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할 것 같았다. 아무리 보뱅이지만, 성 프란체스코라니. 가난한 이와 동물들의 수호성인(聖人) 프란체스코- 성인(聖人)은 말 그대로 성인,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나날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애초부터 나와는 다른 종자라는 생각에서 위인이라는 존재에게 딱히 관심이 없는데 하물며 성인의 삶이야 말해 무엇하랴. <지극히 낮으신>은 그래서 보뱅의 책인데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문장이 읽고 싶어서 완벽하게 외면은 하지 못하던 이 책.

결국 늦가을, 이 책을 손에 든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그 이름 “지슬렌”- “잉크로 쓰인 모든 길을 웃음으로 해방시킨 지슬렌 마리옹에게”라는 헌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지독한 인간. 보뱅에게 지슬렌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만 부를 수 없었던, 그 조그만 단어만으로 명명하기에는 부족하기만한 존재. 이 지독한 사랑꾼 보뱅은 이 책을 평생의 연인이자 절대적 이름과도 같았을 여인 지슬렌에게 바치면서 시작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이 헌사를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보뱅에게 지슬렌이 절대적인 그 무엇이었다면 프란체스코에게는 신, 하느님이 절대적인 그 무엇이었다. 성 프란체스코에게 이 세상은 “잉크로 쓰인 모든 길을 웃음으로 해방시킨 하느님에게”라는 이름으로 헌사할 수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대상이 과연 무엇일까. <지극히 낮으신>은 그런 질문을 남긴다.

오래전 카잔차키스의 눈으로 그린 <성자 프란체스코>를 만난 적이 있다. 세속에 찌들대로 찌든 나날을 살다 보면 가끔은 그 속세를 벗어난 길을 걸어간 이들을 만나고 싶어진다. 그때가 그랬던 것 같다. 뭐랄까, 하도 자극적인 음식만 먹다보니 사찰 음식처럼 담백한 맛이 그리워지는 그런 거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사찰 음식은 하루, 또는 한 번이면 족하다. 카잔차키스가 그려나간 프란체스코의 삶이 그랬다. 아니, 성 프란체스코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그랬겠지. 남부러울 것 없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 부를 누리면서 술과 여자 도박 등 온갖 향락적인 삶을 마음껏 누리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갱생하여, 그 세속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특권을 모두 내려놓고 스스로 나환자를 비롯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아니 가난한 이들과 함께, 고행을 선택하고 실천하여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 삶에 잠시 경도되기도 하지만 내가 갈 수가 없는 길. 인간은 누구나 자라 성인(成人)이 되지만 성인(聖人)은 아무나 될 수 없기에, 프란체스코의 삶은 그래서 내겐 너무나 먼 길, 하늘의 별 같은 이야기처럼 뇌리에 남았을 뿐이다.

역시 보뱅은 달랐다. 성자 프란체스코의 삶을 기록하지만 그의 삶을 일대기 형식으로-그렇게 뻔하게 그려나가지 않는다. 프란체스코의 삶에서 결정적인 어느 한 때의 장면, 장면만을 스케치하듯 그리면서도 프란체스코라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그렇다고 보뱅이 프란체스코의 일생을 완벽하게 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극히 낮으신>은 “아이는 천사와 함께 떠났고, 개가 그 뒤를 따라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거듭 반복된다. 보뱅은 이 문장이 프란체스코에게 딱 들어맞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지만,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하는 것이 그 사람을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리니까.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고 믿으며 그 사람에 대해 말함으로써 그의 참모습을 놓치기 일쑤”(12쪽)이므로. 또 보뱅은 “아이와 천사, 웃음과 침묵, 장난기와 우아함을 쫓아가는 이 개”가 바로 프란체스코라고 말한다. 보뱅의 장점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평범한 소재에서도 다르게 볼 줄 알고 달리 표현할 줄 아는 그, 크리스티앙 보뱅. 프란체스코를 아이와 천사를 즐겁게 쫓아가는 한 마리의 개로 보다니. 이 찬탄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구체화된 모습으로 나의 눈앞에 드러난다.

프란체스코는 앞서 말했다시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스무 살 무렵까지는 그 부와 향락을 즐기면서 여느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가진 게 많았기에 결핍도 없었고 잘생겼기에 아름다운 여자들이 그를 따른다. 그러므로 그는 이 삶에서 애써 구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때로 인간은 신기한 존재라서 그는 어느 날 문득 여행을 떠난다. 이것은 예전의 여행들과는 달라서 “명예도 무기도 예고도 없는 여행”이다. 아무도 그를 모르는 곳, 로마에서 “예전에 더없이 아름다운 여자들 주위를 서성였듯이 이제 그는 거지들 주위를 배회”한다. 보뱅은 그런 프란체스코를 “사냥감을 찾는 사냥개”(70쪽)와 같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프란체스코가 구하고자 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다. 그는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부富를 구하는 것이다.”(70쪽)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일까 싶은데 이어지는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진리는 분명 높은 곳에 있기보다 낮은 곳에 있음을, 충족 속에 있기보다 결핍 속에 있음을 그는 본능적으로 감지한다.”(71쪽)는 이 문장.

진리(眞理)- 과연 무엇이 진리일까? 보뱅은 진리란 결코 우리 외부에 있지 않다고, “진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아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 속에 있다.”(71쪽) 말한다. 진리는 그 무엇으로도 바래지 않는 기쁨으로 보뱅에 따르면 진리는 “죽음조차도 앗아갈 수 없는 보물”이다. 그리고 프란체스코는 그 진리를 하느님, 그 하느님 안, 가난한 자들의 삶속에서 찾았다. 프란체스코는 “가난이 내포하는 물질적 헐벗음에 매료”당한다. 부잣집 도련님의 가난코스프레인가? 가난을 알기 위해 가난을 배우려는 것일까 잠시 의혹이 싹튼다. 그러나 프란체스코는 “말뿐인 사랑, 사랑 없는 사랑”의 공허함을, 그것이 “다른 모든 감정과 마찬가지로 구멍이 숭숭 난 부서지기 쉬운 감정”임을 안다.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부합하는 가난한 자를 꿈꾼다. 사제들은 그들의 소망에 부합하는 가난한 자를 꿈꾼다. 그러나 프란체스코는 꿈꾸는 것이 없다.” 그는 “가난이 조금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며 “가난은 어떤 결함이며 고통이며 상처”이고 “사랑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무엇”임을 안다. 그리하여 그는 가난한 자들 속에서, 그 채울 수 없는 결핍에서 사랑을, 하느님을 발견한다. 그렇기에 그것은 곧 프란체스코에게 진리가 된다.

