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함부로 장담하면 안 된다. 책탑 사진 올리지 않겠다고 했으나 19일 만에 새해 첫 산책 사진을 올리고 있는 나. 안 올리니 편하기는 했다만, 그렇다고 책을 사지 않았는가?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사고 앉았다. 책탑 사진을 올리지 않으니까 고삐 풀린 고양이마냥 계속 사고 내 방에 쌓아두고 서재에 쌓아두고.... 며칠 전엔 새벽에 알라딘 택배 2개나 문 앞에 와 있는 거 보고 출근하던 집사2가 헛웃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얘가 먼저 출근하니까 이게 안 좋아... 알라딘 택배여 7시에서 8시 사이에 배송해주면 안 되나요? 그럼 완전범죄 가능한데...

아무튼, 책탑 사진을 다시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거 안 하니까 진짜 마니아 지수가 팍팍 안 오르더라? 다른 거에는 집착하지 않으면서(진짜?) 마니아 개수 늘어나는 거에는 좀 집착한다. 한때 수집벽이 있던 인간이라 약간 이런 수집욕 자극하는 거에 집착하는 편....죽기 전에 알라딘 마니아 개수 만 개 돌파가 목표....(는 뻥 ㅋㅋㅋㅋㅋ) 오늘 아침에 앤드루 포터 마니아 7번째라고 알림 왔는데 1등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리스 슈라이비, <단순한 과거>
1월에 출간된 책 중 내 기준엔 가장 신간다운 신간, 기대되는 신간이랄까. 여기서 말하는 신간다운 신간이란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가인데, 게다가 읽을 만한 가치도 있어 보일 때 이거야 바로! 싶어진다. 이 책이 그렇다. 이슬람 세계에 극단적인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작가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 이슬람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와 위선적인 프랑스 식민 통치에 대한 폭로를 담고 있으며 오늘날 카뮈의 <이방인>에 비견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앤드루 포터, <사라진 것들>
급박하게 사서 급박하게 읽고 급박하게 리뷰도 남겼다. 완전 좋아. 일단 나의 상반기 베스트에는 오른다고 본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사냥이 끝나고>
이것도 이미 읽고 리뷰 남김. 체호프여서 잔뜩 기대하고 읽었으나 기대가 너무 커서 조금 실망했을 뿐 그렇다고 읽지 마! 그런 작품은 아니다. 추리/범죄소설이라는 기대를 접고 읽으면 오히려 재미있다. 그런데 이 책 사실 읽고 되팔려고 주말에 알라딘 갖고 갔는데........(비 오던 날) 그새 어디서 물방울이 떨어졌는지 물 흔적 있다고 안 받아주더라??? 아니 자기들은 책 표지 구겨진 것도 많이 보내면서!! 그런 책 되팔 때도 까다롭게 굴고. 좀 불공평하다.... 그래서 이 책은 동생한테 넘기기로.....(책이 별로여서는 아닙니다. 넘치는 책장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친 듯이 솎아냄)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저항의 멜랑콜리>
책이 아름다워서 하나씩 모으고 있는 라슬로. 이 책은 이번 리뷰대회에서 적립금 탄 기념으로 그간 장바구니에만 있던 걸 샀다(되팔지 않을 책이라는 의미). 그러나 라슬로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책 내용은 아름답지는 않고 오히려 그 미쳐버릴 것 같은 만연체 때문에 문장 따라가다 보면 정줄 좋기 십상이니 장정만 보고 책 사는 건 비추합니다.





이것 좀 봐여... 아름답잖아요?  아 이렇게 보니 아름다움이 감소되는군.....



만듦새는 정말 마음에 든다.... >_< 읽은 거 2권 아직 안 읽은 거 1권 읽다만 거...1권... -_-




오에 겐자부로, <만년양식집>
이 책을 번역한 이 때문에 말이 많던데, 그렇다고 오에의 책인데 외면하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싶어서 결국 구매.




아돌프 로스, <장식과 범죄>
책값이 그나마 싸서.... 가끔 그 맛에 지르는 쏜살 문고. 이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습니까? 실제로 미리보기로 몇 장 읽으면 사게 될걸? 장식=범죄라는 관점에서 쓰인 글 모음인데 과한 장식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관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그러나 로스는 “장식과 범죄”는 일체의 디자인과 심미적 욕망을 거두라는 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 나머지는 내가 읽어보기로.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3>
그리고 이것도 한 권씩 사다 보니 결국 3권까지 다 샀네요. 사고 나면 읽은 것으로 착각이 드는 그런 작품 중 하나인데 과연 언제 읽을지??





엥? <특성 없는 남자> 1,2,3 순서가 안 맞아!!!!! 집에 가고 싶네........ ㅠㅠ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 <문명화과정1>
근대 유럽문명의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기원을 밝히는 책. 서구 상류층 사람들의 일상 의례를 역사적으로 비교 분석. 엘리아스는 12∼19세기의 식사예법, 방뇨행위, 코 풀고 침 뱉는 행위, 잠자는 습관, 남녀 관계 등 일상의 변화를 살핀 뒤 문명화 과정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시작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거 진짜 재미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목차를 봐봐요. 1권 다 읽으면 2권도 사야지.

2. 인간 행동의 특수한 변화로서 '문명'에 관하여
1) '시빌리테' 개념의 역사
2) 중세의 일상 의례
3) 르세상스 시대의 행동변화 문제
4) 식사 중의 행동
5) 생리적 욕구에 대한 태도의 변화
6) 코를 푸는 행위에 관하여
7) 침을 뱉는 행위에 관하여
8) 침실에서의 행동에 관하여
9) 이성관계에 대한 사고의 변화
10) 공격욕의 변화
11) 기사의 생활풍경















미셀 푸코, <권력과 공간>,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8~79년>
<헤테로토피아> 읽고 나서 더 폭넓게 읽어보고자 이 두 권을 샀다.


다음은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비판서들을 갑자기 왕창 읽어보고 싶어져서 지른 책들. 사실 몇몇 책은 <증발하고 싶은 여자들>을 읽다가 거기서 인용된 구절이나 참고문헌 목록을 보니 궁금해져서 산 책들이다.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원전 완역본)>   
하르트무트 로자, <소외와 가속- 후기 근대 시간성 비판>
리차드 세넷 지음,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
파울 페르하에허,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대안은 없는가>




바실리 칸딘스키,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제목부터 저자부터 책표지까지 완벽하게 예술적이다. >_< 칸딘스키의 예술에 관한 관찰과 감정체험이 담긴 책으로 추상회화 이념을 음악과 연결해 서술하면서 하나의 색이 우리 심성에 주는 고유한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칸딘스키의 깊은 예술적 발상과 풍부한 문학적 표현을 만끽할 수 있는 고전”


흰색은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이다.
그것은 젊음을 가진 무(無)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 전부터 무요.
태어나기 전부터 무인 것이다. —칸딘스키


대박이지 않습니까?




에드먼드 모리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바라본 베토벤의 삶과 음악” 베토벤의 일생을 연도순에 따라 시기별로 살펴보면서 작품 창작의 맥락을 자세히 살펴본다. 에드먼드 모리스는 널리 알려진 전기작가로 일반 독자를 위한 간결한 전기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사실, 책탑은 이것보다 높을 수 있었는데... 그새 읽고 팔아버린 책들도 있어서 그건 그냥 잘가... 그 책은 무엇일까요? (모든 걸 퀴즈화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까지 긴 페이퍼를 읽은 당신을 위해 알립니다.

잠자일보 제2회 퀴즈대회가 다음주 월요일, 그러니까 1월 22일 월요일 점심 먹고 1시부터 시작합니다! 얘들아 상금은 내가 다 마련해뒀어. 알지? 자, 문제 풀 준비!!!

*<잠자일보> 제2회 퀴즈대회는 1월 22일 월요일 오후 1시부터 1월 28일 일요일밤 자정까지.

정답 공개 및 수상자 발표는 1월 29일 월요일!



마무리는 우리 막내! "언니, 오빠들 퀴즈 풀고 담아요, 담아..." (막내는 올해 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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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1-19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 진짜 많이도 사셨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씩 읽으시니깐 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밤에 정희진쌤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운동은 책을 사는 겁니다. 하루에 한 권!˝
사회운동 & 출판문화 진흥에 애쓰시는 잠자냥님. 책탑 충분히 자랑해도 괜찮겠습니다. 다만 집사2님은 좀 피하는걸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0:57   좋아요 3 | URL
저 사회운동 겁나게 열심히 잘 하는 사람이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9 10:58   좋아요 1 | URL
다락방하고 제가 윤리 의식을 갖추고 사회운동까지 하는 사람들입니다!!!

잠자냥 2024-01-19 10:5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집사2도 요즘 뭔가 많이 질러서 서로 모른척......해주고 있습니다...

다락방 2024-01-19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전집 제 책장 사진 보여드리면 잠자냥 님 우리집 오고 싶으시려나요? ㅋㅋㅋㅋ 순서 따위 나랑 아무 상관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나저나 잠자냥 님 책탑 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마니아 다른 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쓰는 부분이고요, 여성학 마니아 1위만큼은 가져가려고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만세!! (뭘?)

<단순한 과거> 검색해보러 갑니다. 슝 =3=3=3

잠자냥 2024-01-19 11:03   좋아요 2 | URL
아니, 은바오 보낼게....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혼자 책탑 고군분투하는 거 안쓰러워서 나도 재동참....은 뻥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 아니고 그런 마음도 조금 있었다. 항상 다락방 생각하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학 마니아1위는 쭉 가져가셔야 합니다. 응원합니다.

난 러시아소설1위, 프랑스소설1위 할 거야... ㅋㅋㅋㅋㅋ휴 러시아소설 좀 힘들어 보이긴 함 ㅋㅋㅋㅋㅋ
(나도 맨날 ˝강의공지다˝ 하고 책만 올리면 금방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1:05   좋아요 3 | URL
은오 님은 우리집 와서 내 책장 보고나면 북플 친구 삭제할 것 같아요...

잠자냥 2024-01-19 11:06   좋아요 2 | URL
쓰러져서 인공호흡 필요할지도...

