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열리는 책잔치들이 적지 않다.

봄엔 파주와 홍대에서 어린이책잔치가 열린다.

여름엔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가을엔 파주와 홍대에서 책잔치가 열린다.

또 가을엔 서울 시청 혹은 궁에서 서울북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중 몇 년간 거의 다 들러본 사람으로서 간단한 비교를 해 보고자 한다. 이 중 내가 가보지 못한 것은 홍대 어린이 와우북페스티벌과 시청에서 열렸던 작년의 서울북페스티벌 뿐인 듯 하다.

 

1. 최고의 여유로움

책잔치들은 정말 사람들도 책도 바글바글하다. 사람에 치일 것을 예상하고 가야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북페스티벌이다. 물론 시청에서 하는 것 말고 덕수궁에서 하는 것! 일단 참여하는 출판사가 기타 다른 책잔치들에 비해 현저히 적다. 그러다보니 관람객도 책파는 부스에만 얼굴을 파묻지 않게 되고 궁을 다니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는 주의사항이 있지만 문화재를 아껴야하는 국민으로서 그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시청에서 하는 북페스티벌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덕수궁에서 하는 것만큼 여유롭진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서울북페스티벌이 책을 판매하고 저렴하게 구입하는 목적보다는 책을 사랑하고 서울의 문화재를 두루 사랑하게 만드는 컨셉으로 유지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책잔치에 흔들리지 말고 말이다.

 

2. 구매의 왕

어떤 책잔치든지 간에 주최측의 목적은 어떨지 몰라도 출판사의 목적은 출판사의 이름을 알리고 판매고를 올리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구매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아닐까 싶다. 일단 위치적으로도 가장 유리하고 닫힌 공간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다른 여유를 즐길 수가 없으니 오로지 책만 보게 된다. 사실 작가와의 만남도 다른 그 어떤 책잔치보다 풍성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는 관람객의 경우 다른 책잔치보다는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는 관람객이 많은 듯 하다.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 그래서 오래 머물수록 많은 책을 사는 것은 분명하다. 보다보면 사게 되니까. 주변에 둘러볼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충동구매가 잦은 사람의 경우에는 관람 시간을 짧게 잡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왠만하면 아이는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3. 아이와 함께 가기엔 이곳!

아이들이 책잔치에서 즐겁게 놀기란 사실 현실적으로 힘들다. 부모들의 목적과 아이들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은 아이에게 최악이고 서울북페스티벌이 그나마 낫지만 궁이나 시청에서 아이가 맘껏 놀기엔 또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파주어린이책잔치가 아이와 함께 가기엔 최고다! 일단 여유 공간이 많아 돗자리를 구비하고 간다면 어디든 맛난 도시락 파티를 열 수 있다. 평일에 간다면 사람도 적어서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셔틀버스도 타기에 수월하다. 놀이와 셔틀버스, 그리고 출판사별로 특색있는 책방이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안성맞춤이다. 다만 요즘엔 롯데 아울렛에서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태클을 걸어 도로 가운데 부스가 없어진 것은 아쉽다. 그곳에서 대박 책들을 만난 부모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덕분에 책을 덜 사게 되고 아이와 더 놀게 된다는 장점은 있다. 귀가가 빨라진다는 점도. 하지만 대기업의 힘에는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동안 쭉 그렇게 해왔던 일이 대기업의 힘으로 없어진다는 것이 말이다. 우리는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 사람 때문에 책쇼핑에 잠깐 열을 올리는 것이 방해되는 것이 씁쓸한데, 그 사람들은 책쇼핑에 열을 올리느라 명품 쇼핑을 못하게 되는 것이 억울한 모양이다.

 

4. 짧은 쇼핑, 긴 대화

일단 규모면에서 홍대 거리를 막고 하는 홍대와우북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참여하는 출판사가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이곳도 가족단위로 오기엔 아이들이 많이 심심하고 어른들도 난감할 듯 싶다. 대신 이곳에서 책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짧게 책 쇼핑을 하고 근처 커피숍이나 호프집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는 여기가 최적이다 싶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홍대와우북의 의미는 젊은 사람들의 책소비 혹은 독서에 동기부여가 확실히 될 것 같다. 옷과 화장품, 커피와 맥주로 가득찬 홍대 거리에 책이라는 매체가 들어섰을 때, 홍대피플들이 출판사부스에 몰려드는 광경은 참 아름답다. 그들이 잠시나마 소비품이 아니라 책에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가 홍대와우북페스티벌에는 있는 듯 하다.

