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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피 ㅣ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영림카디널이라는 출판사가 내 기억에는 신뢰할 수 있는 출판가가 아니었는데
마음 바꿔먹기로 했다.
블랙캣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도 이정도 수준이라면 기꺼이 '만세'를 부르겠다.
우연히 진흙탕 속에서 보물찾은 느낌. ^^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다 볼 생각이다.
2.
가족에 대한 슬픈 이야기.
에를렌두르 형사는 불쌍하다.
지치고 피곤하고, 지긋지긋한 삶을 엄살부리지 않으며 고집스럽고 괴팍하게
부드럽고 말랑말랑 한 마음을 건조한 얼굴로 숨기며
이런 종류의 외로움이 사람들에게는 다 있나봐.
게다가 무슨 경찰이 이렇게 착하담.
아이슬란드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좋다.
사람과 삶에 대해 솔직하고 정직하게 사기치지 않는 연민과 애정이 있는 글은 따듯하다.
마치 마주보고 말하는 사람의 눈빛과 말투와 태도가 때로는 입에서 나오는 말자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사건의 주제와 스토리 뿐 아니라 서술하는 방식과 행간에서 이미 감정이 느껴질때가 있다.
이런 글을 읽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보장이 잘된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라 순하고 착할거라는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음---, 삶이란 여기나 거기나 저기나
3.
성폭력에 대해, 비열하고 짐승같은 남자의 눈빛과 냄새에 대해
피해자의 절망과 고통과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대해
'모든게 아주 커다란 빌어먹을 늪이야.'
보통사람들의 삶이라는 것이, 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자기를 방어하지 못하고
속고, 당하고, 악한 사람들은 신도 벌하지 않고, 너무 화가나는,
다른 누가 아니라 이렇게 지리멸렬하게 꾸역꾸역 사는 나에게 화가 나기도 하는
삶은 어쩌면 커다란 빌어먹을 늪갔다.
심지어 에를렌두르의 딸 에바는 골칫덩이 마약쟁이인데 사랑스러우니, 참말로 빌어먹을 늪이다.
4.
기발한 자살여행의 파실린나를 읽은 후 핀란드의 침엽수림이 보고 싶더니
인드리다손을 읽으니 서늘한 아이슬란드의 비를 맞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