독서괭 2024-01-19 19:5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은 참 극과 극으로 다른 분인데 공통점이 여기 있군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시후) 오 사야겠다. 표지도 아름다워요. 땡투는 그대에게.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4-01-19 11:12   좋아요 1 | URL
정희진쌤 한 달에 백만원이라고 하셨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샤라라랑~

단발머리 2024-01-19 11:14   좋아요 1 | URL
책은 알라딘에서 사신다고...... 아! 저도 알라딘에서만 사거든요. (공통점 발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분 분발하세요!!

잠자냥 2024-01-19 11:16   좋아요 1 | URL
전 지난 3개월 평균이 그래서........자제하고 있읍니다...........-_-;;;;
저도 요즘엔 알라딘에서만 사요. 100자평 남길 때 구매자로 남기고 싶거든요; (이것도 이상하게 집착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1-19 11:21   좋아요 1 | URL
선생님 책장도 정리 안되어있을 것 같지 않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달에 백만원이라니. 정리 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19 11:26   좋아요 3 | URL
오디오매거진에서도 종종 정리가 엉망이라 자료 못 찾는다는 말씀하셨고,
저 글쓰기 강좌 들었을 때도... 자료 주신다고 한 거 있었는데
그다음 시간에.... 오늘 찾다찾다 도저히 못 찾아서 그냥 왔다고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4-01-1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슬로의 책, 볼 때마다 예뻐서 소장 욕구가 생깁니다 사진 보니 침이....ㅋㅋㅋㅋㅋ
어제 잠자냥님 덕분에 정희진 쌤 특강을 온라인으로나마 들었어요. 거기서 편집자들의 안목이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하셨는데 잠자냥님은 잘 실천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4-01-19 14:20   좋아요 1 | URL
소장하고 안 읽어도 괜찮습니다....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편집자 안목이 나라 살린다 쌤의 이런 말씀 여러번 들었는데요;;;(희진쌤이 요즘 강연때마다 하시는 듯)
그때마다 부끄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책을 찾아야하는데... 휘유.

초란공 2024-01-19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언제나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집안 어딘가에 몰카가 있나봐요. 항상 들킵니다. ㅋㅋ 내 귀에 도청장치? 이런거 심어져 있나 싶기도하고요 ㅜㅜ 한 달도 전에 참여한 알라딘 펀딩 도서가 하필! 다른 책 주문한 박스와 같이 쌓여 있는 걸, 들킬때...

잠자냥 2024-01-19 14:21   좋아요 1 | URL
초란공님 폰에 도청장치 설치되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펀딩책하고 박스가 같이 ㅋㅋㅋ아오 제가 다 초초하네요. 이걸 어떻게 숨기나! ㅋㅋㅋ

coolcat329 2024-01-19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많이 사셨네요. 😲
라슬로 책은 저도 디자인이 예뻐서 두 권 사뒀는데 읽을 엄두가 안납니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 오 이 책 그냥 끌립니다.

앗 근데 저 지난 번 퀴즈! 잊고 있었어요. 찾으러 갑니당~

잠자냥 2024-01-20 09: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그쵸 ㅠㅠ 더 산 거 같기도 ㅠㅠ
라슬로…. 제가 웬만한 책은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데….. 라슬로는………. ㅋㅋㅋㅋㅋㅋㅋ

퀴즈 꼭 참여하세요!!!!

거리의화가 2024-01-19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화려하며 멋진 책탑입니다! 리스트마저 멋져버리는! 그 와중에 몇 권은 이미 읽고 리뷰까지 남기신 것도 최고에요.
<단순한 과거>하고 <문명화 과정> 끌리네요. 원래 참으면 분노를 넘어 병(?)이 된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드릉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1월에는 3번에 걸쳐 책을 샀는데 나머지 기간에는 자제해보려구요. 아직 그 책 중 몇 개 읽지도 못했습니다ㅠㅠ 퀴즈대회는 눈팅으로 만족하게 될 것 같지만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ㅎㅎㅎ

잠자냥 2024-01-20 09:19   좋아요 0 | URL
역시 화가 님은 그중에서도 역사적 사건이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시는군요!
분노를 넝어 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그럴 거 같아요. 책 못 사면 병….걸릴 거 같은데 남은 10여 일 참으실 수 있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19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꺄아아아아 소리질러~~~

독서괭 2024-01-19 19:54   좋아요 2 | URL
다음주 바쁠 것 같은데 큰일남…

잠자냥 2024-01-20 09:14   좋아요 0 | URL
혼자 난리남….. 🤣

은오 2024-01-2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잠자냥님 책탑 중지 선언 아무도 진지하게 안받아들였을걸요? 함부로 장담하셔도 뭐...ㅋㅋㅋㅋㅋ
헐 알라딘 심하다 -_- 전 깨끗한 책만 받고 팔 때도 당연히 최상등급만 받았어서 잘 몰랐는데 까다롭게 구는군요?! 보낼땐 까다롭게 안보내면서..........
순서 안맞는다고 집에 가고싶어하시는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기네요ㅜ 넘기여우십니다..

잠자냥 2024-01-20 19:22   좋아요 1 | URL
양장본 책표지 구겨졌다고 중! 이라고 해서 배송왔을 때부터 그랬다고 따졌더니 슈퍼바이백이니까 최상으로 해주겠다 동문서답 ㅋㅋㅋㅋ 은바오도 저럴 때 집에 가고 싶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4-01-20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탑 덕후 잠자냥님~!! 전 아직 이사(?)가 마무리가 안되가지고 독서 구매 0권, 읽은 책 3권 입니다....

24년도에도 잠자냥님 책탑 잘 참고하겠습니다~!!

잠자냥 2024-01-20 19:23   좋아요 1 | URL
이사 가고 나서 구매 대폭발 책탑이 천장 뚫고 나가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
 

‘윤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윤리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이 바보 같고 어리석은 시대 같다. 이 땅에서 인간으로 태어나 윤리적으로 살아갈 것을, 즉 인간답게 살아갈 것을 고민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현대의 대다수 사람들은 잘 사는 것은 곧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것이 결국 성공의 지표이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 보자. 인간으로 태어나 한평생 돈벌이에만 집착하고, 재물을 많이 쌓았지만 결국에는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생이 과연 행복한 삶, 아니 괜찮은 삶일까? 탐욕적인 사람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정치인이 피습을 당했다, 그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충격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아무리 자기와 생각이 다르고 싫은 사람이라지만 죽이려고 계획을 짜고 그것을 실제로 행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덕 기준이 망가진 것이다. 한편으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범죄를 저지른 사람, 허구한 날 유튜브만 본 게 아닐까? 나는 유튜브를 싫어한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도 싫지만 대게는 2차 가공한 정보를 말하면서 그것이 진리/진실인 양 주장하는 게 싫다. 무엇보다 그 모든 떠듦과 주장이 돈으로 환산되어 방송 운영자에게 꽂히는 구조가 혐오스럽다. 구독자수, 조회수, 좋아요, 후원 등등 사람들의 주의를 끌수록 돈이 몰린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탐욕적인 인간들이 몇 푼이라도 더 벌려고 자극적인 말을 쏟아낼 수밖에 없다.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일단 질러보는 것이다. 그 탐욕의 절정, 결정체가 먹방이다. ‘Mukbang’이라는 영단어가 한국어 그대로 옮겨 썼다는 점도 참 의미심장하다.