보뱅은 “한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의 삶이 남몰래 지향하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은 어느 누구보다 이 대상에 대고 말한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그렇다고. 그가 침묵 속에서 대면하는 이 대상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그리하여 인간은 “이 대상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사실과 증거를 축적했으며, 이 대상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현재와 같은 삶의 모습에 이르렀다.”(134쪽)고. 프란체스코가 남몰래 지향했던 이 대상은 대개의 인간들이 그렇듯이 아버지도, 어머니의 세계도 아닌 하느님의 세계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장 결핍을 느꼈을 이들은 가난한 자들이다. 인간은 사랑이 자신들을 가득 채워 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보뱅 또는 프란체스코는 말한다. 사랑은 “아무것도-당신들 머릿속에 뚫린 구멍도, 마음속 심연도-채워 주지” 않는다고. “사랑은 충만한 상태라기보다 우선 결핍”이므로 “사랑은 결핍의 충만함”이므로(147~148쪽). 프란체스코는 사랑이 결핍임을, 결핍의 충만함임을 알았기에 하느님과 가난한 이들의 삶 속으로 뛰어 들었고 그것이 그에게는 곧 진리이자 사랑이었다.

보뱅에게는 그 진리가 지슬렌이라 불리던 한 여인이고 그 사랑이 아니었을까. 보뱅은 지슬렌을 잃고 쓴 글에서 그녀를 이렇게 묘사한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두 번 결혼했고, 수많은 관계로 이어져 있던 너. 너보다 더 자유로운 사람, 더 자유롭고, 더 지혜롭고, 더 사랑이 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그리고 지슬렌을 표현하는 이 언어, “자유와 지혜와 사랑은 세 단어이나 똑같은 말”이라고 덧붙인다. “각 단어가 다른 두 단어와 유리되면 알맹이도 의미도 없는 텅 빈 언어가 되어버리므로.”(<그리움의 정원에서>, 44쪽) 자유와 지혜와 사랑은 곧 지슬렌이며, 그녀 없이는 텅 빈 언어가 되어 버린다. 그리움, 공허, 고통, 기쁨은 지슬렌이 보뱅에게 남긴 보물(<그리움의 정원에서>110쪽)로 그 보물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보뱅에게 지슬렌은 결핍의 충만함을 알려주는 사랑 그 자체이며 진리인 것이다.

보뱅은 인간은 이런저런 도시에서, 이런저런 직업을 갖고, 이런저런 가정에 산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곳은 사실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고, “우리가 정말로 살고 있는 곳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곳이 아니라, 무얼 희망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희망하는 그곳이며, 무엇이 노래하게 만드는지도 모르면서 우리가 노래하는 그곳”(<지극히 낮으신>, 58쪽)이라고 말한다. 이 구절은 <그리움의 정원에서>의 “진정한 거처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와 꼭 들어맞는다. 프란체스코도 보뱅도 “자신의 주인이 계시는 집”, ‘지극히 낮으신 분’이 어디에 거하는지 알고 있던/알게 된 운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찾던 그 ‘지극히 낮으신 분’이라는 존재는 “세속의 빛이 가까스로 닿는 곳, 삶에 모든 것이 결핍되어 있는 곳”(73쪽)에 있었다. 그곳에서 삶은 “단순한 경이요, 조촐한 기적”이 된다. 아이와 천사의 웃음을 따르던 한 마리의 개, 프란체스코- 자유와 지혜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지슬렌을 따르던 한 마리의 개 보뱅, 나는 무엇을 따라가는 한 마리의 개가 되어야 할 것인가. 나에게 "잉크로 쓰인 모든 길을 웃음으로 해방시킬" 그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이 가을, <지극히 낮으신>이 내게 남기는 묵직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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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3-11-13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가 가기 전에 보뱅의 책을 읽겠다는 다짐.

잠자냥 2023-11-13 15:15   좋아요 0 | URL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보뱅의 문장처럼 제 마음을 사로잡는 문장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문장이 공허하지 않아서 더 울림이 남다른....

새파랑 2023-11-13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지슬렌‘인가요?ㅋ ‘지슬렌‘에게 마치는 또다른 책이군요. 리뷰 초반만 읽고 패쓰 했습니다 ㅋ 오늘 바로 구매해야 겠습니다.

프랑스에 지슬렌이 있다면 한국에는 잠자냥님?


보뱅 = 은오님
지슬렌 = 잠자냥님

잠자냥 2023-11-13 15:16   좋아요 2 | URL
지슬렌에게 바치는 또 다른 책입니다만 지슬렌은 헌사 외에 더 나오지는 않아요.
그러나 어떤 이의 눈에는 지슬렌이 보입니다. ㅎㅎㅎ

아니 그나저나 은바오를 보뱅에게 비유하기엔 은바오는 글을 쓰지 않음..,,

독서괭 2023-11-13 17:07   좋아요 2 | URL
판다 손으로 글쓰기는 좀 무리겠죠.. 슬프다..

잠자냥 2023-11-13 17:22   좋아요 2 | URL
먹고 자고 싸기 바쁜 은바오.

라파엘 2023-11-13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된 책으로 읽고 그 책이 절판되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새로운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더 멋지게 나왔군요!! 보뱅의 문장에 버금가는 자냥님의 멋진 리뷰를 기쁘게 읽었습니다~!!! 😃 👍👍

참고로, ˝아이는 천사와 함께 떠났고, 개가 그 뒤를 따라갔다˝ 라는 문장에 등장하는 천사가 바로 라파엘입니다~! 😆

잠자냥 2023-11-13 15:39   좋아요 1 | URL
네, 전에 저도 이 책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을 보관함에 담아돴었는데(새로운 번역이 나오길 바라면서...) 이렇게 출간되어서 읽게 되니 기쁘더라고요.

