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치가 우결에서 이 시집의 시를 누구였더라, 아 장기하에게 읽어줬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이 시집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읽은시가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차저차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잠시 읽었는데, 아이와 놀아주면서 읽을 시가 아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가까스로 가진 그 시간 속에서 시를 읽는 시간은 소중했다. 이 시집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왜 사지 않았을까? 내 손에 쥐인 이 책이 왜 도서관 소속인지를 스스로에게 탓했다. 그 사이 나는 적지 않은 책을 샀음에도 여전히 이 시집은 도서관 소속이다. 너, 나랑 연애하자! 이렇게 틈틈히 만나 연애하자! 언젠간 같이 살겠지만 지금 이렇게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이 책의 반납일이었다. 반납을 하러 도서관에 왔으면서도 다른 책들을 다 반납한 후 이 책만 가지고 3층 간식먹는 곳으로 올라갔다. 우리 도서관엔 다방커피를 아이스로 파는 점이 참 좋다. 그것도 착한 가격 1500원이다. 당분이 부족했는데 잘 되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참 재밌다. 시집은 메이드인 창비, 연필은 얼마 전 김영하 낭독회에 가서 받은 메이드인 문학동네, 두꺼운 노트는 2011년 북클럽가입하고 받은 메이드인 민음사다.

 

 

여하튼 당분 충분한 아이스다방커피를 마시며 시를 옮겨 적는 시간, 역시 달콤하고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옮겨적은 시가 인준이 등단작이었으니 한 달 반만에 시를 옮겨 적는다.

 

 

 

 

 

 

 

 

 

 

 

 

주로 진지한 고백이 슬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월롱역>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시도 있고 <나비 나무>처럼 구성이 재밌는 시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연작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향정신사>연작시들은 다 좋다. 어떤 착란적 느낌도 좋고 마치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도 묘하게 편안하다.

 

오랜만에 정말 맘에 드는 시집을 만났다.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와 이 시집 사이에 구입한 시집도 있는데 사실 너무 핫한 기운에 따라 산 경향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집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다음 주엔 김언 시인의 새로운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물이 더 젊어보이는 김언 시인의 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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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불황은 어제 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전혀 New하지 않다는 말이다. 아마 10년 전에도 그랬을 것이다. 오늘도 전혀 새롭지 않은 출판계 불황 기사를 몇 개 읽었다. 데이타는 같다. 

 

책을 한 권도 못 낸 출판사가 446군데

신간 도서 종수 13.2% 감소

놀랍게도 유아동 도서도 20%감소

인문서적의 압도적 감소, 소설은 거의 비슷(0.5% 감소)

가구당 서적 구입비는 상승

 

라는 데이타. 그런데 기사의 뉘앙스는 다르다. 이데일리를 비롯하여 많은 곳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심지어 가구당 서적 구입비가 5000원 늘었는데 이마저도 추세로 볼 땐 감소추세라는데 굳이 상승한 것을 감소로 몰아가는 뉘앙스는 개인적으로는 끼워맞추려는 의도로 보였다. 해럴드경제는 말미에 앞으로의 호전을 예상하여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대형 출판사들 위주로 신간이 나온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라 책을 한 권도 못 낸 출판사가 저렇게 많다는 것이 씁쓸했고(더불어 우리나라의 출판사가 저렇게 많았구나 하는 것에 놀라면서), 이슈화되는 자기계발서의 신간이 마구 쏟아지는데도 신간 도서가 줄었다는 것은 그 외의 도서들은 얼마나 더 줄었을까 염려도 되었다. 엄마들이 드디어 책값을 아끼는구나 싶어 속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책값은 왜 이리 늘어나나 고민했지만 우리집도 역시 유아동도서 구입비는 많이 줄었으니 동의했다. 유아동 도서 구입비도 주는 판국에 인문서적은 말해 뭐할까 싶었는데 소설의 힘을 느낄 수 있어 그 부분은 좋았다. 대체로는 부정적인 데이타이지만 마지막 데이타인 가구당 서적 구입비가 작년에 비해 5000원이 넘게 상승하여 현재 25000원이 넘는다는데 내 주변에 책 안사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도 월 25000원이면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구나 싶은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신간 출간율이 많이 줄었지만 도서 구입비는 늘었다는 점은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너무 기사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책 안읽어서 큰일이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너무 선입견을 갖고 기사를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간은 줄었는데 도서 구입비가 늘었다면 아무래도 맘에 드는 신간 살 때 구간 몇 권 꼭 더 사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나말고도 많은 것으로 보이며, 그 문화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면 신간을 할인하고 구간을 정가제로 하면 되지 않겠는가? 일전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지인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이 그런 나라도 있다고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조사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유레카!를 외치듯 머릿속이 번쩍했다. 그럼 사람들이 신간 얼른 사서 읽고 구간은 필요에 의해 사니 나처럼 5만원 채우고 쿠폰 적용하려고 구간 꼼꼼히 살펴보는 일이 줄어들 것 같은데? 가령, <살인자의 기억법>을 반값에 사면서 김영하의 책이 궁금한 사람은 구간을 필요에 의해 정가로 사면 되지 않는가? 신간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험이니까, 모험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좀 줄여주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살인자의 기억법>을 반값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고(5,000원) 김영하의 수작인 <검은꽃>과 작가의 번역작인 <위대한 개츠비>를 정가(각 11,000원, 9500원)면 현재 알라딘가로 구입하는 비용 (9000+7800+4750)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작품을 부담없이 구매하고, 많은 독자로부터 인정받은 작품을 선별하여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을까 싶다. 또한 전자의 경우에는 5만원을 채워도 신간 위주로 채우려 할테고 후자는 구간 위주로 채우려할 것이라는 점도 다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동네에서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출간 1년 간 반값에 판매하는 전략은 좋은 것 같다.