나와 달리 집사2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다(그래야 현실의 고통을 잊는다나). 공포영화나 공포방송을 즐겨 보고/듣다가 요즘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 폐인이 되어서는 이 프로그램을 정주행하고 있다. 나는 이 방송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인간의 온갖 추한 모습만 나열되어서 보고 있으면 괴롭다) 그래도 가끔 집사2 때문에 옆에서 볼 때가 있다(그렇지만 얼마전 내가 “김상중하고 셋이 같이 사는 거 같아.........”라고 말했더니 그 이후로 내 앞에서는 안 보려고 자제). ‘그알’에서 다루는 사건의 대다수도 결국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살인/강간/사기이다. 돈과 치정이 주된 살인 동기인데, 치정도 결국 인간이 다른 인간을 소유하고 제 마음대로 하려는 의지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면 일종의 탐욕에서 비롯된 악행이다. 사기를 치는 인간은 물론이고, 대체 왜 저렇게 당하는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들여다보게 되는 사람들도 결국은 탐욕에 눈이 멀어 사기를 당한다(작은 돈을 투자해서 큰돈을 벌려는 욕심/ 신에게 작은 돈을 헌사하고 현세 또는 내세에 잘 살아보려는 욕심 등등).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저렇게 욕심이 많아서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질 정도이다. 허영, 허세, 욕심 많은 인간이 싫다. 재미나게도 이 3종은 떼려야 뗄 수 없이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는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는 너는 욕심이 없냐고. 물론 나도 있다. 책을 많이 더 사고 싶고, 요즘에는 그 많은 책들을 짊어지고 이사 다니는 게 피곤해서(고양이들도 포함 ㅋㅋㅋ) 내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한다. 그렇지만 꼭 그 집이 내 소유일 필요는 없다. 책과 술에 월급을 탕진하는 나보다는 집사2가 가능성이 많아 보여서 니가 빨리 집을 장만하고 나는 이사 안 다니면 개꿀! 이런 정도의 마음가짐이다. 어차피 우리는 물려줄 자식도 없을 터라 집을 소유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장남한테 집과 땅을 물려준다고 하니 분노한 막내가 부모를 살해한 사건도 있더라. 이것도 탐욕이 아닌가. 그 재산은 부모가 평생 노력해서 마련한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장남도 막내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부모가 전 재산 기부하고 죽어도 불평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른바 좋은 동네에서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값비싼 음식을 먹으면서 인스타에 자랑하면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보다는 인생에 더 가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피터 싱어의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에는 이렇게 탐욕에 절어 살면서도 그것이 성공이라고 착각하는 수많은 유명인사와 갑부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월스트리트나 IT 업계의 부자들만이 그칠 줄 모르는 탐욕에 시달렸던 것은 아니다. ‘정신의 지도자’라 명성을 얻었던 ‘오쇼 라즈니쉬’는 장난감을 수집하듯이 롤스로이스를 무려 90대 넘게 수집했다. 취미라고? 기행이라고? 탐욕이다. 그렇게 부를 쌓은 삶이 그래서 행복한가? 이 책에서는 이토록 탐욕스럽게 부를 쌓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체 자신이 왜 살고 있는지 방향을 잃은 사람들의 사례도 등장한다. 싱어는 루소의 말을 빌려온다. 루소는 일찍이 “우리가 이 같은 자연 상태에서 쫓겨난 것은 사유재산 제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둘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남이 가진 것과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이기려는 욕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루소는 “욕망의 확대가 불평등뿐 아니라 증오와 사회 갈등, 노예제, 범죄, 전쟁, 사기를 비롯하여 현대 생활의 온갖 폐단을 낳았다”(71쪽)고 말했고 싱어는 이 말을 빌려와서 흥청망청의 끝은 결국 비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대다수 현대인은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이를 탐하느라 인생을 소진한다. 그러면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소비사회의 사고방식에 하루에도 수천 번씩 세뇌당하여, 쾌락이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목표라고 믿고 계속해서 철학자들이 ‘쾌락주의의 역설‘이라고 이름 붙인 고대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싱어는 이처럼 윤리와 개인의 이익이 맞설 때 대부분의 인간이 개인의 이익을 선택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질문한다. 개인 이득과 윤리는 항상 상충할 수밖에 없는 문제일까? 이때 많은 이들이 윤리적 삶의 실천이 세상 전체에는 이롭지만 자신의 삶에는 해롭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싱어는 말한다. 그러나 그는 관점을 좀 달리해보자고 제안한다. 자기 이익을 폭넓게 바라보면 지구 환경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변화를 환영할 것이라고 예컨대 꽉 막힌 도로에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자가용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쪽이 자원을 덜 소비하지만, 자원을 덜 쓴다고 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전반적 만족도가 줄어들까? 자기 이익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남보다 부자가 되는 것, 전보다 부자가 되는 것 말고 어떤 삶의 목표가 있을까? 물질적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성공을 거둔 뒤 자신이 무얼 위해 그토록 땀을 흘렸나 하고 허탈감을 느낀다고 싱어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이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삶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할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돈돈돈 하는 세상에서 윤리를 말하는 사람은 지나친 이상주의자 취급을 받거나 자기 밥그릇도 못 챙긴다고, 바보라고, 멍청이라고 주위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기도 한다. 싱어는 이런 것들이 두려워서 윤리적 선택을 해야 함을 알면서도 결국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기게 되는 인간의 속성도 언급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윤리적 선택을 일종의 기만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어떤 이익이나 보상 없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하는 진화생물학자들도 있다. 이 명제에 싱어는 반박한다. 차 한잔, 비스킷 한 조각 말고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생판 낯선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나눠주는 헌혈자들이야말로 인간 본성을 냉소적 비판자들의 경멸에서 구해낸다고. 게다가 싱어는 무형의 보상이 있다고 해서 개인의 이타주의적 동기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는 그가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한 개인의 기부 행위가 순수하지 못한 의도(기부 행위 자체를 전시하거나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한, 또는 개인적 만족감에서 행하는 기부 등)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기부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한국 사회에서는 윤리적으로 행동하거나 타인을 위해 기부하는 행위를 폄하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도 많다. 위선이다, 이미지 세탁(홍보)이다, 기부(또는 선행)할 거면 조용히 하지 왜 이름을 알리고 하느냐 등등.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기부(선행)부터 하고 투덜대야 하지 않을까. 싱어는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지 않는 것부터 아이 학교에 가서 봉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하루하루의 윤리적 삶은 공동체에 대한 작은, 그러나 무수한 희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 보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이상을 함께 추구하는 동지애일 수도 있고 단지 사회에서 비난을 사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타적 행동을 장려하는 보상이 무엇이든 이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달리 보자면 ‘윤리망moralnet’이기도 하다. 윤리망이란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그들의 행동에 윤리적 배경 역할을 하는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 관계를 일컫는 것으로 윤리망은 사람들이 윤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뉴욕주립대학의 라울 나롤은 이 윤리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튼튼한 윤리망을 구축하려면 사회적 유대, 공동체 구성원의 정서적 온기, 힘든 시기에 낙오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나 ‘보험’, 사회를 하나로 묶는 공통의 상징, 의식, 전통, 신화, 이념이 필요하다. 고립된 개인들이 이기적 소유욕으로 뭉친 집단은 튼튼한 윤리망을 구축할 수 없다. 나롤은 윤리망이 취약하면 범죄, 약물 및 알코올 남용, 자살, 가정 폭력, 정신 질환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피터 싱어는 사회 전체의 윤리망이 윤리적 삶을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해진 첫 사례로 미국을 꼽았는데 현재의 한국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싱어는 물질적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윤리적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급진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된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윤리를 첫째에 놓고 정치를 둘째 자리에 놓으면 누구에게 투표하는가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는가를 잣대로 사람들을 판단할 수 있다. 그는 묻는다.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자원 불균형에 반대한다면(그리고 당신이 부자나라 국민이라면)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또 개발도상국의 극빈층을 돕는 단체들에 소득의 몇 퍼센트를 기부하고 있느냐고, 만일 인구 증가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산아제한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느냐고, 종이를 만들려고 나무가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 쓴 종이를 재활용하고 있느냐고. 걷지도, 다리를 뻗지도 못하게 가축을 가두어두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렇게 생산된 베이컨과 달걀을 사며 공장식 축산에 일조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이렇듯 “윤리적 삶을 산다는 것은 올바른 태도를 취하고 올바른 견해를 표명하는 것 이상을 요구”(332~333쪽)한다.

가치 있는 삶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싱어는 더 뜨겁게 말한다. “소말리아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참한 처지에 비하면, 프랑스의 일류 포도원에서 생산한 포도주를 맛보겠다는 욕망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고, 또 “토끼를 옴짝달싹 못하게 결박하고 눈에 샴푸 방울을 떨어뜨릴 때 토끼가 당하는 고통에 견주면, 샴푸의 품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무가치한 목표”라고. “오래된 숲을 보전하려는 욕망은 일회용 키친타월을 쓰려는 욕망보다 중요”하다고. 물론 생명을 윤리적으로 대하라는 말이 인생을 즐기거나 음식과 포도주를 음미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우선순위를 바꾸라”는 것이다. 그는 더 높은 차원의 윤리 의식이 널리 전파되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희망도 놓지 않는다. 인구의 10퍼센트가 의식적으로 윤리적 입장에 서서 행동한다면 이로 인한 변화는 정부의 어떠한 변화보다 의의가 클 것이라는 싱어의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들은 탐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개와는 좀 많이 다른 지점). 물론 녀석들도 동물이기에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딱 자기 양만큼만 먹고 더 먹지 않는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에 있는 녀석들은 굶주렸기에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다 먹어치우고도 남을 텐데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99퍼센트의 고양이가 자기 먹을 양만큼만 먹고 유유히 제 갈 길을 간다. 고양이도 이럴진대 인간으로 태어나 나만 배불리(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만 더 부자가 되는 것을 꿈꾼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이런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좀 더 나은 생을 사는 것인지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싱어의 이 주장에 한번쯤은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윤리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사회라면, 이런 인간들이 많다는 사실-‘선(善)의 희미한 가능성’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살게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게 된 것이 로렌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도움 때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끝없이 상기시켜준 어떤 가능성 때문이다.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수용소 밖에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부패하지 않고 야만적이지 않은, 증오와 두려움과는 무관한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을 수 있었다. 정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 선의 희미한 가능성, 하지만 이것은 충분히 생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 로렌초는 인간이었다. 그의 인간성은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았다. 그는 이 무화無化의 세상 밖에 있었다. 로렌초 덕에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236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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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1-08 16: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상중ㅋㅋㅋㅋㅋ 저는 유튜브를 잘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고양이 덕배를 아시나요?ㅋㅋ)
말씀하신 부분에는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그 사람 종이신문도 구독한대요. 보수신문들...
저는 그 테러행위도 적지않게 충격이었지만 거기 대응하는 보수 지지자들과 언론,정치계의 반응에
어질어질 하더라고요.

잠자냥 2024-01-08 16: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집에만 가면 김상중 목소리가 흘러나와가지고 ㅋㅋㅋㅋ
˝그런데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덕배는 몰라요.. ㅠㅠ 가끔 길고양이 돌보는 유튜브는 집사2가 볼 때 본 적 있지만;;; ㅎㅎ
으음... 지방병원에서 서울로 헬기로 이동한 거 갖고 문제 삼는 사람들도 문제 있다고 봅니다....(지방병원 차별/헬기특혜 운운)
휴... 그 사람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렇게 한국에서 미움받으면서 정치하고 싶나 싶어질 정도. ㅎㅎ

다락방 2024-01-08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사야겠습니다,
라고 쓰면 이 페이퍼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겠죠...

잠자냥 2024-01-08 17:05   좋아요 1 | URL
읽고 재활용하면 되지 않을까 ㅋㅋㅋ

꼬마요정 2024-01-09 0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열심히 읽다가 마지막 고양이 이야기에서 생각나는 일화가 있네요.
와, 20년 전이네요 벌써. 그 때 저희 집에 노란 꿀냥이가 한 마리 자리를 잡더니 새끼를 두 마리 낳았거든요. 한 마리는 노랗고 한 마리는 까맣고. 그런데 노란 새끼 고양이가 확실히 사람을 덜 무서워해서 밥을 주니 잔뜩 먹은 뒤에 형제인 까만 냥이에게 토해주더라구요. 보고 감동했어요. 결국 세 마리는 저희 집 마당에 자리 잡고 살았죠. 복죽, 갈쑹, 겁겁이라는 이름을 달구요. 보고 싶네요 ㅎㅎㅎ 고양이 최고!!!

잠자냥 2024-01-09 09:0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고양이들은 남의 밥그릇 탐내지도 않고 양보도 잘해요… 오구 착한 것들! 고양이 만세!!😺

은오 2024-01-09 0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은 물론 없는 것보단 많은 게 좋지만 저도 이미 넘치는데도 악착같이 계속 모으는 사람들이 좀 신기했거든요?! 근데 <불안>에서 이 부분 읽고 이해가 좀 되더라고요. ㅋㅋㅋㅋ 아 이것도 일종의 인정/관심/사랑 중독이구나.

