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앤 걸 클래식 컬렉션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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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칠을 찾아서

 


나는 부족한 서술자로서 황영칠의 이야기보다 황영칠의 이야기가 단절된 것에서 오는 아쉬움을 더 잘 전하고 싶다.

 

황영칠은 특출났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랬다. 세 살 때 벌써 온몸이 근육으로 땅땅했다. 그 와중에 또 컸다.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고 놀랐다. 아니, 야가 송아지가 사람 새끼가? 과장도 아니었다. 생일날 아침상에 올라와 있는 미역국을 원샷드링킹한 후, 황영칠은 팔굽혀펴기 다섯 개를 가볍게 시전했다. 다섯 살 된 기념으로. 집안의 장남 황영일 군은 후에 이렇게 진술했다. 영칠이 가가 맘만 묵었으마, 거서 다섯 개는 더 하고 막바로 열 살도 묵겠드라카이? 와 마, 내 동생이지만 행님아 소리가 절로 나올라카드라…….

 

물론 타고 난 데가 있었다. 박미향 여사의 해산 날, 그녀가 아들 하나를 낳았다는 소문이 마을에 퍼지자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우야노, 하나만 나왔다 카더나? 하나는 우얘 됐다 카데? 아이라, 원래 하나삐 없었다 카든데? 뭐라꼬? 미햐이 가 그 뒷산만 한 배 그기 애 하나 드간 배였다꼬? 치아라 인마, 내가 본 기 있는데 그 말을 우얘 믿노, 차라리 미햐이가 송아지를 낳았다 캐라……. 경운기를 몰고 논두렁을 달려 돌아온 황영칠의 조부 황득국 옹이 강보에 쌓인 황영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무거운 거 쫌 보라. 두 놈아 몫은 안 하겠나. 야는 영삼이로는 택도 없는 기라. 영삼이캉 영사캉 한목에 나온 것 맹키로 크다 아이가. 오야, 야는 영칠이다. 보통 이런 탄생 설화는 이름을 지어준 이가 아이를 두 팔로 공중에 들어 올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지만 황득국 옹은 그러지 않았다. 불행히도 오십견 시즌이었고, 다시는 양팔을 들어 올릴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황영일이 동생 황영이 동생은 황영삼이가 아니라 황영칠이가 되었다. 영삼이도 영칠이도 아닌 은영이를 낳고 싶었던 박미향 여사는 서글프긴 했으나, 이제는 저 큰 아이를 먹이고 건사해야 했기에 그런 감정은 잠시였다. 다음 날 읍내에는 박미향 여사가 육군참모총장감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읍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황영칠은 크게 자랐다. 다른 아이들이 손가락을 접어가며 셈을 익힐 때, 영칠은 자기가 옮겨놓은 쌀가마니를 세 가며 수를 배웠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문이 빨리 트인 편이었지만 말수가 적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읍 어린이들의 총대장으로 추대된 후 황영칠의 유년기에는 별다른 말이 필요가 없었다. 이런 식이었다.

 

영칠아, 아랫마을 훈식이가 영칠이 니 등치만 크지 한 주먹이라 카고 댕긴다든데, 오늘 학교 마치면 금마 조패러 안 갈래? 안 간다. ? 어디 가나? . 집에? , 집에 뭔 일 있나? 구몬. ……? 오늘 구몬 쌤 오신다. ……맞나. . , 훈식이 새끼 재수 좋네. 디질 뻔 했는데 구몬이 오늘 훈식이 살맀네.

 

이런 대접이 영칠에게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기 모습이 싫었다. 덩치가 큰 만큼 그 큰 덩치에 대한 콤플렉스도 컸다. 거울을 보다 속절 없이 복받치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눈물을 뿌리며 외양간으로 달려가 황소의 크고 검은 눈망울을 들여다보았다. 누렁아, 누렁아, 내는왜 영일이 영이 행님들보다 니캉 더 닮았겠노……. 영칠아, 힘을 내렴, 그건 그저 너의 껍질일 뿐이란다, 하지만 너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니? 진짜 중요한 것은 네 안에 있는 거야, 그리고 그건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란다, 어쩌면 영칠이 너는 지금보다 더 커질지도 몰라, 하지만 네 안에 있는 영칠이는 언제나 영칠이 너로서 존재하는 거야, 너도 이미 그걸 알고 있잖니? , 이제 눈물을 닦고 저 하늘 위에 반짝이는 별을 올려다보자꾸나, , 이 세상은 정말로 아름답구나,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니? 라고 누렁이가 말했을 리는 없다. 당연히도. 그런데 황영칠은 그런 이야기를 수신할 수 있었다. 황영칠이 손에 든 지푸라기에 관심이 있지 황영칠이란 인간은 안중에도 없는 황소로부터. 알고 보면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인 밤하늘의 작고 하얀 점으로부터도. 상심 속에서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을 줄 알고 끝없이 끝없이 다정해지는, 황영칠은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제가 저 나무들의 꼭대기 바람이라고 상상하겠어요. 나무들이 지겨워지면, 여기 고사리들 틈에서 부드럽게 물결치는 걸 상상할래요그런 다음에는 린드 아주머니네 정원으로 날아가서 꽃들을 춤추게 하겠어요그다음에는 클로버 들판으로 날아갈래요그리고 영롱한 물빛 호후로 가서 아른거리는 물결을 일으키는 거예요바람은 상상할 게 너무 많아요!“


