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를 입은 비너스 열림원 이삭줍기 20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이선희 옮김 / 열림원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1.
사드는 경계없이 폭주하는 욕망의 끝이다.
감정을 자극하며 비아냥대고 잘난척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감당하기 어렵다.
사드의 등장인물들은 다 미쳤을뿐만아니라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


2.
자허마조흐는 사드에 비하면 어린애들 장난이고, 순하다.
뭐랄까, 아무래도 폭력을 행하는 자가 적극적인것이 아니라
매를 맞고 싶은자가 적극적이기 때문에
복종하고 싶은 마음, 완벽하게 그녀에게 속하고 싶은 
나의 신체에 대한 결정권까지 그녀에게 주며 노예가 되고 싶은
그런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심리가 드러나니까
이해하기는 더 쉽다.

틀에 맞추어지고 교양있고 논리적이고 그런 것을 벗어나서
'이교도적인'(서구인들에게 '이교도적인' 이라는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원초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에로틱하게 풀어놓는다.

O의 스토리를 이어 최근의 포르노에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사디즘, 마조히즘의 원류는
내 보기에 사드보다는 자허마조흐의 것이다.
사람의 성적인 욕망중에 벌거벗은 나를  애인이 때릴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매우 자극적이고
또한 전통이 오랜 욕망이다. 
다만 남성들의 욕망이다.
여성에게 이 자극적인 욕망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도박을 할 만큼 강렬한 욕망이라면 할말 없지만
그렇다면 그녀는 부르주아 든가.
내 보기에 사디즘도 마조히즘도 힘있는 자들의 욕망이다.  


3.
재미있는 사람이다. 자허마조흐.
책 뒤 서평을 봤는데, 심지어 소설의 이야기처럼 사는 사람이라네.
1800년대 오스트리아 사람이구나
욕망의 표현에 자유로운 나라들이 나는 부럽다.
그게 뭐든지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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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1.            

아델리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세시대의 법희학자, 남성중심사회에서 자아가 분명한 여인          

아직 중세는공동체의 시대이다.
'개인'의 자의식이 강해지고 사생활의 개념이 각광받은 것은 근대의 일이다.
중세를 현대처럼 사는 여인  

사랑은 하지만 결혼을 거부한다.
이것은 여성이 자아를 획득하는 핵심이며 혁명이다.
아델리아는 결혼을 '황금족쇄'로 표현한다.
ㅎㅎㅎ 정말 적절한 표현. 
황금이라해도 족쇄다. 

중세에 결혼을 거부한다는 것은     
보호받을 수 있는 일족이 없다는 말
오로지 본인의 지혜와 힘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말 
심지어 아이도 낳았다.
언제든 마녀로 불릴수 있는 위험스런 지위이다. 
또한 매력적이다.  

고민하고 불안해 하기도 하지만  
죽은 시신 앞에서 스스로 사실을 밝혀나가는 탐정이되고 수사관이되고 
주변 사람들을 조직한다.  

 

2.  
주변 사람들의 독특한 개성이 잘 어울리던 1편에 비해 좀 심심한것은 
울프와 질사 만수르등이 아예 등장하지 않거나, 배경으로만 존재한다.
이번 이야기 에서 그들은 역할이 거의없다.
아델리아와 왕가만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푸는것은 재미없다.

꼭 울프와 질사와 만수르가 아니더라도 
원장수녀와 부원장수녀나 간호하는 수녀들 혹은
요즘으로 치면 킬러인 청부살인자의 설정이 좀더 개성적으로 살았으면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을 것이다.  

살짝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이정도면 훌륭하다.   

 

3.  

세번째 연작을 기대하고, 그 연작이 세번째에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아델리아가 더 현명하게 나이들고
장난꾸러기 울프가 청년이되고  
아델리아의 딸이 엄마처럼 지혜롭고 씩씩하게 겁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행복할것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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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 증보판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레데릭 페테르스 글.그림, 유영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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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미콜론의 책들을 신뢰하고 있다. 
이번에도 좋았어.  