마찬가지로 높은 지위가 주는 유익은 물질적 부에 한정되지 않는다. 부자들 가운데는 다섯 세대가 써도 남을 만큼 돈을 축적해도 만족할 줄 모르고 계속 모으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은 놀랄 일은 아니다. 부의 창조를 경제적인 이유만 가지고 설명하려 할 때에만 그들의 노력이 이상해 보일 뿐이다. 그들은 돈만큼이나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존경을 추구한다. 탐미주의자나 쾌락주의자가 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존엄은 거의 모두가 갈망한다. 만일 미래 사회가 조그만 플라스틱 원반을 모으는 대가로 사랑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오래지 않아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으로 인해 열렬한 갈망을 느끼기도 하고 불안에 떨기도 할 것이다. (p. 17)

잠자냥 2024-01-09 07:14   좋아요 2 | URL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죠. 할 게 많아지니까. 책도 더 살 수 있고. 은바오 대나무도 왕창 사주고 특식으로 당근도 트럭으로 넣어주고…. 그것도 제주 구좌 당근으로… ㅋㅋㅋㅋㅋ

오잉 <불안>은 귀차니즘 극복하고 옮겨 적어놨군!!! 적절한 사용!

은오 2024-01-09 19:43   좋아요 2 | URL
근데 전 다 필요없고 잠자냥님만 있으면 되는데....
구좌당근이 몰까 하고 검색. 구좌읍? 거기 당근이 유명한가요?? 첨 알았따 ㅋㅋㅋㅋㅋ

너무 많이 꽂아놔서 옮기는 데 좀 힘들었습니다... 적절한 사용! 😆 헤헤

잠자냥 2024-01-09 20:36   좋아요 2 | URL
구좌읍 당근 진짜 유명하고 얼마나 자부심이 강한지 그 동네 가면 당근 동상 있어요….🤣

은오 2024-01-10 14:08   좋아요 2 | URL
저는 집에 잠자냥님 동상을 놔야겠읍니다.

은오 2024-01-09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튜브랑 그알 싫어하시는 이유 읽고.... 저번에 투비에서 마스크걸 얘기 하실 때도 느꼈지만 잠자냥님 너무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님이 편안하게 살아가시기엔 세상이 너무 저급하고 드럽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런 잠자냥님이 인간혐오하시는 거 너무나 이해됨. ㅋㅋㅋㅋㅋ
저 같은 사람한테는 별 신경 안 쓰이는 것들도 잠자냥님한테는 다 불쾌한 자극이 될 것 같음......ㅠ

오늘도 잠자냥님 덕에 죠금 성장한 은바오. 이 책 저도 읽겠읍니다.

잠자냥 2024-01-09 07:07   좋아요 2 | URL
엥? 나도 드럽고 저급해 ㅋㅋㅋㅋㅋ 아 그건 아니지만 암튼 저도 비루합니다…. 단지 스트레스에 좀 더 취약할뿐…

어제 대나무 많이 먹더니 드뎌 100키로 넘었구나!!!

2024-01-09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09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4-01-09 0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ㅜ잠자냥님 너무멋있어서 또결혼욕구ㅜ차오르는중

잠자냥 2024-01-09 07:08   좋아요 2 | URL
밤을 새니 정신이 집을 나가지….😮‍💨

은오 2024-01-09 19:50   좋아요 2 | URL
안새도 맨날......
차오르기만하고 내려가지는 않는 결혼욕구

새파랑 2024-01-09 0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봐도 왠지 찔립니다..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잠자냥님 독서는 장르를 가리지 않군요~!!!

잠자냥 2024-01-09 07: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술만 좀 줄입시다 ㅋㅋㅋㅋㅋ 저 장르 가립니다…. 자기계발//과학/수학 못 읽음 ㅋㅋㅋㅋ

coolcat329 2024-01-0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중에서 뿜었지만 글 읽으면서 내내 저 자신을 돌아보고 더욱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나라가 마약에 조금씩 망가져가는 것도 윤리망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증거네요.
저는 유툽 잘 안봤는데 요즘 남몰래 먹방을 자주봤네요. 뭔가 자극적인 게 필요했나봐요. 에휴

잠자냥 2024-01-10 10:51   좋아요 0 | URL
ㅋㅋ 뿜음 포인트를 잘 아셨네요! ㅋㅋㅋ
마약은 자기만 파괴하면 그만인데.... 얼마전에 애들한테 마약 들어간 음료를 집중력 향상하는 음료라고 속여서 먹인 사건은 진짜 윤리가 와장창 무너진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해요. 돈 벌려고 무슨 짓이라도 다 하는... 경복궁에 10대 시켜서 낙서하게 한 일당들도 그렇고요. 에휴.....
ㅋㅋㅋ 먹방 보신다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전 제가 안 볼 뿐이지 집사2가 보는 것도 걍 둡니다. 나한테 보라고만 안 하면 됩니다. ㅋㅋㅋ 물론 피터 싱어는 먹방을 찍기 위해 산더미처럼 쌓는 그 과한 음식들을 살 돈과 먹방을 보면서 응원하는 데 들어가는 돈을 부디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라고 하겠지만요.....

독서괭 2024-01-10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끄아악 토끼 눈에 샴푸를 떨어뜨린다고요?? ㅠㅠㅠㅠ 흐잉 ㅠㅠㅠㅠ 샴푸 살 때 동물실험 하는 곳인지 아닌지 확인해야겠네요..
집사2님이 그알 좋아하시는군요 ㅎㅎ 저희 남편도 종종 보는 것 같던데, 저도 그런 프로그램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영상 자체를 점점 더 안 보게 되고요.
저도 위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선에 대한 감각과 선함을 추구하고픈(보여주기식일지라도) 욕망은 있는 거니까요. 정치인들이 보호시설 같은 데 가서 장애인 목욕시켜 주고 사진 찍고 이런 건 대놓고 목적이 ‘선‘이 아니라 ‘당선‘이기 땜에 싫지만요. 상대를 수단화하는 것도 그렇고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장애, 질 병, 빈곤 등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신의 목적을 실 현할 수단으로 삼아 철저히 익명화(기호화)하는 방식으로 연출하는 공연은 결국 이들을 실격당한 존재로 만든다.˝는 내용이 떠올랐어요)
저도 욕망이 적은 편인데,, 특히 물건에 대한 욕망은요. 거의 유일하게 책에 대한 욕망이 자제가 어려웠는데 최근 성공적 자제중 ㅎㅎ 먹는 게 젤 어려운 듯 합니다.
좋은 리뷰 잘 읽고 가요~!

잠자냥 2024-01-10 18:13   좋아요 1 | URL
우아 좋은 댓글이다. <실격> 그 책은 저 아직 안 읽었는데 올해는 읽어야겠어요!! 위선에 대한 괭 님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괭 님은 어쩜 책 욕망도 잘 눌러요? 존경합니다….😺
 

사두고 밀어두기만 하던 <모비 딕>을 출퇴근 길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 그런데 응.... 아니 이 작품 BL 느낌? 이스마엘과 퀴퀘그 사이가 좀 그런데, 애초부터 둘이 만나게 된 계기도 같이 잘 수밖에 없어서 한 침대를 씀, 어쩔 수 없이 같이 자다가 눈 뜬 이스마엘이 자신의 몸뚱이에 올려진 퀴퀘그 팔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난감해하면서도 약간 기분 좋아하는....-_-? 이런 장면들을 읽다 보니 아하, 출퇴근길 전철에서 읽기 적절하구나! 뜻하지 않은 BL이었어! 사실 멜빌의 작품 중에서는 퀴어 코드로 읽히는 작품들이 종종 있다(<모비 딕>, <빌리버드>, <피에르 혹은 모호함>). 그의 작품이 그렇게 읽히기도 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스마엘하고 퀴퀘그 사이는 좀 너무 진하잖아? 게다가 얘네들 침대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미나서 아침에 막 일찍 일어나고 이런다…?

암튼 내가 빵 터진 부분.


담배를 다 피우자, 그는 제 이마를 내 이마에 비비며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이제부터 우리는 결혼한 사이라고 말했다. 퀴퀘그의 고향에서는 그 말이 진정한 친구라는 뜻이고, 필요하다면 나를 위해 기꺼이 죽겠다는 뜻이었다. -알라딘 eBook <모비 딕>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중에서


원문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He seemed to take to me quite as naturally and unbiddenly as I to him; and when our smoke was over, he pressed his forehead against mine, clasped me round the waist, and said that henceforth we were married; meaning, in his country’s phrase, that we were bosom friends; he would gladly die for me, if need should be. In a countryman, this sudden flame of friendship would have seemed far too premature, a thing to be much distrusted; but in this simple savage those old rules would not apply.


“that we were bosom friends; he would gladly die for me, if need should be.”

캬... 세상 결혼이 다 이렇다면. 마다하지 않겠구먼. 그러나 나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건 원치 않으므로….








이 부분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원문을 보자...... 오잉? 버젓이 들어가 있는 "honeymoo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김석희 씨 왜 허니문, 신혼여행을 굳이 밀월로 번역한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거북하셨나요? ㅋㅋㅋㅋㅋㅋ


How it is I know not; but there is no place like a bed for confidential disclosures between friends. Man and wife, they say, there open the very bottom of their souls to each other; and some old couples often lie and chat over old times till nearly morning. Thus, then, in our hearts’ honeymoon, lay I and Queequeg—a cosy, loving p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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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3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로 글쓰는 거 이상하구먼….

다락방 2024-01-03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네. 나도 이거 전자책 종이책 둘 다 있는데!!

잠자냥 2024-01-04 08:35   좋아요 1 | URL
없는 게 없는 자여…. 이제 읽어 ㅋㅋㅋㅋ

건수하 2024-01-03 2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비딕 한동훈이 추천했다는데….

