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말할 것 같으면, 집착이 무서워 웬만한 게임 같은 건 시작도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알라딘 이벤트도 실은 한귀로 흘렸다. 엄훠, 나는 그 시간에 일해야 하는걸, 하면서. (진짜에요!) 그런데 알라딘 메인 페이지에서 우연히 (정말이에요!) 눈에 들어온 책, 들어온 순간, 너 가짜책이구나, 라는 느낌이 확~ 왔으니

으하하하 굽힘! 이라니, 님좀 짱인듯, ㅋㅋㅋ 게다가 작가이름 알레한드로 가와구치 ㅋㅋㅋ 정말 웃겼다.  

이 이벤트는 책을 찾는 재미도 재미지만, 책을 찾은 후에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일단 굉장했다. 흐흐흐. 특히 이 책은 리뷰가 정말 웃겼다는.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굽히라고만 한다. 이건 뭐 처음에는 날씨 얘기를 해도 결국 굽히라고 하고 또 음식 얘기하다가도 결국 굽히라고 한다. 1장, 2장... 시작하는 부분은 그런데로 좋다. 재미도 있고 구미도 당기게 하고...근데 좀 그런게 이론편이면 설명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3장에 굽힘과 굽신거림이 어떻게 다른가라고 해놓고 굽신거림이 뭔지 설명을 안한다. 그냥 굽힘은 굽히는 거라고만 하고 굽신거림은 개나 주라고 해놓고 넘어가는데...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슬렁슬렁 알라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가짜처럼 생긴 게 있으면 눌러보다가 이 상품을 발견했다.


이건 정말이지, 우산이 예쁘네, 하며 기프트샵에서 눌러봤다가 7단우산인 걸 보며 어리둥절하다가 발견한 제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제품은 아마 메인 화면에서는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 같다. 이 우산 소개의 하이라이트는 이 부분이다.

봄의 향기를 연상시키는 풋풋한 그린 컬러의 7단 우산. 원터치 버튼이 달려 있어 매우 편리하게 펼칠 수 있습 니다. (까지는 좋은데)
1단에서 7단까지 모두 펼쳐지는 데에 1분 13초가 걸리지만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넉넉한 크기를 자랑합 니다.


하하하 1단에서 7단까지 모두 펼쳐지는 데 1분 13초라니 ㅋㅋㅋ 뒷쪽에는 아토피인 우리 아이 파라솔도 필요없어요, 라는 부분도 있다.

문제는 2개까지 찾고나서 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는 거. 이제서야 또 나의 (이런데만 발동이 걸리는) 승부욕이 시작되는 바람에 ;;; 일단 편집팀 서재에 가서 과거에 진행했던 만우절 이벤트 상품들의 패턴을 좀 좀 보고 다시 찾기 시작했다. 대강의 패턴이 읽힌다. 아무래도 외서와 중고샵 쪽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첫번째 힌트가 외서나 중고샵 쪽에 있을 거라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봐도 중고샵에는 있을 수가 없다는 것. 중고샵은 일단 상품이 계속 바뀌고 수시로 등록되기 때문에 메인 페이지에 없으면 없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였다. 혹시 상품들 사이에 끼워두었나 싶기도 했다. DVD는 없다는 두번째 힌트를 보고, 그럼 중고샵이 DVD구나, 라는 요상한 확신을 가지고, 그 쪽을 뒤져보기도 했으나 ㅜ_ㅜ 결론은 시간 낭비. 으흙, 중고샵에서 버린 시간들만 생각하면 ㅜㅜ



이 상품은 그냥 넘어갈 뻔했다. 낫포세일, 설마 저런 적나라한 제목을 쓰지는 않았겠지, 했는데 근데 뭐길래 제목이 낫포세일일까 궁금한 마음이 들어 클릭을 해봤더니 가짜상품. 

사실 상품명이나 디자인같은 건 제일 재미 없었는데, 이 음반은 설명에 나오는 디테일이 정말 재미있다. ㅋㅋㅋㅋ

(군데군데 중간생략)

실제로 수록곡은 9곡 뿐이지만 낫 포 세일의 멤버 74명은 전원이 편곡, 작사가 명단에 어떻게든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D 1의 스타트를 끊는 것은 애쉬드 재즈풍으로 편곡한 '난 알아요'. 74명 중 메인보컬인 태풍(Typoon이 리드하고 백그라운드로 깔리는 은은한 73명의 허밍은 마치 낫 포 세일이 그룹이 아닌, 단 한 명의 가수인 것 같은 트릭을 제공한다

이음새와 발음이 난해한 부분은 전부 'LaLaLa'로 불러 노래방 애창곡 리스트에 오를 것이 확실해보인다.

