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가 나눈 대화는 대체로 의미심장하고 진지한 것들이었으나, 가장 강한 잔상은 대화 내내 그가 자주 보여주었던 '냉소로 쪼개지지 않는 1백%의 웃음이었다'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85%만큼만 웃었다. 모든 상황에서 15% 정도의 판단은 유보해놓으려는 실존적 고집이었다. 혹시라도 파안대소를 하게 되면 바로 입꼬리를 일그러뜨려 표정을 수습하는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언제나 날선 비판력만이 자아를 지켜준다고 믿는 이 나라 사람들의 '겉멋'인듯하다. 일곱살만 되면 아이들도 15%의 냉소를 머금은 예의 그 프랑스적인 웃음을 입가에 달고 있다.

<목수정 -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p30>
 
   


가만가만 나의 웃음을 되짚어본다.
나의 웃음은 몇퍼센트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웃음이었는지를. 

혹시 나도 모르게, 웃음 뒤의 일들을 계산하는,
냉소로 쪼개지는 비겁한 미소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100%의 웃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9-01-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가 바뀌며 웬디양님 페이퍼가 형이상학적이 되부렸어요...^^

코코죠 2009-01-23 21:38   좋아요 0 | URL
그건 바로 그녀가 나이를 먹었단 증거라고 봅시다요!(악마의 웃음)

반가워요, 웬디양, 삼십대 동지여! 으화화화-(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웽스북스 2009-01-24 11:05   좋아요 0 | URL
메피님 / 설마요. 전 그런 글을 쓰고 싶어도 못쓰는걸요. ㅎㅎ
오즈마님 / 어이쿠나. (아직 음력설 안지냈어요. ㅋㅋ 올해부터 음력설만 인정해줄 생각이에요. ㅋㅋ)

프레이야 2009-01-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가만 생각해볼 수 있는 구절들이 많더군요.
저 구절도 그래요. 100%의 웃음, 그렇게 웃고 사는지
저도 돌아보게 됩니당,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9-01-24 11:06   좋아요 0 | URL
혜경님도 보셨군요. 저도 여러모로 가만가만 생각해볼 구절이 많아 즐겁게 읽고 있답니다. 혜경님은 제가 보기에 95%는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ㅎㅎ

치니 2009-01-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찜 해두었었는데, 얼마전 케이블 티비에서 이 여자가 사는 법을 2부작으로 보여주는 바람에, 관심이 사그라들어버렸어요. 글을 먼저 만났드라면 분명 좋아했을 사람인데, 티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뭐랄까 제 타입은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웬디양님이 좋다고 하면 볼 건데, ㅎㅎ 어때요?

웽스북스 2009-01-24 11:07   좋아요 0 | URL
아. 사실은 이 덧글을 보고 고민이 되서 니나에게 치니님이 이 책을 좋아하실까? 라고 슬쩍 물어보며 요 덧글을 보게 했는데요, 니나도 실제 모습보다는 글로 만나는 모습이 더 좋았다고는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그녀가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여러 문장이나 나름의 도발들에 꽤 반응하며 즐겁게 읽고 있어요. 이건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도 모르겠고. 암튼 전 좋은데, 치니님께는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 역시나 선택은 치니님께 맡길래요. ㅋㅋ

레와 2009-01-2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구절 밑줄 그어놓았는데..^^;

웽스북스 2009-01-24 11:07   좋아요 0 | URL
어, 레와님, 찌찌뽕이에요. 크크.

L.SHIN 2009-01-24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요즘 들어 거짓 웃음이란걸 배우고 있습니다. ㅡ.,ㅡ

웽스북스 2009-01-24 11:08   좋아요 0 | URL
으. 이른바, 자동미소같은 것 말입니까? ㅋㅋㅋ

니나 2009-01-2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력설이 다가오네, 지나면 우린 꾸루룩 꾸룩 뿅뿅?! ㅋㅋㅋ

웽스북스 2009-01-24 16:29   좋아요 0 | URL
음력 지나면 만나이라고 쓰려고했는데
이거 너무 구차하다.

그냥 꾸루룩 꾸룩 뿅뿅 해야겠다.
 