 

이렇게 각 책잔치마다 장점이 있으니 어찌 한 가지만 가겠는가? 그러다보니 책잔치란 책잔치는 다 훓고 지나가는 것이다. 다니는 사람은 다니는 사람대로의 재미가 자꾸 붙는다. 때로는 실망할 때도 있고 때로는 감격할 때가 있다. 그래도 다닌다. 책이 마구마구 몰려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되는 그 순간도 좋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 국제도서전에는 두 번 다녀왔다. 사실 두번씩 가고 싶은 때는 많았지만 두 번 간 적은 없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가을을 기다린다. 그게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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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여섯 살이 되도록 공룡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더니 유치원 친구들이 많이 좋아하다보니 요즘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예전엔 집에 사둔 공룡책도 친구오면 가져가라고 주던 아이가 요샌 공룡책좀 사달라고 한다.

 

그래서 서점이나 도서전에 가면 공룡책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다.

 

<공룡 아틀라스>- 알라딘가 16,000원

 

이 책의 CD는 엄마 입장에선 좀 허술해서 별로인데 아들은 자꾸 틀어달라고 하니 뭔가 매력은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부모들은 기대치가 높은데에 비해 아이는 백지 상태에서 보니 그런 모양이다.

책은 지역별, 시대별로 공룡을 잘 분류하여 일목요연하고 다양한 공룡을 한 권의 책에서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은 필름지에 공룡의 뼈가 그려진 페이지가 있어 공룡의 겉과 속을 다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공룡의 엑스레이 페이지가 첨부된 것이 장점이다.

도서전 첫 날에는 이 책이 있었지만 넷째날 가니 아예 없어졌으니 공룡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었다.

 

 

 

<한반도의 공룡 아기그림책> - 알라딘 품절

 

 

 이젠 더이상 아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라도 찾는다. 하하하!

 아이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정말 관심없던 것도 언젠가는 이렇게 관심을 갖고 찾아보니 말이다.

 

 

 

 

 

<어린이 공룡 백과> - 알라딘가 10,400원

 

 이 책은 단품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세트로 구매했었다.

 이 세트를 살 때만 하더라도 아들은 세계국기에 관심을 가질 때이고 공룡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던 때라 이 책을 극구 빼라며 떼를 썼던 기억이 난다. 파는 아저씨가 인기 많은 책이라고 이 책 가격은 빼고 서비스로 주신건데 그런 선물을 뺄 엄마가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이 책, 이제는 아들에게 완소 기본 아이템이다!

 

 

 

 

<쥐라기 공룡 색칠>- 알라딘가 4,800원

 

 

 

 이번에 도서전 출구 쪽에 자리잡은 키움출판사에서 공룡 책 하나 사볼까 했더니 위의 공룡백과 외에는 딱히 맘에 드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스티커북이나 사자하고 봤더니 색칠공부책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젠 나이도 있고 해서 스티커북보다는 색칠공부가 더 재밌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티라노사우루스부터 색칠하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색칠하기 쉽게 그려진 듯 하다. 아이가 배경까지 칠하는 것을 보면. 도서전 가격이나 온라인 서점 가격이 별 차이는 없다.

 

 

 

예전에 아이가 세계국기를 좋아하면 아이가 원하기도 전에 세계국기에 대한 책을 내가 마구 사주었고, 우주에 관심을 가지면 또 우주 책을 심하게 많이 사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흥미가 더 높아진 것도 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한 6개월 정도? 그래서 이번엔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책을 골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신이 나서 고르는 것보다는 아이와 함께 신이 나게 고른다면 아이의 지식은 좀더 얕을지 모르지만 감성적으로 더 좋을 것 같다. 자 이제부터 우리 모자 공룡의 세계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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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 아는 분과 함께 도서전에 참가했어요. 최근 매년 참가하는 저완 달리 처음 가시는 분이라 돌쟁이 아이를 들쳐업고 오셨더랬죠. 덕분에(?) 관람은 커녕 아이에게 시달리느라 그분은 주차비만 코엑스에 크게 투척하고 집에 갈 수밖에 없었어요. 물론 저도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지 못한 관람을 했지만 그래서인지 충동구매는 적게 한 것 같아요.