그 라파엘 천사 저도 좀 따라가보고 싶네요. ㅎㅎ

독서괭 2023-11-13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다음 “구간 세권 작파 후 살 책” 후보로 임명합니다. 보뱅의 문장에 반하신 마음이 뿜뿜 느껴지는 리뷰네요!

잠자냥 2023-11-13 17:24   좋아요 2 | URL
괭, <가벼운 마음>처럼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다락방 2023-11-13 18: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리뷰 읽고나니 <그리움의 정원에서>가 읽고 싶어졌는데, 잠자냥 님 이 책은 구매자평만 있네요? 저는 이 책으로 다시 보뱅 도전합니다. 안좋다면서 자꾸 도전하게 되네요.. 인생.. 잠자냥 알고 달라지고 있다...

잠자냥 2023-11-13 18:3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우리 오늘 밤 보뱅으로 한몸이 아니다 이상하닼ㅋㅋㅋㅋㅋㅋ 일치단결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1-13 2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로 쓰인 모든 글을 웃음으로 해방시킬˝로 읽었네요.ㅋㅋㅋ
잠자냥 님의 글이라면 웃음으로 해방시킬 수 있는뎅...ㅋㅋㅋ

잠자냥 2023-11-14 09:34   좋아요 1 | URL
나무 님 요즘 살짝 우울하신 것 같은데 제가 웃음으로 해방시켜 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11-14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뱅의 필력을 가졌다면 잠자냥님을 두고 이런 책을 썼을텐데!
그 존재는 이미 찾았습니다ㅋ

잠자냥 2023-11-14 18:43   좋아요 1 | URL
쓰지도 않으면서 필력 타령은….

은오 2023-11-14 20:21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올려도 잠자냥님 피드에 뜨지 않을걸 생각하니 쓰고싶지 않네요ㅜㅠ

잠자냥 2023-11-14 20:46   좋아요 2 | URL
뻥은…..오

은오 2023-11-14 21:42   좋아요 2 | URL
근데 볼수록 흐뭇하네요 리얼 커플프사 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글쓰기 공부> 4일차- 아주 오래전에 읽은 터라 제목이 정확히 떠오르지 않지만 심리학 관련 책으로 기억한다. 그 책에 따르면 목요일 오후, 그러니까 목요일 저녁에는 중요한 약속(소개팅이나 중요한 협상을 해야 하는 그런 종류의)을 잡지 말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생체 리듬에 따르면 일주일 중 목요일, 그것도 목요일 저녁 무렵에 가장 피로함을 느끼기 때문에(심리적으로 금요일은 주말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사람들 기분이 좋기 마련이라나), 예민해지기도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일주일 중 다른 날보다 중요한 약속에서의 성공률 같은 것이 낮아지기 쉽다는 이야기였다.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던 이야기라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것 같다. 실제로 목요일이 좀 제일 피곤하지 않은가?

어제가 바로 그 목요일이었고, (서울은) 비까지 내려서 추적추적한 날씨에 선생님께 드릴 선물을 챙겨서 신촌으로 가자니 지하철 파업으로 사람은 왜 또 그렇게 많던지- 아이고야, 정말 희진쌤 강의만 아니었다면 어제는 정말 수업을 포기했을 것 같은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래도 이번 강의의 마지막 시간이니 힘을 내서 교실로 향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6시 40분으로 수업 시작하기 거의 한 시간 전. 강의실에 아무도 없었다! 흐흐흐. 이걸 노렸지. 그러니까 아무래도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선생님께 직접 선물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서(부끄럽습니다), 강의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선생님 책상 위에 올려두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성공! >_< (암튼 선물 관련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하철 파업 여파로 선생님도 어제는 평소보다 좀 늦은 시간에 도착하셨다. 아아, 그런데, 숨을 잠시 돌리시더니 책상 위에 놓인 선물- 정확히는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시고는 살짝 웃으셨다. 내가 쌤에게 쓴 편지도 바로 꺼내 읽으셨다..... 안 보는 척 지켜보는 나의 심장은 콩닥콩닥 ㅋㅋㅋㅋ (선물 이야기 그만 하자)

쌤은 “탈식민은 내 안에 식민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탈식민이라고 하니까 단어로 인해 반일이나 반미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우리는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안에도 이런저런 모순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 예컨대 쌤은 외모주의를 비판하지만 당신 스스로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이런 모순, 이때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는 것, “왜?”라는 사유를 해야, 즉 이 모순을 고민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보편성과 객관성은 구성되는 것으로(making/조작造作) 이때 조작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듯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지어서 만든다는 의미이다. 지식의 권력 관계는 만들어지는 것인데 그 보편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나 자신이 변화할 수 있다. 지난 시간에 언급한 “포지셔닝”은 곧 “글로써 개입하는 실천(투수의 눈/포수의 눈/심판의 눈/관중의 눈 어떤 눈으로 글을 쓸 것인가)”이다. “글로써 개입하는 실천”이기에 “글쓰기가 곧 사회운동이 되는 것”이다.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같은 글은 사회운동이 되지 못한다. 그런 현상을 바라보는 나를 전시하는 것일 뿐.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아주 좋게 봤던 터라-켄 로치식의 거리두기가 오히려 좋았는데....쌤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겠지만 이런 식의 영화도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시하기는 하지만 그 전시가 곧 다른 이들-그런 세상을 알지 못했던 이들에게 전달하는 파급력이 있지는 않을까?)

이야기는 이렇게 이번 강의 주제 <왜 쓰는가, 왜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가 : 글쓰기의 정치와 윤리>로 넘어갔다. 쌤은 근본적으로 왜 쓰는지, 왜 써야만 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보라고 하면서 다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를 언급하셨다. 여기서 잠깐.... 예전에 읽은 이 책에서 ‘쓰는 동기’에 관하여 내가 메모해둔 부분을 옮겨 본다.