 

  

2013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 5500원

2021년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11000원

 

 출판계의 불황 기사가 너무 천편 일률 적이고 10년 전 혹은 20년 전의 기사의 반복만 하는 것 같고 우리 나라 기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기자의 참신한 제안이나 비평이 아니라 남의 기사 따라하기에 급급하다. 10여 년 전의 의식에 기대어 맨날 '우리나라 국민들 책 안읽는다'고 비난만 하면 뭐하겠는가 읽을 문화를 이리 저리 궁리해보아야지. 그건 국민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국민 탓은 이제 그만~~~! 자기 탓을 하세요! 우리 집 아이가 책을 안 읽는 건  애가 모자란  탓이 아니라 우리 집의 문화 탓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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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만나기로 한 게 지난주 월요일이다. 만남의 장소는 알라딘 강남점이고. 책 좀 안 읽는 친구에게 부담없이 책을 고르고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친구 집과의 중간 지점인 강남점이 딱이다 싶었는데 아들이 수족구와 두드러기로 지난 주 내내 고생해서 일주일을 미룬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 친구와 만나기도 다시 약속을 잡았었다.

 

그. 런. 데.

폭우다.

 

 망설이는 친구에게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약속한 때에 만나야 만나진다는 말로 약속을 강행했다. 그런데 보통 밤에만 쏴쏴 쏟아지던 것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도 한참을 쏟아진다.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을버스도 오지 않고 비는 점점 거세진다. 여차저차 애써서 전철을 탔는데 그 안에서 본 인터넷 뉴스에 강남역 침수라는 키워드가 보였다. 아, 강남역이 침수라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 우리가 뭘 또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이 폭우를 뚫고 만나냐 ㅎㅎ

(기사 검색 후에는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 신논현역으로 와 강남역 침수라네.

- 용산역에서 만날까 그럼?

- 그냥 다음에 보자.

 

혼자 여러 건을 보내고 불안해서 전화까지 했더니 친구가 원래 약속장소로 나온다고 하길래 걱정을 안고 신논현역에서 내렸는데 출구로 나가다보니 사람들이 우산을 다들 돌돌 말고 오는 게 아닌가,

 

비. 가. 그. 쳤. 다.

 

역시, 약속한 때에 만나야 만나진다. 미리 걱정하고 약속을 취소했으면 어쩔 뻔 했겠어? 강남도 소통 원활이었다. 뉴스는 늘 이런 것엔 열 발 느리고 여친구에게 강남점에서 책도 골라주고 나도 책을 샀다. 이 달에 온오프에서 책을 다 구매했더니 추가 적립금도 준다고 한다. 아이책이건 본인 책이건 잘 고르지 못하겠다는 친구에게 친구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책은 함부로 권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취향이 다르니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 책 재밌다고 쉽게 권하질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주변 사람들이 그닥 좋아하는 경우를 못 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친구는 나랑 취향이 얼추 맞았나보다. 그게 나도 고맙고 반갑다.

 

고향친구, 그닥 멀리 사는 것도 아닌데 일년에 한 두번 작정하고 만나야 만나진다. 그러하기에 약속을 잡는 게 일단 중요하고, 잡은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다.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말한다.

