 다 명랑해 보이긴 해요

흐흐 이 웃음은 제 습관, 맞긴 하네요 ㅋㅋ

무스탕 2008-04-03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뭘 바르신거에요? 조명빨 확실하게 받으신건가요? ^^

웽스북스 2008-04-03 18:17   좋아요 0 | URL
아 이건 뭔가 스페셜해졌다는 얘기라기보다는
맨날 파마머리에 부시시하게 아무것도 못바르고
얼굴에 화장도 잘 못하고 다니다가
오늘은 했다, 뭐 이런 뜻으로 봐주시면 돼요 ㅋㅋ

조명은요 무슨, ppt 발표이니 불끄고했지요 ㅋㅋㅋ

도넛공주 2008-04-0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크는 혹시 귀에서 입쪽으로 연결된 그런 마이크인가요? 커리어우먼!!

웽스북스 2008-04-04 01:03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맞아요
커리어우먼!!! 께서 오늘 마이크를 거꾸로 귀에 꽂고는
이거 마이크가 왜 안나오느냐고 생난리를 떨었는데 ㅎㅎㅎ

이래도 커리어우먼스럽나요? ㅋㅋㅋㅋ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집착이 무서워 웬만한 게임 같은 건 시작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알라딘 이벤트도 실은 한귀로 흘렸다. 엄훠, 나는 그 시간에 일해야 하는걸, 하면서. (진짜에요!) 그런데 알라딘 메인 페이지에서 우연히 (정말이에요!) 눈에 들어온 책, 들어온 순간, 너 가짜책이구나, 라는 느낌이 확~ 왔으니

으하하하 굽힘! 이라니, 님좀 짱인듯, ㅋㅋㅋ 게다가 작가이름 알레한드로 가와구치 ㅋㅋㅋ 정말 웃겼다.  

이 이벤트는 책을 찾는 재미도 재미지만, 책을 찾은 후에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일단 굉장했다. 흐흐흐. 특히 이 책은 리뷰가 정말 웃겼다는.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굽히라고만 한다. 이건 뭐 처음에는 날씨 얘기를 해도 결국 굽히라고 하고 또 음식 얘기하다가도 결국 굽히라고 한다. 1장, 2장... 시작하는 부분은 그런데로 좋다. 재미도 있고 구미도 당기게 하고...근데 좀 그런게 이론편이면 설명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3장에 굽힘과 굽신거림이 어떻게 다른가라고 해놓고 굽신거림이 뭔지 설명을 안한다. 그냥 굽힘은 굽히는 거라고만 하고 굽신거림은 개나 주라고 해놓고 넘어가는데...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슬렁슬렁 알라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가짜처럼 생긴 게 있으면 눌러보다가 이 상품을 발견했다.


이건 정말이지, 우산이 예쁘네, 하며 기프트샵에서 눌러봤다가 7단우산인 걸 보며 어리둥절하다가 발견한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은 아마 메인 화면에서는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우산 소개의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다.

봄의 향기를 연상시키는 풋풋한 그린 컬러의 7단 우산. 원터치 버튼이 달려 있어 매우 편리하게 펼칠 수 있습 니다. (까지는 좋은데)
1단에서 7단까지 모두 펼쳐지는 데에 1분 13초가 걸리지만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넉넉한 크기를 자랑합 니다.


하하하 1단에서 7단까지 모두 펼쳐지는 데 1분 13초라니 ㅋㅋㅋ 뒷쪽에는 아토피인 우리 아이 파라솔도 필요없어요, 라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2개까지 찾고나서 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는 거. 이제서야 또 나의 (이런데만 발동이 걸리는) 승부욕이 시작되는 바람에 ;;; 일단 편집팀 서재에 가서 과거에 진행했던 만우절 이벤트 상품들의 패턴을 좀 좀 보고 다시 찾기 시작했다. 대강의 패턴이 읽힌다. 아무래도 외서와 중고샵 쪽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첫번째 힌트가 외서나 중고샵 쪽에 있을 거라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봐도 중고샵에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중고샵은 일단 상품이 계속 바뀌고 수시로 등록되기 때문에 메인 페이지에 없으면 없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였다. 혹시 상품들 사이에 끼워두었나 싶기도 했다. DVD는 없다는 두번째 힌트를 보고, 그럼 중고샵이 DVD구나, 라는 요상한 확신을 가지고, 그 쪽을 뒤져보기도 했으나 ㅜ_ㅜ 결론은 시간 낭비. 으흙, 중고샵에서 버린 시간들만 생각하면 ㅜㅜ