후손들에게

베르톨트브레히트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없는 이마는
무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웃는 사람은
끔찍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을 따름이다.
나무에 관한 이야기가 곧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한 침묵을 내포하므로
거의 범죄나 다름없으니,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저기 천천히 길을 건너가는 사람은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이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물론, 나는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믿어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살아남은 것이다. (나의 행운이 다하면, 나도 그만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먹고 마셔라. 네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물이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느냐.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는 무엇이 현명한 것인지 씌어져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들지 말고 덧없는 세월을
두려움 없이 보내고
또한 폭력없이 지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자기의 소망을 충족시키려하지 말고 망각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을 나는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2

굶주림이 휩쓸고 있던
혼돈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폭동의 시대에 사람들 사이로 와서
그들과 함께 나는 분노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눕고
되는대로 사랑을 하고
참을성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의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가게 되어 있었다.
언어는 살륙자에게 나를 드러나게 하였다.
나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더욱 편안하게 살았고, 그러기를 나도 바랬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너무 약했다. 목표는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비록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보였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3

우리가 잠겨 버린 밀물들로부터
떠올라오게 될 너희들은
우리의 허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생각해다오.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계급의 전쟁을 뚫고 우리는 살아오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했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친절하지 못했단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정도까지 되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다오. 

 

 

댓글(3) 먼댓글(1)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칠장이 히틀러의 노래
    from 내가되는꿈 2011-11-22 23:52 
    칠장이 히틀러의 노래 - 베르톨트 브레히트1칠장이 히틀러는말했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에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그리고 그는 갓 만든 회반죽을 한 통 가져와독일 집을 새로 칠했다네.모든 독일 집을 온통 새로 칠했다네2칠장이 히틀러는말했네. 이 신축가옥은 곧 완공됩니다!그리고 구멍난 곳과 갈라진 곳과 빠개진 곳들모든 곳을 모조리 발라 버렸다네모든 똥덩이를 온통 발라 버렸다네3오 칠장이 히틀러여왜 자네는 벽돌장이가 되지 못했나? 자네의 집은회칠이 비를
 
 
순오기 2009-01-21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는군요.

웽스북스 2009-01-24 11: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간만에 생각나더라고요.

2009-01-21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펄드림

포비와 딩언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신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고 있는 동생이 있다면 어떨까. 세간의 평가에 따른다면,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겠지만, 영화속 오빠, 애쉬몰은 동생의 보이지 않는 그 세계를 인정하고, 함께 그 아픔에 동참함으로 동생을 치유해낸다. 캘리엔(동생)의 상상 속에 살고 있던 포비와 딩언의 장례식을 치르던 날, 결국 마을엔 다시 평화가 찾아오니 그들이 평화주의자였는 켈리엔의 말은 틀리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사실 스토리라인만 따지자면 뻔하디 뻔한 스토리. 그렇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이야기는 그리 가볍지는 않다. 보이지 않는 것, 설령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확실한 것이라 해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일의 놀라운 힘.

실존하지 않는 존재이긴 하나, 켈리엔은 그들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야했으니, 장례식이라는 절차는 매우 온당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함께 해준 수많은 사람들. 상상 속 존재의 장례식이라는 매우 비이성적인 행위에 동참한 그들이 보여준 것은 사랑이고, 화해였다. 여기서 우리는 화요일마다 함께해 주시던 모리 아저씨의 말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
 


평화주의자 포비와, 아주 예쁜 딩언!


금발의 초원

(이건 쫌 스포일러)

어느 날 눈을 떴는데, 내 친구들이 모두 죽었다면? 친구라고 나를 찾아온 녀석은 호호할아버지가 됐고, 그 할아버지 옆에 있는 이쁘장한 할머니가, 지금 내가 사랑하는 그녀, 마돈나라고? 그러니까 나는 여기 그대로 있는데, 나는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그 어떤 곳에서 나의 미래를 만나고 있다. 그것도 내가 원하지 않는 미래를. 어떤 기분이 들까?

이누도잇신 감독은 치매 이야기마저 노인의 시선으로, 혹은 노인들의 문제로 풀어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여기, 내가,어느 날 갑자기 저런 당혹스러움을 맞이한다면 어떤 느낌일까,를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 현실감을 위해서인지, 감독은 남자 배우, 그러니까 팔십이 넘은 호호할아버지 역에 과감히 젊은 배우를 기용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스무살의 할아버지를 만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저 스무살의 할아버지는 서른살의 내가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그것을 나의 미래가 아닌, 나의 현재로 가정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영화속 주인공은 자신의 현실을 결국 받아들이지 못한다. 스무살의 나는 꿈이고, 여든살의 내가 현실인데, 꿈속의 스무살 내가 여든살 현실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 죽음을 택한다. 지붕에서 떨어지면서 이게 꿈이면 살겠고, 현실이면 죽겠지,라고 이야기한다는 건, 자신은 여든살의 자신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의 몸이 아닌 마음의 자아인 스무살 자신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이 꿈이고, 또 무엇이 현실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09-01-1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지금 씨네큐브에서 『버터플라이』상영중인데요, 으윽, 여자주인공인 아이, 완전 예뻐요. 눈동자가 예술이에요. 솔직히 난, 『오펄드림』도 괜찮았지만 『버터플라이』 이게 조금 더 좋았어요. ㅎㅎ