 

- 만날려고 하니 쉽게 만나진다야. 자주 만나자.

- 그렇지? 그런데도 잘 안만나지는 게 사실.

 

 집에 오는 길에 강남점에서 산 책을 읽으면서 오는 역시 구효서 작가님 짱!이셔! 이로서 현재 구효서 작가님 책 <라디오 라디오>와 <랩소디 인 베를린>  두 책을 두 권 함께 읽고 있다만, 배경도 인물도 내용도 전혀 달라서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보통 같은 작가의 책은 동시에 읽지 않는데 독서는 내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계획대로 읽은 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는 듯 하다. 친구에게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추천해주었다.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위해선 둘 다 두 권씩을 샀는데 집에 오니 다행히도 그 중 한 권은 무척 좋아한다. 아이 책을 고를 때에는 현재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관심 사항에 대한 책을 사면 그 책은 아이에게 책이자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아들은 기차와 전철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지하철을 타요>이다. 제목을 보고, 그림을 보고, 내용을 보고 맘에 들어 보니 엄혜숙 평론가의 번역이다. 믿을 만 하다는 거지!^^

 

내 맘에 들어 고른 어린이 요가책 <안녕, 나마스테>는 시간을 두고 아이와 함께 몸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아쉽게 폐강한 키즈 요가의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 보련다. 책이 정말 사랑스럽다. 요가 동작을 정말 사랑스럽게 그렸다. 따라하고 싶어진다. 헤~ 사자자세!

 

 

친구 아이도 어제 엄마가 사간 두 책을 좋아하면 좋겠다. 그럼 다음에 또 우리 서점에서 만나! 폭우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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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7-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먹어도 살쪄요님~ 안녕하세요, 단발머리예요.

올려주신 글 너무 좋아요. ㅋㅎ
저도 저저번주에 비가 억수로 많이 와서 멀리 사는 친구(수지^^)와의 약속을 미루려했는데,
그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그냥 만나자.

저희도 만나니까, 비가 안 오더라구요.
역시 만나야 만나집니다.

<안녕, 나마스테>에 눈길이 가네요. 오늘도 즐건 하루 되세여~

그렇게혜윰 2013-07-25 10:39   좋아요 0 | URL
우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멀리 살지도 않는데 왜이렇게 만나지질 않는지 막상 만나보면 쉬운데 말이죠...비님이 저희를 시험하셨나봐요ㅋㅋ
나이들수록 좋은사람 만나는건 미룰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은 쉽게 오지 않더라구요.

안녕 나마스테는 책이 정말 사랑스럽네요 어린 아이가 있다면, 참 어울리는책이에요^^
 

아랫 지역과 통화할 때는 '비 좀 내려야 쓰겄는디~'라는 말을 듣고,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통화의 2/3를 소비하는 요즘이다. 어제 오늘 '햇빛의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정하였지만 요즘 컨디션이 나쁜 아들과 나들이까지는 못하고 집 안에서 여전히 비도 피하고, 햇빛도 피하고 있었다. 요즘 밖에서 울려 오는 소란스럽고 활기찬 움직임들을 듣자면 부럽기도 하거니와, 고생이다 싶은 마음도 든다. 건강의 소리이고 몸짓이라 부러움이 더 크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피서에는 독서가 능사라는 생각이 들어 여름철에 책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 듯 여름, 참 좋은 책들이 많이도 나와 나의 촉을 세우게 만드는구나! 쏟아지는 좋은 책들 중 관심 가는 몇 권을 골라본다. 이 여름에 잘 어울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 알라딘가 11,250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헤르만 헤세라고 말할 것이다.  그의 그림이 얼마나 잘 그린 그림인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처음 그의 그림과 시가 실린 책을 읽었을 때 얼마나 큰 위안을 얻었는지 모르겠다. 당시 그의 소설은 내게 너무 어려웠지만 그의 그림은 정말 편안했다.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갖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펜의 세밀함이 느껴지는 그림보다는 테두리가 뭉툭하고 선명한 수채화를 더 좋아하는데 그런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알 것 같다. 이번에 출간된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런 헤세의 생활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더운 여름, 헤세의 수채화처럼 눈이 편안해지고 휴식이 되는 이 책을 읽으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헤세의 글이 편안함을 준다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책에 숨겨진 혹은 드러날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보는 것도 중요한 읽을 거리일 것이다.  