내가 이런 배경 설명을 일일이 하는 것은, 어릴 때 어떤 식으로 성장했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 작가의 동기를 헤아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의 주제는 그가 사는 시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그는 작가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미 나름의 정서적 태도를 갖게 되며, 그것은 그가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무엇이다. (중략) 나는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1. 순전한 이기심 :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작가의 이런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특성이다.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거의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2. 미학적 열정 :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어떤 소리가 다른 소리에 끼치는 영향, 훌륭한 산문의 견고함, 훌륭한 이야기의 리듬에서 찾는 기쁨이기도 하다.

3. 역사적 충동 :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구를 말한다.

4. 정치적 목적 :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가장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292~294쪽)



쌤은 이어서 “나의 육체여, 나로 하여금 항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 되게 하소서” 프란츠 파농의 말을 읊으면서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몸이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 모두에게는 칼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칼자루를, ‘여자’는 칼날을 쥐고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할수록 우리는 피를 흘릴 뿐입니다.”라는 나혜석의 말을 빌려와 여성은 칼날을 쥐고 있으므로 손에 피를 흘린다, 그러므로 다른 칼자루(칼날을 잡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를 잡아야 한다. 이것은 곧 다른 언어를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쓰지 못하는 것과 아예 쓸 게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 평일 저녁에 이곳까지 온 분들은 대단한 의지, 절실한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쓸 것이 없는데 쓰는 사람이 문제다. 이런 사람들이 글을 쓰면 지당한 말씀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언제 글이 쓰고 싶어지는가? 억울할 때, 외로울, 때 화가 날 때, 연애할 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울 때, 슬플 때, 고생스러울 때 등등 감정이 솟아날 때이다. 감정적인 것이 과연 나쁜가? 인간은 분노하고 억울할 때 할 말이 많다. 이것은 곧 세계와(외부와) 갈등, 투쟁, 억압 상태라는 증거이다. 특히 분노는 인간의 감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구조적으로 억울한 상황이 반복될 때가 있고(젠더/계급 인종/권력 관계 등) 자기 자신의 인생에서 억울했을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리스트를 짜보라,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을 때의 경험 등. 이 리스트가 많은 사람들은 글을 꼭 써라. 인생은 고통이다. 억울한 게 많을수록 글감이 많아진다. 고통이 글쓰기에는 나쁜 게 아니다. 여성이나 장애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끊임없이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결핍과 갈증 상태이기 때문이다. 분노, 결핍, 갈증은 모두 쓸거리가 된다.

언어는 약자에게 최고의 무기이다. 모두가 분신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이 호모사피엔스인 이유는 언어를 가졌기 때문이다. 물론 강자는 매스컴이나 지면 같은 매체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원이 없는 이들도 언어는 갖고 있다. 장 주네를 보라, 그는 노숙자였지만 썼다. 그리고 언어는 읽기와 쓰기에서 나온다(읽기와 쓰기를 해야 하는 이유). 분노와 억울함, 약자라는 상태는 나쁜 것이 아니라 쓰기의 자원이다.

그러나 이때 이런 자원 자체만으로 완성품이 되지는 않는다. 약자라는 자원 그 자체에서만 그쳐서는 안 된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예컨대 똑같이 고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있다. 임철우의 <붉은 방>과 정찬의 <얼음의 집>, <슬픔의 노래>, <길 저쪽> 등의 작품. 그런데 임철우의 작품은 고문 피해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며, 정찬의 작품은 고문 가해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정찬은 왜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썼을까? 피해자의 시선이나 관점에서 썼으면 더 쉽지 않았을까? 정찬은 이런 작품을 통해서 무엇이 가해자로 하여금 고문을 영광스럽게 했는가를 탐구한다. 가해자들이 왜 그랬는지를 알아야 피해를 또 막을 수 있다(고문의 구조를 이해). 그러나 이때 윤리적 고민이, 치열한 사유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폭력 포르노(고문 포르노)가 되거나 가해자 옹호의 글로 읽힐 수도 있다. 분노를 성찰해야 한다, 가해자와 나의 관계를 성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나는 그런 적이 없는가를 성찰. 여기에서 글쓰기의 윤리가 발생한다.


Maurits Cornelis Escher, <Drawing Hands>. 1948



에셔의 <그림을 그리는 손>을 보라. 이 그림에서는 “주체와 대상의 구분이 없다.” 글은 “대상에 대해 쓰는 게 아니라 대상과 나의 관계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손이나 꽃병이나 사과나 모두 같다. 대상을 그리는 것,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나의 관계를 성찰해야 한다. 중산층인 나와 노동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중산층인 내가 노동자 다니엘 블레이크와 동일시하기란 어렵다. 불가능하다. 흔히 “연대”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으로 배려, 동정심, 자기만족이 아닐까. 연대는 쉽지 않다. 또 연대, 카르텔, 네트워크, 연줄은 어떻게 다른가. 중산층과 노동자의 연대? 불가능하다. 연대는 어려우므로 이런 글을 쓰려면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 자원이 많은 사람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도 하기 쉽다. 이 모순에 대해 써라. 연대의 당위성이 아니라, 연대의 어려움, 모순을 성찰해야 한다.

<밀크맨>의 작가 애나 번스의 말 인용. “문이 열리고 내면의 모순이 드러나면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충돌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을 하기는커녕 나 자신에게조차 말이 되게 설명할 수 없다.”(<밀크맨> 필독!) 글쓰기는 세상을 바꾼다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적대적인 세상을 이해(인식/언더스탠드/동의/수용)하고 모두가 모순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행위이기도 하다. 복잡한 삶 속에서 글을 써라. 이것이 글쓰기의 운명이다.

기억하자. “약자의 유일하고도 품위 있는. 영향력 있는 자원은 언어”이다. 분노는 투명하지만 세상은 복잡하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해서 쓰려면 길을 잃기 쉽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분노에 차서 막상 쓰고 나면 화풀이만 되고 말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이 약자의 특성이 아닐까.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은 인생이 지루할 것이다. “분노한 자신을 인식하는(사유하는) 또 다른 자신을 탄생시켜야 한다. 에셔의 그림처럼. 이럴 때 분노는 자원이 된다.”



















마지막 시간이라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받으셨고 두 사람이 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간이 좀 길어졌다. 하나만 더 받으셨으면 나도 질문할 거 있었는데....(이건 메일로 할 수밖에)- 아무튼 그러고 나서!!!!!!!! 만면에 웃음 가득한 얼굴로 쌤이 다급하게 물으셨다.