웽스북스 2009-01-20 01:01   좋아요 0 | URL
오홋 정말요? 다락방님 추천작이라면 일단 저는 무조건 찜이잖아요 ㅋㅋ

프레이야 2009-01-20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발의 초원, 보고싶네요. ^^
사랑이야말로 유일하게 이성적인 행동이다..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를 한마디로 말한 것 같은 문장이에요.

웽스북스 2009-01-21 01:23   좋아요 0 | URL
하하 모리선생님은 보통보다는 좀 더 뜨겁게 말했을 것 같아요.
금발의 초원 보세요 혜경님 ^_^
 



1

결혼이라는 게 하고 나면 참 아쉬움이 남는지, 주변에 너 결혼 준비할 땐 내가 다 도와줄게 라고 하는 사람이 벌써 3명째구나. 정말 미덥지 못한 C까지 자기가 다 해주겠다고 조언하고 나섰다. 오래 살고 볼일이다. ㅋㅋㅋ (마음은 알겠지만, 됐거든? ㅋㅋ) 
 
다음에 할 땐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고 한다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다음에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ㅋㅋ

2   
 
혈액형 신봉자는 아니지만, (나는야 에니어그램 신봉자 ㅋㅋ 이건 마치 혈액형 안믿어요, 아무쪼록 별자리가 최고죠. 하는 것 같긴 하지만. ㅋ 에니어그램은 정말 훌륭하다 ㅋ) 오늘 있었던 일.

오늘 과장님이 A형 자기 설명서? 뭐 이런 책을 보시면서 으으 이거 완전 나야, 라고 괴로워하시는 거다. 그리하여 나는 AB형 페이지를 찾아갔다가 허를 찌르는 세마디에 그만 함께 괴로워하고 있었다

열지 않는 마음 --> 잃어버린 열쇠로만 열 수 있음
자동 미소
바닥에서 살짝 떨어진 발

아, 나도 이제 땅바닥에 발 붙이고 살아야지, 마음을 활짝 열고 질퍽하게 살아야지, 과잉 친절은 그만해야지, 라고 하는 결심들이 이렇게 한번에 후두두두 특징으로 쏟아지니 기절하겠는 거지. (게다가 그 마음은 잃어버린 열쇠로만 열 수 있다니, 이런 잔인한 확인사살이 또 어딨겠는가) 열지 않는 마음이 자동미소를 부른다는 사실은 자동미소를 가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저 책의 구매버튼을 누르고 싶은 맘을 꾹 눌렀다...그...그래도...서른살에 AB형 자기설명서는 오버야 오버....ㅋㅋ

3

연말정산 마감이 내일이라 이것저것 뽑는데, 윽, 카드 사용 내역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이건 확인사살도 이런 확인사살이 없구나. 2009년에는 부디 근검절약 합시다. (이런 새마을시대스러운 표어라니) 세르반테스 아저씨가 말했지. 현실은 진실의 적이라고. 그리고 나는 말하지. 가오는 근검절약의 적이라고. ㅋㅋㅋㅋ 카드값, 반으로 줄일 수 있을까? (응? 현금을 쓰자고? -_- ㅋ) 그래도 쓴 건 생각 안하고, 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신났다. ㅋㅋ

4

평일에 일찍 집에 오게 되면 어쩐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오늘처럼 애매한 야근은 결국 나를 집으로 향할 수 밖에 없게 한다 ㅋㅋ) 주말엔 왠지 주말에 되면 파워럽~ 되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은, 어쩐지, 설 연휴가 되면 나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얘기다. 아. 설날이여 어서 오라. 설날이여 오라.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01-2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설날을 기다리는 웬디양은 어린이야~~~ ㅋㅋ
설빔과 세뱃돈~~~~ 아직도 유효한가요?

