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폴리아모리 에세이
홍승은 지음 / 낮은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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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이야기는 전부, 세상에 왕왕 있는 사랑 없는 연애의 경우를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다. 나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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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사랑은 완전히 다르다. 치명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 다름을 잊어버리고, 그 탓에 연애는 완전히 망하고 사랑은 치명타를 입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연애를 잘 안다/한다고 말할 때, 그 알고 하는 영역에서만큼은 사랑과 연애는 한 몸이다. 형이상학적으로 보면 사랑은 사랑이고 연애는 연애라서, 연애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도 사랑에 대해 말할 수야 있지만 누가 형이상학적으로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단 말인가. 연애와 사랑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의 관계와 그 관계에 투사되는 다양한 감정들은 모두 정치적/권력적/형이하학적이다. 그리고 정치적/권력적/형이하학적 공간에서 사랑은 연애라는 실천과 육체적으로 엮여 있다. 하여 이 공간에서 연애에 대한 앎은 사랑에 대한 앎이고, 연애에 대한 무지는 사랑에 대한 무지가 된다. , 우리가 하는 모든 사랑은 개별적인 사랑이고, 개별적인 사랑이므로 장소, 시기, 대상, 기분, 건강, 취향, 가치관, 미적 감각 등등 무수히 많은 구성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그 모양이 결정되고 또 시시각각 변한다. 그래서 실천 중인 사랑에 대한 100%의 앎이란 100%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게 초 단위로 자신의 각도를 180도씩 바꿀 정도까지 대책 없이 변화무쌍한 존재는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예컨대 180도씩 두 번 돌면 360도라는 사실이 변화에 관한 일종의 바운더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어떤 관계든 그에 관한 유의미한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리는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어디며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상대의 분노를 녹이는 만능열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도, 최소한 떡볶이보다 불족발이 더 효과가 크다는 정도는 알 수 있다. 불완전한 지식이라도(어차피 모든 지식은 불완전하다) 유효하며, 감사하게도 충분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실천적으로 보면, 모든 사랑은 어떤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에서 연애(관계/대상)에 대한 앎은 사랑에 대한 앎과 분리되지 않는다.

 

바로 이 모순이 우리의 사랑과 연애를 어렵게 만든다. 연애는 사랑과 완전히 다른데도 연애에 대한 앎이 사랑에 대한 앎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오작동한다. 사랑에 대한 관념에 차이가 큰 두 사람 사이에 연애/관계에 대한 지식(그러므로 사랑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쉽게 망한다. 그리고 그 망함을 통해 우리가 원망하거나 반성해야 하는 것은 연애, 그러니까 사랑에 대한 실천적 노력의 부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쉽게 사랑을 원망한다. 그래서 사람을 원망한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더 어려운 길로 간다.

 

과연, 연애에 대해 모르고서 사랑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더 엄밀히 말해서, 내가 어떻게 연애하는 줄 모르고서, 내가 어떤 사랑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에 빠지면, 그리고 사랑이 망하면(이건 당연히 연애의 국면이다), 나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 그 답이 되겠다.

 

 

 

*

 

그래서 syo라는 놈은 자기 사랑(자기 연애, 그러므로 일부분 그냥 자기)에 대해서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

 

스물한 살 먹은 해, 첫 연애를 시작했다. 10월이었던가?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할 것들을 처음 가르쳐준 사랑이었으니 실효적 첫사랑이라고 믿고 있다. 그 이후로 정말 내가 생각해도 희한할 정도로 꾸준히 연애를 해오고 있는데, 처음 연애를 시작하고 15년이 조금 더 되는 시간 가운데 만나는 사람이 없었던 기간은 다 더해야 반년이 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던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연애를 오래, 혹은 많이 한 것은 하나도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건 연애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설령 잘하는 거라 쳐도 개별적인 그 연애를 잘하는 것일 뿐, 모든 연애에 확장해서 적용하기에 쓸만한 지혜가 생기지도 않는다. 언젠가 장기간 연애를 하던 내게 갓 연애를 시작한 친구 놈이 상담을 청해와서 무슨 깨우친 자라도 되는 양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지만, 실제로 그 친구의 연애에 도움이 된 것은 내가 아니라 그 옆에 앉은 다른 친구(당시 짧은 연애 후 2년째 애인구함 상태)의 지나가는 한마디(터무니없었는데!)였다. 그런 무용함은 내수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 연애를 통해 얻은 연애에 관한 앎은 뒷 연애를 풀어 나가는데 도움이 거의 되지 않거나, 도움이 되는 만큼 방해가 되는 바람에 결국은 제로섬이거나 했다. 그럼 그게 다 말짱 헛거란 말인가, 15년 동안 한 거라고는 연애밖에 없는 나는 그럼 한낱 이산화탄소제조기였단 말인가, 하며 고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왜냐하면 연애가 실제로 연애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애 바깥 영역에서도. 연애를 통해 얻은 상대방에 대한 지식은 다음 연애를 위한 지식이 되지 않았지만 연애하는 나에 대한 지식은 다음 연애를 위한 지식이 되었고, 그것은 다른 곳에서도 쓸만한 지식이 되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연애하는 모양새를 보며 나에 대해 배웠고, 철들고 나서부터는 거의 계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나를 배울 수 있었다. 길고 부드럽게 배웠기 때문에 아프지 않게 배웠다.

 

내가 동성을(그러니까 동성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연애였다. 그날 나는 평범한 데이트 중이었고, 그러니까 그날 그 오빠는 나를 왜 사랑해?”하는 질문 역시 처음 듣는 것도 아닌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을 듣고 동공에 지진이 나면 일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것이야 공지의 사실이므로, 나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 몇 개의 답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고 물을 때마다 다른 답을 해줄 수 있었다. 아마 그녀도 진심으로 궁금했다기보다 심심한데 이놈이 이번에는 무슨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에서 물어봤던 것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그건 일종의 유희였고 그날 대답 역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번지르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저 아이를 사랑할까? 누가 공대생 아니랄까봐, 저 아이의 특성 중 없어도 내가 사랑하는 데 문제가 없을 부차적인 요소들을 하나하나 사상해나가는 기법을 이용해서 그 방정식을 풀어보려 했다. 그 과정에서 그 아이가 여자라는 요소가 제외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다. , 나는 동성을 사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구나. 정확히 말하면 동성을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쪽이 더 가깝겠다. 그래서 훗날에 내가 어떤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하나도 놀라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그런 일에 놀라지 않는 자신이 놀랍지 않을 정도로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남자를 사랑하는 게 여자를 사랑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다르더라도 여자A를 사랑하는 것과 여자B를 사랑하는 것 사이의 다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그 사람과 키스 했을 때 내가 한 생각은, ‘남자랑 하는 키스는 이렇구나가 아니라 얘는 혀보다는 입술 쪽이구나였다.

 

폴리아모리에 대한 생각도 비슷한 방식이었다. 나는 개개의 사랑이 개별적인 사랑이라면 두 개 이상의 사랑이 동시에 전개될 수 없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아버지와 나에게 있지 어머니를 사랑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버지를 더 많이 사랑할수록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크기가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나는 사랑을 이렇게 구분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부모에 대한 사랑, 친구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 대상의 수와 무관하게 총량이 정해지지 않는데, 왜 연인에 대한 사랑은 그렇단 말일까? 연인에 대한 사랑이 육체관계가 개입된다는 특성이 있기에 독특성을 인정해야 한다면, 육체관계가 개입되지 않은 연애감정, 연애감정과 분리된 육체관계, 그리고 연애관계가 육체관계를 독점해야 한다는 생각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은 다자를 향한 연애감정이 생길 수 있는지와는 무관한 윤리학적 논쟁이 된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불가능의 영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폴리아모리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말이 정확하겠다. 그에 대한 증명도 당연히 연애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나는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해 본 적이 있고, 그 두개의 사랑은 엄연히 달랐다. 달랐으므로 나는 그게 사랑이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 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저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게 되면서 이 사람과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했지만, 최소한 내게 있어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는 어려웠다. 나는 언제나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는 순간에는 다른 사랑은 물론이거니와, 해야 할 일, 미뤄놓은 업무, 읽어야 할 책, 앓고 있는 부모님, 망해가는 내 앞날 등등의 모든 외부의 것들을 까먹어버리고 눈앞의 저 사람과 지금 여기 이 순간만을 볼 줄 아는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놈일 뿐이었다. 똑같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것이라는 인식이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고 있었을 때 내가 감당해야 했던 것은 물리적인 배분 이외에 딱히 없었다. 그와 만나는 만큼 나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다른 업무나, 행사, 인간관계로 인해 나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구분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보통(?)의 관계였다면 감당하지 않아도 될 추가적인 시간의 손실만큼 서운함이 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주 64시간 근무하는 여친을 만나면서 주 52시간 근무하는 다른 보통(?)의 연인을 만나는 사람들을 볼 때 생기는 감정 이상의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그건 그냥 어떤 조건일 뿐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과 섹스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이 만들어준다는 그 오르가즘을 나는 만들어주지 못하던 동안 질투심과 열등감 같은 것을 느끼긴 했는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 가부장제의 영향 아래에서 자란 내가 남자란 말이지~’로 시작하는 근본 없는 성관념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녀가 나하고만 섹스했더라도 내 퍼포먼스가 부족했다면 나는 비슷한 수준의 열등감을 가졌을 것이다. 그녀가 나와 섹스하는 중에 자기도 모르게 나 아닌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걸 못 들은 척하던 나는 실제로 , 겁나 민망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주 오래 전, 다른 섹스 중에 복부가 압박되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뀐 여친의 방귀소리를 못 들은 척할 때 했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내 자신이 폴리아모리스트라고 생각했고, 이웃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이 책은 내게 실용서가 되리라고 짐작했다. 그러니까, 서울에 올라와 친구 과 둘이 살기 전에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던 것처럼, 이미 폴리아모리의 마인드는 확인한 내가 추후 다자연애를 하게 된다면 갖춰야 할 태도랄지 취해야 할 행동 양식이랄지, 뭐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저렇게까지 지나치게 나를 잘 아는 나도 모르는 나는 언제나 있다.