황영칠이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의 덩치를 놀림감으로 삼는 아이가 아주 가끔 있었지만 유혈 사태가 일어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상황은 간명하다. 그저 쿵쿵거리는 걸음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가 황영칠은 말한다. 다시 한번 말해 볼래. 그리고 다음 말을 준비한다. 친구 사이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 부디 사과해 주지 않겠어? 그런데 그 말이 나올 겨를도 없이 상대는 고개를 숙이고 깊이 반성하기 마련이었고, 대부분 알아서 사과를 했다. 덜덜 떠는 목소리에서 진심을 느낀 황영칠은 다시 쿵쿵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저 친구는 내 마음을 다 알아주고 사과해 주잖아. 모든 마음은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는 거야. 아 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그렇게 생각하며 영칠은 해맑게 웃었다. 그 웃음 때문에 십 대가 된 이후로는 처음으로 오줌을 지렸다고 증언한 아이가 몇 있긴 했지만.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황영칠이 성큼성큼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친구 하나가 달려오며 그를 외쳐 부른다. 영칠이, 니도 거 가나? 어데? 회관 뒤에 건초 창고. 거 가는 거 아이가? 아인데. 집에 가는데. , 오늘 거서 개싸움 씨게 한다 카든데. 맞나. , 군에서 챔피언 묵은 겁나 큰 개 온다 카더라. 같이 안 갈래? , 안 갈란다. , 왜, 가자. 안 된다. 집에 가서 볼 끼 있다. 뭔데. 빨강머리 앤. ……? 빨강머리 앤 봐야 된다꼬. 빨강……그기 뭔데? 있다. 내한테는 중요한 기다. 맞나. 그래. 지금 빨강머리 앤하고 길버트하고 대판 붙기 직전이다. , 맞나. 둘이 붙으마 누가 이기는데? 당연히 우리 빨강머리 앤이 이기지. 아 맞나, 느그 빨강머리 앤이 그래 쎄나. 당연하지 임마. 앤은 지는 법이 없는기라. , 맞나. 그라마 군에서 챔피언 먹은 개랑 그 빨강머리랑 싸우마 누가 이기겠노. , 치아라. 우리 빨강머리 앤이 그깟 개나부랭이하고 우얘 싸우갰노. 하여튼 내는 가야된다. 앤이 기다린다. 내일 보자이. 그렇게 황영칠은 총총 사라졌다. 그리고 마을 회관 뒤 건초 창고를 중심으로 소문이 돌았다. 황영칠이 무시무시한 덩치에 온몸이 피로 물든 것 같은 빨간 털의 투견을 기르고 있는데, 지는 법을 모르는 그 개는 사실 늑대의 피를 절반쯤 물려받았으며 그 앤이라는 거대한 개와 그보다 더 거대한 황영칠 둘이서 한 끼에 송아지 한 마리를 나눠 먹는다고. 그들이 조만간 군내 투견계를 평정할 예정이라고. 군 챔피언 먹은 겁나 큰 개와 그의 주인이 그 후로는 건초 창고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 소문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그랬다. 황영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빨강머리 앤이었다. 영칠은 그 작고 가냘픈 아이에게서 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언뜻 그것은 놀라운 오해처럼 보였다. 앤은 작고 영칠은 거대했다. 앤은 쉼 없이 떠들어댔고 영칠은 떠들어댐 없이 쉬었다. 그러나 확실히 둘은 닮았다. 둘은 자기가 가진 가장 소중한 보물이자 강력한 무기가 상상력이라고 믿었다. 그 상상력이 빨강 머리와 거대한 덩치로부터 오는 열등감과 자기 미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다. 두 사람 다 주변에 좋은 이들이 많았고, 그들로부터 사랑받을 만했으며, 사랑받았다. 단점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도 끝내 자기를 잃지 않았으므로 날이 갈수록 그들은 선명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은 읽을 만해졌다.’ 그렇게 그들은 닮아 있었는데, 서술자로서 첨언하자면, 이 닮음이 오직 앤과 황영칠 사이에만 존재할까?

  

  "우리는 부자야.“ 앤이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16년동안 쌓은 멋진 추억이 있고여왕처럼 행복하고크건 작건 모두 상상력이 있어은색으로 빛나는 저 얕은 바다를 봐얘들아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환상까지도우리가 백만 달러를 가지고 수많은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다 해도 저 아름다움을 더 누릴 수는 없어가능하다면 거기서 본 여자들처럼 되지는 마너는 그 하얀 드레스의 여자처럼이 세상을 경멸하려고 태어난 듯 평생 얼굴을 찌푸리고 살고 싶니아니면 그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부인처럼물론 친절하고 좋은 분이지만뚱뚱하고 키도 작아서 몸매랄 게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아니면 에번스 부인처럼 눈빛이 슬픈 사람이그런 표정을 보면 그분은 인생에서 큰 불행을 겪은 게 분명해그런 사람들이 되고 싶지는 않겠지제인 앤드루스?“

  ”잘 모르겠어.“ 제인이 확신 없이 말했다. ”다이아몬드는 사람에게 많은 즐거움을 줄 거야.“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구도 되고 싶지 않아.“ 앤이 말했다. ”평생 다이아몬드를 못 가져도진주 목걸이를 건 그린게이블스의 앤에 완전히 만족해매슈 아저씨가 이 목걸이에 담아준 사랑은 분홍드레스를 입은 부인의 보석 못지 않으니까.“


황영칠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읍내를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의 마음속에 어떤 꿈이 싹텄음이 분명한데, 그것을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황영칠의 이야기가 흐릿해지는 지점은 여기서부터이다. 우리는 그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좋은 사람은 만났는지, 사랑은 하였는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쓰기는 어렵다. 어쩌면 황영칠이 자기 못지 않은 거대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 머리색이 빨강색이었다는 이야기를 지어내 볼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가 없다. 좋은 이야기들은 반드시 스스로 이야기되어야 하는 어떤 지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상상은 그런 지점과 지점을 연결하고 경로를 에두르거나 접붙이는 데 그칠 뿐이다.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전하기를 그치면 이야기는 멈춘다. 이야기는 용으로 태어나서 뱀으로 사라진다. 아쉽게도, 황영칠이 읍내를 나와 어떻게 살았는지 추적할 길은 전혀 없고, 그리하여 비록 황영칠의 삶은 끝나지 않았겠지만 황영칠의 이야기만큼은 여기서, 이렇게 끝이다.

 

서두를 다시 반복하자면, 나는 부족한 서술자로서 황영칠의 이야기보다 황영칠의 이야기가 단절된 것에서 오는 아쉬움이 더 선명하게 전달되었으면 싶다. 그리고 좋은 서술자를 만나지 못하여 뱀으로 사라진 좋은 이야기들과, 자신의 삶을 뱀의 삶으로 오해하고 차마 그려내지 않은 좋은 서술자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하고 싶다.