“이 천하장사 소세지 놔둔 사람 누구예요? 누구죠?”

침묵하는 천하장사 소세지 잠자냥.

수강생들 중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쌤은 “아무튼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이거 먹고 내가 00kg 돼서 나타난다.”라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쌤이 좋아하실 만한 것으로 고른 천하장사 ㅋㅋㅋㅋ 이게 좀 생각보다 무거워서;; 쌤이 고생 좀 하셨을 것 같다.......







참, 그리고 얘들아 주목... 12월은 강의 없고, 1월, 2월에 강의하실 거라고, 이번에는 이론/합평반 따로 하는 게 아니라 합평반만 토요일에 4번씩 하신다고. 1월 합평반 토요일 4번, 2월 합평반 토요일 4번 이렇게. 강의 공지는 곧 올라갈 것이라고 하는데.... 한겨레문화센터 홈페이지나 <정희진의 공부> 댓글 중 쌤이 올리는 댓글 주목하라능... 합평반은 글을 써서 내야 하고, 그 글에 대해 쌤의 코멘트를 받을 수 있단다. 공쟝쟝아, 들을래? 들어라, 들어볼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희진 좌천하장사 우은오, 2024년 쟝의 극락은 이뤄질 것인가?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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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키 2024-02-29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퍼가기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어제 댓글 달고 보니 저와 함께 사는 사람의 아이디로 댓글을 단 것이었습니다.ㅜㅜ 위의 댓글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혼란 드려서 죄송해유) 3년전쯤인가 한겨레에서 선생님 논문 글쓰기 강의 6강짜리 들은 적이 있고 (논문 쓸 건 아님 ㅎㅎ) 요즘은 정희진의 공부 들으며 행복해하는 1인입니다.. 정희진 선생님께 더 배우고 싶어서 언제나 드릉드릉하는 중인데, 한겨레 개강알림일 신청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알라딘 서재에 요렇게 책 좋아하는 분들이 모여계시는군용...! 깊고 넓은 알라디너의 세계에 감탄하고 갑니다. 글 퍼간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iskii82/223368715943 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이스키 2024-02-29 10:57   좋아요 1 | URL
앗 죄송해요.. 위의 댓글을 지웠더니 거기에 달아주신 잠자냥님의 댓글도 삭제되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엉엉엉 ㅠㅠㅠㅠ

잠자냥 2024-02-29 10:59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알라딘서재는 여성주의 책 읽기 모임도 있고, 정희진 선생님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서 함께 책 읽고 생각 나눔도 많이 하고 있으니 서재활동 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즐거운 공부 생활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제 댓글 지움은 뭐 한겨레 강좌 링크만 알아두셨다면 괜찮습니다. 그거 알려드리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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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너 아주 이맘때면 아주 고약한 버릇이 있어! 왜 대체 올해 얼마나 샀는지 기록을 알려주는 거야? 알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도 궁금증에 열어보면 깜짝 놀란다. 아니 정말 이만큼 샀다고???? 어제도 그랬는데, 그래도 좀 안심... 안도&위로. 다락방보다는 내가 덜 샀더라고? 다락방 걔는 심지어 다른 계정으로도 막 샀더라? 그래도 난 아니야. 알라딘에서만 샀어. 잠자냥, 칭찬한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그래프 보다 보면 저 주름이랄까? 저게 난 액세서리처럼 누구의 그래프에나 디폴트로 들어가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더라? 대디 님은 심지어 저 주름이 부럽다고 ㅋㅋㅋㅋㅋ 다락방은 PC 버전에서 캡쳐해서 그런지 그래프가 위를 향하고 있던데, 얘들아 모바일로 보면 그래프가 옆을 향한다?! 주름도 옆으로.... 그래프에 주름을 가진 자는 이번에도 또 샀다......


일단 그래프부터 보자.





월평균 책 구매 금액! 다락방은 38만 원 넘더라! 만세 내가 졌어! 10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네, 다 알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일보 퀴즈대회 상품으로 책 쏜 달. 그나마 위로는 저 금액이 실구매액은 아니고 알라딘에서 주는 적립금&리뷰대회 적립금 이런 것을 다 포함한 금액인 것 같다는 사실이랄까.

이미 다 알려진 내 나이.... 몇몇에게는 이미 다 알려진 내가 사는 동네이지만 그래도 좀 가려봤다. 그나저나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를 가리니까 갑자기 여성 상위 0.3% 된 것 무엇? ㅋㅋㅋㅋ 여성 상위 0.3%밖에 안 한다고? 많이들 하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여성 상위가 뭐야 그게 정상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아침부터 이런 이야기하면 다락방이 너무 좋아해서 안 돼. 그만하자 이런 이야긴.




너희들은 젤리곰 몇 개니? 푸바오로 세워보지 그랬을까? 그나저나 이렇게 샀는데도 재작년보다 51권 덜 구매했다고?! 재작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성스러운 동물성애자>만 등장하면 왜 부끄러운 웃음이 날까?




이건 간만에 마음에 드는 리스트가 되었다. 네 거의 다 맞습니다(책 많이 산 작가를 좋아한다고 분석하는 알라딘- 근데 부르디외 사진은 저게 뭐니. 부르디외 최소 저 책 표지 사진보다는 잘 생겼는데 좀 실물 사진 넣어주지).




부르디외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지안프랑코 칼리가리치, <도시의 마지막 여름>
확실히 요즘 문학이 덜 땡기긴 한다. 그런 중에 눈에 띈 이 책. “1973년 첫 출간 후 50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잊고 있던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을 다시 만나다.”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잃어버린 세대’가 낳은 혼란을 대변하는 한 남자 레오 가짜라와 로마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의 환멸적 관계를 통한 군중 속의 고독, 잔인하리만큼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랑의 모순을 탐구하고 있다는데, 이런 소설 약간 모 아니면 도일 수 있지만, 50년을 살아남았다고 하니 한번 읽어보기로.
 