 

늘 그렇듯 열린책들 부스로 갔어요. 늘 대박 코너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올해는 좀 서운하더군요 후훗! 그래서 조금밖에 안샀어요. 세계문학전집의 경우 거의 균일가 5000원이라 끌렸지만 글씨 줄간격이 너무 좁아 포기했어요.ㅠㅠ 어쨌거나 열린 책들에선 딸랑 두 권을 샀어요. 폴 오스터의 책은 그냥 확 집어왔더니 책등 상태가 ㅠㅠ였지만 겉옷을 벗은 표지가 정말 예뻐요. 두권 합쳐도 만원을 안해요^^ 그래도 다른 때보단 할인도 좀 덜 되고 책도 좀 적은 것 같았어요.

 

폴 오스터 [보이지 않는]

- 알라딘가 7,560원

- 도서전가 5,000원

 

 

 

 

 

 

 

 

 

 

 

 

 

 

파트릭 모디아노 글/ 장자끄상페 그림

<우리 아빠는 엉뚱해>

- 알라딘가 6,750원

- 도서전가 4,000원

장자끄상페의 큰 그림책을 골라산다는 것이 그만 깜빡하고 놓친 것이 아쉬워요. <인생은 단순한 균형의 문제>나 <겹겹의 의도>가 있었는지 확인도 못한 채로 말이죠...

 

 

 

 

북이십일에서 아동용 백과사전을 엄청 싸게 팔고 있더라구요. 엄마는 이럴 때 혹합니다. 금세 동이 나더군요.

 

 

이런 파격적 가격, 도서전에서나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공룡 아틀라스>는 CD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썩 좋진 않네요. 그래도 책은 좋습니다. 이제 갓 공룡의 세계에 입문한 아들이 어제 오늘 계속 읽습니다.

 

<wow백과사전>은 두번째 방문에 가서 4권을 더 샀어요. 집에서 보니 좋더라구요!!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

 

 

새순기획이라는 낯선 출판사 부스에 하루하나씩 보는 탁상용 책(?)이 있길래 신기해서 봤는데 달력의 날짜만 무시한다면 정말 활용도가 많아 보였어요. 달력이라는 맹점이 있어서 그런지 1/4의 가격에 판매를 하길래 얼른 두 아이를 데려왔어요. 두 권 합쳐 만원입니다.

 

 

 

 

 

 

 

 

 

 

종이접기는 공룡책과 마찬가지로 집에 가져오자마자 또!또!를 연발하네요. 명화는 제가 개인적으로 필요해서 산 것이라 아이에게는 아직 어려운 듯 해요. 사진 않았지만 야생화 캘린더가 탐났어요. 연말에 야생화 캘린더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두번째 방문에서 야생화 캘린더를 구입했답니다. 만족만족!

 

부랴부랴 나오면서 문학동네 부스에 들렀어요. 이 카페에 오래 있다보면 사실 문학동네 책의 비율이 책장의 책에 비해 부쩍 높아집니다. 관심 서적이 리퍼도서에 어찌나 사랑스럽게 몰려있던지 대박 아이템으로 데려왔어요. 더 좋은 책이 많았어요. 유명한 소설도 많았구요. 아마 제가 책을 읽는 방법을 잘 모르고 마음엔 짐승이 살고, 홍콩엔 두번씩이나 가고 싶고 어제 풍류도 즐겼겠다 싶어서 이 책들에게 끌렸지 않나 싶습니다 ㅎㅎ

 

 

히라노 게이치로

<책을 읽는 방법>

- 알라딘가 8,000원

 

 

 

 

 

 

 

 

 

 

 

 

 

두번째 방문에 가보니 <소설 읽는 방법>도 있더라구요^^

 

주성철 <홍콩에 두번째 가게 된다면>

- 알라딘가 11,200원

 

 

 

 

 

 

 

 

 

 

 

 

내가 홍콩에 가게 된다면 그 목적은 오로지 양조위이다.

