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가 나눈 대화는 대체로 의미심장하고 진지한 것들이었으나, 가장 강한 잔상은 대화 내내 그가 자주 보여주었던 '냉소로 쪼개지지 않는 1백%의 웃음이었다'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85%만큼만 웃었다. 모든 상황에서 15% 정도의 판단은 유보해놓으려는 실존적 고집이었다. 혹시라도 파안대소를 하게 되면 바로 입꼬리를 일그러뜨려 표정을 수습하는 프랑스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언제나 날선 비판력만이 자아를 지켜준다고 믿는 이 나라 사람들의 '겉멋'인듯하다. 일곱살만 되면 아이들도 15%의 냉소를 머금은 예의 그 프랑스적인 웃음을 입가에 달고 있다.

<목수정 -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p30>
 
   


가만가만 나의 웃음을 되짚어본다.
나의 웃음은 몇퍼센트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웃음이었는지를. 

혹시 나도 모르게, 웃음 뒤의 일들을 계산하는,
냉소로 쪼개지는 비겁한 미소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100%의 웃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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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1-2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가 바뀌며 웬디양님 페이퍼가 형이상학적이 되부렸어요...^^

코코죠 2009-01-23 21:38   좋아요 0 | URL
그건 바로 그녀가 나이를 먹었단 증거라고 봅시다요!(악마의 웃음)

반가워요, 웬디양, 삼십대 동지여! 으화화화-(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웽스북스 2009-01-24 11:05   좋아요 0 | URL
메피님 / 설마요. 전 그런 글을 쓰고 싶어도 못쓰는걸요. ㅎㅎ
오즈마님 / 어이쿠나. (아직 음력설 안지냈어요. ㅋㅋ 올해부터 음력설만 인정해줄 생각이에요. ㅋㅋ)

프레이야 2009-01-2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가만 생각해볼 수 있는 구절들이 많더군요.
저 구절도 그래요. 100%의 웃음, 그렇게 웃고 사는지
저도 돌아보게 됩니당, 웬디양님^^

웽스북스 2009-01-24 11:06   좋아요 0 | URL
혜경님도 보셨군요. 저도 여러모로 가만가만 생각해볼 구절이 많아 즐겁게 읽고 있답니다. 혜경님은 제가 보기에 95%는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ㅎㅎ

치니 2009-01-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찜 해두었었는데, 얼마전 케이블 티비에서 이 여자가 사는 법을 2부작으로 보여주는 바람에, 관심이 사그라들어버렸어요. 글을 먼저 만났드라면 분명 좋아했을 사람인데, 티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뭐랄까 제 타입은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웬디양님이 좋다고 하면 볼 건데, ㅎㅎ 어때요?

웽스북스 2009-01-24 11:07   좋아요 0 | URL
아. 사실은 이 덧글을 보고 고민이 되서 니나에게 치니님이 이 책을 좋아하실까? 라고 슬쩍 물어보며 요 덧글을 보게 했는데요, 니나도 실제 모습보다는 글로 만나는 모습이 더 좋았다고는 얘기하더라고요. 저는 그녀가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여러 문장이나 나름의 도발들에 꽤 반응하며 즐겁게 읽고 있어요. 이건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건지도 모르겠고. 암튼 전 좋은데, 치니님께는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 역시나 선택은 치니님께 맡길래요. ㅋㅋ

레와 2009-01-2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구절 밑줄 그어놓았는데..^^;

웽스북스 2009-01-24 11:07   좋아요 0 | URL
어, 레와님, 찌찌뽕이에요. 크크.

L.SHIN 2009-01-24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요즘 들어 거짓 웃음이란걸 배우고 있습니다. ㅡ.,ㅡ

웽스북스 2009-01-24 11:08   좋아요 0 | URL
으. 이른바, 자동미소같은 것 말입니까? ㅋㅋㅋ

니나 2009-01-24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력설이 다가오네, 지나면 우린 꾸루룩 꾸룩 뿅뿅?! ㅋㅋㅋ

웽스북스 2009-01-24 16:29   좋아요 0 | URL
음력 지나면 만나이라고 쓰려고했는데
이거 너무 구차하다.

그냥 꾸루룩 꾸룩 뿅뿅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