뮤리엘 스파크, <운전석의 여자>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의 뮤리엘 스파크, 신간 나오기를 기다리는 작가 중 한 사람인데 오우. 표지 너무 별로여서 눈물이..... 구매욕을 확 떨어뜨리는 표지 어쩔. 결국 그래도 샀다. 왜냐? 전후 영국의 최고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뮤리얼 스파크, 그녀는 <운전석의 여자>를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았다고. 그런 데다가 “닮은 소설을 찾기 힘든 기이한 소설”이라는 소개 문구도 혹한다. 그저 ‘여성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모든 전형성은 비껴간다고!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속 여학생들 모습이 남달랐던 것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도 흥미가 동할 것이다.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 2>
1권 다 읽으면 사려고 했는데..... 그냥 샀다. 이러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책만 모아두는 건 아닌지..... 으음.



이즈쓰 도시히코, <러시아적 인간>
발간된 거 보고 너무 궁금하고 읽고 싶어서 손 떨리면서 ㅋㅋㅋㅋㅋ 급박하게 샀다. 근데 왜 다른 거 읽고 있어? 여러분 착각하지 말자. 책 사면 산 거지 읽은 건 아니잖아? 다락방하고 나는 약간 책을 소유하면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은 러시아 문학 분석(?)을 통해 러시아적 인간이란 무엇인가 연구하는 책으로 보인다(읽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은 못 함). 푸시킨, 레르몬토프, 고골, 벨린스키, 튜체프, 곤차로프,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체호프를 다루고 있는데, 곤차로프부터 읽어야지.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하고 비교해서 읽어도 재밌을 것 같다. 러문빠(러시아 문학 빠)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할 책이 아닐까.




사라 아메드, <감정의 문화정치>
최근 출간된 책 중 가장 핫(?!)한 책이 아닐까.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로 꼽혀온 책으로 사라 아메드는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분석하며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아 근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월평균 책 38만 원어치 산 다락방이 어제 자기 주름 그래프 페이퍼에 올려놓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바로 나한테 이 책을 또 선물을 보낸 게 아닌가? (내가 그렇게 좋아?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ㅋㅋㅋㅋㅋ) 근데 이 책은 이미 나에게 달려오고 있는 중이었고, 락방아 나 그거 이미 샀어! 제발 취소해!!! 해가지고 어떻게 어떻게 취소했다고 한다. 보니까 락방이가 초콜릿도 같이 보냈던데(내가 그렇게 좋아?! 며칠 못 봤다고 그렇게 그리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락방아, 넣어둬, 네 주머니에 넣어두렴. 나 초콜릿(단 거) 안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들아 너희들도 새겨두렴. 잠자냥은 초콜릿 안 좋아한다. 초콜릿 선물은 나나 집사2가 종종 받는데 둘 다 안 좋아해서 주변에 나눠주고도 남으면 울집 냉동실에서 꽁꽁 얼어 있다가 그나마 자전거 여행 떠날 때 가끔 챙겨간다. 근데 문제는 그렇게 갖고 가면 늘 숙소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잊어버리고는 그냥 두고 온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텔 청소 노동자들이 맛나게 먹었기를 바랍니다.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는 궁금하지 않지만,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라우디아 골딘의 이 책은 궁금했다. “성별 임금 격차의 핵심 원인”을 밝히고 있다고 해서 다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좀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좀 궁금하다(뭐 그렇다고 이 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2023년, 여기 한국은 똑같은 직군에서 남자들이 100만 원 받을 때 여자들은 60만 원 받는다. 이런데도 역차별 운운하는 놈들아, 이 숫자에서 눈 돌리지 마. 그나저나 이 책은 희진 쌤이 강의 중 언급하시기도 했다.




앤서니 기든스, <현대사회학>
사회학 필독서 앤서니 기든스 <현대사회학>- 각 잡고 읽어보려고 샀는데, 진짜 각 잡고 읽어야 할 판. 얘들아 이거 봐, 책 내부를 보니까 대학교 다시 가야할 판 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수업 교재 스타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내용은 재밌어 보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보는 교재 스타일....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드링킹>
냅의 책 두 권도 좀 뒤늦게 구매. 냅의 책은 <욕구들>만 읽었는데 그걸로 됐지 싶었었다. 그런데 요즘 우울한 일이 있기도 해서 우울에 더 빠져 보려고(원래 인간이 바닥을 치면 올라오지 않습니까?) 냅의 책을 급박하게 사서 <은둔자>부터 읽고 있다. 또 우리 은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아하는 에세이스트라고 해서 잘 읽어보고 싶기도. 공쟝쟝 너 나 놀리지 마라, 넌 은오 이해하려고 푸바오 책도 사보잖아? ㅋㅋㅋㅋㅋㅋㅋ 푸바오보다는 냅이 낫지 않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충격 속보! 은오의 첫사랑 공쟝쟝, 떠난 버스 이해해 보고자 푸바오 만나. 푸코보다 푸바오가 어렵다 충격 고백




그리고 선물을 받았습니다. ㅋㅋㅋㅋㅋ 이름하여 알라딘 <책읽는 사람들의 생활용품연구소>에서 판매 중인 치즈 고양이 인형 키링. 이게 집 책상 위에 있는 걸 보고 집사2가 물었다. “이게 뭐야? 어디서 났어?” “어, 알라딘 이웃이 선물.” 집사2가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널 잘 모르는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제가 또 안 좋아하는 게 있는데 인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사2한테도 딱 한번 그것도 거의 연애 초창기에 딱 한번 받아봤습니다. 이 인간이 가족들하고 제주도 여행 다녀오다가 테디베어뮤지엄에서 곰 인형을 사와서 저에게 안겨준 것입니다. 제 표정이 떨떠름했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그 후 다시는 인형 선물을 하지 않았다 합니다. 이 곰인형에 얽힌 슬픈(?) 사연이 있는데 그날 인형을 받은 잠자냥은 인형을 집에 가져와서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들었는데.........그때 그 집은 그러니까 잠자냥이 전애인과 아직 정리가 덜 되어서 같이 살던 집이었고.... 그 전애인은 이게 뭐냐고 자던 저를 깨워서 물었고 “걔한테 선물받은 거”라고 있는 그대로 팩트를 말한 잠자냥(INTJ). 거기에 또 상처받은 전애인....(그때는 미안했다).... 아 나 진짜 인간이 참 덜 되었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휴. 그만하자 이런 이야기도.