 

 

 

 

 

 

 

 

 

 

 

헤르타 뮐러 <마음 짐승> - 알라딘가 9,600원

 

 

 모든 문장이 아름다웠던 헤르타 뮐러의 소설들.

 세계문학전집 속의 작품이 아니라 표지가 하얀 것이 신선하다.

헤르타 뮐러의 소설을 읽기 전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여차하면 시작부터 이렇게 퍽퍽 얻어맞는다니까!

 

 

 

 

   

그리고 어린이 예술 도서 최석조의 <신윤복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 사람들의 풍류>를 구입함으로써 지난 어린이책잔치에서 구입한 <김홍도의 풍속화로 배우는 옛 사람들의 삶>과 세트가 맞춰졌다. 센스쟁이 문학동네 같으니라구! - 알라딘가 각8,250원/9000원

 

 사실 개인적으로 여러 책잔치 중엔 제일 짧게 머무는 곳이 서울국제도서전이에요. 너무 목적지향적이 되잖아요, 그게 부담스러워서요. 개인적으로는 서울북페스티벌을 기다려봅니다. 시청말고 덕수궁에서 하면 좋겠어요!!!  참고로 전 대통령이 아니라서 할인가로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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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마치>를 예약판매로 구입하여 얻은 '책굿 노름마치' 공연을 보기 위해 KB하늘극장으로 향했다. 예약판매자가 적어 걱정을 좀 했는데 득시글득시글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그 옷차림새들이 범상치않아 이런 공연을 하는 분들도 대단하지만 알아서 찾아 오는 사람들의 내공도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름마치>, 진옥섭, 문학동네, 2013 (재출간)

알라딘가 13,500원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rlaqjtjt/status/347292205251186689/photo/1>

 

다소 긴 오프닝에 이어 등장한 진옥섭 씨의 언변은 그의 글도 뛰어넘을 정도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어쩜 글을 이리 맛있게 쓸까', '필력이 대단하다' 는 생각을 수시로 했었는데 그의 진행을 접해보니 괜히 진옥섭이 아니더라.

 

어릴 적 '국악 한 마당'을 엄마가 즐겨 보실 때면 때로는 흥미로워했지만 더 많게는 지루해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보자하면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지만 찾아보게 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공연을 코 앞에서 보니(좌석이 좋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어느 새 벌어져있는 내 입을 황급히 다무느라 정신이 없었고, 손바닥은 박수를 치고 장단을 치느라 볼 새도 없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노름마치>에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울컥, 고마움이 느껴졌다. 더구나 책에 소개된 분들의 1/3이 이미 고인이 되셨다니 이 책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싶어졌다.

 

공연은 열고, 맺고, 풀고, 닫고의 풍물의 순서를 따서 진행되었다.

 

열고 : 소고춤의 예인 김운태 선생님이 이끄는 연희팔산의 놀음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rlaqjtjt/status/347307223669686272/photo/1>

김운태 선생님이 상쇠를 하고 뒤이어 꽹과리, 장구, 징, 소고 연주자들이 한바탕 놀음을 벌였다. 징을 너무도 가볍게 쳐 여자인가 하고 봤더니 역시나 남자였다. 징 연주자의 함박 웃음과 경쾌한 놀음이 인상적이었다. 농악대 끝의 소고 연주자들의 앳된 얼굴도 무척 사랑스러웠다. 진옥섭 씨의 소개 때 초등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우리 놀음을 저리 잘 노니 더 존경스러웠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풍물놀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득 떠올라 어디서 배웠을꼬 의문을 품었으나 이내 그들이 김운태 선생님의 손주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끄덕여졌다. 이후에 나온 연주자들도 알고 보니 가업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에 의해서만 명맥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건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맺고 : 진주 교방춤의 박경랑, 밀양 북춤의 하용부, 도살풀이 이정희 그리고 소리의 정영만

 

박경랑 선생님의 고운 자태와 교방춤은 그야말로 내 입을 허~하고 벌리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지막에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춤꾼에게 손짓을 하며 들어가지 말라고 하였으니 그 옛날 교방에서 기생이 이 춤을 추었다면 그냥 가게 둘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싶었다. 겹겹이 고운 한복의 색깔도 눈길을 끌었고, 어깨짓과 손짓 그리고 표정 또한 내 마음을 흔들었지만 그중 압권은 발놀음이었다. 앞으로 가는가 싶으면 뒤로 가 있고, 멈추는가 싶으면 뱅그르르 도는 그 발놀음, 진주 교방춤을 추는 박경랑 선생은 발로 복화술을 하는 이처럼 보였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무엇엔가 홀리는 듯 만들었다.