 

현재진행형 폴리아모리 에세이속 모든 페이지에는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관계에 대한 관념을 확장하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노력이 묻어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었던 도전과 위기들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고, 그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그들이 느꼈던 고통이나 희열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새어 나온다. 나는 하나도 모르는 일들이었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내가 폴리아모리스트라는 생각에 확신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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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시에 두 명을 사랑해본 적은 있지만, 동시에 두 명과 연애해본 적은 없다. 하나의 사랑은 연애의 국면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건 내가 바라지 않으면서 바라기도 했던 부분이었다. 내가 만약 그때 두 번째 사랑을 연애로 전환하려 시도했다면, 반드시 첫 번째 연애는 박살났을 것이고 사랑도 끝났을 것이다.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두 개의 연애를 하는 것은 다르다. 관계에는 반드시 정치적/윤리적 지평이 들어서야만 하고, 어느 윤리가 옳다고 할 수는 없으나 최소한 나에 대한 상대의 사랑을 볼모로 잡아 내 윤리를 강요하는 것이 틀렸다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연애관이나 윤리를 상대에게 설득시켜 그것에 참여하게 할 의지도 역량도 자신감도 없는 자신을 잘 알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두 번째 사랑의 연애화를 포기했다. 그렇다면 나는 그저 모노아모리 연애 중 다른 사람에게 흔들렸을 뿐인 사람과 나 자신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

 

한 연애를 숨기고 다른 연애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걸 폴리아모리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두 사람을 향한 마음이 진실이라고 하면, 그렇게 불러도 되는 것일까? 사실 폴리아모리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자체로 어떤 윤리적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명사일 뿐이다. 하지만 명징한 관계와 그 관계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어떤 이름만큼은 획득하겠다는 시도는 종종 그 관계를 정당화(자기 내부에서만이라도)하려는 욕망에서 태어난다. 나는 한 연애를 숨기고 다른 연애를 해나가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윤리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폴리아모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중들이 떠올리는 어떤 문란한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하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연애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그들의 일일 뿐이고, 그 자체로 내가 응원할 일도 비난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최소한 나에 대한 나의 개념은, 내가 관계에 대한 노력의 경험도 없이,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다양한 국면들에 대한 이해도 없이, 아픔도 희열도 없이 그저 상상만으로, 그냥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내 자신을 폴리아모리스트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다는 정도로 명확해졌다.

 

그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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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없는 사랑은 상상이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관계는 관계라기보다 관계의 이데아에 가깝다.

 

박원의 <노력>이라는 노래에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은 틀렸는데, 그 노래에서 말하는 사랑은 노래의 시작 전에 이미 끝나있기 때문이다. 끝난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끝난 사랑은 그냥 끝난 사랑이다. 사랑은 당연히 노력을 수반한다. 사랑이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개념은 사랑의 발생이나 사랑이 파생하는 어떤 감정들(끊임없이 퍼주고 싶은 마음들)에 대해서는 일견 진리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은 과정이고 그 과정은 관계라는 기반시설 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동안 끊임없이 그 관계를 유지보수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내가 밖에서도 관계 때문에 그렇게 노력에 노력을 하는데, 딱 하나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한테까지 그래야겠냐. 그 사람한테만큼은 기대면 안 되냐.” 라는 말을 했던 친구는 결혼을 했다.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얼마만큼이냐 하면, 노력하지 않은 만큼은 사랑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그 남은 사랑이 크고 충분할 만큼. 그건 내가 폴리아모리스트인지 아닌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폴리아모리나 모노아모리나 근본적인 차이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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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폴리아모리스트와 모노아모리스트는 획득한 역량에 차이가 있을 것도 같다.

 

일대일의 인간관계와 일대다, 혹은 다대다의 인간관계는 유지보수비용이 다르다. 한 사람과 대응할 때는 그 사람에 대해 알면 되지만, 내 앞에 A, B 두 사람이 서면 나는 AB를 각각 알아야 함은 물론 AB의 관계도 알아야 한다. 그 관계란 더 복잡하게는 쪼개면 A가 생각하는 BB가 생각하는 A로 쪼개지고, 심지어는 ‘AB와 나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같은 몇 겹의 주름들까지 고려해야 할 일도 종종 생긴다. 그래서 일대다의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일대일의 관계만 가지는 사람에 비해 양적으로 월등한 경험치를 쌓는다.

 

또한 같은 일대일의 관계라 해도, 예컨대 연인관계와 친구, 부모, 직장동료, 이웃을 대하는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그 가운데 아마도 가장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관계는 연인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을 놓고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사람은 연인뿐이다. , 같은 일대일 관계라는 가정에서,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다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질적으로 독보적인 경험치를 쌓는다.

 

그 양적, 질적 레벨업이 동시에 일어나는 관계가 어쩌면 저 폴리아모리스트의 관계가 아닐까. 나는 이 책 속 세 사람이 자신들의 삶을 사랑과 관계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하는 것에 조금의 불만도 없다(그렇게 정의했던가?). 물론 그들이 자기의 삶을 걸고 어떤 실험에 돌입하려는 의지로 관계를 시작한 것은 당연히 아닐 테고, 그냥 사랑했고, 사랑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무겁고 불안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불투명한 여행길에서 그들이 획득한 가장 값진 것은 폴리아모리적 연애라는 어떤 형식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존하는 것을 지나 그다음에 있을지도 모르는 새로운 관계들을 발견하고 열어젖히기 위한 체력같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연애 밖에서도, 오히려 연애 밖에서 더 다양한 관계들을 만들고 또 부수며 살아간다. 시대와 환경은 틈만 나면 우리에게 새로운 형식, 새로운 내용의 관계를 만들라고 요구하고 기존의 관계 틀을 갱신하라고 성화다. 때로는 그 요청들을 감당하기 버겁고 따라가기 지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이미 세상은 멈춤과 뒤쳐짐이 구분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작동하는 러닝머신이고, 설령 우리가 달려가길 멈추더라도, 멈춘 자리에서 우리를 위로하고 또 살게 하는 것 역시 관계다. 그러니까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잘 마무리하고, 또 아예 새로운 관계틀을 형성할 수도 있는 그런 역량들은 우리 삶의 기초체력이 된다. 그 체력, 나는 그걸 가지고 싶고, 그걸 훔치지 않고 합의된 관계 속에서 많은 것들을 통과하며 직접 길러내는 경험 영역 아래에서만 폴리아모리스트가 되면 좋겠다. 지금 내가 아는 나는 그런 나다.

 

 

 

*

 

새로운 삶을 향한 실험은 늘 필요하고, 늘 일어났다. 비록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이루어졌을지라도, 실험이 없었던 시기는 없다. 실패는 다른 실험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결국 실험은 실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은 실패하기도 한다. 그 사랑의 실패가 무서울 수도 있고 실험이 무서워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나도 종종 무섭다. 하지만 실험이 무섭더라도, 그 무서운 실험을 하는 사람들까지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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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20 17: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명 같은 책을 읽었는데 논문을 쓰셨어요 syo님은 ㅋㅋㅋㅋ 더 말을 보태지 않아야 겠다. 그냥 겁나 노력해야겠다. ㅋㅋㅋ

syo 2021-01-20 17:22   좋아요 6 | URL
점심 딱 먹고는 자, 리뷰 하나만 쓰고 공부해야겠다- 했는데 지금 저녁 준비하고 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0 17: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이제 syo님한테 이 책 1번째 마니아 빼앗기겠다...시무룩...

syo 2021-01-20 17:23   좋아요 3 | URL
ㅎㅎㅎ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반님 마니아1번이 syo라는 사실을....
아, 그것도 옛날 이야기군요. 그 자리 다른 분께 뺏긴 게 벌써 언제야 ㅋㅋㅋㅋㅋ
부디 행복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0 17:29   좋아요 2 | URL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1-21 00:36   좋아요 2 | URL
반열님 무안하구나요. 이건 나도 아는 얘긴데 ㅎㅎㅎ😜😜😜

2021-01-20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0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티나무 2021-01-20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발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222222222222222222x2222222222222222222222

syo 2021-01-20 20:03   좋아요 2 | URL
왜 글자를 읽는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까요? ㅎㅎㅎ

2021-01-21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1-01-23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번 글은 엄청 길고 또 어렵군요.

그 사랑이라는 것이 범주가 넓기도 하고 반대로 좁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양한 종류로 구분하거나 묶거나 할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는 그 폴리아모리스트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단순히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면 거기에 속하는 건 아니겠죠?

syo 2021-01-24 21:3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죠?

