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치가 우결에서 이 시집의 시를 누구였더라, 아 장기하에게 읽어줬을 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이 시집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읽은시가 뭐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차저차 이 시집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곤 잠시 읽었는데, 아이와 놀아주면서 읽을 시가 아니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가까스로 가진 그 시간 속에서 시를 읽는 시간은 소중했다. 이 시집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왜 사지 않았을까? 내 손에 쥐인 이 책이 왜 도서관 소속인지를 스스로에게 탓했다. 그 사이 나는 적지 않은 책을 샀음에도 여전히 이 시집은 도서관 소속이다. 너, 나랑 연애하자! 이렇게 틈틈히 만나 연애하자! 언젠간 같이 살겠지만 지금 이렇게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늘은 이 책의 반납일이었다. 반납을 하러 도서관에 왔으면서도 다른 책들을 다 반납한 후 이 책만 가지고 3층 간식먹는 곳으로 올라갔다. 우리 도서관엔 다방커피를 아이스로 파는 점이 참 좋다. 그것도 착한 가격 1500원이다. 당분이 부족했는데 잘 되었다!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참 재밌다. 시집은 메이드인 창비, 연필은 얼마 전 김영하 낭독회에 가서 받은 메이드인 문학동네, 두꺼운 노트는 2011년 북클럽가입하고 받은 메이드인 민음사다.
여하튼 당분 충분한 아이스다방커피를 마시며 시를 옮겨 적는 시간, 역시 달콤하고 소중하다. 마지막으로 옮겨적은 시가 인준이 등단작이었으니 한 달 반만에 시를 옮겨 적는다.



주로 진지한 고백이 슬프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월롱역>처럼 서정적인 느낌이 나는 시도 있고 <나비 나무>처럼 구성이 재밌는 시도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연작시를 별로 안좋아하는데 <향정신사>연작시들은 다 좋다. 어떤 착란적 느낌도 좋고 마치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도 묘하게 편안하다.
오랜만에 정말 맘에 드는 시집을 만났다. 오은 시인의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와 이 시집 사이에 구입한 시집도 있는데 사실 너무 핫한 기운에 따라 산 경향이 없지 않다. 안타깝게 내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시집은 그렇게 사는 게 아닌 것 같다. 다음 주엔 김언 시인의 새로운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고 한다. 실물이 더 젊어보이는 김언 시인의 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