웽스북스 2009-01-20 01:01   좋아요 0 | URL
설빔과 세뱃돈 때문에 기다리면 어린이
휴가 때문에 기다리면 어른 -_-

전 완연한 어른나라 웬디양입니다 ㅋㅋ

바람돌이 2009-01-20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라디오에서 명절에 가장 없어졌으면 하는게 뭐예요 하는 설문에 아예 명절자체라고 얘기한 여자들이 제일 많았다는 말을 들으며 완전 나야 나 하며 웃었어요. 그럼으로 설날 기다리는 웬디양님 미워요.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1-20 09:03   좋아요 0 | URL
아하하 싱글들이라 그렇겠죠?
저도 금요일에 연차내놔서 연휴가 기다려져요~~
올해는 돈이 없어서 매년가던 여행은 못가지만서도 ㅠ.ㅠ

웽스북스 2009-01-21 01:24   좋아요 0 | URL
오늘 외부업체랑 식사를 하는데 업체 과장님이 애기 낳은지 얼마 안된 주부셔서 막 얘기를 하다가, 바람돌이님이 남겨준 설문 얘기를 하니까 급 동의하더라고요. 싱글이라 그런 게 맞는 것 같아요. 휘모리님. 여행은 못가도 휴식은 있으니까, 우리 즐겁게 보내요. (아, 바람돌이님 죄송해요, ㅠ)

도넛공주 2009-01-2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세뱃돈 수금이 안될 것 같아요......나이 먹고 아쉬운 점 그거 딱 하나네요.

웽스북스 2009-01-21 01:24   좋아요 0 | URL
정말 딱 그거 하나? 아, 역시 긍정 공주님. ㅋㅋ

순오기 2009-01-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아이들도 세뱃돈 수금이 별로 안 좋을 듯...ㅜㅜ
20년이 넘게 설거지하는 나를 보고 큰집 조카 하는 말, 빨리 오빠가 장가들어야겠다고...
여자들 스스로 여자를 설거지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거, 슬픈 현실이잖아요.ㅜㅜ

웽스북스 2009-01-24 11: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경기가 워낙 어려워서.

그나저나 정말 슬픈 현실이네요. 우리 속에, 우리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는 인식들.
 

   
 

"이젠 준비가 좀 됐나요?"
전화통화를 하던 어느 날 그가 물었다. 피아노 연주를 말하는 것이다.
"글쎄요. 비토씨 앞에서 직접 연주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전화로 연주를 하려니 부담스러운데요. 연주회에 한번 오시는 게 어때요? 제일 좋은 자리를 비워둘게요"
"아니에요. 내게 제일 좋은 자리는 바로 여깁니다. 난 가끔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내 연주를 들려주기도 한답니다. 정말 친한 친구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나도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있을까요?"

(중략)

깊이 잠들어 있을 때 그에게 전화가 왔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연주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들을 수 있겠어요?"

나는 잠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친한 친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멀리서, 정말 먼 곳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집이 얼마나 넓은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들릴 듯 말듯한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애쓰다보니 어느새 잠은 달아났고, 나는 귀를 전화기에 바싹 붙이고 그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의 악보 곳곳에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인 것처럼'이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작고 가냘픈 소리들이 전화기를 통해 내게로 넘어왔다. 그것은 음악이라기보다 단절된 소리들의 연속이었다. (중략) 허공에 모인 음표들은 오선지 위에서 제자리를 찾았고, 곧 음표들은 음악으로 바뀌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 장면을 떠올렸다. 눈을 감았더니 정말 음표들이 보이는 듯했다

 

 

 


오늘 피아노를 치면서, 이 소설이 떠올라 
나는 괜히 막 신났다.

올해는 아무래도 이걸 해봐야겠다. 전화 연주회.

불현듯 친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연주회를 해줄까,
아니면 시간을 예약받아서 연주해줄까.

한곡 한곡 마스터할 때마다 전화를 해볼까,
아님 연말에 몰아서 (그래봐야 두세곡쯤? ㅋㅋ)
한꺼번에 해볼까. ㅋ

그런데 사람들이 특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친구가 된 어쩔 수 없는 숙명-_-이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어쨌든 나는 저만큼의 실력은 갖출 수 없을테니.

하하, 학예회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협박한 다음에 막 들려줘?