주저리주저리 써놨지만 저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ㅎㅎ
폴리아모리스트가 뭔지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사랑하는 일은 자연적으로 어떤 태도나 책임 같은 것이 유발되는데 사람마다 그 태도와 책임의 크기와 방향을 다르게 설정하니까, 그래서 한 명만 사랑할 때도 사랑이 그렇게 복잡한 건데, 여럿 사랑할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하려면 훨씬 더 고려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공쟝쟝 2021-01-2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쌀가마니를 푹 터뜨려버린 책이 분명하구요, 그렇다면 폴리아모리, 아모르파티~~~ (엥?)

syo 2021-01-24 21: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프사가 ‘아모르 파티‘랑 되게 잘 어울리는 그림인데? 작게 봐서 더 그런 듯 ㅋㅋ

다락방 2021-01-27 10:55   좋아요 0 | URL
나는 폴리아모리 관심 1도 없는데 ㅋㅋㅋㅋㅋㅋ 아모르파티에 현웃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1-25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양의 모양 6

 

 

죽은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는 어때요? 그런 이야기는 너무 흔하죠. 아니, 그러니까 사랑하던 사람이 죽은 뒤에도 계속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죽은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요. 그런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없죠. 그런 이야기가 있는 현실에 사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작가님, 단언컨대 그런 이야기가 베스트셀러로 팔려나가는 현실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팀장님, 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생각이 없는데요. , 작가님. 저는 작가님의 그런 스탠스가 좋아요. 대외적으로도 계속 그렇게 이야기해 주세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그 이야기는 안 좋아요. 이야기가 되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그럼 이건 어때요. 죽기 전에는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을 죽고 나서 사랑하는 거요. 그러니까 상대가 죽고 나서야 사랑이었음을 깨닫는 내용 말씀이신가요. 아뇨, 그게 아니라, 죽고 나서 사랑을 시작하는 거죠. 죽기 전에는 오히려 미움에 가까웠을 거예요. 그러니까 죽였겠죠. , 죽인 거구나.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네요. 그건 될 수도 있겠어요. 그렇죠? 괜찮죠? 풀어나가기에 따라서 다르겠죠. 그런데 그것도 현실성은 조금 약하지 않을까요? 공감을 얻기가 힘들 것 같은데. 왜요, 누구나 죽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하나쯤은 가슴 속에 품고 사는 거잖아요. 그렇죠. 그럴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죽었을 때 사랑을 느낀다는 건 예외적이잖아요. 사람들이 그 마음을 이해할까요? 이해할 거예요. 이해한다고요? , 이해할 겁니다. 확신하시네요. 그럼요. 제가 그렇거든요. 작가님이요? . 저는 요즘 팀장님이 굉장히 밉거든요? 그런데 팀장님이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죽은 팀장님은 굉장히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그런 전개인가요? , 그런 전개라서 그런데 팀장님, 조금, 죽어주시면 안 될까요? 별로 안 내키는데요. 왜요. 죽어주시면 제가 사랑해 드릴게요. 되게 사랑해요 팀장님, 죽어주시면. 죄송하지만 작가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스타일 아니셔서요, 그 사랑 안 받으려고 합니다. ? 예상 밖이네요. 절 거절하실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 저에 대한 작가님의 마음이나 작가님의 제안은 전부 제 예상 안이네요. 그래서 쉽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어디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시는 건데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이 되는 이야기처럼 하는 점이요. 죽은 사람을 사랑한다든가, 죽이고 나서 사랑한다든가, 제가 작가님을 거절하지 않을 거라든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말처럼 하시잖아요.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요, 팀장님. , 저의 특장점입니다. 이제 제가 생각해도 저 이야기는 안 되겠네요. 팀장님 죽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아요, . 저런, 애석해라. 저는 죽어도 안 되는 건가요, 팀장님? . 그렇게까지 단호할 일인가요. , 지금으로서는요. 나중에는 될 가능성도 있어요? 우선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50쇄 정도를 찍는 게 어떤 시작점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풀어나가기에 따라서 다르겠죠. 죽겠네요. 제가 이제껏 쓴 책들을 싸그리 합쳐봐야 10쇄가 안 되는데, 50쇄라니. 작가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랑이란 게 그토록 어려운 거죠. 차라리 팀장님을 죽이는 게 빠르겠는데요. 아니오, 저는 늙어 죽을 계획입니다. 늙어 죽은 저도 사랑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생각해봐야겠는데요. , 그럼 생각해 보시고 다시 연락 주세요. , 까인 거 맞죠? 정확히 말해서 제가 깐 건 작가님의 그 죽은 사람 사랑하는 이야기지만, , 겸사겸사 작가님도 같이 깐 걸로 해 두죠. 죽어라 써서 기필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생기네요. , 그게 또 저의 특장점입니다.

 




  한번은 그가 나에게 자기 캠핑카에 가서 함께 누워 쉬자고 넌지시 말했다.

  "에스키모인은 그럴 때 우리 함께 웃자고 하죠." 그리고 나는 형광 연두색 게시문을 가리켰다. "세탁하는 동안 자리를 비우지 마시오." 연결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우리는 각자 키득거리다 함께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철벅거리는 물소리만 들렸다. 바다의 파도처럼 율동적인 그 소리.

_ 루시아 벌린, 에인절 빨래방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계속되는 환상이 그를 현재에서 끌어내 무아경에 빠뜨렸는가? 아니, 환상은 오히려 얽힌 매듭을 풀어 주고 현재를 해명해 주며 개별적인 것들을 연결시켜 주지 않았는가?

_ 페터 한트케, 어느 작가의 오후


나는 각국의 젊은 여자들과 육체관계를 맺었고, 사랑은 서로의 차이점을 기반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며 비록 깊이 파고들면 누가 됐든 무수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해도 원칙적으로 비슷한 사람끼리는 절대 사랑에 빠질 수 없다고 굳게 믿게 되었다. 요컨대 우리는 극단적인 나이 차가 상상을 초월하는 격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인종의 차이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단순히 국적과 언어가 다른 점도 결코 무시 못할 부분이다. 연인은 서로 같은 언어를 써서 좋을 것이 없다. 서로 하는 말을 모두 알아듣고, 말로 의사소통을 해서 좋을 게 없다. 말은 흔히 사랑이 아닌 분열과 증오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말은 하면 할수록 의도와 멀어지는 반면, 남자든 여자든 마치 개를 어르듯 상대를 향한 반언어적이고 두루뭉술한 사랑의 속삭임은 무조건적이고 지속적인 사랑의 조건을 형성한다. 커플이 대화를 여전히 즉물적이고 구체적인 내용 창고 열쇠 어디 있어? 혹은 전기 기사가 몇시에 온다고 했지? 으로만 국한할 수 있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이나, 대화가 그 이상을 넘어선다면 불화와 식어버린 사랑과 이혼의 세계가 시작될 것이다.

_ 미셸 우엘벡, 세로토닌


  

--- 읽은 ---



20. 홍차, 너무나 영국적인

박영자 지음 / 한길사 / 2014

 

syo는 홍차도 잘 모르고 영국도 잘 모르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홍차를 알려면 영국을 알아야 하고, 마찬가지로 영국을 알려면 홍차를 알아야 하나보다- 였다. 이 책은 영국은 이러이러하다 -> 그래서 정답은 바로 홍차입니다! 하는 일관된 구성으로 영국의 다양한 면을 제시한다. 그런데 그게 꽤 재미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끌어오는 원산지도 폭넓어서 좋다.

 

이런 책은 보통 땡땡땡의 인문학같은 식의 제목으로 세상에 돌아다니는데,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요즘의 주식처럼 사람들의 눈을 끌어당기던 시절에나 붙던 제목이지, 지금 보면 <홍차와 영국의 인문학>은 좀 손이 안 가게 생겼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잘 뽑힌 책 같다. 내용이야 ASAP로 다 까먹겠지만, 읽는 동안은 괜찮은 시간이었다. , 이 책 읽으면서는 커피 대신 홍차만 마셨다.

 

  1750년경 '진 유행병'Gin Craze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 영국인은 날마다 진 한 잔과 맥주 한 잔 반을마시고 있었다영국은 어느새 술의 나라가 되어버렸고이것은 망국의 전조였다조지 오웰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무알코올성 음료인 차커피코코아와 맥주 정도를 마시던 이곳에 증류주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난 400년의 영국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을 만큼 진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술독에 빠진 영국인들을 구제한 것은 왕도 총리도 아니었다그것은 바로 ''였다따뜻한 차 한 잔은 금주운동의 씨앗이자 술 중독자들을 구원할 치유제가 되었다또한 오염이 심각했던 물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차의 천연 항 박테리아 성분은 술독에 빠진 노동자를질병에 걸린 어린아이를조산의 위험에 처한 임산부를 구해주었다.

  영국의 이질 발생 건수는 173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1796년 한 평론가는 "이질과 다른 수인성 질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했으며의사와 통계학자들도 19세기 말까지 국가적으로 건강의 질이 개선된 것이 바로 차 덕분임을 인정했다동인도와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극빈층 노동자도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차는 영국 가정의 식탁에서 술을 밀쳐냈다비로소 영국은 차의 기운으로 술독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박영자홍차너무나 영국적인

 

 



21. 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전성민 지음 / 센시오 / 2020

 

, 이걸 이렇게 길게 인용해야 할 일인지 싶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한번 해본다. 문단 앞에 붙은 숫자는 syo가 편의상 붙였다.


