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출판사에서 " 아빠와 1박 2일" 이라는 행사를 하였더랬다. 일체의 캠핑 장비를 대여해 주는 행사였는데 운 좋게도 당첨이 되었다. 지금도 매달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 나처럼 초보 캠퍼는 도전해봐도 좋겠다. 캠핑장 이용권이 배송되어 살펴보니 전국에 여러 장소가 있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설악산을 구경할 수 있는 데로 가자고 합의하여 " 정선 자연 학교" 캠핑장을 선택하였다. 나머지 1박은 우리가 돈을 지불하여 2박을 예약하였다. 단풍철인데 의외로 자리가 남아 있어 진짜 다행이었다.

 

  정선과 설악산은 예상과 달리 거리가 있어서 먼저 설악산부터 들르기로 하였다. 집에서 8시에 출발하였다. 이렇게 빨리 출발한 것은 처음이다. 차는 그런대로 뚫렸는데 지대가 높아 산안개가 끼어 운전하기가 좀 겁이 났다. 지난 5월, 대관령 넘어갈 때 운무 때문에 차를 멈추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그 때보다 훨씬 덜하기는 하였지만 안개는 정말 무섭다.

 

  드디어 설악동에 도착하였다. 운 좋게도 케이블카 매표소와 아주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다른 팀들은 무려 3km를 걸어와야 했다. 우리의 목적은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가서, 단풍든 설악산을 구경하는 거였다. 케이블카에 줄이 길~ 게 늘어서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줄이 짧았다. 표를 예매하고 요기를 한 다음 ,흔들바위를 다녀오자고 하였다. 부부 기억상 흔들바위는 가까운 걸로 알고 한 말이었다. 가벼운 산책 정도일 거라 예상했는데 착각이었다. 하마터면 케이블카를 놓칠 뻔했다.

 

  부부의 기억과는 달리 흔들바위까지 꽤 거리가 있어,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대학 때 친구들과 갔을 때와 코스가 달라진 느낌도 들었다. 흔들바위까지는 산책하는 정도였고, 흔들바위부터 울산바위까지가 난코스였던 것 같은데 흔들바위까지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등산을 하는 바람에 아들은 아빠 때문에 힘들다고 불만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이제 3학년이라서 업히지 않고 끝까지 제 힘으로 흔들 바위까지 갔다. 그새 많이 컸구나 싶었다. 작년에 마니산 갈 때만 해도 아빠한테 업혔는데 말이다.  흔들바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케이블카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한번도 쉬지 않고 내려온 덕분에 케이블카 시간 10분 전에 도착하였다. 휴~ 우!!!

 

  설악산에 올 때마다 켸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매번 포기하곤 했는데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도착하였다. 권금성까지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아까 2시간여 산행을 하였는데 이번에도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산행을 해야 한다. 아들은 이미 다리가 풀려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업히지는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러라고 했다. 힘들게 올라가자 장관이 펼쳐졌다. 뉴스에서 1000m정도까지 단풍이 들었다더니 권금성은 아직 수줍은 듯 살짝 단풍이 들어 있었다. 그래도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숲의 모습이 정말 멋졌다. 저 높은 꼭대기 태극기가 꽃혀진 곳까지는 도저히 올라가지 못하겠다 싶어 포기했다. 남편과 딸이 올라가겠다고 하는데 위험해 보여서 불안했던 참에 둘도 포기하고 내려왔다. 날씨가 맑아 멀리 동해가 다 보였다.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아직 완전하게 단풍이 안 들어 조금 아쉬웠지만 케이블카도 타고, 권금성도 오르고, 이번에는 이걸로 족하다 싶다.

 

  다음에는 낙산사로 향하였다. 낙산사에 화재가 나서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꼭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기도 하였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대학 때 친구들과 가 본 이후 처음이다. 화마가 할퀴고 간 다음 어떻게 달라졌을까.  낙산사로 올라가는 길은 그나마 완만하였다. 절 같지 않은 절. 규모가 엄청 컸다. 드디어 해수관음상이 보였다. 자애로운 모습은 여전하였다. 멀리 동해가 보였다. 대웅전에 가니 천수관음상이 보였다. 애들도 나도 깜짝 놀랐다. 다른 대웅전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불상들이 많았다. 아빠의 요구대로 오길 잘했다 싶었다.  낙산사까지 보고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정선까지 어떻게 갈까 서서히 걱정이 생겼다. 그놈의 운무 때문에.... 지난 번 강릉에서 넘어갈 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운무 때문에 차를 놓고 도망가고 싶었다. 흑흑흑!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전통 찻집 " 다래헌" 에서 대추차를 사서 마셨다. 연꽃빵도 맛났다. 따끈한 차를 마시니 몸이 좀 풀리고, 용기도 생겼다.

 

  이제 정선 자연 학교, 즉 캠핑장으로 출발~~. 다행스럽게도 운무는 없었다. 낙산에서 정선까지 꽤 멀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국도에서 하이빔을 켰다 껐다 하며 운전하였다. 오고가는 차도 없고, 길도 좁고, 구불구불 급경사에, 운전하기 참 힘들었다. 드디어 정선 자연 학교에 도착하니, 주인장이 마중을 나오셨다. 생각보다 꽤 넓었다. 우리가 묵을 곳은 1학년 방이다. 초보 캠퍼라 하니 주인장께서 방이 딸린 텐트를 빌려주셨다. 날이 추워 텐트에서 자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냥 캠핑 기분만 내면 되지.

 

  다른 곳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모닥불 타는 향기가 나는데 우리 가족은 먹을 거리를 준비 안 해 라면을 끓여 먹었다. 첫날 워낙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너무 지쳐서 먹는 것도 귀찮았다. 내일 제대로 고기를 구워 먹기로 약속하고 오늘은 대충 먹자고 합의를 했다. 그래도 점심은 낙산사 근처 회 센터에서 맛있는 광어회와 도미회를 먹었다.도미회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내가 먹어 본 회 중에서 3위 안에 든다. 딸은 오징어회가 고소하다고 폭풍 흡임을 하였다. 점심을 잘 먹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내일 날씨가 좋아야 정선 투어를 잘할 텐데... 텐트가 아깝다며 자기 혼자 잔다고 한 남편이 새벽에 너무 춥다고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우린 캠핑 스타일이 아니다. 나도 뜨끈뜨끈한 방 놔두고 텐트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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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5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10-1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찬 여행 하셨네요. 화마가 쓸고간 낙산사 나무 둥치 보는데 맘이 짠했어요.
해수관음상 부럽더라구요~ 바다를 원없이 볼수 있으니ㅎ

수퍼남매맘 2014-10-15 21:12   좋아요 0 | URL
해수관음상과 대웅전은 그대로인 듯하고,
올라가는 길의 나무는 새로 심은 티가 확 나서 주변과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마음이 짠했어요. 어쩌다 큰 불이 나서....

2014-10-15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