 

그린게이블스의 앤에게 루시 모드 몽고메리라는 걸출한 서술자가 있어서 앤의 인생을 그림처럼 그려냈듯이, 황영칠에게도 그런 이야기꾼이 있었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랬다면 앤의 이야기처럼 황영칠의 이야기 역시 틀림없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흔들려 울림소리를 내기만을 기다리는 종처럼 거대한 이야기의 그물망에 매달려 있다.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늘 고프고, 세상에 이야기는 넘치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넘쳐도 좋다.

 

진부한 비유지만 우리 모두는 별에서 왔고, 별똥별의 모양으로 떨어지는 모든 원석은 저마다의 서술자를 찾아 지구에 도착한다. 이야기될 가치가 있는 삶을 사는 것만큼이나 삶을 가치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하나의 이야기로 세상에 남고 싶다면, 앤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몽고메리가 되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는 황영칠이 황영칠의, 아니, 황영칠들이 황영칠들의 훌륭한 서술자가 되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조용히 나의 서술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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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2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머리앤을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황영칠에 대해 궁금해지면서 리뷰가 마무리되네요.
너무 좋게 잘 읽었어요, syo님.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요^^

syo 2020-06-21 09:29   좋아요 0 | URL
앤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뭘 써야 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부득이 황영칠씨 소환....

오전 나절 쓰고 나니까 대체 내가 뭐 한 건지 모르겠더라구요 ㅋㅋㅋ

다락방 2020-06-20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은 이승우와 보부아르가 느껴지는 글이네요. 앤과 황영칠과 보부아르와 이승우...

syo 2020-06-21 09:29   좋아요 0 | URL
다들 뭘 이렇게 느끼세요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06-2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기호! 떠올랏어요

syo 2020-06-21 09:2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뭐야 난 모르겠는데?

stella.K 2020-06-20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리뷰를 소설 같이 쓰는 스요님!
이건 스요님만 쓸 수 있는 리뷰입니다.
전 성석제 삘도 느껴지는데 말이죠.ㅋ
다음 달 이달의 리뷰에 모처럼 스요님이 등극될지 지켜보겠습니다.^^

syo 2020-06-21 09:30   좋아요 0 | URL
이달의 리뷰 이달의 페이퍼 그거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못해본 것 같은데
고작 황영칠이로 되겠어요? ㅎㅎㅎ
스텔라님이 한 번 더 하세요 ㅎ

비연 2020-06-20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syo 2020-06-21 09:31   좋아요 0 | URL
오전 내내 아무 생각 없이 썼는데, 쓰고 나서 다시 읽어 보니까,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네요;;

북깨비 2020-06-2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시네요. ㅠㅠ

syo 2020-06-23 00:01   좋아요 1 | URL
그런 거청한 의도까지는 아니었는데요.
그냥 서재이웃님들도 자기 이야기 많이 하셨으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에 ㅎㅎㅎ.

페크pek0501 2020-06-2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강머리 앤, 애들이 읽었던 게 집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없는 거예요. 그래서 두 권이나 샀어요.
읽다가 발견되는 톡톡 튀는 멘트가 좋더군요.

syo 2020-06-23 00:01   좋아요 1 | URL
그렇죠? 앤 참 사랑스럽게 되바라진 아이예요 ㅎ

Mauerblume 2020-06-29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감은빛 2020-06-2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투리. 너무 정겹네요.
황영칠의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지만, 안 써주실거죠?

syo 2020-06-29 22:45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저걸로 끝이었던 것을요 ㅎㅎㅎㅎ

noomy 2020-06-3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앤 드라마를 봤는데 그 서술자는 앤과 주변 인물들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더군요~^^ 책과는 조금 다른 삶의 이야기들도 충분히 재미있었구요. 다양한 이야기꾼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roadCast

 

모든 방향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은 저녁을 맞아 나는 창문을 닫고 윙윙거리는 마음에 이름 몇 개 들려주며 다독다독 안녕 밤의 골목아 눅눅한 반지하 단칸방아 처음 안았던 호수야 신호가 긴 사거리야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과 이야기들아 잘 있니 잘 지내니 나는 내일 일터에 가려고 다음 주는 금요일에 쉬려고 여름이 끝나기 전에 시끄럽지 않은 바다에 가려고 밤에도 낮만큼 분주한 한 해를 보내려고 저축 말고 김연수의 신작이나 스피노자 같은 것을 생각하려고 미래 말고 연말까지 턱걸이며 윗몸 일으키기 같은 간단한 동작들을 몇 개까지 해낼 수 있게 될지나 생각하려고 나 자신에게 아무것도 다른 누구를 위한 그 무엇도 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려고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어제 같은 오늘에도 오늘 같은 내일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출근길 마을 버스 정류장에 피어 있는 지나치게 붉은 장미처럼 선명하고 무용하게 누군가의 눈길이나 손길이 닿을 때까지 잔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가며 버티고 서 있을 줄 알게 되지 않을까 방충망의 구멍을 메우고 주기적으로 세탁기 청소를 하고 거울의 얼룩을 깨끗이 닦아내는 법을 검색하고 치킨을 먹은 다음 날이면 체중계에 올라갔다가 콩콩 제 머리에 꿀밤을 먹이기도 하는 사람으로 무탈하고 무해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낮에 머리를 했어 밤에 검은 마스크를 하고 노란 꽃이 더 노랗게 보이는 가로등 아랫길을 걸어 마을을 한 바퀴 휘감고 도는 산책을 다녀왔어 동생 생일이라고 50만 원을 부쳐줬는데 엄마가 고맙대 엄마가 고마울 일이냐고 하니까 내 자식이 내 자식한테 해준 거라서 둘 다 내 자식이라서 엄마가 고맙대 엄마는 고마운 것도 참 많지 내가 미안한 것이 참 많은 것처럼 가끔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 낮에 머리를 하러 가는 길에 왜 모임에 나오지 않았냐고 우리 지금 다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고 목소리 듣고 싶은 사람 있으면 바꿔주겠다고 동기들이 전화해 줘서 미안한 나는 고마웠어 잊히지 않는다는 것은 참 좋지 잊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지 내가 잊지 않을 테니 너는 잊히지 않으렴 훨씬 더 나은 일을 네가 맡으렴 모든 방향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은 저녁에 나는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슬리퍼를 끌고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잊을 것과 잊지 않을 것을 나누어 보려고 나선 그 길에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고 그대로 돌아왔구나




 나무로 길을 재던 시절은 이제 없지

 오리나무들은 산에나 가야 겨우 만날 수 있지

 그래도 오리나무와 오리나무 사이의

 간격쯤이면 좋겠네

 영 볼 수 없는 당신과 나 사이에도

 오리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네

 아무리 먼 길도 오리면 된다고,

 오 리면 오리라고

손택수오리나무의 측량술을 빌려서」 부분


그런 밤이 있었다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사람에게 이야기해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나의 신에게 조용히 털어놓았던 밤이 있었다.

