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불륜의 사회학 :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가족까지 살림지식총서 167
황혜진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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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흥미로운 소재와 주제이다.
섹스, 욕망, 결혼에 대해 황혜진은 엄숙하게 말하지 않는다.
까놓고 사실을 말한다.

'가정은 다만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외형만 유지한채 표류하고 있다' 과연
'그 또는 그녀들이 자유로운 성 또는 그와 관련된 행위를 통해 찾는 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

불륜을 사회적으로 해석하려는, 그 흥미로운 주제를 놓치지 않은 그녀를 일단 격려하고 싶다.

읽다보니 심지어 그녀는 재치있게 글을 잘쓴다.
우회하거나 이쁘게 포장하지 않고 직설화법으로 쿨하게 진실을 까발리는 발랄함이 있다.
적당한 접시에 영화를 한편씩 올려놓고 반짝 빛나는 칼과 포크를 능숙하게 움직여
쑤시고 찌르고 자르고 토막내어 맛있게 먹는 것을 즐기는...... 그런 느낌.
나도 좀 나눠줘요. 같이 먹게. 나도 칼질 잘할수 있을 것같어. ^^*



2.
불륜의 사회학이란 실은 결혼제도와 그곳에 갇힌 성, 역할에 의해
그동안 여성은 어떻게 피해자가 되고 처벌되었는가 그 역사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가 똑같이 불륜의 행위를 해도 남성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성에게는 언제든 보복하고 벌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개인의 욕망과 윤리가 충돌할때 늘 윤리가 승리한다면 그 '늘'은 남성을 말한다.
욕망에 어둠과 더러움이 있다면 그것은 여성인것처럼.
남성이 곧 윤리이고 그래서 욕망, 여성은 스크린의 관객에게 맞추어 관음증을 충족시킨후 처벌된다.


대략 이정도의 질서인데 1990년부터는 그 질서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거지.
영화를 통해 그 균열의 정도와 성격을 구분해보고

결국 '타자를 식민화하지 않고 진정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3.
"욕망은 어디에 있고, 계약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오히려 이렇게 번역한다.
누구에게 봉사하는 욕망이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계약인가?


타자를 식민화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이 상식적인 사랑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위태로운 연애와 평온한 계약 사이에서 갈등해야 할까.
혹은 이제 영리하고 익숙하게 그 중간에서 타협하는 방법들을 잘 배우고 있는 걸까? 

황혜연을 만나 기쁘다. 그녀의 다음 책을 기대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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