근데 다리를 왜 다리 위에 올리는 거죠…. 😔

미미 2024-01-03 20:30   좋아요 1 | URL
아아, 수하님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한동훈이 나올 줄이야ㅋ

건수하 2024-01-03 20:32   좋아요 2 | URL
알라딘이 그렇게 어제 팝업을 띄웠었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홍보한 건 출판사였겠지만…

그레이스 2024-01-03 21:40   좋아요 1 | URL
저도 팝업보고 ˝그 사람만 추천했겠나? 하고 많은 사람 중에...˝ 하는 생각을 했죠! 어떻게 읽었을지 궁금하네요. 설마 지칠줄 모르고 도전하는 ... 뭐 그렇게 시작하는 감상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건수하 2024-01-03 21:42   좋아요 1 | URL
그런 문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불굴의…. 뭐 그런? ^^

잠자냥 2024-01-04 08:38   좋아요 3 | URL
제가 그 한동훈 좋아해서 읽기 시작! …….. 우우우욱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몹쓸 농담 ㅋㅋㅋㅋㅋㅋㅋ 농담도 힘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때아닌 쇼펜하우어하고 모비 딕 인기가 다들 유명인 때문이랍디다. 나원참….. 뭐 그렇게라도 책 사 본다면야…..-.-

잠자냥 2024-01-04 09:29   좋아요 2 | URL
수하 님 다리에 다리를 올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둘이 거의 껴안고 자고 있다니까요; 으음
현실에서는 불가능했던 멜빌의 판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1-04 09:46   좋아요 0 | URL
어우 그런 농담 하지 마세요 아침부터 속이 안 좋...

다리 올리면 무겁잖아요... 잠잘 때는 각자 얌전히 자야지 참...
찾아보니 모비딕에 동성애적 코드가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꽤 있었나 보네요.

잠자냥 2024-01-04 10:06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사람들 왜 그 한뚜껑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으이그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도 읽다보니 뭐 서로 껴안고 뒹굴다 잠들었다 이런 부분도 있더라고요. ㅋㅋㅋ
이 작품에서 퀴퀘그를 야만인이라 지칭하고 그렇게 묘사하는 것도 퀴어 관점으로 분석하자면 퀴퀘그는 애초부터 퀴어한 게이로, 이스마엘은 퀴에 이끌려서 정체성에 눈뜨는 게이로 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ㅋㅋㅋㅋㅋㅋ

암튼 뜻밖의 재미를 발견하여, 지겨울 거 같아서 안 읽었던 이 책을 드디어 금방 읽을 것 같습니다! ㅋ

건수하 2024-01-04 10:08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사람… 실재하는 게 맞나요? 전 전혀 이해가 안됨…

법무부 장관 막 됐을 때쯤 저 길에서 본 적 있는데요. 제가 맞나…? 하고 한참 봤는데 시선을 엄청 의식하긴 하더군요.

잠자냥 2024-01-04 10:14   좋아요 1 | URL
보수 지지자들은 좋아하는 거 같아요. 똑똑...잘생...우엑...ㅋㅋㅋ
문제의 그 문구 사용한 모비 딕 책(초록색 표지/현대지성) 지금 찾아보니 판매율 엄청 나네요. ㅋㅋㅋㅋ 미쳐
˝고전 주간 1위, 종합 top100 2주˝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사람들아 모비 딕 번역은 김석희 번역이 가장 좋기로 정평이 났는데!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01-04 10:17   좋아요 1 | URL
그 언행에 똑똑이라니….

그 출판사도 별로였는데…

독서괭 2024-01-03 2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완전… 은오가 꿈꾸는 결혼생활인데요??

잠자냥 2024-01-04 08:39   좋아요 1 | URL
은바오를 퀴퀘그에게 보내……생긱해보니 웃기다. 판다와 (책 표현에 따르자면) 야만인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4-01-04 09:15   좋아요 1 | URL
아니 왜 걔한테 보내요. 잠자냥님 집으로 보내야지

잠자냥 2024-01-04 09:29   좋아요 1 | URL
왠지 거기로 보내고 싶네.......

은오 2024-01-04 13:38   좋아요 0 | URL
담배만 빼면...... 은바오 집에서는 흡연 절대불가입니다

책식동물 2024-01-03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L 안 좋아하는데 그보다 고래필리버스터를 더 안 좋아해서 모비딕 안 잡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잡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잠자냥 2024-01-04 08:4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BL요소 다분합니다. 고라니 상 창작에 도움이 될 듯하오니 어서 시작을.

망고 2024-01-0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비딕 읽었는데 전혀 제 기억 속에 없는 문장이네요ㅋㅋㅋㅋㅋㅋ왤케 새롭지

잠자냥 2024-01-04 08:40   좋아요 0 | URL
초반이라 그런 걸까요? 10장 11장이에요. ㅋㅋㅋㅋㅋ

초란공 2024-01-03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가가 되어 작품을 팔거나 추천사 쯤 먹히려면 우선 정치인이나 연예인, 혹은 대기업의 CEO쯤 되어야 할까요... 그리고 이걸 곧바로 판매로 연결하는 민첩함... 올해는 뭐 하나라도 갖추어야 할까 싶어요. 어느 것이 조큼 더 쉬운길일까요^^ ㅋㅋㅋ

잠자냥 2024-01-04 08:41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러게 말입니다. 띠지에 유명인 이름만 얹어 있어도 갑자기 판매 증가! 참 재미난 나라에요. ㅎㅎ

새파랑 2024-01-04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는
‘잠자냥님 추천 도서‘ 도 그만큼 영향력이 있습니다~!!

‘잠자냥 추천‘ <수영장 도서관> !!!

잠자냥 2024-01-04 10:58   좋아요 1 | URL
으아! ㅡㅅㅡ <수영장 도서관>은 아니라니까요! ㅋㅋㅋ 제가 보기에도 너무 야함...-_-
아 그러고 보니 그 책이야 말로 BL이네요. 근데 비닐 씌우고 19금 딱지 붙여야 할 거 같음;;;

앨런 홀링허스트 작품을 읽겠다면 <수영장 도서관>보다는...(뭐 이걸 노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부커상 수상작인 <아름다움의 선>이나 <스파숄트 어페어>를 읽으십시오!!!!

새파랑 2024-01-04 11:01   좋아요 0 | URL
저 <스피숄트 어페어> 구매는 했는데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ㅋ 잠자냥님 리뷰보고 산거 같은데...

표지는 왠지 이부장님 스타일이더라구요...

잠자냥 2024-01-04 11: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표지는 이부장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보고 아마 그때 이부장 남자들이 조정 경기하면서 노젓는 동영상/이미지 찾고 그랬을 걸요? ㅋㅋㅋㅋㅋㅋㅋ
사두신 거라면 올해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납니다.

자목련 2024-01-0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그머니 책장에서 <모비딕>을 꺼내봅니다. ㅋㅋ
어떤 출판사가 그런 띠지를 만들었나 검색해봤어요. 이런 일로 검색을...

잠자냥 2024-01-04 13:4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그 띠지 보고 깜놀했어요. 아무튼 모비 딕은 생각보다는 재미납니다. 초반에 고래 설명(각종 인용)만 잘 넘기면….

은오 2024-01-04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저와의 결혼은 마다하시죠...? 목숨은 안바칠테니 저와함께....

잠자냥 2024-01-04 13:46   좋아요 0 | URL
오늘도 재미난 댓글 로맨스

은오 2024-01-04 13:56   좋아요 0 | URL
저는 슬픈데요....

잠자냥 2024-01-04 13:59   좋아요 1 | URL
아 왜 재밌잖아 평생 이러고 놀자 ㅋㅋㅋㅋㅋ

은오 2024-01-04 14:07   좋아요 0 | URL
평생이라니!!!!!😤 얼른 결혼으로 이 고통이 끝나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4-01-0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정신사의 모비딕 책 가지고 있는데 그건 다행인가요? ㅎㅎ
웃픕니다 ㅠㅠ

잠자냥 2024-01-04 17:35   좋아요 0 | URL
ㅋㅋㅋ 페넬로페 님도 저와 함께 고래잡는 BL의 세계로! ㅎㅎ

mytripo 2024-01-06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작품만이 아닙니다. 멜빌 작품의 동성애 코드는 유명하쥬 ㅋ 펜팔친구 호손과의 편지는 어휴. 저 아직 모비딕 완독 못했는데 용기가 생기네요. 자꾸 잠드는 바람에 오디오북이라도 찾을까 고민 중이에요 ㅎ

잠자냥 2024-01-06 04:54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 이 작품도 호손에게 바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묘사하는 거 보면 이스마엘…. 아니 멜빌이 남자들 육체를 눈으로 아주 탐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년의 마지막 날인 어제 정리했어야 하는데, 어제까지 꽉꽉 채워서 읽고 정리하려다 보니 오늘 이렇게 끼적이게 되었다. 휴일에는 노트북 켜는 일이 거의 없는 나. 그래도 내일은 새해 첫 근무일인데 첫날부터 출근해서 페이퍼 먼저 쓰고 있기는 나도 양심에 걸리니까. 귀차니즘과 숙취와 게으름을 무릅쓰고 적어보는 2023년 하반기에 좋았던 책들....(되도록 2023년에 출간된 책에서 골라보려고 애썼다) 상반기 리스트를 보고 싶은 분은 클릭.


2023년 하반기는 리스트 정리하려고 쭉 돌아보니 뜻밖에도 소설을 많이 안 읽었더라. 오잉. 이런 놀라운 일이....한때 소설을 잘 못 읽던 시절이 있었으니. 올해도 좀 그랬던 듯.



소설



상반기의 원픽 소설은 <타인들의 나라>였다면 하반기는 바로 이 책 <소네치카>- 짧지만 강력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거슬릴 수도 있는데(예술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로서의 여성의 대상화나 소네치카와 남편과의 관계 등등), 살아갈수록 하나의 잣대로만 무언가를 판단한다는 게 어리석은 느낌이 든다. 특히 문학작품에서는 더더욱. 이 작품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 이들이라면, 그리고 책에서 위로받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실린 작품 두 개가 모두 훌륭했다. 단편(또는 중편)을 쓴다면 ‘숄’ 정도의 작품은 써야지 ‘나도 단편은 좀 쓴다’고 명함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이 책도 짧다. 그러나 강력하다. 홀로코스트를 겪은 여성이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담긴 작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폭격을 퍼붓고 있는 중,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에 휩싸인 채 이 책을 읽었음에도 홀로코스트를 겪은 유대인에게는 진심으로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그런 작품.