전체적인 앨범 구성은 언뜻 보기에도 그렇고 계속 볼수록 치밀하다는 느낌이다. 텔미로 십대 팬을, 난 알아요로 이십대 팬을, 비너스로 삼십대 팬을, 왕벌의 비행으로 중장년층 클래식 팬을 포섭하려는 곡의 분배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울 만하다. 효과 면에서도 1집과는 차별화된 시도가 이루어졌다. 사운드미디에서 사용하는 흔한 에코(echo)가 아닌, 지리산 천왕봉 현지 에코를 100% 활용했다.

틈틈이 눈치보며 알라딘 페이지를 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패인을 찾은 나는 좀 더 전략적이 되기로 했다. 그러니까 6시가 지난 것이다. 그럼 엄연히 퇴근 시간 이후니까. 일단 오늘 좀 야근을 하더라도 나머지를 꼭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 (안그럼 집에가서 찾을테니)

일단 남은 세가지 상품 중 2가지가 책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스스로에게 유리했다. 하나는 국내, 하나는 외서, 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가 문제인데, 일단 DVD는 아니고 음반과 Gift는 찾았으니, 화장품 쪽을 좀 뒤져봐야겠다고 생각. 업무시간이 끝나니 굉장히 전략적 마인드가 되더라는 ㅋㅋ

일단 중고샵은 포기하고 외서를 뒤졌다. 실은 계속 눈에 걸리던 배너가 있었는데 클릭해보지는 않고 있었다, 그런데 어랏! 미아베네? ㅋㅋㅋㅋㅋㅋ


실은 클릭한 이후에도 이 책은 꽤 진지하다. 내용도 소개도. 그런데 리뷰가 '그랑죠의 시종'이다. 크하하하 그랑죠의 시종이라니. ㅋㅋㅋㅋ 로렌초님을 벤치마킹한거구나

그런데 우리 로렌초님을 벤치마킹하려고 했으면, 리뷰를 좀 더 길게 썼어야했다. 우리 로렌초님은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라도 늘 리뷰를 그보다는 길게 쓰는 분이거든. ㅎㅎㅎ (혹시 그조차도 힌트? ㅋㅋ)










그리고는 나머지 한권을 찾기 위해 좀 소홀히 했던 국내 도서 쪽을 보기로 했다. 이건 분명 밀고 있는 코너에 집어넣었을 거라는 확신으로 얼마 전 시작된 한정특가 코너를 뒤졌다. 그랬더니 이 상품이 보인다.


실은 그냥 넘어갔다가, 잠깐 위클리? 하면서 다시 찾은 상품. ㅋㅋㅋ 연말정산에 대한 위클리 무크지라니, 게다가 출판사 이름 대박 ㅋㅋㅋ

배송료와 수령 예상일은 또 이렇게 써 있다

배송료 : 제아무리 사들여도 유료  
수령예상일 : 지금 주문하면 잘하면 한 열흘 뒤에 떨어집니다

위클리가 열흘 뒤에 떨어지면 어쩌겠다는 말이오. 목차의 디테일까지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느낌. 특히 연말정산 받아쓰기는 대박이었다. ㅋㅋ

십원 한 푼 돌려받기 위해 수백만원 단위의 지출도 불사하는 '불사의 소비정신'
법조문이나 국세청 예규, 판례 등 또한 주 단위로 갱신하며 쉬운 소개 보다는 정확한 이해를 위해 단어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노하우가 돋보이는 주간지.
연말정산 서식의 작성요령을 1일 1회 연습할 수 있는 '정산서식 받아쓰기', 일자별 연말정산 대비 내역을 기록할 수 있는 '365 정산노트'가 365 페이지 분량의 별책 부록으로 매주 제공된다.

Part 2. 1주차 : 근로소득 암기하기
Day 1. '근로소득'의 '근로'란 무엇인가?
Day 2. '근로소득'의 '소득'이란 무엇인가?
Day 3. '근로소득'이 자신에게 있는지 확인하는 법
Day 4. 직장인인데 소득은 없다? 본인이 프리터인지 고민해 볼 것.
Day 5. 쉬어가기


그리고 좀 뒤지다 들른 화장품 몰, 메인에 롤링되는 너희들을 내가 모조리 봐주겠다, 라고 하는데 또 이녀석이 눈에 들어온 것이줴


이건 작년인가 재작년에 나왔다는 팬더아이마스라이너(?)와 비슷한 컨셉의 제품이라 금방 찾았다. 뭐야 컨셉이 너무 비슷하잖아, 라며 좀 시시하게 생각하긴 했으나, 이 역시 쓰여져 있는 말과 사진들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ㅋㅋㅋ










암튼 그래서 난 나머지 3개를 신기라도 들린 듯 굉장히 집중해서 1시간만에 찾았다. 그리고 야근모드 ㅜㅜ 보고서의 절반을 하고 집에 가는 게 목표였는데, 목표는 그대로였지만 나 또 합리화의 지점을 찾았으니, 처음에는 100장까지 중에서 50장까지를 하는 게 목표였다면, 나중에는 4챕터까지 중에서 2챕터까지만 하자, 라고 생각한 것이줴 ㅋㅋ (2챕터까지는 40장 가량 ㅋㅋㅋㅋ) 그래도 난 나름 보고서 절반을 쓰고 왔으니, 라며 기뻐해 주시고.