이 상품은 그냥 넘어갈 뻔했다. 낫포세일, 설마 저런 적나라한 제목을 쓰지는 않았겠지, 했는데 근데 뭐길래 제목이 낫포세일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클릭을 해봤더니 가짜상품. 

사실 상품명이나 디자인같은 건 제일 재미 없었는데, 이 음반은 설명에 나오는 디테일이 정말 재미있다. ㅋㅋㅋㅋ

(군데군데 중간생략)

실제로 수록곡은 9곡 뿐이지만 낫 포 세일의 멤버 74명은 전원이 편곡, 작사가 명단에 어떻게든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D 1의 스타트를 끊는 것은 애쉬드 재즈풍으로 편곡한 '난 알아요'. 74명 중 메인보컬인 태풍(Typoon이 리드하고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은은한 73명의 허밍은 마치 낫 포 세일이 그룹이 아닌, 단 한 명의 가수인 것 같은 트릭을 제공한다

이음새와 발음이 난해한 부분은 전부 'LaLaLa'로 불러 노래방 애창곡 리스트에 오를 것이 확실해보인다.

전체적인 앨범 구성은 언뜻 보기에도 그렇고 계속 볼수록 치밀하다는 느낌이다. 텔미로 십대 팬을, 난 알아요로 이십대 팬을, 비너스로 삼십대 팬을, 왕벌의 비행으로 중장년층 클래식 팬을 포섭하려는 곡의 분배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울 만하다. 효과 면에서도 1집과는 차별화된 시도가 이루어졌다. 사운드미디에서 사용하는 흔한 에코(echo)가 아닌, 지리산 천왕봉 현지 에코를 100% 활용했다.

틈틈이 눈치보며 알라딘 페이지를 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패인을 찾은 나는 좀 더 전략적이 되기로 했다. 그러니까 6시가 지난 것이다. 그럼 엄연히 퇴근 시간 이후니까. 일단 오늘 좀 야근을 하더라도 나머지를 꼭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 (안그럼 집에가서 찾을테니)

일단 남은 세가지 상품 중 2가지가 책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스스로에게 유리했다. 하나는 국내, 하나는 외서, 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가 문제인데, 일단 DVD는 아니고 음반과 Gift는 찾았으니, 화장품 쪽을 좀 뒤져봐야겠다고 생각. 업무시간이 끝나니 굉장히 전략적 마인드가 되더라는 ㅋㅋ

일단 중고샵은 포기하고 외서를 뒤졌다. 실은 계속 눈에 걸리던 배너가 있었는데 클릭해보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랏! 미아베네? ㅋㅋㅋㅋㅋㅋ


실은 클릭한 이후에도 이 책은 꽤 진지하다. 내용도 소개도. 그런데 리뷰가 '그랑죠의 시종'이다. 크하하하 그랑죠의 시종이라니. ㅋㅋㅋㅋ 로렌초님을 벤치마킹한거구나

그런데 우리 로렌초님을 벤치마킹하려고 했으면, 리뷰를 좀 더 길게 썼어야했다. 우리 로렌초님은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라도 늘 리뷰를 그보다는 길게 쓰는 분이거든. ㅎㅎㅎ (혹시 그조차도 힌트? ㅋㅋ)










그리고는 나머지 한권을 찾기 위해 좀 소홀히 했던 국내 도서 쪽을 보기로 했다. 이건 분명 밀고 있는 코너에 집어넣었을 거라는 확신으로 얼마 전 시작된 한정특가 코너를 뒤졌다. 그랬더니 이 상품이 보인다.