작자 페테르스는 197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친구다.  
동시대의 다른곳,
에서 살고 사랑을 한다. 그와 그의 도시, 그의 의사선생님이 좋아졌다.
물론 그녀와 그녀의 아들도.
모두 사랑스럽다.


2.
그림이 편안하지 않다. 매우 거칠고 강렬한 붓터치다. 
매우 솔직하고 힘있는 그림이, 어느순간
서정적이다.  


3.
한센병이 무서웠던것은 불치라는 것보다, 죽음에 이른다는 것보다
죽음에 이르도록 격리된다는 거이었다.
몸이 죽기전에 사회가 미리 죽이는 거지.

그랬는데, 에이즈가 이제는 그런 위치다.
불치이고, 사람들과 섞여살지 못하게 하는 천형.

병걸린 사람을 공동체가 보호하고 더불어 치료하지 못하고
격리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에이즈라는 병이 그렇게 쉽게 마구마구 전염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사람들과 함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


4. 
사려깊은 젊은이 화이팅!
페테르스와 카티가 행복하실 바래. 부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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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매그넘
브리지트 라르디누아 엮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1.
이 책의 싸이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세로 50센티, 가로 30센티쯤
책을  펴면 책상위에 꽉차는 사진들이 선명하다.

'결정적 순간'
'참여하는 사진'
'르포르타주'
'보도 사진'
'라이카 카메라와 흑백필름'  


기사가 나가고 난 다음에도 저작권을 유지하고자 연대한 사진가들
직업이 무엇이든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편집해 에세이집을 남기는 작가들 

"사진가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하려고 매그넘에 가입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세계를 사진에 담아내기를 바라기 때문에 가입한다." 

강렬하다.
순간을 찍어 세상을 담아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느낌의 사진들이 풍요롭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져 무엇을 먼저 먹어야 좋을지 알수없는 화려한 식탁.

 
2.
매그넘 60주년 기념으로 매그넘 회원들끼리 서로 상대편의 사진 6장을 고르고
그 사람에 대한 짧막한 글들을 썼다.
글이 사진 처럼 좋지는 않지만
매그넘 회원들이 가족들로 흔히 비유되는 이유를 알겠다.

서로 애정을 표현하고, 존중하고 예찬하고 흠모하고 아끼며  
서로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었구나, 열정을 아끼지 않으며
성공한 자들의 가족일기.
자랑한다. 자기네가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봐달라고. ^^*

꼼꼼히 읽어도 좋고 사진만 보며 넘겨도 좋다.  

버리고 싶은 사진이 하나도 없다.
모든 사진이 뚫어지게 봐달라고 유혹한다.  
여기나오는 작가들 각자의 사진집을 보고싶다.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것이 있나?


3.
1976년 프랑스 교도소 내부를 매그넘 사진작가
장 고미 가 찍어 '구금자'라는 사진집을 냈다.
2009년 우리나라 교도소 내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매그넘을 보며, 정말이지 대한민국은 좁은 섬나라 구나!
세상에 기록할 것이 많구나! 


***
이 책을 소장할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부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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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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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다음장에 대한 호기심과 스토리의 긴장이 크다.

강풀이 아니라면 굳이 손이 가지 않았을 종류의 책. 
굳이 쉬면서 공포영화 보는 스타일 아닌데,
굳이 봤다. 강풀이라.

영화보다 더 무섭다.
만화가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것도 나로서는 새로운 체험이다.


2.
있는지 없는지 알수 없는 귀신과 저승사자라는 존재를 태연하게 등장시키고
그것이 그런데 허구처럼 보이지 않고  매우 당연하게 늘 그랬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외로움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덮고 삶으로 돌아간 후
독자들은 문득 자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풀의 아파트가 생각나 갑자기 소름끼치게 무서워지는

그러게 무서운것은 극적이거나, 특별하거나, 복잡하거나 그런것이 아니라
무심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이라고.  


3.
강풀같은 작가와 동시대를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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