상품들을 모두 찾고 나니 거짓말처럼 일이 잘된다. 으하하하. 역시 뭔가 걸려 있으면 안된다니까. 휴가라도 내야 할까 고민하던 조선인님이 마구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대학교 2학년 때였나, 심심해서 학보사 선후배들을 대상으로 오피스에 보물을 숨겨놓았던 적이 있었다. 찾아서 가져오면 선물을 드려요. 그 때 찾는 사람의 기쁨도 기쁨이었겠지만, 그 보물을 숨기며 기대하고 즐거워하는 나의 기쁨도 매우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보물을 찾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애들이 별로 안즐거워했던 것 같기도 하다 -_-)

알라딘 만우절 가짜책들을 찾으면서 찾는 재미도 찾는 재미지만, 이 상품을 만들면서 분명 즐거워했을 누군가를 상상하고, 심어놓은 비장의 유머코드들을 발견하며 크득크득거릴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그 때 고심해서 숨겼던 보물들을 우리 학보사 사람들은 다 찾지 못했었지만 나는 보물을 숨기는 마음을 읽으려 노력하고, 다 찾았다. 하하하. 좀뿌듯. ㅋㅋㅋ 내년 만우절에는 정말 휴가라도 내야되는거 아닌가 몰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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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엄마 2008-04-03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이거 공지떴을 때 해보고 싶다, 마음먹었다가도
아이고 요즘 일에 치여서.... 막 이런 마음으로 아쉽게 제껴두었는데


언니
멋져요!!!

웽스북스 2008-04-03 09:58   좋아요 0 | URL
아아 요즘은 어디가 괴롭히는거야 엉?
내년에는 함께 도전해보쟈우!

turnleft 2008-04-0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쓰는데도 시간이 만만찮게 들었을 것 같다는..;;
대단하심 -_-

웽스북스 2008-04-03 09:58   좋아요 0 | URL
찾는 노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지요 ㅋㅋㅋ
페이퍼쓰는건 즐거웠어요 ^_^

순오기 2008-04-03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웬디양이 일등한거에요?
아~ 이건 알라딘편집팀 서재를 가야 알 수 있나? 뒷북~ ^^

웽스북스 2008-04-03 09:59   좋아요 0 | URL
아 아니에요
다른 분들 중에도 다 찾은 분들 많으실 거에요
그냥 전 재밌었다고 후기를 남긴 거지요 ㅋㅋ

순오기 2008-04-03 10:32   좋아요 0 | URL
중고샵 이용후기도 당첨됐던데요.ㅎㅎ 축하합니다!

웽스북스 2008-04-03 13:11   좋아요 0 | URL
아이쿠!ㅋㅋ 그건 예전에 이미 받아서 홀랑홀랑 다 써버렸어요 ㅋㅋㅋ

마노아 2008-04-03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님 예리한 분석력에 감탄이에요! 전 굽힘 하나 찾았답니다..;;;;;

웽스북스 2008-04-03 10:02   좋아요 0 | URL
아 굽힘도 정말 재밌었어요 ㅋㅋㅋ
집착이 강하면 분석력이 막 발동되구 그러나봐요

(그런데 보이지않는 발구르기도 많았어요 ㅜㅜ)

2008-04-03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3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04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8-04-0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굽힘하고 페스탈로치인가 그 책 두 권 찾고 뻥 - 나가 떨어졌어요.. =.=

웽스북스 2008-04-03 10:05   좋아요 0 | URL
흐흐 페스탈로치 어려웠던 것 같은데,
잘찾으셨네요 무스탕님 흐흐흐

다락방 2008-04-0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할 생각도 안했었는데 웬디양님 페이퍼 보니까 완전 재밌어요. 하하. 저도 내년엔 함 해볼까요?

웽스북스 2008-04-03 10: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네 다락방님 내년에 함께해요!!!! ^_^
이랬는데 알라딘 막 이벤트 바꾸고 ㅋㅋㅋ

마늘빵 2008-04-03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걸 어떻게 찾아요.

웽스북스 2008-04-03 10:05   좋아요 0 | URL
제가 쫌 ㅎㅎㅎ (재수없다 ㅋㅋㅋㅋㅋ)
시간과 노력만 들이면 돼요
거기에 살짝의 집착정신

L.SHIN 2008-04-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웬디 수사관!! 자랑스럽군요.(웃음)

웽스북스 2008-04-03 18:17   좋아요 0 | URL
에쓰님이 자랑스러워해주시니 매우 뿌듯하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