(1) 1687년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통해 소개한 세 가지 운동 법칙(관성의 법칙가속도의 법칙작용반작용의 법칙)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신의 섭리로만 이해하던 세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적 틀이 되었다세계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인과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2)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이 절대적이고 고정불변한 것이라는 기계론적 고정관념을 깨뜨렸다속도가 빠르거나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르며 이 세상의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3) 슈뢰딩거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서 탄생한 양자역학도 고전 물리학을 전복시킨 건 마찬가지다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4) 뉴턴의 고전역학은 눈에 보이는 거시 세계를 잘 설명하지만원자 이하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는 양자역학이 지배한다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차원에서의 현상을 설명하지만무언가를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서로가 묘하게 만나는 지점이 존재한다.

(5) 고전역학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은 질량을 가진 모든 물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사과와 같은 물체가 땅위로 떨어지는 것도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도 만유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6) 한편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양자 얽힘이란 두 개의 입자가 강한 상관성을 가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얽혀 있어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현상을 말한다만유인력의 법칙과 양자 얽힘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른다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 중에도 알 수 없는 이유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7) 론다 번의 시크릿에서 소수의 지도자들만 알고 있었다는 놀라운 비밀은 다름 아닌 끌어당김의 법칙이다우리가 하는 생각에는 끌어당기는 힘과 주파수가 있으며어떤 것을 생각하면 그 생각이 우주로 전송되고이는 자석처럼 같은 주파수에 있는 것들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8) ,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은 다시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불러와서 할 수 있다는 내 생각이 달성되도록 돕는다마찬가지로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비관적인 마음가짐을 불러와서 할 수 없다는 내 생각이 달성되도록 돕는다우리 선조들의 격언 말이 씨가 된다나 영어속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도 따지고 보면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9)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만유인력의 법칙은 말 그대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보잘것없는 나도 우주의 일부분으로 우주의 법칙에 지배당한다.

 

, 전체의 주제는 (9). 저자는 저 말이 하고 싶은 건데, 그냥 띡 말하면 그러니까 다른 자연법칙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가져오고 싶다. 그래서 다른 문단들을 우수수 가져왔다. , 문제는 이렇다.

 

1. (1)~(3)(9)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나마 (4)~(6)끌어당긴다라는 맥락으로 (9)에 억지로 가져다붙일 수 있다고 쳐도 (1)~(3)은 그냥 물리학 지식 설명에 불과하다. 통째로 빼버려도 논지 전개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분량 채우기나 지식 자랑에 불과하다. 도대체 이 문단에서 뉴턴의 운동3법칙은 왜 필요한가. 심지어 괄호까지 쳐서 하나하나 나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2. (4)~(6)에서 끌어당김의 요소가 있다고 해서 그걸 (9)로 가져다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도 의심스럽다. 그것은 (9)의 마지막 문장, ‘우주의 법칙에 지배당한다는 말을 통해 시크릿의 끌어당김의 법칙을 다른 물리학 법칙과 동등한 위치에 놓으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는 끌어당김의 법칙의 존재 자체를 증명해야 하는 의무를 뭉개는 효과도 있다. 두 가지 요건을 한 번에 해치우려는 어설픈 시도인 셈이다. 저자의 말대로 만유인력의 법칙과 양자 얽힘이 닮은 구석이 있다고 인정한다 치더라도, 만유인력의 법칙의 존재는 양자 얽힘과의 닮음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양자 얽힘도 마찬가지다. , ‘끌어당김의 법칙이 물리법칙과 닮았음을 가지고 뭔가를 증명하려는 시도인 (4)~(6)은 애초에 목적을 달성하는데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3. 나는 태양을 당기고 태양도 나를 당기지만 내가 죽는 날까지 태양은 내게 도달하지 않는다. 우린 그냥 당길 뿐이다.

 

결국 살아남은 것은 (7), (8), (9). 이것에 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이 책은 시크릿의 재판은 아니다. 이 책은 다른 자기계발서를 폭넓게 인용하고 있고, 이 부분은 그중 시크릿을 이용한 한 꼭지일 뿐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의 이치나 효과에 관해서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는 이 꼭지에서 저자가 전개하고 있는 논리의 부실함이랄지, 불필요한 문단을 집어넣는 책 구성이랄지, 이런 것들이 이 책의 단점임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22.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

 

syo에게 2021년 최초의 화두메이커는 단연 홍승은 선생님이다. 이 책과 나란히 선생님의 다른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읽고 있다.

 

1월이라는 때는 재정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기에 적절한 시기인데 마침 이맘때 자신에 대해 깊숙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올해 내게 어떤 작용을 할까. syo ver.2021은 구버전의 치명적인 오류를 수정하고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UX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글은 존재의 목을 조르고어떤 글은 존재를 자유롭게 한다편견을 재생산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건 어떻게 가능할까나를 나로 살게 하는 글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홍승은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읽는 ---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기초 전기전자 에센스 / 모현선 외

차이나는 클라스 : 국제정치 편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제작진

헤겔과 그의 시대 / 곤자 다케시

법의 이유 / 홍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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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1-18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초 전기 전자 에센스> 읽으시고 저깉은 문과 입장에서 괜찮다고 보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syo 님 같은 공대생 입장 아니구요. ㅋ

syo 2021-01-19 11: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저도 이제는 공대생 수준의 교양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지경입니다.....
뒷말씀은 읽어보고 드릴게요 ㅎ

반유행열반인 2021-01-18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혁신적인 UX여도, 아니어도, 응원합니다!! 저 작가새끼 사랑 고백을 뭔 저따위로 해...그런데도 편집인도 붙어 있고 심지어 작가래...그렇구나 슨생님 그럼 누굴 죽이시지 말고 백지를 죽이세요...

syo 2021-01-19 11:53   좋아요 1 | URL
쟤네는 사귈 수 있을까요. 쓰는 내내 그게 저는 궁금했어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19 12:18   좋아요 0 | URL
작가님이 아무래도 죽어 죽여 하는 네크로필리아 기질이 다분해서 불의의 사고로 팀장님이 돌아가신다거나...그러면 작가님이 혼자 우리 오늘부터 1일 하실 거 같네요...쓰고 보니 섬뜩 ㅎㅎㅎ

공쟝쟝 2021-01-18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몸은 홍승은님의 오랜 팬이시다!!! 깔깔~~

syo 2021-01-19 11:53   좋아요 0 | URL
슨배님! 역시 안목 ㅎㅎㅎㅎ

Angela 2021-01-1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과 홍차~ 좋은 조합이죠^^ 로컬 tea room에서 차를 시키면 같이 나오는 홈메이드 스콘과 기타등등이 더 좋아서 자주 갔는데.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syo 2021-01-20 16:50   좋아요 1 | URL
ㅎㅎ 영국이야기 하니까 안젤라님이 떠오르긴 했습니다. 나중에 읽고 리뷰 부탁드려요 ㅎ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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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읽는지에 대해 많이 묻는다. 읽기의 장점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읽기란 그나마 허들이 낮은 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쓰는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물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쓰기의 장점이 너무 명확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쓰기란 간단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활동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왜 읽는지, 그 답을 찾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고, 지금도 그게 정답이라는 확신은 없다. 그러나 왜 쓰는지에 관해서라면 나는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다.

 

어떤 이는 상처를 극복하는 쓰기를 말한다.

 

말해지지 못한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다가 어느 작은 계기로 무너지기도 하고불현듯 터져 나오기도 한다언제나 긍정적이고 행복하기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상처와 슬픔절망을 말하기는 어렵다말하는 순간자신이 불행한 존재로만 보일까 두렵기도 하다그러나 글은 존재를 고정하지 않는다상처와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글을 쓰고 나면그다음을 살아갈 힘을 갖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_ 13

 

또 어떤 이는 마모된 세상에 한 줌의 자유를 던져넣는 쓰기를 말한다.

 

글쓰기는 단지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활동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끈질긴 사유와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다기존의 관념을 비틀어 존재를 자유하는 언어를 구사하고경험을 다각도로 해석할 때내가 쓴 글은 단지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답이라고 여겨졌던 상식에 글쓰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면그 질문은 파장을 일으켜 누군가의 실제 삶에 자유를 선물할 수 있다.

_ 61

 

또 누군가에게 글쓰기란 변화다.

 

나는 글의 고유성과 힘은 문장력 이전에 서사와 질문에서 나온다고 믿는다내가 통과해 온 시간을 말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기에 내 이야기를 쓸 때 글은 가장 고유해진다입간판 글을 통해서 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지만그 메시지가 읽는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기엔 한계가 있었다보기 좋은 말옳은 말사이다 발언은 껌처럼 잠시 달게 씹을 수 있어도 나 자신이나 타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_ 117

 

또 누군가에게 글쓰기는 공감이며,

 

글은 내 세계로 타인을 초대하고타인의 삶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나는 더많은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그 문을 통과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닿고 싶다순전히 독자로서 내 욕심이기도 하다구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의 상상이 될 수 있다상상은 머리가 아니라 다양한 몸의 구체적 서사에서 시작되니까.

_ 121

 

냉정한 자기 인식이다.

 

글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그 점이 나는 두렵다혼자 쓰고 읽는 일기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글이 읽히면 내 한계가 투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가감 없이 드러나는 내 인식의 한계를 접할 때마다 멈칫하고내가 쉽게 타인의 고통을 글의 기폭제로 이용할까 봐 긴장한다때로 글은 삶을 쉽게 왜곡하고비틀고조롱하니까언어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한계를 폭로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는 가능할까.

_ 141

 

그렇다면 나의 쓰기는 나에게 무엇이 될까.

 

내가 글로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들의 목록이다.

 

나는 싸우지 않는다.

나는 자랑하지 않는다.