암튼, 즐거운 피아노 연습에 윤기를 더하기 ^_^
어쨌든 나름의 목표가 생겼으니... 
고마워요 김중혁님. ㅎㅎ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L.SHIN 2009-01-18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참 이쁘군요.^^
'전화 연주회'라고 해서 요즘 흔히들 하는, 핸드폰 버튼 누르는 소리의 디지털 아카펠라
이야기인줄 알알았습니다.
소설 속 배경은 핸드폰이 나오기 전인가봐요. '도대체 집이 얼마나 넓은가' 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저도 웬디님 연주를 신청하면 들려주실건가요? (웃음)
전, [로미오와 줄리엣] 그 오리지날 연주곡을 듣고 싶어요 (^O^)/

웽스북스 2009-01-18 13:2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디지털 아카펠라. 역시 엘신님 상상력 ㅋㅋ

그런데 엘신님 놓치고 계신 부분이 있어요
곡 선정은 제가 합니다. 칠줄 아는 게 한개밖에 없어서요 ㅋㅋㅋㅋㅋㅋ
그러니 특권이 아닌 숙명이 될까 겁이 나는 것이지요

L.SHIN 2009-01-19 06:18   좋아요 0 | URL
오잉. 신청이 안되다니..=_= 헤엥~
그렇다면, 이건 될까요?
혹시 저를 재우고 싶다면 느린 곡보다 빠른 곡이 좋구요.
반대로 저를 불면에 시달리게 하고 싶다면 남들이 모두 '평화롭고 잠 오는'
그런 곡을 연주하시면 됩니다.
네? 뭐라구요? 거꾸로라구요? 그러게요, 저는 그래요.ㅋㅋ

웽스북스 2009-01-19 20:23   좋아요 0 | URL
아 엘신님은 역시 외계의 법칙을 그대로. ㅎㅎ
하지만 저는 그 두가지 다 칠줄 모른답니다. ㅋㅋ
그냥 오로지 한곡만
(그것도 아직 완벽하게는 못치는, 아 슬프다 ㅋ)

가시장미 2009-01-1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피아노!
나도 어릴적에 제대로 못 배워본 것 중 하나가 피아노인데..
이제는 용기가 없어서 못 할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의 현란의 손가락 움직임을 부러워하는..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레슨을 받을 생각을 하면 막... 얼굴이 빨개져요. 크크
어른만 다니는 학원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혹시 그런 곳도 있나요? ^^

웽스북스 2009-01-19 20:24   좋아요 0 | URL
가시장미님. 희망이 좀 크면 손붙잡고 같이 다니는 건 어때요?
그리고 요즘에는 성인들 가르쳐주는 데도 있을 거에요.

음악을 연주한다는 게 정말 삶의 기쁨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장미님, 도전해보세요!

메르헨 2009-01-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피아노............
전 근데 말이죠. 이 글 보면서 말이죠...
내 남자친구가 피아노 치면서 노래해 주면 좋겠다...그런 생각이 드네요.하핫하핫...
(신랑이 남자친구일 때 말입니다요.ㅋㅋㅋ)
피아노...다시 배우고 싶어요!!!

웽스북스 2009-01-19 20:25   좋아요 0 | URL
메르헨님은 정말 일편단심 민들레인가봐요. 남자친구 상상도 신랑으로 하시고. 으흐흐. 신랑이 피아노 칠 줄 아시면 한번 부탁해보세요. ㅋㅋㅋ 안되면 일단 가르치기부터? ㅋㅋ

깐따삐야 2009-01-1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연주회라니. 웬디양님, 별밤 뽐내기 대회 다시 나가는 기분이겠다! 넘 멋져요. 저도 한곡 부탁드려도 되겠어요? ^^

웽스북스 2009-01-19 20:26   좋아요 0 | URL
크크 깐따삐야님. 저는 뽐내기 아니구 퀴즈퀴즈 나갔었는데 ㅋㅋ
그러고보니 전화로 하는 연주의 원조는 뽐내기였군요 ㅋㅋㅋ

깐따삐야님 접수요! 근데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음. 하반기?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09-01-19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우리 해아 연주 들려드릴게요. 이제 피아노 배운지 일주일 돼서 도레도레~~~ 하고 있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황홀한지 몰라요. ㅋㅋ 3=3=3===

웽스북스 2009-01-19 20:27   좋아요 0 | URL
오홋. 바람돌이님. 그 유명한 바이엘 상권의 1번 도레도레도레도레도 를 치는군요. ㅋㅋㅋ 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해서

배꼽 앞에 열쇠구멍 맞추고, 자. 도레도레도레도레도, 둘셋넷 띄고! 라고 외치던 에벤에셀 피아노학원 선생님이 아직도 생각나요. 선생님 얼굴은 생각 안나지만요. ㅎㅎ

전화번호는, 일단 학교종이라도 좀 치게되면 그때 ㅋㅋㅋ

세실 2009-01-19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어머 웬디양님 제 전화번호 알려드릴께요. 와 상상만으로도 멋져요~~

웽스북스 2009-01-21 01:25   좋아요 0 | URL
세실님 좀만 더 기다려주세요. 오늘도 연습하는데 버벅 버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