 

하용부 선생님의 밀양 북춤은 처음엔 진옥섭 씨의 말처럼 엉거주춤하는 듯 했다. 뭔가 해학적인 표정이나 몸짓이 의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것이 정중동 혹은 동중정임을 알 것 같았다. 방방 뛰다가 퉁퉁 북치다가 뚝 하고 멈추는 그 놀음이 매력적이었다. 책에서는 그의 춤을 숨이라고 일컬어 세계적으로도 존경하고 있다고 하며 7월 초 그만의 공연이 따로 있다고 하니 매력을 또한번 느끼고자 하면 그나마 많은 루트가 있는 듯 하다.

 

이정희 선생님의 도살풀이가 이어졌다. 도살풀이할 적에는 11대째 무당을 이어온 그리고 남해안별신굿의 계승자이신 통영의 정영만 선생님이 구음시나위를 해 주셨다. 도살풀이는 살풀이보다 긴 흰 천을 가지고 절제된 춤을 추는데 정영만 선생님의 소리와 잘 어우러졌다.

 

풀고 : 장사익의 찔레꽃, 봄날은 간다, 동백 아가씨 그리고 목포의 눈물

 

우리 엄마의 고향 1년 후배라고 엄마가 장사익 선생님이 TV에 나올 때마다 말씀하셨다. 이번에 외가에 가서도 누님을 뵙고 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막걸리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틀어주던 음악으로 귀에 익었고, 그의 힘있는 목소리에 매료되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너무 수줍었고 고왔다. 여전히 노래에는 힘과 한이 가득했다.

책 <노름마치>의 표지의 글씨도 장사익 선생님이 쓴 것이라고 한다. 노름은 중모리로 마치는 중중모리로 썼다던가. 크게 걸린 표지를 보고 한 마디 하신다. "오늘 제 글씨가 호강하네유."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팬들과 사진도 찍어주시고 사인도 해주시면서도 손사레를 치신다...>

 

 닫고 : 채상소고춤의 김운태

원래는 푸는 공연이었는데 닫는 공연으로 바뀌어 마지막을 장식한 김운태 선생님의 소고춤. 상모를 돌리시면서 몸은 회전을 하고, 소고채는 소고를 치느라 바쁘다. 서로 다른 세 가지의 박자를 막힘없이 노는 신명 나는 공연에 객석의 발걸음이 바쁘다. 그의 상모와 띠에 만원, 오만원 권 지폐를 사람들이 끼우기 시작한다. 처음 알았다. 닫는 공연에 이런 식으로 감동을 표현한다는 것을. 또 한가지 배우고 간다. 김운태 선생님의 인기 또한 만만치 않아 공연이 끝나고도 많은 사람들과 사진도 찍으시고 사인도 해 주셨다.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공연에 참가한 춤꾼, 소리꾼들이 다 올라왔다. 그 광경이 진경이다. 책에서는 더 많은 예인들을 만날 수 있지만 무대에서 그들을 한 자리에서 다 만나기란 희망사항에 가까운데 어제는  그 일부나마 맛보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ohmymong/status/347356685016371200/photo/1>

 

나가는 길에 진옥섭 씨의 사인도 받고 기념 사진도 찰칵! 빈 말이 아니라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이 놀음종결자들의 놀음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한바탕 놀음이 이리 즐거운 것을, 우리 옛 사람들은 그것을 그리 잘 알았던 것을 오늘날의 우리들은 왜 알지 못하는가.많이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그런 애잔한 감정은 책에 묻기로 하고 놀음을 놀 때에는 화끈하게 신명나게 그저 놀기만 하였더라~~그래도 이 책에 대하여 한 마디 덧붙여 본다. 이 책의 시작은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보도자료였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책으로 묶여져 나온 이상 이 책은 예인열전에 가까운 소중한 기록물이 되었다.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simplestory77/status/347357561793683457/photo/1>