나는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가르치지 않는다.

나는 극복하지 않는다.

나는 주지 않는다.

나는 고치지 않는다.

나는 이기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반면 내가 글로 하려고 애쓰는 것은 딱 하나라서 목록이 없다. 나는 나를 만든다.

 

나는 내가 사랑을 탐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찍 알아챈 총명한 아이였다. 남다르고 싶은 욕심은 사랑받고 싶은 더 큰 욕망의 조악한 가면이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내 세상이 넓어지는 만큼 충분히 남다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괴로워하던 나의 모양새는 사랑을 잃은 사람의 몸부림과 닮아 있었다. 사랑을 받는 동안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지만, 사랑을 잃으면서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나는 나를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때는 그런 것이 필요한 줄도 몰랐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고른 방법은 우연히도 읽기였고, 뜻밖에도 쓰기였다. 그리고 우연히도 뜻밖의 내가 만들어졌다. 나는 나를 썼고, 내가 쓴 내가 나를 만들었다. 그것 외에 나를 만든 것이라면 더는 다른 모습으로 에두르지 않고 직접 육박해왔던 사랑들을 꼽을 수도 있겠으나, 나는 하기 전, 하는 중, 하고 난 후의 그 모든 사랑의 순간들에 대해서조차 써야만 했고 썼다. 나는 쓰는 내가 좋았고, 쓰는 나를 사랑해주는 그 사람들이 좋았다. 좋은 것들이 내 안과 밖에서 끊임없이 나를 빚었다. 그 마음들을 잊지 않겠다고 썼다. 써야만 했다. 그렇게 써야만 하는 줄도 모르고서. 때론 글이 나를 앞섰고 때론 내가 글을 앞섰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내가 되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내가 되었다. 나는 기어이 내가 쓰는 내가 되었고, 아직 쓰지 못한 내가 되기 위해 기어이 썼고, 내가 쓰는 것들을 끝내 사랑하는 내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와 싸웠을 수도 있다. 나는 그 상대가 오롯이 나였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자랑하거나 가르치려 들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글들을 오직 나만 읽었기를 바란다. 나는 글을 글을 쓰면서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했을 것이고 그 사람이 준 상처들을 극복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글들은 거기서 효용을 다하고 재처럼 화석처럼 흔적만 남았기를 원한다. 내가 고친 것은 나 말고 없었으면 좋겠고, 내 모든 승리는 내 안에서만 이루어졌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나를 더 많이,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싶다. 내가 사랑을 탐내는 사람이라는 걸 일찍 알아낸 총명한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내게 가장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똑바로 아는 어른으로 컸다.

 

내가 아는 나는 쓰는 걸 좋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틈만 나면 헛소리를 해대고 끝없이 개소리를 뱉을 셈이다. 내가 쓰는 글을 몇 명이 읽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 바로 나인 동안에는, 나는 계속 글을 쓸 작정이다.

 

나는 언어의 힘과 한계를 믿는다. 그것들이 앞뒤에서 나를 밀고 갈 것이다. 언젠가 나는 어딘가에 닿을 것이고 거기가 어딘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곳이 내게 좋은 곳이고 나다운 곳임을 이미 믿기에 쓰는 일을 겁내지 않는다. 거기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도착하면 좋겠지만, 그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에게 좋은 자기다운 곳에 가 있겠다면 그쪽이 나는 더 좋겠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들이 전부 어느 만큼씩은 나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결국 나의 글쓰기는 이유가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일지도. 이처럼 가볍고 사적인 이유만을 가진 나니까 오히려 더 쉽게 할 수도 있겠다 싶은 말을 기어이 하자면,

 

당신이 쓰는 글이 당신을 데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거기가 어딘지 아는 당신과 모르는 당신, 혹은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는 당신까지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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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01-18 08: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홍승은 이 책 좋았는데 그거 읽고 쓴 이 리뷰는 더 좋네요. 같은 걸 읽어도 쓰는 수준이 난 부끄러운 수준ㅠㅠ올해 첫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계속 더 많이 써 주세요ㅎㅎ

syo 2021-01-18 10:00   좋아요 2 | URL
별말씀을 다하시는구나. 아침에 다시 읽고 이불킥 팡팡팡했답니다.

붕붕툐툐 2021-01-18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멋있다!!👍

syo 2021-01-18 10:01   좋아요 1 | URL
😎 ㅎㅎㅎㅎㅎ 나 그대로 믿는다? 믿어요? ㅎㅎ

붕붕툐툐 2021-01-18 12:36   좋아요 2 | URL
믿는 자에게 복이 있을지어다~😁

하나 2021-01-18 1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쓰는 글이 당신을 데리고 도착한 곳이 바로 당신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syo님!! 멋있다!! 👍👍

syo 2021-01-18 13:12   좋아요 1 | URL
오늘 벌써 3엄지 획득했네요. 웬일이래 ㅎㅎㅎㅎ

라로 2021-01-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syo 2021-01-19 11: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빠바박 쓰고 계시는구나!

공쟝쟝 2021-01-18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 느무 근사한 페이퍼라 말잇못.. 저마다 자기에게 좋은 자기다운 곳으로... 가자 가자 우리 같이가요~~~

syo 2021-01-19 11: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막상 또 가자 가자 같이가요 하니까 어쩐지 낯가리게 된다? ㅋㅋㅋ

공쟝쟝 2021-01-19 13:46   좋아요 0 | URL
각자 가자고 ㅋㅋ

syo 2021-01-19 14:54   좋아요 0 | URL
그럽시다 아무래도 그게 좋겠어 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19 15:20   좋아요 0 | URL
각자 도달한 그곳에서 멀리서 안부를 묻자 오겡끼데스까
 

 

바깥은 요지경

 

 

1

 

놀랍고 신기한 소식을 하나 전하고 시작해야겠다. 이제부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그런 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지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너무 힘들다.

 

코로나 이후로 모든 영화나 드라마는 일제히 판타지혹은 사극장르로 변모했다.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은(위장 이외의 목적으로는) 절대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모든 인간의 몸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나노머신이 당연하게 삽입되어 있는 세상(SF)이거나, 아예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는 세상(판타지)이거나, 아니면 코로나가 없던 시절의 한국을 배경(사극)으로 하거나…….

 

 


2

 

춥다. 두 시까지는 괜찮았는데, 세시 언저리부터 굉장한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도서관 가는 길에는 내리막도 땀 흘리며 내려왔는데, 돌아오는 오르막은 덜덜 떨면서 올랐다. 누구 건지는 모르겠지만 털임은 분명한 어떤 미지의 털이 안쪽에 잔뜩 붙은 후드집업을 입고 나갔는데, 맹렬한 바람은 미지의 털을 헤집고 들어와서 내 털까지 수월하게 건드려댔다. 내일은 눈인지 비인지 하여간 또 뭔가 내린다던데, 길은 얼고 월요일에 직장인들은 출근이라는 걸 한다던데. 집 밖은 난세다.

 

 

 

3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듯 오늘의 푸코는 연애중-연애끝이다. 우선 푸코의 새 남친을 소개합니다.

 

장 바라케는 1928년생이다스무 살에 파리 콩세르바투아르[음악학교]에서 메시앙의 음악분석 강의를 듣기 싲가했다. 1951년과 1954년에는 불레즈와 이베트 그리모와 함께 현대음악 연구팀을 만들어 현장실습을 했다. 1952년에는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아마도 그가 미셸 푸코를 만는 것은 1952년 중이었을 것이다그들의 관계는 처음에는 평범한 우정이었다가 차츰 사랑의 관계로 발전했고 급기야는 폭풍 같은 열정의 관계가 되었다. 1952년 5월 그들이 처음으로 만났을 때 푸코는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아주 못생기고그러나 매력적이고강렬하게 정신적이다게이에 대한 박식함은 백과사전급이다내가 이때까지 알지 못하고 있던그리고 앞으로 고통스럽게 탐험하게 될 세계를 권유받은 듯 당황스러웠다.“

디디에 에리봉미셸 푸코, 1926~1984』 118

 

푸코요? 아, 기억이 납니다. 지나쳐간 많은 남자 중 하나였죠(※ 이런 말 한 적 없을걸)


장 바라케(장 바라크, Jean Barraque). 이게 몇 살 때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일 쉽게 찾아지는 사진이고, 더 젊은 사진은 없나 아주 잠깐 뒤져보긴 했지만 왜 그런 걸 찾고 있어야 하는지 나 자신을 설득하지 못하는 바람에 금방 포기. 약간 사르트르 느낌도 있는 것 같지만, 외국 사람 얼굴이라는 게 다 비슷비슷해서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는 없겠다. 그런데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임은 부정하기가 어렵다……. 위에 보시면 알겠지만 푸코는 아주 못생기고라고 신랄하게 얼평했다.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굴지 미처 모르고서.

 

그가 바라케와 열렬한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푸코의 편지를 읽어보면 그가 바라케를 자신의 복종적 성향에 딱 부합되는 이상적인 성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같은 책, 122

 

, 그럼 지금부터 푸코, 박사논문에서조차 그 문학적 자질을 인정받은 천재 푸코, 성의 역사속 현란한 문장 드리블로 가련한 더덕단 멤버들에게 대머리 공포증을 선사한 대가 푸코의 연애편지 속으로 함께 떠나보실까요?

 

1. 19558월 스웨덴으로 떠나기 직전의 '마지막 주'가 두렵다고 하면서

 

2. 그는 바라케에게 하루 종일 그를 욕망하며 보내고 있다고 편지를 썼다.