  우리는 남은 차를 마저 마시고 가방을 든다구원이니 벌이니 천국이니 지옥이니하물며 사랑이니 하는 이야기는 더는 입에 올리지 않은 채로우리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각자의 우산을 쓰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걸어간다그렇게 걸어간다.

최은영고백


현명한 사람도 미욱한 사랑으로 자신의 거짓 영리함과 마주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사랑은 어차피 이상하고 적나라하게 자기 함정에 빠지는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그 함정을 미담으로 치환해가는 두 사람이 최종적으로 남을 때비로소 사랑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김소연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 읽은 ---

 


61. / 장 그르니에

 

섬들 사이에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가고 싶다

 

 


62.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 / 이종한

 

애들 책이라 애들애들 하다. 어릴 적에 이런 동화를 좀 더 많이 읽었으면 고민거리도 적고 눈 앞에 닥친 일들을 뚝딱뚝딱 해치울 수 있는 건실한 어른이 되었을까.

 

 


63. 겨울 여행 어제 여행 / 조르주 페렉

 

보페페 : 보르헤스, 페소아, 페렉.

 

 


64.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 임현정

 

기껏 받은 선물도 듣지 않으면 발이 달려 도망친다.

 

 

 

--- 읽는 ---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 / 마이클 굿윈 : 112 ~ 208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 도제희 : ~90

라캉은 정신분석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 가타오카 이치타케 : ~ 105

빨강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 이현우 : 69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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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1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은영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너무 미루어두었어요, 너무 귀한 사람이라...
다음 syo님 페이퍼에서는 ‘걸 클래식 컬렉션 1‘의 감상을 읽고 싶네요^^

syo 2020-06-15 07:23   좋아요 1 | URL
앤 졸귀.... 재밌던데요? ㅎㅎㅎ

2020-06-16 0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20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gela 2020-06-1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이 이렇게 서정적이시라니 몰랐어요.

syo 2020-06-20 11: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중2병은 불치입니다.

2020-06-18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20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cl

 

 

1

 

노을이 붉게 타는 하늘을 거울처럼 비추는 어느 소금 바다에 꼭 가 보고 싶었다. 거기가 어딘지도, 언제나 가 볼 수 있을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바탕화면에 사진을 깔아놓고 넋이라도 있고 없고 마냥 바라보는 것조차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 막연함은 막연하여 말로는 전달되지 않는 마음이었고, 마음을 전달하지 못 하는 말은 힘이 없었고, 힘없는 말은 스스로 여위고 고갈되는 것이 수순이었다.

 

붉게 녹은 구름이 쇳물처럼 염전 위로 뚝뚝 떨어질 것만 같다. 소금이 제 소금기를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염전을 매만지겠다.

 


세상은 이제 영원히 조용하고 텅 빈 것이다

앞으로는 이 고독을 견뎌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다

 

긴 터널을 지나 낡은 유원지를 빠져나오면

사람들이 많았다

 

너무 많았다

황인찬부곡」 부분

 

 

2

 

조금 고단하긴 해도 티가 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세상 사람들이 syo의 다크서클을 지적한다. 녹즙 이모가 syo 주임님 오늘따라 굉장히 지쳐 보이네, 화이팅! 이랬다. 아침 910분이었는데! 나 겁나 쌩쌩했는데! 지지난 주였나, 다른 구에서 일하는 동기들이 저녁에 회사 근처로 찾아왔는데 딱 보자마자 그랬다. , 영혼은 어디 가고 다크만 있어요?

 

이런 말들을 듣노라면, 그렇다면 힘껏 다크해져버려야지 하는 다크한 마음이 생긴다.

 

처음 밝히는 건데, 사실 이건 다크서클이 아니라 몽고반점입니다. 타고난 거라구요. 어릴 적 찍은 사진을 보면 장난기 가득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렌즈를 마주보는 동글동글하고 총명하게 생긴 애기가 들어있는데, 걔 눈 밑에도 짙은 어둠이 자리잡고 있다. 엄마도 다크, 아빠도 다크, 동생도 다크. 다크한 우리 가족 다크 패밀리 다크 서클. 젊었을 때는 나중에 돈 벌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불량서클을 완전히 해체해버리겠노라 다짐했지만, 막상 손에 한줌도 안되는 월급을 쥐고 나니 돈도 아깝고, face body에 하자가 다크 딱 하나인 것도 아닌 마당에 굳이-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크서클 제거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노동이 다크서클이 진하게 만드는 이 미친 다크영구기관 메커니즘 때문에 허탈해지는 것이다.

 

하여간 다크는 별로다. 초콜릿도 다크 말고 밀크만 먹는다.

 

 

 

3

 

온 세상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생긴 문제 가운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나 뜻밖에 심각한 것이 있다. 다들 한층 더 예쁘고 잘 생겨 보인다는 것.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어떠한 종류의 위해든 가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하는 표정을 짓는 일은 눈만 가지고는 불가능하다는 것. 두 가지 문제가 짝짓기를 빅 프라블럼 하나가 태어난다.

