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1.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프라이데이.
예쁘고 섹시하고, 살인병기로 훈련받았으며 자의식강한 여자. 인조'인간'
태어난 출신성분에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고전적인 주제뿐 아니라
성문제, 가족문제, 결혼제도의 문제 여러가지가
우주여행을 하는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잘 버무려져 있다.

권력의 문제나 국가운영의 문제도 나오는데, 그부분은 뭐랄까
미래사회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니 안보여줄수는 없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은 느낌 

그런데 실은 주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느낌도 있다.
다만, 프라이데이는 소속되고 싶어한다.
차별받지 않고 인정받는 그룹에서 소속되어 살고 싶어한다. 그 뿐이다.


2.
중요한것은 미래사회를 보여주는 디테일이다.
하인라인은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시콜콜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 프라이데이가 온갖 상황에서 게임을 해보게 만든다.

프라이데이는 가상현실의 전추력 빵빵한 섹시하고 눈물많은 여자다.


3.
한달쯤 전에 최세진을 만났을때
SF의 상상력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면서
어슐리 르귄을 반드시 읽어보하고 해서 그러마 했는데
르귄은 왠지 무거워보여서
좀 가벼운 것을 보려고 고른것이 프라이데이다.
작가들이 상상하는 미래는 늘 비관적인 줄 알았는데
해피엔드라 편안하다.


4.
거슬리는 것은 하인라인이 매우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질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프라이데이는 가부장적 질서에 보호받고 복종하고 싶은 인조인간이다.
나는 인조인간이라면 좀더 쿨하길 기대한다.
왜 명령을 내리고 나를 보호한답시고 감시하는 사람의 부재에 펑펑 울어야 할까.
우리는 그런 보수적인 질서가 편안하다고 너무 많이 암시받는다.
정말 편하우?

한편 이런 질서의 가부장인 대장 마초들은 그래서 대게 외롭고 고독하다고 호소한다.
그다지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는 호소이다. 알게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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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툰 1 비빔툰 (문학과지성사) 9
홍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 일상의 한 조각을 끌어와
정확하고 재미있게 따듯하게 그려보여주는 것이 홍승우의 매력이다.

나야 아직 미혼이지만, 그맘때
무난하고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아사는 사람들
뛰어나고 유능하고 훌륭한 사람의 모범답안이 아니라

소박하고 일상에 젖어 피곤하고 지치기도하고
어떨때는 이기적이고 살짝 교활해지기도 하며 그런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느끼기도 하는
건강하고 씩씩하고 삶을 긍정하고 낙관하며 사는 착한 보통 사람들

홍승우는 자기경험에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것을 끌어내어
딱 한페이지의 공간에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촌철살인의 맛으로 그려내는 내공이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긍정과 예찬으로 이만한것이 있을까

겸손하게 삶을 말하는 홍승우가 좋다.

2.
살아보니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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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1.
1906년에 태어난 작가가 1930년에 쓴 소설이다.
24살때.... 나이도 어린 사람이, 게다가
거의 78년전 소설인데 진부하다는 느낌도 없다!

첫페이지를 넘기면 순식간에 사건으로 몰입하게 되고 매우 복잡한 이중트릭이 있는데
군더더기 없이 흥미진진하다.

마지막장의 마무리가 한꺼번에 모든것이 설명과 함께 풀리지만
그다지 무리하다는 느낌은 없고
펠박사의 설명을 읽어보면 대부분의 단서들은 이미 독자들에게 제공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그렇다고 글로 읽으며 퍼즐을 다 풀수는 없다. 논리적으로 동의한다는 거지.^^

이야기의 전개가 극적이고 재밌다.
중세유럽의 무덤속 흡혈귀나 주술, 마법사 그런 고딕풍의 음울한 분위기
영국스럽다. 존 딕슨 카는 미국사람인데 영국스럽다.
'밀실의 강의' 를 비롯해서 몇몇 대목에서는 작자가 너무 잘난척을 해서
역시 아직 어리군, 그런 느낌도 살짝, 잠깐. 