실은 그냥 넘어갔다가, 잠깐 위클리? 하면서 다시 찾은 상품. ㅋㅋㅋ 연말정산에 대한 위클리 무크지라니, 게다가 출판사 이름 대박 ㅋㅋㅋ

배송료와 수령 예상일은 또 이렇게 써 있다

배송료 : 제아무리 사들여도 유료  
수령예상일 : 지금 주문하면 잘하면 한 열흘 뒤에 떨어집니다

위클리가 열흘 뒤에 떨어지면 어쩌겠다는 말이오. 목차의 디테일까지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느낌. 특히 연말정산 받아쓰기는 대박이었다. ㅋㅋ

십원 한 푼 돌려받기 위해 수백만원 단위의 지출도 불사하는 '불사의 소비정신'
법조문이나 국세청 예규, 판례 등 또한 주 단위로 갱신하며 쉬운 소개 보다는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단어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노하우가 돋보이는 주간지.
연말정산 서식의 작성요령을 1일 1회 연습할 수 있는 '정산서식 받아쓰기', 일자별 연말정산 대비 내역을 기록할 수 있는 '365 정산노트'가 365 페이지 분량의 별책 부록으로 매주 제공된다.

Part 2. 1주차 : 근로소득 암기하기
Day 1. '근로소득'의 '근로'란 무엇인가?
Day 2. '근로소득'의 '소득'이란 무엇인가?
Day 3. '근로소득'이 자신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법
Day 4. 직장인인데 소득은 없다? 본인이 프리터인지 고민해 볼 것.
Day 5. 쉬어가기


그리고 좀 뒤지다 들른 화장품 몰, 메인에 롤링되는 너희들을 내가 모조리 봐주겠다, 라고 하는데 또 이녀석이 눈에 들어온 것이줴


이건 작년인가 재작년에 나왔다는 팬더아이마스라이너(?)와 비슷한 컨셉의 제품이라 금방 찾았다. 뭐야 컨셉이 너무 비슷하잖아, 라며 좀 시시하게 생각하긴 했으나, 이 역시 쓰여져 있는 말과 사진들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ㅋㅋㅋ










암튼 그래서 난 나머지 3개를 신기라도 들린 듯 굉장히 집중해서 1시간만에 찾았다. 그리고 야근모드 ㅜㅜ 보고서의 절반을 하고 집에 가는 게 목표였는데, 목표는 그대로였지만 나 또 합리화의 지점을 찾았으니, 처음에는 100장까지 중에서 50장까지를 하는 게 목표였다면, 나중에는 4챕터까지 중에서 2챕터까지만 하자, 라고 생각한 것이줴 ㅋㅋ (2챕터까지는 40장 가량 ㅋㅋㅋㅋ) 그래도 난 나름 보고서 절반을 쓰고 왔으니, 라며 기뻐해 주시고.

상품들을 모두 찾고 나니 거짓말처럼 일이 잘된다. 으하하하. 역시 뭔가 걸려 있으면 안된다니까. 휴가라도 내야 할까 고민하던 조선인님이 마구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대학교 2학년 때였나, 심심해서 학보사 선후배들을 대상으로 오피스에 보물을 숨겨놓았던 적이 있었다. 찾아서 가져오면 선물을 드려요. 그 때 찾는 사람의 기쁨도 기쁨이었겠지만, 그 보물을 숨기며 기대하고 즐거워하는 나의 기쁨도 매우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보물을 찾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애들이 별로 안즐거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_-)

알라딘 만우절 가짜책들을 찾으면서 찾는 재미도 찾는 재미지만, 이 상품을 만들면서 분명 즐거워했을 누군가를 상상하고, 심어놓은 비장의 유머코드들을 발견하며 크득크득거릴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그 때 고심해서 숨겼던 보물들을 우리 학보사 사람들은 다 찾지 못했었지만 나는 보물을 숨기는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다 찾았다. 하하하. 좀뿌듯. ㅋㅋㅋ 내년 만우절에는 정말 휴가라도 내야되는거 아닌가 몰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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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엄마 2008-04-0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이거 공지떴을 때 해보고 싶다, 마음먹었다가도
아이고 요즘 일에 치여서.... 막 이런 마음으로 아쉽게 제껴두었는데


언니
멋져요!!!

