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만나기로 한 게 지난주 월요일이다. 만남의 장소는 알라딘 강남점이고. 책 좀 안 읽는 친구에게 부담없이 책을 고르고 살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친구 집과의 중간 지점인 강남점이 딱이다 싶었는데 아들이 수족구와 두드러기로 지난 주 내내 고생해서 일주일을 미룬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 친구와 만나기도 다시 약속을 잡았었다.

 

그. 런. 데.

폭우다.

 

 망설이는 친구에게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 약속한 때에 만나야 만나진다는 말로 약속을 강행했다. 그런데 보통 밤에만 쏴쏴 쏟아지던 것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도 한참을 쏟아진다.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데 마을버스도 오지 않고 비는 점점 거세진다. 여차저차 애써서 전철을 탔는데 그 안에서 본 인터넷 뉴스에 강남역 침수라는 키워드가 보였다. 아, 강남역이 침수라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 우리가 뭘 또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이 폭우를 뚫고 만나냐 ㅎㅎ

(기사 검색 후에는 얼굴이 살짝 굳어지며...)

- 신논현역으로 와 강남역 침수라네.

- 용산역에서 만날까 그럼?

- 그냥 다음에 보자.

 

혼자 여러 건을 보내고 불안해서 전화까지 했더니 친구가 원래 약속장소로 나온다고 하길래 걱정을 안고 신논현역에서 내렸는데 출구로 나가다보니 사람들이 우산을 다들 돌돌 말고 오는 게 아닌가,

 

비. 가. 그. 쳤. 다.

 

역시, 약속한 때에 만나야 만나진다. 미리 걱정하고 약속을 취소했으면 어쩔 뻔 했겠어? 강남도 소통 원활이었다. 뉴스는 늘 이런 것엔 열 발 느리고 여친구에게 강남점에서 책도 골라주고 나도 책을 샀다. 이 달에 온오프에서 책을 다 구매했더니 추가 적립금도 준다고 한다. 아이책이건 본인 책이건 잘 고르지 못하겠다는 친구에게 친구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책은 함부로 권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취향이 다르니까.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이 책 재밌다고 쉽게 권하질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주변 사람들이 그닥 좋아하는 경우를 못 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친구는 나랑 취향이 얼추 맞았나보다. 그게 나도 고맙고 반갑다.

 

고향친구, 그닥 멀리 사는 것도 아닌데 일년에 한 두번 작정하고 만나야 만나진다. 그러하기에 약속을 잡는 게 일단 중요하고, 잡은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다. 헤어지는 길에 친구가 말한다.

 

- 만날려고 하니 쉽게 만나진다야. 자주 만나자.

- 그렇지? 그런데도 잘 안만나지는 게 사실.

 

 집에 오는 길에 강남점에서 산 책을 읽으면서 오는 역시 구효서 작가님 짱!이셔! 이로서 현재 구효서 작가님 책 <라디오 라디오>와 <랩소디 인 베를린>  두 책을 두 권 함께 읽고 있다만, 배경도 인물도 내용도 전혀 달라서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보통 같은 작가의 책은 동시에 읽지 않는데 독서는 내게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계획대로 읽은 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는 듯 하다. 친구에게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추천해주었다.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위해선 둘 다 두 권씩을 샀는데 집에 오니 다행히도 그 중 한 권은 무척 좋아한다. 아이 책을 고를 때에는 현재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관심 사항에 대한 책을 사면 그 책은 아이에게 책이자 장난감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아들은 기차와 전철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선택한 책은 <지하철을 타요>이다. 제목을 보고, 그림을 보고, 내용을 보고 맘에 들어 보니 엄혜숙 평론가의 번역이다. 믿을 만 하다는 거지!^^

 

내 맘에 들어 고른 어린이 요가책 <안녕, 나마스테>는 시간을 두고 아이와 함께 몸으로 읽어야 할 것 같다. 아쉽게 폐강한 키즈 요가의 아쉬움을 이 책으로 달래 보련다. 책이 정말 사랑스럽다. 요가 동작을 정말 사랑스럽게 그렸다. 따라하고 싶어진다. 헤~ 사자자세!

 

 

친구 아이도 어제 엄마가 사간 두 책을 좋아하면 좋겠다. 그럼 다음에 또 우리 서점에서 만나! 폭우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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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07-24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먹어도 살쪄요님~ 안녕하세요, 단발머리예요.

올려주신 글 너무 좋아요. ㅋㅎ
저도 저저번주에 비가 억수로 많이 와서 멀리 사는 친구(수지^^)와의 약속을 미루려했는데,
그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그냥 만나자.

저희도 만나니까, 비가 안 오더라구요.
역시 만나야 만나집니다.

<안녕, 나마스테>에 눈길이 가네요. 오늘도 즐건 하루 되세여~

그렇게혜윰 2013-07-25 10:39   좋아요 0 | URL
우와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멀리 살지도 않는데 왜이렇게 만나지질 않는지 막상 만나보면 쉬운데 말이죠...비님이 저희를 시험하셨나봐요ㅋㅋ
나이들수록 좋은사람 만나는건 미룰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은 쉽게 오지 않더라구요.

안녕 나마스테는 책이 정말 사랑스럽네요 어린 아이가 있다면, 참 어울리는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