 

3. 편지에서 그는 타인에게 속해 있다는 것, 타인에게 소유된다는 것, 또 타인의 기쁨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 알게 되었다고 했다.

 

4. 마치 빨간색 실이 짜여져 거대한 태피스트리가 되듯이 그의 팔이 만들어 내는 엮임 속에 자신의 모든 삶이 미끄러져 들어가 행복과 아름다움과 힘의 직물이 짜여진다고도 했다.

 

5. 그러고는 자신을 아낌없이 다 주었기 때문에 더이상 자신은 줄 게 없으며,

 

6. "당신은 내 욕망과 무관하게 순전히 당신의 쾌락만을 위해 나를 취하면 됩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7. 그것이 자신의 '비밀'이며 이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8. 그가 웁살라에 도착한 다음 날인 827일에는 그는 그들의 '마지막 밤''행복'을 상기시키며

 

9. "여기는 당신의 부재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편지를 썼다.

 

10. 829일에는 프랑스에 빨리 되돌아가기 위해 논문 준비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썼다.

 

11. "우리 두 사람에게는 단 하나의 삶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공동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삶을 잃거나 망칠 권리도 두 배로 줄어듭니다"라고도 썼다.

 

12. 91일에는 그가 보내고 바라케가 수취한 편지들이 이미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이 되었으며, 유일한 주일 예배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13. 그리고 만일 바라케가 원한다면 다음 해 5월에 영구적으로 귀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 10월에 그는 "그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15. ……옆에 의지할 바라케의 '단단함'이 없이 밤에 '지독한 악몽을 향해 길을 떠나는' 고통이 느껴지는 구절들이 그러했다.

 

, 6번을 쓰던 순간의 마음가짐이 가장 궁금하고 15번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다ㅋㅋㅋ

 

개인적인 글들, 둘만의 은밀한 이야기를 담은 비밀스런 편지글들이 시간 속에 박제되어버리는 꼴을 선선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셀럽들의 운명인가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이 시간 저승 상황

 

, 그렇게 ()뜨겁던 연애가 어떤 결말을 맞이하였는고 하니,

 

1955년 12월과 1956년 1월에 푸코는 겨울방학을 보내기 위해 프랑스로 갔다푸아티에에 있는 부모님 집에서 얼마간 보낸 다음 그는 파리로 갔다그러나 바라케를 다시 만났을 때 사태는 아주 나쁘게 돌아갔다몇 주 후 1956년 3월 10일과 11일에 프티 마리니에서 열린 속창발표회에 푸코는 참석하지 못했는데그 며칠 후 바라케는 그에게 절교의 편지를 보냈다. "나는 더이상 '12'을 원치 않는다타락한 배우와 관객이 되고 싶지 않다나는 이 현기증 나는 광기에서 벗어났다."

같은 책, 123

 

사랑 참 모를 일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늘 지게 되어있다는 만고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우리 푸코(30, 웁살라)가 더 많이 사랑했구나……. 푸코여, 푸코여. 젊은 날의 사랑이란 그렇게 뜨겁게 시작하여 뜨겁게 망하고 그러는 것이지. 좋을 때다 좋을 때야. 푸코 너도 내 나이 한번 돼 봐라…….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푸코의 사랑 이야기는 여기서 대충 매조지하고, 다음 이 시간에는 공무원들이 우리 푸코의 폭풍 행정력 보고 지린 SSUL 푼다…….

 

 

 

--- 읽은 ---

 


17. 아무튼, 목욕탕

정혜덕 지음 / 위고 / 2020

 

아무튼 시리즈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시리즈라서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 글쓴이들의 글솜씨 역시 다양함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이 책보다는 저 책이 좋았는데, 그래도 그 책보다는 이게 낫군- 따위의 평가를 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다른 분들의 감상을 보고 깜짝 놀라는 일이 있다. , 글쓴이만 다양한 게 아니라 읽는 이들도 다양하구나. 그것은 읽는 사람마다 글솜씨에 대한 감각이 달라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소재의 힘이다. 내 고유 주파수에 딱 맞는 소재가 등장하면 글솜씨를 따지기 전에 마음이 먼저 열리기 때문. 일단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이 등장하면, 아무튼 읽어보는 게 좋다.

 

탕에 들어가기 직전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한다야심한 밤꼬들꼬들한 라면을 젓가락으로 막 집어 들 때와 견줄 만한 순간발가락이 물에 닿으며 짜르르한 기분을 느끼는 건 겨우 1초다행복은 그렇게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하지만 바로 그 찰나를 위해 기꺼이 눈바람을 맞으며 빙판 위를 살살 디뎌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는가희뿌연 먼지를 마시며 때에 절어 살면서도 그 1초 때문에 발목에 또 힘을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정혜덕아무튼목욕탕

 

 

 


18.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솔르다드 브라비, 도로테 베르네르 지음 / 맹슬기 옮김 / 한빛비즈 / 2019

 

매 챕터가 고작 열 몇개의 작은 그림과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쪼꼬만 것들이 이 책 바깥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환기시킨다. 이 책 속 한 챕터를 한 권 통째로 다루는 두꺼운 책들을 향해 사방팔방으로 갈고리를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사냥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활동이었다고기와 비계를 제공했기 때문이다사냥한 고기를 먹는 것도 남자였다사냥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솔르다드 브라비도로테 베르네르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syo는 저런 논리를 볼 때마다 재밌어 죽는다. 인간이 외부의 에너지 공급 없이 영원히 스스로 운동하며 일을 하는 가상의 기관, 열역학 법칙에 위배되어 불가능한 그 영구기관을 꿈꾸는 게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런 영구기관적 무논리가 스스럼없이 나오는 것이 인간의 머리니까.

 

 

 


19. 생각의 말들

장석훈 지음 / 유유 / 2020

 

한 권의 책으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는 예상보다 적고, 그 전환이 한마디 말로 일어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어떤 한 줄은 한 권에 필적하기도 하고 어떤 한 권은 한 줄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런데 바로 그 한 문장을 찾기 위해 수 권을, 때로는 수십 권을 읽어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문장은 대체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 그 한 줄에 도달했기 때문에 비로소 내 머리를 때리는 것이다. 이 책에 모아 놓은 문장이 당신에게 곧바로 그런 한 줄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조용히 책을 덮었다면, 희망을 버리지 말고 바로 다음 책으로 움직이시기를. 좋은 문장은 한 발이라도 더 가까이 마중 나온 사람의 품에 안긴다.

 

끝으로생각에 관한 말들을 모아 놓고서 크게 저어하는 바가 있다면그건 바로 클리셰로의 전락이다클리셰는 껍데기만 남고 의미의 알맹이가 사라진 상투적 표현이다흔히 명언이라 불리는아무리 듣기 좋은 말도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비판적 사고를 끌어낼 수 없다면 그건 값싼 상투어에 불과하다하물며 다른 말도 아닌 생각의 말들을 모아 놓았을진대그에 대해 별생각이 없거나 하나의 생각에 고착된다면 이보다 더한 클리셰의 폐해는 없다.

장석훈생각의 말들

 

 

 

--- 읽는 ---

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 전성민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다시, 헤겔을 읽다 / 이광모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 데이비드 실즈

숨그네 / 헤르타 뮐러

자본주의가 대체 뭔가요? / 조너선 포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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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1-16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담주부터 카페에서 책 읽을 수 있단 당연한 사실이 믿기지 않은 일인입니다. ㅎ
정말 담주가 기대됩니다. ^^

syo 2021-01-18 02:2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저는 어차피 집콕이지만요.
그나저나 눈이 많이 내렸는데, 북다님 출퇴근 조심하시기를.

반유행열반인 2021-01-16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카페...이제 안 쫓겨나고 앉아서 마실 수 있는 겁니까... 푸코의 새 남친 우리 외할머니랑 동갑이셨네요 ㅋㅋㅋ아주 못생기고 매력적이고 강렬하게 정신적이래 ㅋㅋㅋ사랑이었네요.

syo 2021-01-18 02:28   좋아요 2 | URL
좀 더 상세한 내막을 알면 재밌겠지만 재밌기 위해서 프랑스어까지 할 수는 없잖아요. 하고 싶고 할 게 이렇게 많은 세상에.....

scott 2021-01-16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확대된 사진 보니 푸코 미남이였네요. 푸코가 아깝 ㅋㅋ

syo 2021-01-18 02: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모르죠. 그들만 아는 어떤 치명적인 뭔가가 있을지도!

붕붕툐툐 2021-01-16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랑은 외모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새기고 갑니다~~ 그나저나 이제 카페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고요? 세상 신기한 일이군요!!ㅎㅎ

syo 2021-01-18 02:2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세상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니....
그렇지만 저는 원래 변화에 적응이 느린 동물이라, 아무래도 그런 최신식 행동(?)은 한동안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1-01-16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푸코의 사랑이야기 너무 찰지네요. 그것은 참 사랑이었어요. 참사랑이었어! 푸코-참사랑-대머리 아니면 대머리-푸코-참사랑 아니면 참사랑-푸코-대머리 아니면 대머리-참사랑-푸코 아니면......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내가 <육식의 성정치>에 인용하려고 저 구절 저장중이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미리 반갑습니다!

syo 2021-01-18 02:30   좋아요 1 | URL
대머리는 아무래도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까?
서양은 우리나라에 비해 대머리 스트레스가 좀 적은 문화권인 것도 같고.
대머리 남자배우가 최애인 분도 계시니까....

