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스물 한 살 봄밤을 그와 함께 먼먼 나라, 그가 없으면 닿을 수 없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 같았다.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낯설고 아득한 나라를. 그가 있어야만 닿을 수 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그래서 슬펐다. 아름답고 슬프고 쓰라린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이번에는 낯익고 낯익어서 슬픈 풍경과 맞닥뜨려야만 했다. 엄마는 나를 기다리며 먼지 푸석푸석한 마당에서 밤중 내 맴을 돌았다.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
표제작 중, 그것도 표지에까지 소개된 정말 대표적인 책속 문장이
참 좋았다며 이렇게 옮겨적는 일은 참 새삼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실은 표지에 있는 거 보고 '역시 나만 좋은 게 아니었구나'라며 땅을 쳤지만 ;;)



그럼에도, 출근길에 그만 주저 앉아버리고 싶던 부분

다른 단편들도 좋았지만 난 특히 표제작인 명랑한 밤길이 참 좋았다
(아직 읽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내가 좀 더 나이가 들고, 좀 더 많은 삶을 이해하게 되면
다른 단편들도 이만한 크기로 와닿게 되겠지
분명 그럴 거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겼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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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4-04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참 좋았어요. 인용하신 구절도 생생히 기억나고요.
손이 아닌, 가슴으로 썼다는 느낌이 전해져오던 책이었지요.

웽스북스 2008-04-04 12:30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정말 참 좋았어요
소설을 읽는 기쁨은 이런 데 있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08-04-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웬디양님 >.<

저 이책 선물받아서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역시 아직 읽지 않았다는. OTL.

저도 (언젠가)읽고 좋은 문장들을 충분히 즐길거에욧!

웽스북스 2008-04-04 12:32   좋아요 0 | URL
꺅 다락방님
우리는 취향이 50%만 비슷하잖아요

이건 비슷한 50%가 될까요 다른 50%가 될까요? 흐흣

가시장미 2008-04-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게요. 출근길은 언제나 분주하고, 치열하죠.
지하도에서 개찰구로 뛰어가는 무리들이 야생의 동물떼들을 연상시키곤해요. 아...
약육강식의 법칙은 야생의 이야기만은 아니죠.
오늘 아침부터 상태가 메롱해여..그래도 주저앉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죠ㅋㅋ

웽스북스 2008-04-04 12:34   좋아요 0 | URL
그죠, 매일아침 치열한 출근 지하철을 탈 때마다 늘 그렇죠
저도 5일중 3일은 뛰어가는 무리중 하나랍니다
제가 아침잠을 좀 편애하거든요 (밤잠에겐 좀 미안하지만 ㅋㅋ)

업무의 현장보다 더 치열한 출근길이라니
뭔가 문제이긴 문제에요
치열하지 못한 내가 문제인지 치열한 출근길이 문제인지

비로그인 2008-04-04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안 봐서 님께서 만든 문구인가 했어요.
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밤길이 명랑하다는건 어떤 의미일까요?

웽스북스 2008-04-05 01:21   좋아요 0 | URL
아 이건 좀 역설적인 의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옮겨놓은 저 부분이랑 어느정도는 일맥상통하는....

무스탕 2008-04-04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는 있는데 아직 안읽었어요.
솔직히 전 단편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이 단편집인지 모르고 샀다가 펼쳐보니 단편집이길래 손 놓고 아직이라지요..
근데 웬디양님께서 이렇게 질러주시니(?) 곧 볼것 같네요 ^^

웽스북스 2008-04-05 01:2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요즘에는 점점 호흡이 짧아서인지 저는 또 단편들이 읽기 편하더라고요

무스탕님은 저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보실 것 같아요
꼭 보세요!! ^_^

순오기 2008-04-04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일락 향기 진동하는~~~ 도 나오거든요.^^
그 라일락 향기가 우리집에서 진동할 때, 난 바람나고 싶었어요.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5 01:23   좋아요 0 | URL
아 라일락 향기...... 좋아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올 봄의 바람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줄까요? ^^

개인주의 2008-04-11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지금 구매신청하고 따지러 왔다는..;; 다 웬디양님 때문임

웽스북스 2008-04-11 23:28   좋아요 0 | URL
어라어라 또 어디서 따지시는 거에요? ㅋㅋ
정작 저는 빌려 읽었다는 거 아시면 쫌 억울해하시려나? 흐흐

누피님 주말 잘 보내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