다 죽어가던 알랭 로브그리예 영감탱이를 향한 애정을 다시 살려준 책. 그런데 이 작품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별 다섯을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나, 문학을 읽고 다층적이 해석의 기쁨을 누려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만큼 재미난 작품이 또 있을까(자매품-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창백한 불꽃>)- 열 번은 더 읽겠다고 허언을 하기도 했는데(허언이라고 은바오가 지적 ㅋㅋㅋㅋㅋㅋ) 일단 지금까지 두 번은 읽었다. 내가 한 해에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는.




윌리엄 트레버와 함께 계속 챙겨 읽어야 할(그러고 싶은) 아일랜드 작가의 탄생, 발견. 클레어 키건은 짧은 작품을 단 한 권으로 계속 출간하고 있는데, 읽고 나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집으로 두껍게 만들면 개별 작품의 감동이 오히려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은. 상반기에 읽은 <맡겨진 소녀>도 좋았지만 나는 하반기에 읽은 이 작품이 좀 더 좋았다. 인간은 결국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또 다른 인간에게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원천이 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실화를 이렇게 문학적으로 탁월하게 승화할 수 있구나 감탄했던 작품. 




소문으로만 듣던 <빌러비드>를 드디어 읽었다. 마술적 리얼리즘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토니 모리슨 작품은 읽다 보면 쭉쭉 빨려 들어간다. 소재와 주제, 소재를 표현하는 독창적인 방식, 문장, 거기에 담긴 생각 등등 문학이 독자를 향해 전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작품(토니 모리슨의 작품이 대개 그렇듯이). 토니 모리슨은 책을 덮을 때는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존경받아 마땅한 여성.




사강의 재발견. 사강의 작품 중에서는 아마도 계속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을 것 같다. 문학의 단골 소재인 ‘사랑’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연인들. 흔한 소재라 잘 다루지 않으면 진부해진다. 공감도 얻기 어렵다. 그런데 사강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연인들의 심리를 정말 잘 묘사하는 것 같다. 비슷한 결핍이 있거나 닮은 점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바로 그런 점들 때문에 멀어지는 연인 관계의 속성을 이 작품은 탁월하게 그리고 있다. 사강을 더 인정하게 된 계기는 최근 읽은 프랑스 작품 <불Feu> 때문이다. 이 작품도 격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남녀를 그리고 있는데 난 이 둘의 사랑에는 도무지 감응이 일지 않더라는. 아니 대체 왜? 이런 생각만이 들면서 사강이 참 잘 쓰기는 하는구나, <불>을 읽으며 사강을 떠올렸다는.



비소설



하반기 비문학 부분 중 딱 한 권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이 책을 권할 것 같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의 성폭력의 역사. 인간은 이토록 악하고 추한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덮으려만 한다면 인류에게 대체 구원이 가능한 것일까..... 그런 의미에서 이런 기록은 더 널리 읽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도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었다. 1950년대 이후 미국 여성학의 역사를 갈음하기에 좋은 책이랄까. 이 책과 더불어 2023년에 <백래시>, <성의 변증법> 읽은 나를 칭찬합니다.




LGBTQ까지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나에게 A의 존재까지 깨우쳐준 책. 이성애 중심 로맨스와 이분법적 젠더 세계에 관한 고정관념(나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 있었을지도 모를 그것)을 또 한 번 와장창 깨뜨려준 책. 





이 책을 읽고 나서 브라이언 딜런이라는 이름을 적어두었다. 에세이에 관한 에세이인데, 에세이라는 장르를 다시 발견하게 해주고, 저자의 문장이 일단 뻐근하게 좋았던 기억.




2023년의 발견. 여러분, 이 책 좀 읽어보지 않겠습니까? 2023년에 읽은 에세이 중 넘버원입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할 것 같은 이 책. 그런데 나는 데이비드보다는 이쪽이 좀 더 좋다.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서 읽었는데 사서 다시 읽으려고 계획 중. 





로베르트 발저의 진가가 서서히 국내에도 알려지는 것 같아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나만 알고 싶던 이 작고 소박한 작가가 이렇게 알려지는구나 섭섭하기도 한 마음이 든다. 물론 이 책은 난해하다. 그러나 그런 중에 드문드문 보이는 빛나는 문장들과 시들을 읽노라면 그 아름다움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은 발저가 쓴 원문들(포장지에 연필로 쓴)과 함께 책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발저는 이 인간 세계에 언제나 묻는다. “발전하고 성장하면 그래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나는 이 눈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원컨대 눈이 사라질 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눈 내리는 풍경은 처음에는 신선했고, 자체의 부드러움 속에서도 여전히 만족할 만한 단단함을 지닌다. 내게 눈은 성실해 보인다. 나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하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에 있어서는 그들 모두가 없어도 무방하다는 전제에서다. 나는 다정하려 하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눈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중, (<연필로 쓴 작은 글씨>, 220쪽)





장 아메리는 <자유죽음>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 후 <늙어감에 대하여>, <죄와 속죄의 저편>까지 장 아메리 3종 세트를 다 읽은 지금 이렇게 외친다. “장 아메리는 진짜다.” 이 꼬장꼬장함. 이 타협을 모르는 태도. 그렇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지. 온몸으로 겪은 파국의 체험이 타협할 줄 모르는 문장으로 뜨겁게 전해진다. 




문장만 아름다운 글들이 있다(나는 이런 글은 싫어한다), 그런데 문장도 아름답고 거기 담긴 생각까지 아름다운 글을 볼 때는 현기증이 일어날 것 같다. 내게는 보뱅이 그렇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모든 책들이 그러했다. 그의 책을 거의 다 읽은 이제야 생각해 보니 그의 모든 글은 지슬렌이라는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향한 사랑의 글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토록 지극하게 한 사람을 마음에 두고 살아간 이 사람 대체 뭘까? 다른 글들도 계속 궁금하다.




어떤 경험의 글은 한낱 일기에 그치고 어떤 경험의 글은 사회 고발서, 사회학책이 되기도 한다. 레이첼 모랜의 글은 후자이다. 읽기 전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성매매 경험을 자극적으로 풀어낸 일기에 가까운 글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반성합니다. 거의 매 장마다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어서 결국에는 밑줄 긋기를 포기하게 되는 책.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자신의 성욕조차 이성으로 다스릴 수 없다면 스스로 인간이라 말하지 말라. 성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은 인간이길 포기한 행위이다. 포르노도 성매매(모든 종류의)도 104% 반대하는 내 생각이 옳았음을 한 번 더 입증해준 책.


2023년 잠자냥의 원픽




2023년 상반기/하반기 중 좋았던 책 단 한 권을 고르라면 바로 이 책 <갈대 속의 영원>을 꼽겠다. 책 덕후가 쓴 책에 관한 책- 책을 사랑하는 이들, 당신이 책덕후라면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 이야기를 풀어가고 전달하는 방식, 소소한 소재들을 엮어나가는 방식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이 책을 읽은 2023년, 역대 최악의 반문화정권은 공공도서관은 물론 도서 관련 거의 모든 예산을 삭감했다. 그런 중에 종잇값은 계속 오르고(지난 한 해만 다섯 번인가 올랐고 12월에도 또 올랐다), 환율도 고공비행이라 언제나 건국 이래 최대 불황인 출판계는 거의 죽을 지경. 대다수 사람들은 유튜브에만 빠져 있는 이런 세상에서 책을 읽고 만든다는 것에 회의와 현타가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중에 읽은 <갈대 속의 영원>은 이 세상에 태어나 이토록 많은 책을 읽었고, 읽을 것이고 책을 만드는 데 기여한 자로서 살다갈 내 인생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구나 생각하게 해준 그런 책이었다. 



올해의 변태(變態)상

















한때(?) 변자냥이라 불렸던 잠자냥은 올해의 변태상으로 이 세 권을 기꺼이 변태가 되고픈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변태(變態)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에서 그 첫 번째 뜻인 “본래의 형태가 변하여 달라짐. 또는 그런 상태”라는 문장에서 본다면 꽤 좋은 의미이다. 정희진 쌤도 일찍이 말씀하신 적이 있지만 사람을 탈바꿈시킨다는 뜻에서도 좋은 의미가 아닐까. 이 책들은 그런 변태를 가능하게 해준다. 완벽한 변태는 불가능하지만, 그 변태에 1%라도 영향을 주는 책. 아울러 돌아보니 <일탈>을 제외하고는 <성스러운 동물성애자>와 <에이스>는 은오의 영향으로 읽게 되었더라, 나를 변태의 길로 이끌어준 은바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앞으로도 계속 변태의 길로 이끌어주기를 당부해봅니다.



올해의 난해함
















자냥 5별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잠자냥 5별을 맹신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얘들아, 잠자냥은 알다시피 호불호도 강하고 취향도 편협해서 지 맘에 들면 그냥 무조건 5별 갈겨 줄 때도 많단다.....(게다가 돌아보니 내가 좀 별점에 후한 것 같기도...?) 그래서 자냥 5별이라고 믿고 샀다가 후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는 아니고) 간혹 들리는 것 같아 일단 귀띔해준다. 이 책들은 자냥 5별이지만 난해하단다. 자냥이는 5별 줬지만 지 취향 따라서 갈긴 거라 너희들에게도 5별일지는 장담 못해.......



올해의 고구마



이 책 생각하면 몇 달 전에 먹은 고구마가 올라올 거 같,,,,,,,, 아! 생각한 순간 바로 고구마 튀어나옴. 



올해의 저리가상















여기 주인공들 말이죠. 휴.. 연민은 가는데 친구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아.... 아니 주변에 두고 싶지 않은 인물들이랄까 주디스 헌. 캐럴라인, 빅토르 바통. 인상 깊은 인물들이긴 했다.....