 

저 사람 와잘생겼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오래 쳐다보다가 걸림 -> ’뭘 봐 이숑끼야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봄(그건 눈만 가지고도 됨) -> ’허허허 시주님, 끝없는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그저 한 번 스치는 눈길이었을 뿐이니 오해일랑 접어두시지요 나무아미타불 옴마니반메훔하는 표정을 시전했는데 코와 입이 가려져 있다 보니 앗 걸렸다 훔쳐보고 있었는데 으헤헤하는 눈빛으로 보임.

 

저 잘생긴 청년이 잘생긴 주먹을 말아쥐고 이쪽으로 다가오기 전에 하차하자…….

 

 

 

4

 

여름만 해도 힘든데 코로나썸머라니.


이러나저러나, 읽을 것이다.



조급하거나 불안해지는 날이면 노트북을 켜고 한글 프로그램의 흰 화면에 걸러지지 않은 글자들을 쏟아내었다내 안에 들어찬 욕심과 수치 들을 날것의 글자들로 까불어 엎어낼 때도 있었고행복의 순간들을 수를 놓듯 가다듬어 쓸 때도 있었다스스로도 보기에 부끄러운 글들이 많았지만 괜찮았다그보다 부끄러운 일들은 앞으로 살면서 훨씬 많을 것이므로때로는 우스운 글을때로는 욕이 가득한 글을때로는 미래를때로는 과거를 A4 용지 세 장만큼 썼다쓰고난 뒤엔 딱 A4용지 세 장만큼 회복되어 조금 튼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강이슬안 느끼한 산문집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는 틀니를 꺼내 손수건으로 감쌌다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읍장에게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이따금 인간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루이스 세풀베다연애 소설 읽는 노인

 

 

--- 읽은 ---

 


56. 어느 작가의 오후 / 페터 한트케 : 82 ~ 149

 

페터 한트케를 읽으며 제일 많이 하는 생각 가운데 하나는 아, 이걸 내가 왜 읽고 있지? 하는 것이다. 알알이 좋은 대목 있고, 점점이 공감 가는 마음의 무늬가 드러나긴 해도. 반면 그의 글에 공감하고 주인공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경로를 곧잘 따라가는 독자들도 있다. 허허허. 세상 참 모르겠다. 그게 교훈이다. 당신의 어느 오후를 잘은 모르겠어요.

 

 


57.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1 / 손봉석 : 134 ~ 260

 

하고 싶은 말이 선명한데, 스토리와 하고 싶은 말 사이에 유기적인 결합 관계가 부족하여 국물 따로 먹고 고기 따로 건져 먹어야 한다.

 

 


58. 맨 얼라이브 / 토머스 페이지 맥긴 : 152 ~ 239

 

문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고통을 설명하는 과정을 고통스럽지 않게 하거나 혹은 더욱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 문장은 어떤 역할을 떠맡을 수 있을까. 고통을 이겨내는 능력이 각자 다르듯, 고통을 설명하고 그리는 능력 역시 각자 다르다. 아픔이 있는데 문장이 없거나, 문장이 있는데 아픔이 없다면 아쉽게도 우리는 그저 아프거나 아름답거나 할 뿐이겠지만, , 그 두 가지가 다 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자.

 

 


59.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김고명 : 98 ~ 220

 

좋겠다.

 


 

60. 반 고흐 / 바바라 스톡 : ~ 135

 

이 알듯 말듯 끝내 알 수 없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는 왜 이렇게 꾸준히 읽는 걸까? 하자 있는 인간의 분투와 끝내 인정받지 못하고 이루어진 종말에 관한 이야기는 치명적일 만큼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길이 열려 있다 보니, 반 고흐에 관한 책은 많지만 저마다 다 자기 몫이 있다. 반 고흐란 사람은 어쩌면 그림이 아니라 이야기를 남기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 읽는 ---

그림 속 경제학 / 문소영 : ~ 170

한 장 보고서의 정석 / 박신영 : ~ 124

허변의 모르면 호구되는 최소한의 법률 상식 / 허윤 : ~ 179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 이현우 : ~ 69

에코페미니즘 /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 72 ~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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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6-1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녘 소금바다에 지난 주에
다녀 왔는데 가는 길의 들꽃이
좋아서 오늘 다시 가보려고 합
니다.

오늘 비가 온다 해서 거시키
했었는데, 구라청이 다시 도래
했네요.

syo 2020-06-13 18:18   좋아요 0 | URL
소금바다보다 더 좋은 들꽃이라니,
다음에 사진으로 한 번 보여주세요.

바다 보러 가고 싶다.....

다락방 2020-06-1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에코페미니즘 124?! 으르렁-

syo 2020-06-13 18:18   좋아요 0 | URL
훗..... 얘는 흑페사보다 재밌어요.

라로 2020-06-1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에서 빵 터짐.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고마와요!!! 근데 저는 다크가 더 좋아요.
반 고흐란 사람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군요...
암튼, 고맙다구요!! 하트 뿅뿅

감은빛 2020-06-13 16:23   좋아요 0 | URL
저도 좋겠다에서 한참 웃었네요. ㅎㅎㅎㅎ

syo 2020-06-13 18:1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다크 좋아하시는 라로님 안녕하세요 ㅎㅎ

감은빛 2020-06-1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밑에 다크써클은 없는 날이 더 많지만, 얼굴을 비롯한 피부 자체가 다크하고, 성격도 다크한 저는 항상 다크가 좋아요. 맥주도 다크한 흑맥주를 더 좋아하고, 옷도 다크한 계열 색을 좋아하지요.

syo 2020-06-13 18:19   좋아요 0 | URL
다크서클이 있었다 없었다 하는 사람들의 마음 같은 거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잘만큼 푹 자고 쉴만큼 푹 쉬고 너무너무 컨디션 좋을때도 늘 다크와 함께하거든요. ㅎㅎ

Angela 2020-06-1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마스크로 다크를 가리시면 어떨까요 ㅎ

syo 2020-06-14 12:06   좋아요 0 | URL
ㅎㅎㅎ 다크가 광대에 닿아있기 때문에 그저 보통의 방식으로 마스크를 착용해도 이미 다크의 절반은 가려지는 상황입니다.

