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학기, 부산에 소재한 협성문화재단에서 독후감 공모전을 한다는 걸 알았다.
작년에 이 공모전에서 딸이 큰상을 받았던 터라 마음에 품고 있었다.
마침 내가 6학년 담임이라서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아이들을 설득했다.
함께 단체전에 나가보자고 말이다.
착한 울반 아이들이 담임의 소원을 들어주어 공모전 준비를 하였다.
일단 책을 샀다. "우리들의 오월 뉴스" 가 가장 적합해 보였다.
책 내용이 5.18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어 아이들도 아주 흥미롭게 잘 들었다.
사실 6학년이 아니면 이건 도전 불가능하다.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했고
선생님 평생 소원이라며 아이들에게 절절히 호소했다. ㅋㅎㅎ
매일 1꼭지씩 읽어주고 함께 생각을 나누었다.
마지막에 양식에 맞춰 a4 1매를 채우기까지 아이들도 나도 땀방울을 흘렸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책을 좋아했다.
6학년 1학기 사회 시간에 역사를 배워서 더 그랬던 것이리라.
더불어 영화 " 택시 운전사"를 봤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그림책 " 오늘은 5월 18일" 도 읽어줬다.
영화와 그림책을 보여주니 더 사고가 확장되는 게 아이들의 글에서 느껴졌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분량 맞추기였다.
매주 1회 독후감을 쓰긴 했지만 공모전도 처음인데다
길게 써 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매우 힘들어했다.(특히 남학생 몇 명)
어떤 아이는 집에 가서 엄마한테 징징거리기도 해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고,
도저히 5줄 이상 못쓰겠다 하여 도중에 포기자도 생겼다. (1명)
포기할 사람은 포기하라고 하였다.
억지로, 강제로 하여 쓴 글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기하는 건 자유인데
만약에 상금을 받게 되면 그 권리 또한 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걸 가르치고 싶었다.
1명을 제외한 21명 아이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드디어 마감 전, 21명(1명 제외) 독후감을 모아 등기로 단체전을 접수하였다.
그리고 여름 방학을 하였고, 2학기 개학을 하고 한 달이 흘렀다.
저녁에 잠시 마실을 나갔는데 협성재단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되었다고 문자가 왔다.
내 눈을 잠시 의심했다.
" 입선" 이라는 글자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 으음! 입선했나 보네"
그런데 하나의 문자가 더 있었다.
"우수학교 선정" 이다.
뭐지?
딸에게 전화를 해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라고 했다.
울반 애들이 우수학교로 선정된 거고, 입선은 아들이 개인전에서 받은 거였다.
애들이 평소보다 너무 진솔하게 잘 써서
좀 기대를 하긴 했지만서도 이렇게 초등부 1등을 할 줄은 몰랐다.
애 써준 애들이 너무 고맙다.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견뎌준 울반 아이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자기들 스스로도 공모전 글쓰기를 제일 잘했고 제일 길게 썼다고 말할 정도였다.
딸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많이 느낀 건데
그냥 숙제로 쓰는 것과 공모전 제출하는 건 천양지차이다.
강풀 작가가 습작만 하지 말고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완성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말을 했던 걸로 아는데 동의한다.
울반 아이들도 그 험준한 산을 스스로 넘어서 제대로 된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얼마 전,
" 얘들아, 우리 독후감 공모전 10월 1일에 결과 발표난대. 상금 받으면 뭐할까?"
" 노래방 가요, 맛있는 거 먹어요."
" 그래, 꿈 꾸는 건 자유니까 맘껏 상상하자" 대화를 나눴다.
함께 꾸는 꿈은 이뤄진다더니
월요일 이 소식을 알려주면 애들이 얼마나 기뻐할까!!! (상금 150만원 꺼억!!!)
게다가 입선자가 무려 6명이다. (개인 도서상품권 10만원 지급)
고맙다.
(덧)관심 있으신 분은 해마다 하는 전국구 행사이니 미리미리 준비하심 좋아요.
시상식 참석하러 부산 가야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