2023년 서재 생활이 어느덧 8년째였다. 알라딘 서재에 처음 리뷰를 남겼던 글은 아마도 수잔 손택의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이었던 것 같은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남겼고, 그 이후로는 거의 안 올리다가(내 리뷰를 불특정 다수가 본다는 게 좀 쑥쓰러웠다) 아니 이런 책들도 좀 읽어 보지 하면서 내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몇 개씩 옮기기 시작했는데 그게 이달의 당선작으로 꼽히면서 적립금을 주더라? 그때부터 적립금에 눈이 멀어 ㅋㅋㅋㅋ 글을 열심히 옮기던 나. 그러다 보니 이웃도 늘고 내 글이라면 무조건(?) 믿고 읽어주는 분들도 생겨나고 그렇게 되었다. 8년째였던 2023년은 그런 중 서재에서 가장 많이 웃고 즐겁게 보낸 한해였던 것 같다. 나에게 큰 웃음을 주고 지적 자극까지 주는 다락방&은오의 힘이 컸던 것 같다. 그대들이 있어 서재가 더 즐거웠다는 말을 한 번 더 남기면서..... 2024년도, 2025년도..... 계속 열심히 읽고 끼적이고 웃고 떠드는 날들이 되길 바라본다, 그리고 늘 조용히 묵묵히 읽어주시면서 응원해주시는 케이 님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를.



2024년 올해는 일단 이런 책들을 꼭 읽을 계획


1.


2.



3.



4&5


6




아 배고프다......... 이제 2024년의 첫 끼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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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1-02 10:35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제 리스트도 제 취향을 많이 타니까 꼭 다 읽을 필요는 없어요!
단발님 눈에 들어오는 것만 골라 읽으세요!
<패배의 신호> 읽으면 연애세포 말랑말랑... <갈대>는 꼭 읽어보세요.

다락방 2024-01-02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글은 또 뭐람 언제 썼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기다. 특히 저 사진 퀴즈. 댓글 보니 사람들 넘나 대단해. 저는 사진 보는 순간 아 몰라몰라 이러구 휭 넘어갔어요. 특히 돼지꼬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생각한다면 동물농장 햇을듯 ㅋㅋㅋㅋㅋ아 사진 퀴즈 웃기고 사람들 그거 막 맞히려고 하는것도 웃기다. 저 일단 잠자일보 퀴즈는 참여 안할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트레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하기 노노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잠자냥 님의 유머와 지적 자극(이건 주로 은오 님이 담당했을듯 ㅋ)에 영향을 미쳤다면 매우 감사한 일인데, 그건 아마도 잠자냥 님과 저의 어떤 결이 비슷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건 윤리 감각일 수도 있을테고요. 그래서 저도 잠자냥 님과 함께하는 알라딘 생활이 무척 즐겁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한결같다면 역시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펄프헤드 사러가야지. 이거 아직 안산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1-02 11:0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오늘 오전에 바쁘게 처리할 게 있기도 하고, 그래도 새해인데 출근하자마자 월루하기는 양심에 좀 찔려서 ㅋㅋㅋㅋㅋㅋ 어제 씀.
아니 웃자고 퀴즈 좀 내봤더니 그새 막 득달같이 달려와서 퀴즈 푸는 퀴폐들 때문에 좀 웃었어요.
다락방 님은 돼지꼬리 문제도 그렇고 생각 좀만 하면 다 풀 수 있을 거 같은데 생각을 안 함 ㅋㅋㅋㅋㅋ
아왜 다&은 내 웃음코드와 지적자극코드여. ㅋㅋㅋ
어제부터 피터 싱어 책 읽기 시작했는데 다락방님하고 내가 윤리 감각이 비슷하단 생각은 또 좀 했어요. 우리가 좀 한 윤리하잖아?! ㅋㅋㅋㅋ

올해도 즐겁게 보내봅시다.

새파랑 2024-01-02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번 사진 프사 작가님의 신작 출판좀... ㅋㅋ 잠자냥님 원픽 책은 읽어봐야 하는데 왠지 어려워보인다는...

보뱅 사강 반가운 이름이 보여서 좋네요~!! 역시 숙취의 잠자냥님~!!

잠자냥 2024-01-02 11:03   좋아요 1 | URL
휴 그 작가님 신작은 제가 일인출판사 하게 되면 꼭 내겠습니다. 근데 언제가 될지는...*먼산*
원픽 새파랑님도 책덕후니까 좀 지나서라도 읽어보세요!
숙취의 잠자냥.... 오늘은 숙취 아님!!! ㅋㅋㅋㅋ

자목련 2024-01-02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책도 많이 보여 기쁩니다. 아, 보뱅도 좋은데.
<연필로 쓴 작은 글씨>가 난해하다 하시니, 읽기도 전에 미래에 만날 것 같은 예감입니다. ㅎ
2024년 계획 도서 4, 5번은 무슨 책일까 궁금하네요!
잠자냥 님이 인도하는 멋진 문학의 세계를 만나 감사한 한해였어요.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기대할게요!!

잠자냥 2024-01-02 12:08   좋아요 0 | URL
<연필...>은 그래도 자목련 님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에 읽으려고 찜한 도서 4,5번은 은오가 선물해준 책인데, 좀 두꺼워서 마음 먹고 읽어야 합니다. ㅎ
자목련 님의 문학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올해도 또 함께 재미나게 읽고 쓰자구요!

황정운 2024-01-21 0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다락방 애독하는 1인입니다 <갈대 속의 영원> 이 페이퍼에서 보고 1월 첫 책으로 읽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내러티브의 기원, 그리스와 로마시대 텍스트를 둘러싼 단상들 모두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감사감사 !!

잠자냥 2024-01-21 12:53   좋아요 0 | URL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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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내 서재의 소개 문구이다. <스토너>를 읽은 후에 이런 말이 떠올랐던 것 같다. 오래전 읽은 터라 기억은 희미하지만 스토너를 한 인간으로서 평가할 때 훌륭하다거나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사람, 그렇기에 욕망도 좌절도, 상처도, 방황도, 고독도 인간이 겪을 수 있을 정도의 평균치로 겪었던 사람. 그러나 그때마다 책과 문학으로 버티고 이겨낸 인생…. 그에게 문학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스토너 같은 사람을 최근에 또 만났다. <소네치카>가 그렇다. ‘소네치카’의 삶도 전체적으로 행복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인간의 삶이 대부분은 그렇듯이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절망에 빠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소네치카, 그녀가 힘들 때마다, 괴로울 때마다 피할 수 있었던,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었으며 다시 살아갈, 버텨나갈 힘을 준 성소(聖召)와도 같은 대상이 있었으니 그것은 책, 다름 아닌 문학이었다. 스토너와 소네치카에겐 문학이 구원이었다. ‘구원’이라는 말은 때로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전적 정의대로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이라고 받아들이면 조금 더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구해준다기보다는 버틸 힘, 견딜힘을 준다는 정도의 의미? 내게 책은, 문학은 그런 존재이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얻어 고개를 끄덕이고 무릎을 칠 때도 있지만 문학은 지식보다는 공감이다. 그러나 그 공감이 더 큰 깨달음을 줄 때가 많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능력, 이런 공감의 능력은 문학 작품 속을 거닐 때 조금 더 넓어지기도 한다.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이런 노력은 때로 삶의 태도랄까 자세를 바꿔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읽은 <비행선>에도 그런 인물들이 등장한다. 열여섯 살 소년 ‘피’와 열아홉의 대학생 ‘앙주’가 바로 그들이다. 대학에서 문헌학을 전공하는 앙주는 외톨이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거의 혼자 책의 성소 안에서 나날을 살아가는 그런 대학생(앙주는 아멜리 노통브의 분신과도 같다). 앙주는 생활비를 벌고자 과외 교사 자리를 구하던 중 ‘피’를 알게 된다. 피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으로 부잣집 도련님이다. 그런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 소년에게도 큰 결함이 있다. 책은커녕 단어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라고?!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이런 이야기가 대개 그렇듯이 책 읽기를 가르치던 앙주와 피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둘 다 서로를 만나기 전에는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책 속에 파묻혀 지내던 앙주는 누군가 타인의 온기를 그리워하면서도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젊음이다. 피는 더하다. 부잣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물질적으로는 한없이 풍요롭지만 사랑 없는 부모, 아버지의 억압과 감시, 물건에만 집착하는 엄마 등 집 안에 말 그대로 갇혀 있는 신세나 마찬가지이다. 앙주처럼 외톨이인 데다가 무기나 비행선처럼 현실 세계에서는 딱히 그에게 필요 없을, 그런 물건들에 열광하면서 나날을 보내던 소년이다.
 
피는 자신을 가르치러 온 이 구원자이자 (어떤 의미로는) 파괴자에게 묻는다.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하죠?” 앙주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비결은 없어. 그냥 펼쳐서 읽으면 돼.” 피는 다시 묻는다. 조금 삐딱하다. “읽어 봤을 테니 그냥 내용을 이야기해 주면 되잖아요.” 앙주는 이 꼬마 도련님이 가소롭다는 듯이 다시 말한다. “독서는 남이 해줄 수 없는 거야.” 이런 대화들을 엿보고 있노라니 오래전 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젠가 <소년을 읽다>라는 책을 읽고 남긴 ‘다시 만나지 않더라도’라는 글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던 그 아이가 떠오른다. 나의 유일한 제자였던 아이. 책이라고는 제대로 읽은 적도 없고, 문학이라는 말은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던 아이. 시를 읽어보라니까 창피하게 왜 그런 걸 시키느냐고 쀼루퉁해지던 아이….

시나 소설에 밑줄 긋고 의미가 뭔지 지시하는 게 뭔지 상징하는 게 뭔지 그런 식으로 가르치고 싶지 않아서 시를 읽게(낭독)하고 이런저런 단편소설을 한주에 두 서너 편씩은 꼭 읽어오게 했다. 숙제가 너무 많다고 투덜대던 그 아이는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 순간, 시를 감상할 줄 알고 문학의 재미를 느낄 줄 아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쌤, 이게 이거죠?”하면서 어느 날은 어깨에 힘 빡 주고 내 앞에서 녀석이 잘난 척할 때의 기쁨이라니.... 그렇게 내가 문학을 2년 가까이 가르쳤던 그 아이는 어느 순간 ‘문학의 독자’로 변모해 있었다.