 

* 참고로 사진은 함께 간 트친 혹은 한 자리에 있던 트친들의 트윗 사진 그리고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트친이지만 참지 못하겠다 하는 트친은 트윗으로 알려주길 바랍니다 ㅎㅎ

 

*어제부터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보니 이 책 있는 듯 합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도서전에서 구입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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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2013-06-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멋지게 첫 스타트를 끊어주셨던 분들은, 팔산대임을 아뢰오~
ㅋㅋ 교방춤은 박경랑 선생님이네요. ㅠㅠ 제가 잘못 올림 흑흑.
도서전 잘 다녀오세욧!!

그렇게혜윰 2013-06-20 09:58   좋아요 0 | URL
급하게 쓰느라 뒤에 쓸 문장도 앞에 가 있음을 자수하오~~도서전 가느라 수정은 오후나 가능함도 아뢰오~~~~읽는 사람들 댓글까지 알차게 읽으시길^^

미망 2013-06-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제 공연 정말 쵝오!! 였어요..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박수를 치고, 어깨춤과 '절씨구!'라는 추임새가 저절로 뱉어지던 현장..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그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를....
이 책을 다시 출간해주신 문학동네 고마워요^^

그렇게혜윰 2013-06-20 20:59   좋아요 0 | URL
볼매라고나 할까요?^^
저도 어깨춤이 들썩들썩,,한국춤 배우고 싶어지더라니까요^^

풍류도 2013-06-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연이 일품 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명을 알려준 멋진 공연 이었습니다
책 굿 이라는 놀라운 퍼포먼스 가 진옥섭 만이 할수 있는 멋진 연출입니다
책 많이 많이 팔릴 겁니다 얼쑤 '''

하용부 의 춤 사위에 몇날 잠이 안올듯 '''' 어쩌나

그렇게혜윰 2013-06-20 20:59   좋아요 0 | URL
얼씨구~하고 응원을 함께 해 보아요^^
하용부 선생님은 표정이 압권!
 

6월 19일부터 5일간 코엑스에서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그때까지 참아야지 했건만 사실 책을 살 때 찾아오는 이상하고도 강력한 기운은 그 책을 꼭 사기 전까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욕구란 참 사람으로서 어떻게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저 잠시 감춰질 뿐이지 않나 싶다. 그래도 똘똘한(?) 소비자인 나는(ㅋㅋ)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는 출판사를 조회해서 장바구니의 책들과 비교해 보았다. 캬~~~스스로 감탄스럽다, 내가 이렇게 현명한 소비자였어!!ㅋㅋ 자뻑의 시간은 그만하고, 이달에 산 책을 풀어놓고자 한다.

 

 

<노름마치> - 알라딘가 13,500원

 

일전에도 페이퍼로 소개했지만 예약판매 시간에 구입해서 오늘 출고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사실 예약판매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사면 바로바로 받아봐야하는데 정말 한참 기다리다가 내가 이책을 샀었나 싶을 때 도착하기 때문에 읽고 싶은 욕구가 좀 사그라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약판매를 하더라도 마지막 날에 구입하곤 하는데, 이 책은 공연 티켓이 걸려 있어 선착순으로 빨리 구입해야했기에 구입했었다.

출판사 담당 마케터의 강력추천의 메시지가 있었으므로 난 일단 무조건 믿기로 해 본다. 지금으로선 소장용으로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참고로 문학동네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는 출판사이다.

 

 

 

 

<한글 띄어쓰기 큰 사전> - 알라딘가 19,500원

 

 독자모니터링을 하다보니 맞춤법 중에서도 띄어쓰기에 내가 취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구입했다. 마침 반값으로 나왔지만 반값이라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전에 내가 참고했던 띄어쓰기 사전이 있었는데 그게 2003년도 책인데 이 책은 2009년 판이라는, 띄어쓰기 사전 중에 가장 최신판이라서 구입하게 되었다.  당장에 쓸 일은 없지만 착한 가격에 미리 준비해 두었다.  보리 국어 사전과 함께 애용하는 사전이 될 것 같다.