 

<여름의 묘약>, 김화영 - 알라딘가 12,600원

 

얼마 전 김화영 선생님의 <어린 왕자를 찾아서>를 읽고 홀딱 반한 터라 다른 책을 읽어볼까나 싶어 <행복의 충격>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신작이 나왔다. 제목도 이 여름에 딱 맞게 <여름의 묘약>이다. 표지도 참 시원하다. 볕 좋은 날 그늘 진 곳에 파라솔 의자 하나 놓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영주라는 소도시(나의 고향이기도 하다.)에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불문학자가 되기까지 그 당시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까. 후원을 받아 유학을 갔던 프로방스를 2011-2012년에 다시 찾은 후에 쓴 글을 모은 책이다. 2011년의 여름, 프로방스는 어떠했을까? 40년만에 다시 찾은 그곳을 느끼는 작가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왠지 따뜻한 시원함이 느껴질 것만 같다.

 

 

<죽음>-테마명작관7, 루신 외 - 알라딘가 10,800원

 

이런 기획이 있는 줄 몰랐다.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각 테마에 맞게 엮은 기획도서(아마도 모두 저작권이 만료된 작가들인 모양이다.)인데, 다행인 것은 각 작품들의 번역가가 다르다는 것이다. 나라도 제 각각인데 행여 '베스트트랜스'와 같은 번역팀이 번역을 했다면 아마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다.

 7가지 테마 중 이번에 나온 <죽음> 편이 가장 궁금하다. 작가들이야 다른 테마들도 모두 유명한 분들이 나오니 그것으로 가늠할 수 없고, 그저 죽음이라는 주제가 여름엔 되려 생각해볼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가을, 겨울에 죽음을 생각하기엔 너무 쳐지지 않겠는가!헤밍웨이의 죽음의 이야기에는 '킬리만자로의 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 책을 갖고 있는 분들은 참고하길1

 

 

 

 

 

 

 

제 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 <방학탐구생활>, 김선정

- 알라딘가 9,900원

 

아니 언제 또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작이 나온거지? 최근 몇년 동안 놓치지 않고 읽은 것 같은데 이번엔 나오는 줄도 몰랐다. 이 여름 딱인 작품이 선정되었구나! 방학을 맞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각 장이 '방학탐구생활-'의 제목을 띄는 이 동화책은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을 천편일률적인 방학계획표에 맞춰 보내고 싶지 않은 소년 백석의 생활형 모험스토리라고 보여진다. 보름달문고이니 4학년 이상의 어린이가 읽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작품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느긋하게, 한옥 마실>, 이민정- 알라딘가 11,700원

 

 고가의 한정식당을 제외하곤 사실 근처에서 한옥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곳이라면 남양주종합촬영소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양반한옥집인데, 나는 그곳 대청마루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게 참 좋다. 거기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있노라면 한옥 참 멋스럽구나, 하는 마음도 들고 어찌나 시원한지 과학적인 구조라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으로 가까운 곳이 아침고요수목원의 한옥인데 그곳의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또 한옥 참 아름답구나 싶다. 뻥뚤린 뒷마당의 꽃들이 마치 큰 작품을 걸어놓은 듯 아름답다. 마치 이 책의 표지처럼 말이다.

서울과 전주의 한옥마을을 상업 공간인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가게 들을 소개한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그곳들을 찾아갈 것 같다. 아파트, 너무 답답한 걸!

 

사실, 이 책들 외에도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과 김경욱의 <야구란 무엇인가>도 있고, 미스다미리의 만화책들도 새로 나왔다. 이 또한 얼마나 여름과 잘 어울리는지! 다른 많은 분들이 소개해주시니 나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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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김영하느님 http://blog.aladin.co.kr/tiel93/6473969

2편 김경욱이옵 http://blog.aladin.co.kr/tiel93/6475135

 

사실, 내가 지금 페이퍼에 쏟을 정신이 있는 것은 아닌데 아이가 잠자는 동안 잠들 수 없고, 깨어 있는 동안도 잠들 수 없는 입장인지라 짬을 내어 써 본다. 괜히 혁사마에게 미안하다. 아마, 혁사마라는 말은 아는 분이 김연수 작가를 연수느님이라고 불러서 그에 맞추느라 그리 부른 기억이 난다. 기억이란 늘 불명확하므로 '아마도'라는 말은 필수적이다.

 

 

김중혁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소설도 아니고 그의 기사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다. 글은 아니다. 그럼? 목소리이다. 한창 사이버문학광장(문장)에, 특히 '문장의 소리'에 관심을 가질 무렵 DJ가 김중혁 작가였다. 누군가는 그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는, 이동진 작가님 말씀처럼 독특한 음악적 취향이 있는 하지만 그것이 치명적이게 매력적인 DJ였다. 그의 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망설여졌다.