웽스북스 2008-04-03 09:58   좋아요 0 | URL
아아 요즘은 어디가 괴롭히는거야 엉?
내년에는 함께 도전해보쟈우!

turnleft 2008-04-0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쓰는데도 시간이 만만찮게 들었을 것 같다는..;;
대단하심 -_-

웽스북스 2008-04-03 09:58   좋아요 0 | URL
찾는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지요 ㅋㅋㅋ
페이퍼쓰는건 즐거웠어요 ^_^

순오기 2008-04-03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웬디양이 일등한거에요?
아~ 이건 알라딘편집팀 서재를 가야 알 수 있나? 뒷북~ ^^

웽스북스 2008-04-03 09:59   좋아요 0 | URL
아 아니에요
다른 분들 중에도 다 찾은 분들 많으실 거에요
그냥 전 재밌었다고 후기를 남긴 거지요 ㅋㅋ

순오기 2008-04-03 10:32   좋아요 0 | URL
중고샵 이용후기도 당첨됐던데요.ㅎㅎ 축하합니다!

웽스북스 2008-04-03 13:11   좋아요 0 | URL
아이쿠!ㅋㅋ 그건 예전에 이미 받아서 홀랑홀랑 다 써버렸어요 ㅋㅋㅋ

마노아 2008-04-0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예리한 분석력에 감탄이에요! 전 굽힘 하나 찾았답니다..;;;;;

웽스북스 2008-04-03 10:02   좋아요 0 | URL
아 굽힘도 정말 재밌었어요 ㅋㅋㅋ
집착이 강하면 분석력이 막 발동되구 그러나봐요

(그런데 보이지않는 발구르기도 많았어요 ㅜㅜ)

2008-04-03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4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4-0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굽힘하고 페스탈로치인가 그 책 두 권 찾고 뻥 - 나가 떨어졌어요.. =.=

웽스북스 2008-04-03 10:05   좋아요 0 | URL
흐흐 페스탈로치 어려웠던 것 같은데,
잘찾으셨네요 무스탕님 흐흐흐

다락방 2008-04-0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할 생각도 안했었는데 웬디양님 페이퍼 보니까 완전 재밌어요. 하하. 저도 내년엔 함 해볼까요?

웽스북스 2008-04-03 10: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네 다락방님 내년에 함께해요!!!! ^_^
이랬는데 알라딘 막 이벤트 바꾸고 ㅋㅋㅋ

마늘빵 2008-04-0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걸 어떻게 찾아요.

웽스북스 2008-04-03 10:05   좋아요 0 | URL
제가 쫌 ㅎㅎㅎ (재수없다 ㅋㅋㅋㅋㅋ)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돼요
거기에 살짝의 집착정신

L.SHIN 2008-04-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웬디 수사관!! 자랑스럽군요.(웃음)

웽스북스 2008-04-03 18:17   좋아요 0 | URL
에쓰님이 자랑스러워해주시니 매우 뿌듯하군요 ^_^
 
클로디아의 비밀 일공일삼 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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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있지만, 그것이 환상이 아님이 미덕인 책, 읽다가 여러번 미소짓다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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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02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거 네꼬님 페이퍼 보고 샀잖아요. 그런데 아직 읽지를 못하고 있어요. 지금 읽는 걸 멈추고 시작해야겠어요.(아 근데 멈추기 싫은데)

웽스북스 2008-04-02 12: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거기 콤보로 오즈마님 댓글까지요 흐흐흐
진짜 신나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얼른 읽어요 다락방님도 흐흐흐

네꼬 2008-04-02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그럼 천천히 하세요, 천천히.

웬디양님, 별이 왜 네개예요? 다섯개가 아니고! 응? 응? 응? (집착)

웽스북스 2008-04-02 13:00   좋아요 0 | URL
흐흐흐 네꼬님
나 진짜진짜 고민했잖아요 알라딘은 별점체계를 한 100단계 정도로 할 필요가 있어요- ㅋㅋㅋㅋㅋ 이건 4.75정도에요 막이러고 ㅋㅋㅋㅋㅋㅋ 별넷이 다 같은 별넷은 아니라는 거 흐흐 (올해 별넷 주면서 가장 가슴아팠던 건 이거랑 청춘의 문장들이었어요, 아무래도 올해 들어서 애가 좀 야박해졌나봐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