북깨비 2020-06-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초콜릿🍫은 밀크가 진리입니다. 그나저나 안 느끼한 산문집을 담아가다가 미리보기 보고 헉!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혼란스러움을 느꼈지만 역시 궁금해서 읽어볼 것 같습니다. ^^;;

syo 2020-06-14 12:06   좋아요 1 | URL
ㅎㅎㅎ 안 느끼했어요!! 밀크맛은 아니었지만 ㅎ
 

 

오이채

 

 

1

 

올해 1월에 많이 들었던 질문은 이런 식이었다. , 책은 왜 읽는 거예요? 대답은 이런 식이었다. 그러게?

 

조금 더 쉬운 질문으로는 이런 게 있었다. 오빠, 책을 읽으면 진짜 인생이 바뀌어? , 그런 사람 실제로 본 적 한 번도 없네?

 

 

 

2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아서 종일토록 읽었다. 어제도 저녁 약속 전까지 줄창 읽기만 했다. 그리고 문득, 저런 질문들에 내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까닭을 깨달았다. syo가 책을 읽는 이유에 관한 문제였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그건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3

 

syo는 책을 읽으며 어떤 사람이 되었지만,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공대 나와서 행정직 공무원 하는 인간이 철학책을 읽는 이유는 인간을 위해서도 철학을 위해서도 아니었고 단지 읽기 위해서였다. 상상계-상징계-실재계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책을 읽기 위해 라캉에 대해 읽었다. 마르크스를 읽은 것은 혁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유물론적으로 전개되는 책들의 페이지를 넘길 때 절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나의 책은 다른 책으로 가는 징검다리였고, 그렇게 책과 책을 이은 선으로 어두운 인생에 별자리를 긋긴 했지만 그 별자리가 동서남북을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밤이 있고 하늘이 있어서 별이 있듯이, 내가 있고 책이 있어서 독서가 있었다.

 

 

 

4

 

가장 나이브해 보이고 가장 진솔해 보이며, 동시에 가장 고수의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대답인 재미역시 syo가 하는 독서의 목적은 아니다. 설령 그것이 재미라고 하더라도, 어떤 목적이 존재하는 것 자체로 독서는 하나의 수단이 된다. 독서가 수단이지 말라는 법도 없고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지만, syo에게 독서가 어딘가로 향하는 과정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읽는 일이 미치도록 재미없을 때가 팔 할이다. 아무리 꼼꼼히 읽어도 보름이 지나면 주인공 이름조차 가물거리는 머리통을 달고 사는 사람에게, 지식을 남기고자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수천 권의 책을 읽었으나 뭐 특별히 훌륭한 인간이 되지도 못했고, 이 책들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책이 이런저런 인연들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늘 책과 상관없는 시간과 장소에서 생겨났다. 요컨대, syo에게 책 읽기는 늘 책 읽기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5


아무것도 이루거나 바꿀 욕심이 없는 인간에게 삶은 길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살해하며 살아야 한다. 오늘 하루를 읽으며, 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평화롭게 보내며, 나는 생각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나는 내 앞에 던져진 기나긴 시간을 활자를 통해 천천히 부드럽게 죽여나가기로 정한 것은 아닐까.

 

 

 

6

 

수나 양도, 진보나 혁명도, 재미나 의미도,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결국 독서는 중요하지 않다. 책은 크고 값비싼 것은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고, 나는 나대로 책에게 많이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냥 주말이 오면 저녁까지 책 위에 올려놓은 시간을 다른 책으로 탁탁탁 채 썰어 씹어 먹을 테고, 지친 일상의 목을 축일 테고, 아침이 오면 출근할 것이다.

 

 

 

--- 읽은 ---


 

53.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 마쓰바라 다카히코 : 137 ~ 288

 

처음 읽는 물리학 책은 어때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할 길이 없다. 고등학교 때 처음 배우기 시작해서, 어쨌든 물리학에 뿌리가 있는 과목들의 지식을 암기하고 문제를 풀고 시험을 치고 울고불던 세월이 8년쯤 되는지라, 이런 기초 책을 읽긴 읽지만 과연 이게 좋은 기초 책인지 그저 그런 기초 책인지 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닌 것이다. 이제 그만 읽을까, 이런 거?

 

 


54.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 67 ~ 128

 

통념적 의미의 사랑이 아닌 것들에 대해 쓸 때 아니 에르노의 문장은 가장 빛났던 것 같다. 사랑이나 사랑이 아닌 것 같은, 사랑이 아닌 것 같으나 사랑인, 그런 것들. 그러나 가족에 대해 쓸 때, 그리고 그것이 덤덤하거나 담담할 때, 나는 그녀의 문장에 완전히 파묻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아버지라는 소재가 내게 미치는 영향 탓일지도 모르겠다.



 

 

55. 어중간한 나와 이별하는 48가지 방법 / 쓰루다 도요카즈 : 111 ~ 228

 

어중간하다. 이별해야겠다.

 

 

 

 

--- 읽는 ---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1 / 손봉석 : ~ 134

만화로 보는 경제학의 거의 모든 것 / 마이클 굿윈 : ~ 112

/ 장 그르니에 : ~ 92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 김고명 : ~ 98

스피노자 / 스티븐 내들러 : 234 ~ 430

최한기가 들려주는 기학 이야기 / 이종한 : ~ 100

에코 페미니즘 / 마리아 미스, 반다나 시바 :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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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07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의 모든 문장이 좋아요.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언젠가, 나도 모르게 나는 내 앞에 던져진 기나긴 시간을 활자를 통해 천천히 부드럽게 죽여나가기로 정한 것은 아닐까.˝ 이 문장도 좋아요.
˝그냥 주말이 오면 저녁까지 책 위에 올려놓은 시간을 다른 책으로 탁탁탁 채 썰어 씹어 먹을 테고, 지친 일상의 목을 축일 테고, 아침이 오면 출근할 것이다.˝ 이 문장도 역시나 좋아요.

그렇게나 많은 책을 읽고 또 읽고, syo님은 문장을 얻은 거 아닐까요?

syo 2020-06-07 23:28   좋아요 1 | URL
문장 이게 얻었다고 할 만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걸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고, 알라딘에서 흥청망청 놀기나 할 생각이에요 ㅎㅎㅎ

2020-06-08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3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08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6-13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이 2020-06-08 1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청망청이라니! 멋있어요!

syo 2020-06-13 11:47   좋아요 0 | URL
흥청망청의 멋인가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답댓이 늦었네요......