 

 

 

 

 

<즐거운 북아트 교실> - 알라딘가 13,500원

 

드!디!어! 구입했다. 정말 많은 북아트 책을 거쳐 확고한 이 책으로 결정한 만큼 받자마자부터 활용했다. 아이가 먼저 살펴보더니 이것도 만들어보자고 하고 저것도 만들어보자고 의욕을 보인다. 이전에 북아트책에 관한 페이퍼에 쓴 책들을 하나하나 사서 활용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 책은 당연히 이 책이다!

 

 

 

 

 

   <시간의 향기> - 알라딘가 10,800원

 

철학책을 간간히 읽으면서도 작가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유명한 강신주 작가의 책도 읽을 때는 몰입해서 쉬이쉬이 읽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작가의 이름 외에는. 그런데 한병철 작가의 책은 결코 쉽게 읽지 않았지만 지금도 강렬하게 메시지가 남아 있다. <피로 사회>의 이야기이다. 그보다 전에 쓰여졌다는 이 책, 드디어 구입했다! 한병철 작가의 철학서는 밑줄을 많이 그어야하기에 구입하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어 구입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오기도 했는데 도저히 밑줄을 긋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반납해버렸다.

 

 

 

<독서의 역사> -  알라딘가 11,250원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과 도서관에 관한 책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알고 있는 책에 관한한 가장 애정이 있는 사람 같다. 과장되지 않고 드러내지 않고 책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밤의 도서관>과 <독서 일기> 겨우 두 권만 읽고 이렇게 단정짓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의 팬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가 말해주는 '독서'라는 행위의 역사가 무척 궁금하다. 그의 말은 신뢰감이 생긴다. 이런 작가, 많지 않다.

이번에 7만원이상 구입시 주어지는 60%는 할인가로 구입했다. 정가가 15000원 이하이고 10%초과 할인 상품에게만 적용되는 상품인데 딱 그 상품이 이상품이라는 건 우리 둘의 운명적 만남을 말하는 듯 기분이 좋다. 딱 내 책인거야!

 

 

<육체쇼와 전집>- 알라딘가 7,200원

 

사실 집에 황병승 시인의 시집이 있다. 그런데 제대로 읽어보진 못했다.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신간이 나온 줄 알면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노력한 거다, 관심은 가져지는 거니까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친들은 이 시의 부분을 트위터로 마구마구 날려준다. 아, 결국 내가 졌다. 사야했던 거였어. 사고 나니 맘이 편하다. 여전히 아직 펼쳐보지 않았다. 저 뻘건 표지가 살짝 겁이 나지만 시집과는 왠지 잘 어울릴 것 같다. 시집과 내가 서로를 원할 때 그때 눈마주칠 때 읽어보리라! 시집은 책장에서 나를 유혹하는 가장 강렬한 장르이다.

 

 

 

 

<현대문학 3013.6> - 알라딘가 9,000원

 

계간지를 정기구독 하기도 하고, 전혀 사지 않기도 했었다.  정기구독을 하게 되면 밀려서 못 읽게 되고, 사지 않으면 전혀 읽지 않게 된다는 나름의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목차를 보고 각각 다른 문예지를 사게 된다. 이달엔 현대문학이다. 이유는? 신인상 발표가 실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인 한인준이 된 인준이의 등단작. 궁금해요? 궁금하면 http://blog.aladin.co.kr/tiel93/6410393을 참고하시길!

 

문예지는 대부분이 계간지인데 <현대문학>과 <현대시>는 월간지라 사실 운영상 힘든 점도 많을텐데 그저 고맙다!

 

 

 

이번에 구입한 책의 출판사들은 <노름마치>의 출판사 문학동네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지 않는 출판사이다. 그리하여 장바구니에 담은 책들을 모두 구입하는데 망설임이 없게 되어 다행이다. 일단 이번엔 여기까지로 참고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좋은 책을 만나길 바라본다. 참고로 사전등록기간은 그제로 끝이 났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서울국제도서전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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