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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T 신임 발행인의 어이없는 독자 댓글 삭제 크리 발휘에 매우 심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전 편집장의 마지막 인사 역시 썩 보기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쨌든 감정이 뚝뚝 묻어나 있었던 게 마구 느껴지니까.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질 새 매거진T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인 거다. 새 매거진 주소를 그렇게 알리지 않았더라도 더 지혜롭게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했을 것이다.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됐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편애하는 인간이니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운 매체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이유도 없다. 매거진T에서 해임된(?) 10명의 기자가 새롭게 만들어나갈 텐매거진의 앞날에 축복 숑숑 날리는 바이다. 아직은 아무도 입주 안한 아파트의 썰렁한 상가건물 같지만. http://www.10-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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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코트를 벗는 순간, '미쳤어!' 라는 말을 여러번 들었다. 코트 안에 얇은 반팔을 입었거든. 12월도 안됐는데 코트를 꺼내 입은 건 나로선 11월에 대한 예의가 아니긴 한데, 요놈의 날씨가 먼저 신의를 저버렸기 때문에 코트를 꺼내긴 했으나 안에 차마 두꺼운 옷은 못입었다. 그래서 춥긴 했지만... 사실 하루 중 추운 곳보다 더운 곳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관계로, 안에는 가급적 얇게 입는 편이다. 그리고 오후 4시쯤, 나의 이런 선택이 탁월했음을, 더운 사무실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실감했다. 하지만 저녁에 만난 사람들은, 코트는 기본, 내복에 모자에 장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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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 수록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건 좋지만, 이해가 오만으로 가는 또다른 길의 문을 열어서는 안된다는 경계주의보를 늘 스스로에게 내린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넓어졌다는 게 완벽해졌다는 걸 얘기하는 건 아니기도 하거니와, 그건 평생 가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평생 오만할 권리 같은 건 갖지 못하게 될거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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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시한 번 커피는 첫모금이 제일 맛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고보니 와인이나 차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커피는 첫모금이 50% 이상인 것 같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혼자 막 분석하기로는 후각은 오감 중에서 가장 적응을 잘 하는 감각이니까, 첫모금 한번에 느껴지는 향기를 그 이후로는 잘 못느끼게 되서 맛의 감도가 덜한게 아닐까? (맛은 향기가 많이 좌우하는데, 특히 커피는 더욱 그러하니. ㅎㅎ) 라는, 나 자신만 겨우 설득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세워본다. 돌이켜보면 늘 그랬다. 두번째 모금은 첫 한모금의 감동을 못따라왔다. 후각 복구 주기를 알아본후 이를테면 그게 한시간 정도라면... 한시간에 한모금씩 마시는 건 어떨까. 나는 식은 커피도 잘 마시는데. ㅎㅎ (식은 커피는 어차피 향기가 많이 날아갔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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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아직 깨있는 건 11시에 마신, 그 커피의 영향이라는 거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