감은빛 2020-06-11 1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굳이 아인슈타인을 찾지 않더라도 시간이 상대적이란 것을 깨달아요.
적어도 제게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가는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거나, 다를 수 있겠지요.

책읽기도 마찬가지로 상대적이겠죠.
누군가는 책이 재미있어서, 또 누군가는 어떤 것을 얻으려고 읽겠지만,
그냥 책이 좋아서, 책을 읽는 행위가 생활이어서 읽는 사람들도 있겠죠.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고,
가끔 썩 좋지 않은 책을 만나더라도 그냥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고.

알라딘에서 syo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ㅎㅎ

syo 2020-06-13 11:47   좋아요 0 | URL
매번 좀 더 자주 들어와야지 하면서도
어어어 하는 사이에 일터에서 닷새,
힐링을 외치며 방바닥에서 이틀,
그렇게 일주일이 후다닥 도망치네요.

감은빛님, 건강하시죠? ㅎㅎ

Angela 2020-06-13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는 왜 하시는지요? 궁금해졌어요^^

syo 2020-06-14 12:07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읽기를 위해서 책 읽기를 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아정말아무것도쓸거리가안생기는시멘트빛인생이여

 

 

1

 

초라한 내 자신에 화가 난다. 그런데 그 화를 다른 사람에게 낸다. 최선을 다해 나를 망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인 걸 뻔히 알면서, 누군가 나를 망치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건네는 거짓말을 덜컥 믿어버린다.

 

 

 

2

 

간간이 부는 바람이 실어나르는 새소리가 아침 하늘을 가득 채웠고 옥상에서 내려다본 태평동은 초여름 아래서 끝없이 태평하다. 가끔 남쪽 소식이 궁금할 때가 있는데 바라보면 커다란 산이 가로놓여 있어서 그런가, 남쪽으로부터 도착하는 것은 늘 정적과 침묵뿐.

 

언제더라 이 선명한 출근 길

 

 

3

 

같이 사는 녀석은 장맛비처럼 콧물을 흘리는 중인데 대충 휴지를 말아서 콧구멍에 쑤셔놓았다. syo의 전화에는 우리 구 28번째 확진자의 동선과 함께 최초 발현 증상이 콧물이라고 기록된 메시지가 와 있다.

 

가끔 생각하는데, 저놈과 함께 살며 다정함을 유지하려고 힘쓰는 일은 굉장한 정신수양이 된다. 집에서도 단련을 이어나갈 수 있다니, 복지 업무 담당자로서 저런 워킹 호러블을 옆에 끼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와행복해미치겠네?

 

 

 

4

 

여름은 처음이 아니지만 회사에 다니는 것은 거의 처음이고, 여름에 회사에 다니는 것은 조금 더 처음이고, 여름에 회사에 다니는 아저씨가 된 것은 완전 처음이라서, 요즘 제일 큰 화두는 바로 냄새.

 

1L에 만 원도 안 하는 저렴이 바디클렌져 바디로션을 내다버리고 mL125원은 줘야 하는 녀석으로 바꾸어보았다. 신발장 옆에 신발탈취제를 비치했고 혹시 몰라 휴대용도 하나 구매하여 스틱향수와 함께 가방에 넣어 다닌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쿨한 향이라기에, 널리 쓰이지만 그리 비싸지 않고 쿨하게 생긴 향수를 하나 주문했고, 땀 냄새를 향수로 덮는 것은 또 다른 대형참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땀냄새 제거 아이템을 따로 하나 샀다. 다이소에서 산 섬유 탈취제는 내다 버리고 있어 보이는 놈을 하나 갖췄으며, 집에서 아저씨 냄새가 날지도 몰라서’(아저씨 냄새 나는 집에 사는 아저씨들은 아저씨 냄새를 맡지 못하는 아저씨들입니다. 이건 과학입니다.) 디퓨저 4개를 들여와서 급한 불을 껐다.

 

사실 세상 모르겠고 나 하나만 챙기자고 들면, 그냥 내 코밑에 슥 바를 고체 향수 하나면 땡인데.

 

자본주의 참 무섭지, 도무지 중간이 없다. 안 하든가, 하려면 부위별로 디테일하게 마련된 상품들을 다 갖추든가, 둘 중 하나의 길을 골라야 한다. 냄새나는 인간이 되지 않으려다가 온갖 냄새를 이고 다니는 인간이 된다. 저 냄새 다 바르고 다니면 그게 사람이냐 화학무기냐.

 

어쨌거나 마음의 가벼움과 지갑의 가벼움이 비례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무거움입니다. 이건 과학입니다.

 

 

 

 

--- 읽은 ---


48. 시장, 세상을 균형 있게 보는 눈 / 김재수 : 91 ~ 192

 

자본에 관한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자본은 자본주의 ㅈ까라 그러라는 책이 아니고 자본주의에 대한 철저하고도 심오한 분석이 담긴 책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알기 위해서 아직도(+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뭐 이런 식의 변론이었다. 좋은 이야기인데, 마찬가지로 주류경제학이며 신자유주의적 학풍이며 이런 것들이 아무리 엿 같고 똥 같고 똥으로 만든 엿이나 엿으로 만든 똥 같은 사람이더라도, 그런 책들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정치와 경제는 발과 발톱같은 존재라서(누가 발이고 누가 발톱일까), 경제학 책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데, 그게 싫다거나 나랑 안 맞는다거나 해서 대충 읽고 집어던지면 아무 데도 가지 못하니까. 그야말로 균형 있게 보는 눈은 한 권의 책으로 갖춰지는 게 아니라 이 책 저 책 다 보는데서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49. 사회이 고민입니다 / 장대익 : ~ 191

 

장대익 선생님의 책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읽을 때는 그렇군 그렇군 하며 읽는데, 희한하게 읽고 나면 늘 내가 뭘 읽은 건지 잘 모르게 된다.