앙주의 제자 ‘피’처럼 부유한 집의 외동이었으나 그러면서도 부모에게, 특히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고, 세상에 불만이 많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도 많았던 그 아이. 함께 문학 공부를 하면서 가까워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밍기적 거려서 보내는 게 더 골치 아파지기도 했던 그 아이, 외로워서 그랬으려니 한다. 그때 그 녀석은 성적이 많이 올라서 자존감이 커졌고, 엄마의 인정도 받았고, 한때에 그쳤을 꿈이었겠지만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꿔보기도 했고, 웃기도 많이 웃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문학을 감상할 줄 알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 무렵 인생의 방황기를 살던 나도 어쩌면 그 애를 가르치면서 오래전 손 놓았던 한국 문학을 다시 접하고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겉돌며 저녁이면 도시의 거리를 홀로 정처 없이 걸어 다니던’ 앙주가 피를 만나 자기 내면에 잠자고 있던 삶을 향한 욕망을 발견했듯이 말이다.

“나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요. 나에게는 그게 꼭 필요하니까.”(155쪽)

피에게 책 ‘읽는 법’은 곧 ‘사는 법’이다. 단어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던 열여섯 소년이 스탕달의 <적과 흑>을 시작으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변신>을 읽으면서 때로는 앙주도 놀랄 정도의 자기만의 해석을 내놓고 한발 더 나아가 <클레브 공작 부인>, <육체의 악마> 같은 작품을 읽으면서는 마침내 자기만의 문학적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흐뭇함을 넘어서 어떤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그들이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장면을 지켜보노라면 불쑥 끼어들어 한마디 의견을 내놓고 싶어지기도 한다. 비행선을 타고 하늘을 둥실 떠다니면서 그저 부유하고만 싶던 소년은 앙주와 함께 문학을 읽고 토론하면서 점차 현실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그들에게 “위대한 문학은 무해성(無害性)의 학교를 제외한 모든 것”(186쪽)이다.

피와 앙주 외에도 또 한 사람- 앙주를 사랑하게 되는 교수 도미니크 또한 앙주로부터 다른 학생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지적인 발견을 함으로써 새롭게 사는 법을 배운다. 나는 이 세 사람이 저마다 문학을 통해 사는 법을, 자기들만의 구원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문학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쳤고 또 그런 영향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피에게서 앙주에게서 또 때로는 도미니크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웃음 짓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열여섯 소년의 이런 말에 자기도 모르게 울컥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날 변화시켰어요. 당신 덕분에. 난 독자가 됐어요. 평생 위대한 책들을 읽을 거예요. 그리고 누가 나에게 그런 취향을 심어 줬는지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185쪽)- 이렇게 맺어졌던 인연은 결국 헤어지더라도,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시 볼 수 없더라도 책을 읽을 때면 간혹 서로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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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2-27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한테 과외받는데 어떻게 성적이 오를 수 있죠?! 너무 설레서 집중 하나도 안될 듯.... 몇 점 넘으면 데이트권 이런 거 걸려 있음 몰라....
근데.... 저도 받아보고 싶어요ㅠ
상상만으로도 심장폭발

잠자냥 2023-12-27 17:31   좋아요 1 | URL
엉 걔는 안 설레서 ㅋㅋㅋㅋ
나랑 노는 것만 좋아하더라 ㅋㅋㅋ

은오 2023-12-27 20:49   좋아요 0 | URL
강철심장을 가진 제자

잠자냥 2023-12-27 21:10   좋아요 1 | URL
왜 안 자. 자하르야 자라…

은오 2023-12-27 21:22   좋아요 1 | URL
9시밖에 안됐는데 벌써 저 재우고 뭐하시려고...?

잠자냥 2023-12-27 21:23   좋아요 1 | URL
신생아는 이제 자야지?

은오 2023-12-27 21:48   좋아요 0 | URL
😱 아래털 부숭한 신생아

잠자냥 2023-12-27 21:54   좋아요 1 | URL
10시면 자는 거 같던데…. 아닌가 밤새 서바이벌 퀴즈 보나 ㅋㅋㅋㅋㅋ

은오 2023-12-27 22:06   좋아요 1 | URL
점점 늦어져서 어제는 12시에 잤어욬ㅋㅋㅋㅋ 오징어게임 더챌린지라고 오징어게임 테마로 실제로 상금걸고 서바이벌 하는거 보다가 ㅋㅋㅋㅋㅋ 서바이벌.... 진짜 넘 자극적이고 재밋..🥹
잠자냥님 오징어게임도 안보셨죠?!

잠자냥 2023-12-27 22:08   좋아요 1 | URL
오징어게임 안 봄…. 도파민 중독 은바오

은오 2023-12-27 22:12   좋아요 1 | URL
역시 한국사람 떼로 나오는 오징어게임은 선택되지 않았다!! ㅋㅋㅋㅋ
최대도파민은 잠자냥님입니다
은바오에겐마약이필요없음

은오 2023-12-27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책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책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실듯. 책벌레만 1000명 모아놔도 그 사이에서 1등하실 분.... 잠자냥님만큼 좋아하려면 타고나야 하는 게 아닐까?
책에 대한 잠자냥님의 사랑이 느껴질 때마다 좀 신기합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랑을?!
너무 멋져......😭

잠자냥 2023-12-27 17:36   좋아요 1 | URL
1000명 중 1등은 아닐 거 같은데…. 사람을 안 좋아해서 그런가…;;
세상에 자기계발서만 있으면 책에서 정 뗄 수 있을 듯 ㅋㅋㅋ

다락방 2023-12-27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구먼. 이 책도 사야겠다.

잠자냥 2023-12-27 19:14   좋아요 1 | URL
이미 댓글로 책탑 쌓는 중인 다락방…. 근데 이 책은 제 개인적 추억 감상 감정 이런 것 때문에 5별이지 다락방은 5별 아닐 거라고 예상.

다락방 2023-12-27 19:2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저 아멜리 노통브 읽고 막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또 볼래요 ㅎㅎ

건수하 2023-12-2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에겐 누가 취향을 심어줬나요?

잠자냥 2023-12-27 19:20   좋아요 2 | URL
으음…. 사실 책은 없는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제가 찾아 읽어서…. 사람 영향은 크지 않았던 거 같고….. 영화는 아빠가 좀 영화를 많이 보던 사람이라 아빠가 빌려온 거 제가 몰래 보고(그래봤자 대부, 원스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이런 거) 그러면서 쌓인 거 같긴 합니다. 책도 그럼 엄마가 사다놓은 접집이라고 봐야 하나 ㅎㅎ 음악은 라디오 듣다 꽂히는 거 있으면 찾아보고 파고보 그랬던 듯.

건수하 2023-12-28 09:26   좋아요 0 | URL
그러실 것 같긴 했는데 역시... :)

전 손위형제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집에 있는 거 보고, 권해주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그 부분에 고맙게 생각해요. 근데 그러다보니 또래보다 몇 살 많은 사람들이랑 얘기가 잘 통했...

잠자냥 2023-12-28 09:42   좋아요 1 | URL
엥 뉘신가 함 ㅋㅋㅋㅋㅋㅋ 건조하다 못해 말린 감 두 개인 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12-27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문학으로 버티고,
지식보다는 공감이라는 말!
백 번 공감이요^^

잠자냥 2023-12-27 22:10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 님은 더 공감하실 거 같아요!

꼬마요정 2023-12-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아멜리 노통브 오랜만이네요. 이 작가 <적의 화장법> 이후로 읽은 게 없는 것 같은데... 잠자냥 님 리뷰 보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 리뷰가 좋은 건가... 아... 그럴지도^^

잠자냥 2023-12-27 22:09   좋아요 1 | URL
노통브 책 좀 자기복제 느낌 있기는한데… 가끔 월척 걸릴 때 있어요. 이건 저한텐 간만에 걸린 노통브 월척. ㅋㅋ

어쩌다냥장판 2023-12-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브 책 패스했는데 리뷰보고 읽고 싶어졌네요 마력이 있으신데요~ 꼭 읽고 싶게 만드는 ㅎㅎ 이책도 장바구니 넣어 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책소개

잠자냥 2023-12-28 08:46   좋아요 0 | URL
ㅎㅎ 그 마력을 뿌리치지 못하시면 탕진합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다냥장판 2023-12-28 08:53   좋아요 1 | URL
이미 90프로는 냥이들에게 10프로는 전자책으로 탕진을 2년간 전자책 900권돌파했다져 으~ 실패도 좀 많지만요 ㅋ

잠자냥 2023-12-28 08:54   좋아요 0 | URL
저도 6마리 거두긴했지만 진짜 대단하십니다!!

어쩌다냥장판 2023-12-28 08:57   좋아요 1 | URL
첫째 유기묘가 요물이라 ㅎㅎ 그녀석때문에 보호소가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애달때문에 행복합니다

희선 2023-12-28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미야베 미유키 소설 《외딴 집》이 생각납니다 아이는 글자부터 배우지만... 글자를 알게 됐으니 앞으로 책을 볼 것 같네요 자신한테 그런 걸 알려준 사람은 죽어도... 이 소설 잠자냥 님 이야기하고도 닮았군요 앙주하고 잠자냥 님은 조금 다르지만... 제자가 있고 이런저런 책을 보게 한 게... 이 책 보고 예전을 떠올리기도 했겠습니다


희선

잠자냥 2023-12-28 08:48   좋아요 1 | URL
희선 님은 일본소설 참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책도 궁금해집니다. 꼭 한번 읽어볼게요.

독서괭 2023-12-31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한 청소년을 문학의 길로 이끄셨군요?!! 그건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시절에 이미 공부머리독서법도 알고 계셨던 잠자냥 ㅎㅎ
리뷰 읽으니 이 소설 확 끌리네요. 전 한동안 아멜리노통브 좋아해서 연달아 여러권 읽었었거든요. 흠… 고민🤔

잠자냥 2023-12-31 11:32   좋아요 1 | URL
으음… 인생을 바꿨을 것 같지는 않지만 ㅎㅎㄹ 공부머리독서법이 그런 건가 보군요?! 이 책 나중에 읽어보세요. 일단 짧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