아무튼 인형은 감사했습니다. 우리 막내 닮았어요. >_<




꺄오. 우리 막내 쌍꺼풀도 있어! >_< 너무 귀여워........





얘들아 잠자냥에게 초콜릿, 인형 선물 금지!! 책은 은오창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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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11-10 19:29   좋아요 2 | URL
ㅠㅠㅠㅠㅠ 그러나 드링킹을 읽다보면 드링킹하고 싶어짐…

은오 2023-11-10 19:31   좋아요 3 | URL
그쳐 쟝님? ㅋㅋㅋㅋㅋㅋ 아 원래 중독자의 묘사가 제일 맛깔나는법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1-10 19:32   좋아요 1 | URL
첫 잔은 내 위 안에 고흐의 해바라기를 넣는 느낌! ㅋㅋㅋ

잠자냥 2023-11-10 19:49   좋아요 1 | URL
캬오… 이미 마신 거 같다 ㅋㅋㅋㅋ

은오 2023-11-10 1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진짜 여럿 울리고 다니셨군요.... 아니 지금도 울리시네요ㅠ
하아 내가 어쩌다 잠자냥님을 사랑하게돼서ㅠ....이런고통을ㅠ

잠자냥 2023-11-10 13:35   좋아요 1 | URL
폴리아모리 선배로서 말합니다. 고통을 내려 놓거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10 22:2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댓글 푸바오 이미지로 보니까….. 진짜……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은오 2023-11-10 22:26   좋아요 1 | URL
아ㅜ욱겨서눈물나요

잠자냥 2023-11-10 22:31   좋아요 0 | URL
너모 확 깹니다. 오늘부로 저는 폴리아모리 은퇴합니다. 안녕 은오!

은오 2023-11-10 22:33   좋아요 0 | URL
바꾸래서 바꿨더니,...... 떠나가는 잔인한 인간......

햇살과함께 2023-11-12 08:11   좋아요 2 | URL
두 분의 대화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잠자냥 2023-11-12 09:2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저 곰탱이
업고 다녀야 하나요?!

잠자냥 2023-11-12 11:30   좋아요 2 | URL
햇살 님. 제가 동물들한테 어필하는 스타일인데 ….(개 고양이들이 저를 글케 좋아하더라고요) 이젠 판다의 사랑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육고에 이어 판다까지 돌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업보려니 하고 살아야죠. 뭐…. ㅠㅠ

은오 2023-11-12 18:42   좋아요 2 | URL
업히겠다곤 안했는데..?! 벌써 업고다닐 생각까지 하시네요..😳

잠자냥 2023-11-12 19:07   좋아요 1 | URL
동물한테 약하긴 해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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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글쓰기 공부> 3일차- 어제(11월 8일)는 희진 쌤 글쓰기 특강 세 번째 시간.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약간의 귀차니즘의 발동하기는 했으나 7시 20분쯤 강의실에 도착해 보니, 쌤은 벌써 오셔서 책을 읽고 계셨다. 아니나 다를까, 쌤도 날씨 이야기로 운을 떼시면서 너무 추워서 오늘 오기 싫었던 것 아니냐, 그런데 다들 어쩜 이렇게 일찍 오느냐고 칭찬하면서 수업을 시작하셨다.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짧게 복습하고 오늘의 주제 <좋은 글의 절대적 판단 기준 : 창의적 시각, 당파성, 포지션>에 대해서 열강 시작!

쌤은 먼저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나는 참신한 글이라고 대답했는데(물론 쌤의 귀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음 ㅋㅋ) 빙고! 쌤도 바로 창의적인 글, 독특한 시각에서 쓰인 글에 눈이 간다고 말씀하셨다. 좋은 글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표현력이 중요하다면서 글의 절대적 판단 기준은 창의성이라고 거듭 강조. 왜냐하면 글쓰기도 예술이므로. 예술의 절대적 판단 기준은 창의성 아니겠느냐고 하셨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서 쌤은 주로 당신이 독특하다고 느낀 글의 저자들은 대개 게이나 레즈비언이 쓴 글이 많았다면서 일상에서 다른 식의 관점, 반전적 시각을 장착한 사람들의 글이 아무래도 독특하더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한 권의 책- 아까 읽고 계시던 책을 소개하셨다.

시각 장애인인 언어학자가 쓴 책인데,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의 구도를 시각장애인을 여성으로 비시각장애인을 남성으로 대치해서 읽으면 완벽하게 여성학이 된다면서 이 책을 여성학 교재로 쓸까 한다면서 이 책의 관점이나 표현 등을 극찬했다(책 제목은 언급하지 않으셨는데, 찾아보니 호리코시 요시하루,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이 책이다. 일본의 언어학자, 김영사 등등 쌤이 흘린 정보 취합해 본 결과), 그러면서 장애에 관한 책들은 거의 대개 여성학 책으로 읽힌다고 강조(나는 이 책을 일단 급박하게 사기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주류, 통념과 나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 이것은 동일시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쌤 당신은 카뮈를 싫어한다고 말하면서 <이방인>에서 뫼르소가 아랍인을 쏜 게 대체 이해가 가느냐고 물었다. 뫼르소에게 동일시하는가? 쌤은 아랍인에게 동일시했다고 하는데, 만일 뫼르소가 쏜 대상이 아랍인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이 작품을 읽고 아랍인을 쏜 뫼르소에 동일시하면서 그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게 멋진 행위인가?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읽고 너무 화가 나서 불문학에 적대적인 감정까지 느꼈다는 쌤. 그러면서 계속 동일시의 예를 설명했다. 예컨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당신이 동일시한 인물이 누구인가. 김태리라고 말한 사람들이 많아서 당신은 또 놀랐다고(나도 놀랐다. 이 드라마는 나도 드문드문 봤는데 김태리랑 동일시를 해?? 띠용) 아무튼 쌤이 동일시한 인물은 ‘구동매’(백정. 그의 분노와 애기씨를 향한 불가촉천민으로서의 욕망) ‘함안댁(애기씨 돌봐준 사람)’이라는데 (내가 드라마를 꼼꼼히 보지 않아서 구동매/함안댁 이름이 맞는지는 확인 불가) 쌤은 특히 함안댁의 마지막 대사 “다음 생에 태어나면 나도 한번 ‘이리 오너라’ 한마디를 외치고 싶다.”는 말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고. <더 글로리>에서도 누구와 동일시했느냐고 물었는데(역시 이 드라마를 드문드문 본 나로서는 이 드라마에서 동일시할 인물이 있어????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에 많은 분들이 송혜교를 언급해서 한 번 더 속으로 놀랐고)- 쌤은 극중 송혜교 친구로 나온 인물(명품 가방 매장에서 일하던 친구라는데...)에 동일시를 했다고 하셨다. 이 인물은 내가 잘 몰라서 일단 여기서 줄이고......