 

 


50.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이현우 : 219 ~ 350

 

요즘 로쟈 선생님의 수업은 어떨까. 직접 들어본 게 5년쯤 되었으니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다를까. 그때 syo가 들은 수업은 러시아 문학하고 노벨상 수상 작품 수업이었는데, 그때 잠깐이지만, 어쩌면 저 사람은 모든 수업이 가능하겠다, 모든 걸 수업으로 가능케 하는 깊이와 폭의 적절 지점을 찾아내는 데는 도가 트셨겠다,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얼핏 난다.

 

 


51.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 전김해 : ~174

 

어른이 되고 나서 동화는 아이들의 것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그냥 읽는 동화책들을 읽기 위해 어른에게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처럼읽거나, ‘아이 때와는 다르게읽거나 하는 그런 기술. syo는 모든 글을 syo처럼 읽는 고집쟁이기 때문에, 어떤 어려운 책이 뜻밖에 쉬운 반면 어떤 쉬운 책은 지나치게 어렵기도 하다.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52. 흑인 페미니즘 사상 / 패트리샤 힐 콜린스 : 399 ~ 520

 

말할 수 없이 좋은 책이다. 모두에게 저마다의 것이 있고, 그것을 가져오거나 닮을 수는 있어도 같을 수는 없다. 동의와 공감의 선언을 넘어서, 배워야 하고 훔쳐야 한다.

 

그렇지만, 올해 읽은 여성주의 책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다는 모 회원님의 말씀을 syo가 싫어합니다……. 여러 가지 외적 상황이 겹친 탓이 크겠지만, 굉장히 느리고 고되게 읽히는 책이었다. 빌리 홀리데이가 남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읽는 ---

물리학은 처음인데요 / 마쓰바라 다카히코 : ~ 137

맨 얼라이브 / 토머스 페이지 맥긴 : 57 ~ 152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 ~ 67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 정희진 : 92 ~ 169

스피노자 / 스티븐 내들러 : 82 ~ 234

다시, 자본을 읽자 / 고병권 : ~ 84

미치게 친절한 철학 / 안상헌 : 141 ~ 310

보라색 히비스커스 / 치마난다 응고지 아디치에 : ~ 116

예술의 사생활 / 노승림 : ~ 177

시작의 기술 / 게리 비숍 : ~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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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디 제품 끝까지 쓰십시오.
쓰다버리면 아깝고 물도 오염되고. 바디 제품 거기서 거기 아님감요?

올봄에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로쟈님 저의 동네 도서관에 와서 문학 강의하실뻔 했는데
아깝게도 못 들었어요. 강의료까지 다 지불하고 동선까지 다 파악했었는데...
로쟈님 슬슬 강의 다니시는 모양인데 저의 동네 도서관은 다시 안할 모양인가 봅니다.ㅠ
예전에 모처에서 강연하시는 거 들었는데 되게 편하게 잘 하시더군요.

syo 2020-06-07 22:1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어차피 한 번 산 이상, 쓰다 버리나 다 써 버리나 버려지는 제품의 총량은 같으므로 제가 시키는 오염의 총량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로쟈님 강의야 대단하지요. 못 들은지 한 세월이라 궁금해졌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06-0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하늘빛 말갛고 나무도 짙푸른 동네 사시는데 마음은 왜 회색빛이에요...색칠색칠...(바닥 굴러다니는 크래파스 주워다 주섬주섬 칠함...)

syo 2020-06-07 22:19   좋아요 1 | URL
저런 하늘 아주 가끔 등장합니다.
그리고 저런 하늘을 발견하고 잠깐 멈춰서 사진을 찍을 여유는 더 가끔 등장하지요.....

크레파스는 빨강으로 부탁해요.

수이 2020-06-0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이랑 소주 마셔야 하는데.......

syo 2020-06-07 22:20   좋아요 0 | URL
저 눈 이제 거의 완치단계입니다. 으하하하하.
핏기 멸종되면 마셔요 ㅎㅎ

북다이제스터 2020-06-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크스 형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직장 생활은 할 말을 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노답...^^

syo 2020-06-07 22:2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 형님 말도 맞지만, 제가 유독 체력이 부족한 것도 같습니다 ㅎㅎㅎ휴ㅠㅠㅠ

베터라이프 2020-06-06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시네요 쇼님! 방가운 마음에 몇자 적고 갑니다. 여전히 독서생활은 잘 하고 계셨군요. ^^ 날 더운데 항상 건강 잘 챙기세요. 그럼....

syo 2020-06-07 22:21   좋아요 0 | URL
베터라이프님도 날씨, 코로나, 하여간 모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소서....

무식쟁이 2020-06-07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 산너머 구름까지 닿을 것 같은 출근길이로군요.
3. 확진자가 창궐하는 동네에서 음주 후 씻지도 않고 잠자리에 드는 인간과 15년째 동거중이에요. 진정행복해미치겠어요.

syo 2020-06-07 22:21   좋아요 0 | URL
우리가 행복을 공유하는 사이였군요. 와하하하하.....

감은빛 2020-06-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터를 다니며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죠.
게다가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한다는 것도 역시.

여름을 맞아 땀 냄새 걱정이 많으신거죠?
비록 일터에서 여름을 맞는 것은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syo님이 보낸 여름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가끔 아침에 걸어서(일부 구간은 뛰면서) 출근하는 날엔 옷이 땀에 흠뻑 젖어요.
그러면 제 땀냄새가 너무 신경쓰이고,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일하다가 젖었던 옷이 마르고 나면 또 그닥 냄새가 신경 쓰이지 않더라구요.
일 때문에 만난 다른 사람들도 별로 신경쓰는 것 같지는 않구요.

만약 일터에 샤워장이 있다면 땀 흘린 후 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만, 가난한 인생. 가난한 일터에 샤워장은 불가능하다 싶어요.

syo 2020-06-13 11:49   좋아요 0 | URL
언젠가 죽기 전에 운이 좋아서 뭐라도 제 일터를 꾸밀 수 있게 되면,
샤워장을 설치할까봐요 ㅎㅎㅎㅎ
사우나도...
수영장도....
도서관도....

이거, 다시 태어나야겠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