다락방 2021-01-18 10:13   좋아요 0 | URL
뭐야, 쇼님 이 댓글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1-18 10:1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뜻인지 누구 이야긴지 이제 세상 사람들 다 알게 생겼다 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1-16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재밌당~~~~^^

syo 2021-01-18 02:31   좋아요 1 | URL
고인의 명예를 욕보인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송사가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공쟝쟝 2021-01-1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꾼 푸코...푸코에게 그레이를 가르쳐줬어야했다. 푸코여, 상처받지 않으려면 bdsm이야!!
 

 

mirror effect

 

 

 

1

 

등짝 한가운데가 간지러워서 긁기 시작한 것이 72시간 전, 긁어서 그런가 뭔가 볼록 올라온 것을 감지한 것이 대충 48시간 전, 그리고 그게 간지러움을 넘어서 아픔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깨달은(깨닫기 싫었어) 것이 또 대충 36시간 전쯤이었다. 그래서 12시간 전쯤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자상하게 생긴 선생님께서 syo의 등짝을 보시더니 가려워요? 아파요? 언제부터 그랬어요? 다른 데도 그래요?” 하시었다. 차곡차곡 대답하고 선생님 이게 대체 뭔가요- 하고 여쭸더니 단순한 포진이라고 봐야 되겠네요.” 하시었다. 내게 이 바이러스를 잠복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놈(은 나와 같이 사는 동안 2주에 한 번 피부과를 다녀왔고 그때마다 약을 받아와서 등짝 부위에 찍어 발랐는데, 걔가 받아오던 약이 내가 오늘 받은 약과 똑같이 생겼다. 단순포진 전염원인1: 식기, 수건등의 공동사용), 그리고 내가 이 바이러스를 잠복시킨 것으로 짐작되는 사람(단순포진 전염원인2: 키스 등)을 생각하며 잠시 멍해 있었는데, 선생님은 다시 피곤하지 마세요.” 하셨다. 그 말씀 역시 썩 다정하여 나는 홀린 듯 네, 선생님, 결코 피곤하지 않겠어요- 라고 대답할 뻔했으나, 2021년에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는 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요즘이 syo의 기나긴 인생사에서 특별히 피곤하거나 무리하거나 애쓰는 기간도 아닌데 포진 놈이 올라왔다는 사실이야말로 뼈아팠다. 늙었구나. , 노화는 피부과에서 슬픔과 아픔 속에 확인하는 거라더니만 정말이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받아 돌아왔다. 약을 바르는 데는 거울 두 개가 필요했다. 큰 거울을 등지고 작은 거울을 들고 서서 등에 약을 발랐다. 해보시면 알겠지만 이중 거울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 왼쪽으로 바르고 싶었는데 손은 오른쪽으로 갔다. 오른쪽으로 발라야지 했는데 손은 왼쪽으로 갔다. 위로 발라야지 했는데 손이 아래로 갔다. 되게 힘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좌우는 그럴 수 있어도 멍청이가 아니라면 위아래까지 그럴 필요가 없는 거였다. 헤헤, 나 멍청한 거 나만 알아서 정말 다행이야…….

 

돌아오는 길에 밤식빵을 샀다. 어제 이거 사 먹으려고 온 동네를 이 잡듯 뒤졌으나 실패하고 잉잉 울며 돌아왔다. 오늘 먹었더니 어제 안 먹어본 그 맛이 안 났다. 입맛도 조변하고 있다.

 

 

 

2



오늘의 푸코는 목하 청춘의 환희 속에서 방랑 중이다.

 

1976년 티에리 뵐첼과의 대화에서 젊은 세대가 성 정체성을 체험하는 방식에 대해 물으며 그는 자기 자신의 체험을 이렇게 환기시켰다. "앞 세대에서는 자신이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을 때 그것은 인생의 엄숙한 순간이었지세상과 단절하는 일종의 계시 혹은 환희이기도 했어.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기쁨과 함께 자신은 선택받았고검은 양()이고죽는 날까지 그러할 것이라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어." 그리고 그는 동성애로의 입문이 어떤 것인지를 묘사했다. "스무 살 즈음 동성애자인 어른들과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을 때 나보다 열 살열다섯 살 혹은 스무 살 더 나이 많은 사람과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은 벌써 내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을 의미했어그것은 단숨에 폐쇄적이고 비밀스럽고 약간 저주받은 비밀결사대 프리메이슨에 가입한 것이나 다름 없었지." 그의 말을 열심히 듣는 젊은이의 열성에 매료된 푸코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네보다 앞선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훨씬 더 단순…… 글쎄 뭐랄까 훨씬 더 분명했고하여튼 훨씬 더 행복한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 놀랍게 생각되네.“

디디에 에리봉미셸 푸코, 1926~1984, 52

 


그런데 그 와중에 푸코는 또 공부 중이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을 읽었다. 고전주의 철학은 물론, 플라톤·칸트·헤겔, 1949년에는 헤겔을 가지고 석사논문을 썼다. 논문 제목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의 역사적 초월적 구성이었다그는 맑스도 읽었음이 분명하다당시에는 누구나 읽었으니까조금 후에 후설을 읽었고특히 하이데거를 읽었다. 1942년에 알퐁스 드 발렝스의 책이 나와서 젊은 철학자들은 모두 그의 해석을 통해 하이데거 사상에 접근했다푸코는 직접 원전을 읽기 위해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하이데거 강의는 그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그는 말년에 자신의 철학수업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헤겔을 읽기 시작했고 이어서 맑스를 읽었으며, 1951년 혹은 1952년에 하이데거를 읽었다그리고 1952년인가 1953년인가 니체도 읽었다하이데거를 읽을 때 해놓은 막대한 양의 메모를 나는 아직도 전부 보관하고 있다그것들은 헤겔이나 맑스를 읽으며 작성한 노트와는 또 다른 중요성을 갖는다나의 모든 철학적 형성은 하이데거의 독서에서 결정되었다그러나 니체가 그것을 압도했다는 것은 인정한다니체에 대한 나의 지식은 하이데거의 그것보다 훨씬 우수하다그러나 여하튼 그 두 경향의 철학은 나의 기본적인 철학 체험이다아마 내가 하이데거를 읽지 않았다면 니체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디디에 에리봉미셸 푸코, 1926~1984, 57-58

 

저러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자기 공부가 자기 설명의 바탕이 되는 분야를 공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푸코가 천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젊은 시절의 푸코는 이렇게 철학의 위대함 혹은 천재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완연해지면, 푸코는 그 두 위대함이 하나의 인간에 동시에 체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증거가 될 것이다.

 

시간이 나면, 헤겔 겉핥기를 좀 해둘까 싶다. 나는 헤겔의 철학은 거의 모르면서 헤겔의 위대함은 안다. 그건 헤겔 이후 철학자들의 전기가 죄다, 헤겔에 관해 읽고 싶은 마음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이 시간에는 푸코의 복종적 연애 스타일과 망해버린 사랑에 대해서…….

 

 

 

3

 

그나저나 육식의 성정치는 왜 안 읽는 걸까. 두꺼우면 두껍다고 제껴놓고 얇으면 얇다고 미루니 큰 인물 되기는 그른 것이 아닐까?

 

 

 

--- 읽은 ---



13.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

 

정희진 선생님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대부분 이 책으로 그 사랑을 시작했을 것이고, 다르게 시작한 애독자들 중에서도 이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꽤 오래전부터 다시 읽고 또다시 읽는 책인데, 그 모든 다시가 다시금 감동이다. 하도 많이 읽어서 그런가, 되게 예전에 나온 책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2014, 그것도 꽉 채운 10월 출간이어서 깜짝 놀람. 보나마나 2023년쯤 또 읽고야 말겠지.

 

그렇지만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었는데 정희진처럼 읽기가 끝내 안되는 것은 도대체 우리 중 누구의 무능이란 말인가(몰라서 물어본 거란 말인가).

 

텍스트가 책일 때 특히 독후감이라 할 뿐이다삶을 구성하는 모든 대상과 만난 느낌의 기록을 논문소설기사일기 등으로 분류해 부른다자료와의 만남이후 자료의 의미와 그 의미의 정치학을 선행 이론 속에 자리매김하는 노력이 논문이고나의 하루가 교재가 될 때 일기가 되는 식이다자료는 일종의 풍경이기도 하다그래서 텍스트는 때때로 나의 경우 매우 자주상처가 된다일종의 인생의 짐이기도 하다내가 만난 그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희진정희진처럼 읽기

 

 

 


14. 불화하는 말들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 


이성복 선생님은 그냥 입만 열면 시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이라, 밥은 먹었니- 하셔도 시 같고, 골프 처음 배울 때- 하셔도 시 같고, 심지어 섹스- 하셔도 그게 시 같다(실제로 저 단어가 이 책에 나온단 말이에요……). 그래서 선생님의 시론조차 시 같다. 시론으로 시를 쓰시는 달인의 가르침은 범인에게는 오히려 더한층 어려울 따름이다. 뭔지 몰라도 굉장히 멋있는 말씀이신 건 알겠는데 역시 뭔지는 모르겠고, 어떻게 하라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맞는 말씀이신 건 알겠는데 역시 어떻게 하라시는 건지는 모르겠다. 으하하하. syo가 지금 선생님의 말들과 불화하는 중이다.

 

언제나 사소한 것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곳에 닿으려 해야 해요.

좋은 것은 언제나 말할 수 없는 것이에요.