2.
명탐정이 펠박사인데(멀 연구하는 박사려나?)
'커다란 자루걸레같은 머리에 목사풍의 검은 펠트모자를 쓴 중세의 귀족같은 차림'
음.... 그다지 호감이 가게 생긴것은 아닌듯 ^^
무척 유능하다. 뭐든 다 안다.
전형적인 두뇌회전 빠른 탐정


3.
나는 포스트모던보다 고전이 좋더라.
오래됐어도 여전히 재미있는 이런 소설을 읽으면 부디
백년후의 사람들도 나처럼 재미있게 읽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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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재미있는 소설들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간혹
스토리 그 자체보다 구성하는 방식이고 말투이기도하다.
캐릭터가 개성적이기도 한데 그다지 강조되지는 않는다.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과 마술사의 사랑이야기가 어떤 연관인지 모르는채
교차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러한 구성이
이소설을 재미있게 하는 주요한 장치이다.
처음부터 시간흐름대로 보여준다면 정말 심심할거라는 거다.
흥미로운 전개방식과 재치있는 대화들이 몰입하게 한다.


2.
한편 재판장면은 변호사와 검사의 논증방식이 그 나름대로 재미있다.
'사실'이란 이렇게 '편집'되기 마련이다.

미국의 재판이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 처럼 이렇다면
적어도 형식에서 한국보다 자유롭고 그 형식은 내용을 다른 차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내가 경험한 우리의 재판은 결과가 이미 나와있는 게임이고
검사고 판사고 변호사고 대체로 못된 인간들일 뿐 아니라 무능하기도 하다.

배심원들 앞에서 논리적인 설명은 기본이고 눈빛과 태도와 목소리로 분위기를 바꾸기도하는
드라마틱한 재판장안의 긴장이 명암으로 보이는 것 같다.
마치 연극무대같은 법정이 흥미롭다.


3.
페이지를 넘길수록 길이 좁아지고 구름이 낮게 드리우는 느낌
어둡고 막다른 골목이 다가오고 있다는, 천천히 긴장하게 하는, 그런데 
사실 마지막 봉인이 풀린 다음은 오히려 심심하다. ㅎㅎㅎ

그래도 이만하면 한때 최고의 미스터리라고 했을만 하다.
최근 스릴러영화들의 반전을 위한 반전 보다 재밌다.


4.
오른뺨을 때린자에게 왼뺨까지 내주라는 말은 주로 때리는 것들이 하더군.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라는 말 또한 복수가 두려운 자들이 하는 말이지.
오히려 마땅히 지켜야 할 사람된 도리를 지키지 않는 것들이 너무 태연하게 잘사는 것이
독하지 못한 많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실패한자의 패배의식을 갖게 한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복수에 성공한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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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
이명옥 지음 / 해냄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1.
에로틱이라는 주제가 곧 젊음, 생명, 숨결, 싱그러움
이런 이미지와 맞닿아 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20대를 전선에서 보내며 내 삶과 몸이 가장 젊어 푸르렀을때
에로틱한 욕망을 표현하고 느끼는 것에 관심조차 없었던 것을
못내 아쉬워 한다.
물론, 투쟁의 삶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한국에서 우리 세대에게 에로틱은
스크린 속에나 있는 욕망이고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좀 우스운 논쟁 속에만 있을뿐
일상에서는 금기로 차가워서
굳이 나만 억울할것도 없긴 하다.

몇년전 문득 정선아리랑 노래를 들으며 아!
먹고살기 힘들고 척박해도 우리 옛 선조들은 참 솔직하고 예쁘게 사랑노래를 했구나
에로틱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고 촉촉하게 하는 한 주제구나.
그렇게 진솔하게 삶의 시름을 달래는 구나.
신기한 깨달음


2.
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는 잘 기획된 책이다.
무겁지 않고 가볍지 않게, 재미있게
이명옥은 글을 잘쓴다. 그런데
그녀의 글보다 그녀가 선택하는 그림의 안목이 더 좋다.
그녀가 쓴 팜므파탈도 글보다는 그림이 좋았었다.
너무 많은 설명과 말이 필요없는 그림에 딱 적당한 만큼만 설명한다.
말을 아낄줄 아는 것도 훌륭한 미덕이다.

유럽의 미술관을 지칠때까지 걸어보는 것이 나에게 먼 꿈이지만
요즘은 이렇게 좋은 책들이 내 시름을 잠시 달래준다.


3.
참 이상도 하지. 그런데 여전히 나를 가장 사로잡는 것은
쿠르베와 쉬잔 발라동, 고야, 렘브란트의 자화상이다.
빈센트와 아르테미스의 자화상이 그랬듯이
자의식 강한 그림의 대가들이 세상과 만나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고 탐구하고 굳세게
외롭고 슬프게 세상을 응시하는 눈빛이다.

그 눈빛들이 나를 위로한다.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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