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홀리한(?) 환경 가운데 살고 있는 친구 K는
5시반 땡퇴근하여 함께 사는 후배들에게 신실한 선배로서의 모범을 보이며 살고 있는데,
가끔 흘러나오는 방랑벽을 주체 못할 때면 나를 만난다
자신이 이렇게 살다 보니, 가끔 맥주에 치킨 한잔 하고 싶을 때면
만날 사람이 없다는 거다.
나 또 울컥.
K가 누구냐. 내가 대학 4학년 때 처음 맥주와 치킨을 함께 먹었을 때,
함께 있던 친구가 아니더냐.
그러니, 나를 만나면 이런저런 얘기들,
그간 쌓여온 이야기들을 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니,
자연히 귀가가 늦어지게 되는데,
급기야 지난 월요일에는 와인을 반병 가까이 마시고 들어간지라
방 후배들이 조금 걱정을 했었나보다
목요일, 다시 나를 만날 때, 후배들이
"언니, 또 그 언니 만나러 가요? 오늘은 일찍 들어오세요"
라고 말했단다.
어느 순간 나를 만나면 늦게 들어온다,가 기정사실화되어
마치 내가 순진한 K언니를 꼬드겨서 늦게 들어가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
나를 만난다면 후배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한단다.
아, 충격. 두둥.
내가 타락의 표상이 되어 있다니.
후배들이 외박을 해도, 내가 전화해서 한마디 해주면 안심했으면 안심했지,
나 한 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이라구!!! 라며
나는 절규했었다.
어찌나 충격적이던지.
하지만 그날 K는 새벽 2시에 들어갔다. ㅎㅎ
담번에 나 만난다고 하면 후배들 안내보내주는 건 아닌가몰라.
그리고 어제 웬이상은 모임에서 '이'가 9일 연속 하루만 빼놓고 음주모드라기에
나도 지난 한주를 되돌아보니
금/토 빼고/일/월/화/수/목/금/토 빼고/일
매/토 빼고/와/와/소/맥/매/맥/토 빼고/산
오왕, 이틀 빼고 10일 연속이다. 것두 종류별로.
물론 내가 술 마시는 속도가 엄청 느리긴 하다.
소주 한잔을 스무 번에 나눠 마시긴 하지만. ㅎㅎㅎ
(남들은 내가 뭔가 끊임없이 마시고 있고, 잔에서 손을 떼지 않으며,
계속 짠짠짠을 외치기 때문에, 엄청 강한 줄 알고 있긴 하다 ㅋㅋㅋ)
심지어 어제는 술병 들고 사진도 찍었다.
일단 저 연속 음주에 쉼포를 찍는 의미랄까. (지금 붙인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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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주... 맛있더라. ㅎㅎㅎ
복분자주 끝나고 산사춘 두병을 마시는 동안 내 잔에는 계속 복분자주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의 술버릇을 이실직고했으나,
역시나, 아무도 크게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뭐, 그런 거 아니겠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