이성복불화하는 말들

 

 

 


15.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오수민 지음 / 넥서스BOOKS / 2019

 

일상 속 음식 이야기와 철학을 버무리겠다는 기획인데, 기획 자체는 좋았지만 빼어난 책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음식과 철학이 착 붙는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그나마 붙었다 싶은 부분은 철학의 함량이 고만고만했다. 독자에게 일상적 마주침 속에서 철학을 떠올리는 태도를 자체를 환기하는 방식으로 쓰자면 훌륭한 책일 수도 있겠으나, syo의 성에 차진 않았다. 나라고 딱히 철학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라는 데서 짐작해보면, 함량의 아쉬움을 말하는 독자가 또 있을 수 있겠다.

 

이렇게 내가 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지각하고 나면 내 앞에 앉아 있는 나와 똑같은 인간인 저 찍먹 친구도-인간인 이상-나처럼 욕구하는 존재이며 덕을 타고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내가 어떤 것을 욕구할 때그 구체적인 형태는 다를지라도 친구도 욕구하는 마음은 똑같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게다가 나와 동일하게 덕이라는 본성의 소유자이니도덕적 주체로서 존중받아 마땅하다그러니 내가 그의 욕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소스를 부어버린다면 그는 얼마나 속상하겠으며 또 얼마나 부당한 일이겠는가그래서 탕수육을 먹기 전에 상대방에게 묻는 것이다.

오수민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

 

 

 


16. 맹자 : 지적대화를 위한 30분고전 22

김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

 

, 웬만한 맹자 책보다 좋은 점을 발견하긴 어렵다. 싸다는 게 그나마 장점이지만, 맹자 전체를 다루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뭐 싸다고 하기도.

 

  우리는 왕조 체제에서 벗어나 민주 체제에서 살고 있습니다이것은 맹자가 바라던 체제이기도 합니다선거제만 빼면맹자가 주장한 민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매우 닮았습니다우리는 그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문화적으로 해석해 낼 수 있을까요?

  맹자는 계속 살아나야 합니다왜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문화는 벗어나기 어려울 만큼 거의 모든 면에서 맹자의 생각에 크게 빚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혁맹자 지적대화를 위한 30분고전 22

 

이 책의 마지막 대목인데, 정말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이유의 이유를 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모두들 안녕-. 아무래도 분량 제한 때문에 서두른 듯.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짐작하시겠지요.

 

 

 

--- 읽는 ---

미셸 푸코, 1926~1984 / 디디에 에리봉

아무튼, 목욕탕 / 정혜덕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헤겔에 이르는 길 / 미타 세키스케

법의 이유 / 홍성수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 / 다비드 그로스만

도대체都大體 과학 / 이강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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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1-14 23: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푸코가 피부에 그렇게 안좋다던데요....

syo 2021-01-14 23:4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죽은 대머리가 범인이었구나!

다락방 2021-01-15 14:04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님 이 댓글 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15 18:51   좋아요 0 | URL
어쩐지 제가 미간에 뾰루지가 났더라니..

유부만두 2021-01-15 19:18   좋아요 1 | URL
아... 난 다들 아시는줄 알고 가만 있었죠... 어쩌나..

페넬로페 2021-01-14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중거울의 혼란성~~
아는 사람만 아는거죠^^
어쨌든 알러지의 원인은
피곤과 스트레스가 맞는것 같아요**

syo 2021-01-14 23:57   좋아요 2 | URL
뭐가 됐든 어서 나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아픈 것도 아니고 크게 가려운 것도 아니라서 괜찮은데,
약 바르고 나서 버티고 버티다가 추워서 옷 입으면 옷에 묻어서 느낌이 으으으으으..

행복한책읽기 2021-01-14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요님 멍청한거 이리 까발리셔 놓고, 나만 안다고 하는 건, stupid 전략?? ㅋ 스요님 글은 맛나요, 그러니 언능 나아요. 글맛 떨어질 수 있음요^^ 스요님 책장은 거의 범접 불가, 오늘은 성복님만 낚시질이요~~~

syo 2021-01-14 23:58   좋아요 1 | URL
어! 그러네! 들켰네?! 🤪
ㅎㅎㅎㅎㅎㅎㅎ
얼른 낫겠습니다.

이성복 선생님 저 책은 후두두둑 읽으면 정말 30분 안에도 읽고, 오래 묵히고 읽으려면 30년도 읽겠다 싶습니다.

독서괭 2021-01-15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푸코의 복종적 연애 스타일과 망해버린 사랑 엄청 궁금해요!!!

syo 2021-01-15 01:45   좋아요 1 | URL
이 평전을 읽다보면 저자가 푸코를 지켜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런 사건조차 되도록 순한 맛으로 요리해놓았는데, 아, 이게 소설도 아니라서 MSG를 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안 치기도.....

비연 2021-01-15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순포진 전염원인2????

syo 2021-01-15 01:45   좋아요 1 | URL
훗 😎

비연 2021-01-15 01:48   좋아요 1 | URL
뭔가 제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

syo 2021-01-15 01:50   좋아요 1 | URL
딱히 제가 쓴 어떤 글을 놓쳤다기보다는, 그냥 syo 자체를 어느 정도 놓치고 계신거라고 해두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21-01-15 01:53   좋아요 1 | URL
흠.. 제가 놓치는 중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로군요 ㅎㅎㅎㅎㅎㅎ 이 새벽에 뭔가 깨달은 듯한 느낌.

반유행열반인 2021-01-15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토피가 심해 어려서부터 피부과 다녔는데 친절한 선생님 만나면 잘 낫더라구요.(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선생님 만나면 복약지도도 제대로 안 해줘서 병원을 다시 안 가버림..) 쾌유를 빕니다!!(푸코 철학은 안 궁금한데 푸코 연애사는 엄청 궁금하다22)

syo 2021-01-16 19:57   좋아요 1 | URL
저는 바르트하고 사이에도 무슨 일이 있었을지가 궁금하더라구요. 푸코 요물 요물.

blanca 2021-01-15 1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피곤하지 마세요.˝ 저것 어떤 느낌인지 완전 와닿아서.. 저도 눈꺼풀이 떨린다,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피곤한 일이 있었나요?˝하는 그 다정한 말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피곤하지 마시기를....

이성복 시인 ㅋㅋ 시집 어떤 것이 제일 좋은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1-01-15 14:05   좋아요 1 | URL
저는 병원 갔을 때 의사선생님이 ‘잘 드셔야 해요‘ 라고 하면 그게 그렇게나 좋습니다.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

syo 2021-01-16 19: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잘 드셔야 해요 했는데 실은 지금도 되게 잘 먹고 있을 때, 그 슬픔은 어쩔 거예요.....

cyrus 2021-01-15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해도 피곤하고, 일 안해도 피곤하고.... syo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피곤해? ㅎㅎㅎ

피로 누적을 가볍게 보면 안 돼요. 그게 언젠가는 병으로 나타나요. 건강관리 잘 하시고, 쾌차하세요. ^^

syo 2021-01-16 19:59   좋아요 0 | URL
이건 불치라는 모양이에요. 한 번 앓았으면 두고두고 앓는다고.
나이먹고 느는 건 병밖에 없네요. 하아.....

단발머리 2021-01-15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고 그 때문에 핍박받는다는 걸 알았을 때, 공부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요.
공부에 재능있는 천재였다는 점이 행운같기도 하고요. 대머리는 진지하게 사양합니다만, 푸코 점점 매력 덩어리인데요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1-15 14:06   좋아요 1 | URL
대머리는 진지하게 사양한다고 사양되는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제 아셔야 합니다. 대머리 총량의 법칙...

그럼 이만=3=3=3=3=3

단발머리 2021-01-15 14:09   좋아요 1 | URL
나 며칠 고요했는데 ㅠㅠㅠ 이분이 또 퐁당 돌을 던지시네요!! 히잉!!!

syo 2021-01-16 20:00   좋아요 0 | URL
대머리 대머리 놀리다가 대머리된다!
난 무서워......

다락방 2021-01-15 14: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디디에 에리봉 좋아요. 이름이 좋아. 디디에 에리봉 이래. 디디에~ 에리봉~ 에리봉봉봉~~

공쟝쟝 2021-01-15 18:23   좋아요 0 | URL
그쵸 ㅋㅋㅋ 저도 그래서 ㅋㅋㅋ ㅋㅋㅋ 왠지 이름만으로 봉봉 해서 봉봉하달까.. 이 책의 문체는 소설 느낌이 나요 ㅋㅋㅋ 뭔가 그래서 더 빠저든당...;)

다락방 2021-01-15 18:34   좋아요 1 | URL
쟝님 오늘도 봉봉한 하루 보내세요, 봉봉!!

syo 2021-01-16 20:01   좋아요 0 | URL
그 동네에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의 에리봉봉봉 같은 어감이라면 그 학창시절이 무난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공쟝쟝 2021-01-15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용 하신 푸코보다 제 푸코가 좀 더 나이 먹은 듯해요 ㅋㅋ 암튼 여기서 만나다니 반가워 푸코찡!

syo 2021-01-16 20:01   좋아요 0 | URL
쟝님 푸코가 빨리 늙네요. 저는 제 푸코의 젊음을 최대한 지켜주려고 열심히 천천히 읽습니다.....

모운 2021-01-15 1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삼이씨랑 키스했다는 이야기야?

syo 2021-01-16 20:02   좋아요 1 | URL
그간 문해력에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