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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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맡겨진 소녀와 비교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맡겨진 소녀만 못한데? 조금 답답한데?
그런데 책의 마지막 장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했는지 알겠고 이는 이 책을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답답하도록 쌓아온 서사는 한치의 틈도 없이 단단했다.

맡겨진 소녀도 그렇지만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의 엔딩과 같이 마지막에 감정이 몰아치는 구성이다. 감정이 몰아치는데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 내 부족한 감상이 이 소설 마지막 장의 감동을 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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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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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 에세이가 좋아서 장편을 읽었는데 정말 좋았다. 소설의 큰 축인 사람 찾기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끌어가는 힘이 있었고,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곱씹어 생각할수록 성격에 일관성이 있었다. 특히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달리 보이고 그것은 진실에 한발짝 닿아있다는 부분은 참, 정말로, 몹시, 굉장히 좋았다. 외로워 사무치면서도 사람을 향한 이야기가 울림이 있다.

다만 결말의 반전(?)은 많이 아쉬웠다. 그 반전이 싱싱하고 향긋한 이야기에 식상한 통속소설의 드레싱을 끼얹었다. 그 반전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 똑같게 재단하는 것은 게으르다. 지극한 정성과 수고를 들여 사람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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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자 한없이 서글퍼졌다. 열네 살에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나처럼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는 대신 다른 사람도 적어도 나만큼은 고통스러웠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인간이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그건 내가 처음으로 또렷하게 마주한 내 안의 악의였다.

"게으른 사람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걸 배우려고 하는 대신자기가 아는 단 한 가지 색깔로 모르는 것까지 똑같이 칠해버리려하거든."
"그건 대체 왜그러는 건데?"
이번엔 내가 물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는 지극한 정성과 수고가 필요하니까."

 "언니, 사람의 마음엔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결국엔 자꾸자꾸 나아지는 쪽으로 뻗어가?"

나는 사람이 겪는 무례함이나 부당함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물에 녹듯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침전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침전물이 켜켜이 쌓여 있을 그 마음의 풍경을 상상하면 씁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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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천은 모두 하찮은 것이고ㅡ나는 여전히 육식을 포기하지 못했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여행 역시 포기할 수 없다. 마감이 급할 때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올 걸 알면서도 음식을 배달시킨다-내 삶의 태도는 ‘완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이란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말이 게으름의 면죄부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완벽한 것만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결국 그 누구도 행동할 수 없게 만드는 나쁜 속삭임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들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팔짱 끼고 앉아 ‘당신은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당신의 행동들은 결국 무의미해‘라고 먼 곳에서 지적만 하는 건 언제나 너무도 쉽다.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그럼에도 사람들은 슬픔에서 빠져나온 이후엔 그 사실을 잊은 채 자신이 겪은 슬픔의 경험을 참조하여 타인의 슬픔을 재단하고, 슬픔 간의경중을 따지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와 크기로 슬픔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쉽게말한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행복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밤 찾아오는 도둑눈처럼 아름답게 반짝였다 사라지는 찰나적인 감각이란 걸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으니까. 스무살이었던 나의 빈곤한 상상 속마흔과는 다르지만 나의 40대가 즐겁고 신나는 모험으로가득하리란 걸 나는 예감할 수 있었다. 어린 날들에 소망했듯 나 자신을 날마다 사랑하고 있진 않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내 바깥의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적어나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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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죄다 하찮고 세상의 눈으로보면 쓸모없는 것들뿐인 걸까. 하지만 이제 나는 쓸모없는것들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살고 싶다. 결국은 그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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