 

그러다가 2010년이 되어서야 문학동네 제1회 젊은작가상수상집으로 그의 소설을 처음 만나게 되었으니 다른 2金 작가님들에 비해 소설로 알게 된 것은 그 역사가 너무 짧다. 이후 문학동네 카페에서 책선물 릴레이에서 마침 김중혁 작가님의 <악기들의 도서관>을 선물받았고, 그 책에서 작가님에 대한 애정이 퐁퐁 샘솟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이후 <미스터 모노레일>과 에세이 <뭐라도 되겠지>,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게 되었고 가장 최근엔 <헬로 미스터 디킨스>에서 그의 작품을 읽었다. 물론, 집에는 읽지 않은 <좀비들>과 <1F/B1>이 있다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면 앞서 말한 김연수작가님을 연수느님이라고 부르는 분이 연수느님의 책을 사인받아 선물해주셨는데 내가 원하는 문구로 해주신다기에 <뭐라도 되겠지>라고 적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센스만땅 연수느님이 또 '뭐라도 되라지'라고 적어주셨다. 두 분 참 부러운 관계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상한 것은 작가님 소설에 대한 제 리뷰가 잘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 지금까지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 페이지를 작성하려고 리뷰 기록들을 뒤적뒤적해보는데 리

뷰가 생각보다 없었다. 왜일까? 뭔가 엉뚱하고 신선하고 세련된 소설들을 읽으면서 그것을 표현할 말을 고르다 시일을 넘겨버린 것 같다. 그랬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악기들의 도서관>이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장편 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을 좋아하는데 특히 <악기들의 도서관>에 실린 '무방향 버스'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읽고는 일주일을 안가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다.) 이 단편집을 읽을 때 사실 아무 음악도 틀지 않았는데도 음악을 듣고 있는 듯 착각했다. 음악영화를 좋아하듯, 음악 소설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물론 제 1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인 '1F/B1'도 신선했다. 도대체 이 작가의 신선함이란 정말 낯설고도 흥미롭다. 장편 소설인 <미스터 모노레일>의 엉뚱하고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매력은 단편에서 그것들이 좀더 밀도 있게 다가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2010. 6.28

무심히 지나쳤을 그 공간, 그 사이를 어쩌면 이토록 세상 밖으로 잘 끌고 나올 수 있을까. 이것은 김중혁이 가진 독특하고도 우주적인 시각 덕분이리라. 이전에 이상문학상 수상집에서 읽었던 차별성있던 작품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 그 이상의 모든 것이 이 이야기에 담겨있다는 나의 말은 읽어가면서 거짓이 아님이 증명될 터이다.

 

 

2011. 8. 20

슈스케를 보고 있자면 윤종신이 '희소가치'를 외치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김중혁은 소설계에서 정말 윤종신이 찾는 바로 그 목소리가 아닐까? 취향의 문제나 공감의 차원가 아니라 감탄의 차원이다.

 

 

 

요즘 이동진의 <빨간 책방> 덕분에 그의 목소리를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들을 수 있다. 나는 그의 유머가 좋다. 그런 그의 유머는 고스란히 그의 에세이에 남아있다. 절친인 김연수 작가와 공저한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읽고 나서 내가 그의 유머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유인즉슨 접어놓은 페이지들이 죄다 김중혁 작가 편이었다. 정말이지 단 한편도 김연수 작가의 귀퉁이는 접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 김연수 작가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명색이 누군가에겐 연수느님인데 말이다.

 

 

그러다가 만난 <뭐라도 되겠지> 밑줄 대박, 공감 백만배의 에세이였다. 재미로만 치자면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 최고로 재미있었다. 패러디면 패러디, 발명이면 발명, 풍자면 풍자 유머의 모든 것을 구사해주시는 김중혁 작가님 되시겠다!

 

 

집에 두고 아직 읽지 못한 두 권의 책을 포함하여 그의 데뷔작을 올해 안에 읽는 것이 목표인데, 3金 작가님의 못다 읽은 책 몇 권 언제 다 읽으려나 싶은 마음이 급 들어 맹세는 못한다. 참고로 <헬로, 미스터 디킨스>에서는 김중혁 작가님 작품이 아마도 젤 분량이 길었던 것 같은데 제일 빨리 재밌게 읽었다. 올해 한국 소설이 3金 작가님들 덕분에 더욱 든든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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