동일시가 중요한 이유, 그러니까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보면서 누구와 동일시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글쓰는 사람이 <이방인>의 뫼르소나 <미스터 선샤인>의 애기씨 김태리와 동일시해서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텍스트에서 주류, 통념과의 관계, 내가 누구와 동일시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여러 순간과 장면에서 동일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길에서도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내가 누구의 편을 들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연습을 자주 해야 한다. 이때 자신의 정체성과 캐릭터, 욕망(완전한 아웃사이더인가 인싸를 욕망하는 아싸인가, 아싸를 욕망하는 인싸인가, 완전한 인싸인가)이 드러난다. 이렇게 자기 캐릭터를 극단화하는 훈련을 해야 내가 뚜렷해진다.

동일시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요즘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놀랍게도 이스라엘에 동일시하면서 이스라엘의 승리를 기원하는(오마이갓. 심지어 기독교이면서 그런다는 건 종교 알못인 내가 보기에도 좀 이상한데...???) 한국인들이 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 그들은 대체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일까? 사실 내 트위터 아이디는 히브리어로 그 뜻은 ‘한계가 있다’의 의미인데 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구에서 군복무(총 들기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단체 이름이다. 한마디로 가자 지구 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0년에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서 이 단체를 지지하기도 했고, 어떤 일에서나 그런 자세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 이 단어를 내 트위터 아이디로 삼았다. 그런데 나와 똑같은 한국에 살면서도 어떤 이들은 저 힘 있는 이스라엘에 동일시(욕망)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참 신기하지 않은가? 내가 부자로 태어나고 종교(기독교?? 아 이상해 암튼)를 가졌다면 이스라엘을 지지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결국 어디에 자신을 동일시하느냐/어떤 위치에 서느냐는 그 사람의 당파성을 보여준다는 쌤의 말이 내 경우에는 확실히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자연스럽게 여기서 당파성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당파성이란 부분성을 뜻한다. 이 세상의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은 오직 하나, “모든 생명체는 죽는다.”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진실을 둘러싼 “전략”(당리/당략)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당리/당략이 나쁜 의미로 쓰인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이합집산이 많은 것이 바람직하고 그들의 당리/당략(내용)이 중요하다. 당리란 특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당(party)들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 모든 시각은 부분적, 당파적(partiality)이고 맥락적, 상황적이어야 한다. 보편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 당파. 부분적 시각을 갖고 있다. 부분적이면서 입장을 갖고 있다. 보편적인 사람은 위치가 없다. bird's view- 전지전능한 시점은 불가능하다. 세상을 조감하려는 사람? 보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

여기서 쌤이 들려준 포지션과 당파에 관한 아주 좋은 사례- 25년 전 추석, 쌤과 쌤의 남편이라 주장하던 사람과 쌤의 여동생과 제부가 같이 식사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이때 뉴스에서 전남 함평에서 일어난 일가족 총기 몰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쌤은 그 당시에도 관심사가 주로 가정폭력이었으므로 이 사건을 가부장에 의한 가정폭력이라 말했고, 당시 군사주의를 공부하던 쌤의 여동생은 총기난사(군사주의)/총기문제로 해석하면서 “우리나라에 등록된 총만 13만이다”와 같은 발언을 주로 했다고 한다. 한편 쌤의 제부는 전라도 출신이었는데, 이 문제를 전라도 차별로 보면서 보도의 문제(서울이나 경상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이런 식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지 않을 것이다 등등 형평성에 어긋난다/재현의 문제)로 해석했다고 한다. 이때 각자의 입장은 부분적으로 맞다. 그런데 여기서 쌤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던 그분은 평소에도 타자성이나 결핍이 없던 사람으로 늘 자신을 보편이라고 생각했다던데, 마지막에 이분이 한 말. “왜 시끄럽게 뉴스 보는데 떠들어!”- 이 보편이라는 사람에게 이 사건은 단지 뉴스일 뿐. 그는 이 뉴스를 보고 할 말(쓸 말)이 없는 사람이다.

다시 강조 Bird's View는 없다. 나의 입장(立場/stand point)은 ‘서’있는 자리이기도 하며 이것은 후기구조주의/해체주의의 이론 “기존의 나를 상대화하라”는 말과도 맥락상 통한다. 모든 지식은 상황적 지식. 맥락적 지식이라는 전제가 있으며 여기서 나의 입장(포지셔닝)은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위치는 상황에 따라 바뀐다. 포지션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자기의 이해(利害), 공동체 이해(利害), 집단의 이해(利害)가 얽힐 수밖에 없는데 이때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글 쓸 때의 결단. 이것은 곧 정치적 행위이므로 정치적 행위를 섣불리 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보편적인 글만 쓰게 된다(하나마나한 소리). 정치적 행위를 함으로써 적이 생긴다(예컨대 교회 내 성폭력 폭로/문단 내 성폭력 폭로/동성애 커뮤니티 내 성폭력을 폭로 등 내부 고발자는 축출되기 마련). 그런데 글쓰기는 여기서 결판난다. 모두가 각자의 포지셔닝을 가지면 모두가 작가인 시대는 결코 올 수가 없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말은 누구의 관점인가?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의 관점이다. 사건 생존자나 유가족들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억해주세요”도 아닌 “기억하자”는 자기 자신이 진보적이다. 양심적이라는 걸 드러내기 위한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기억하자”는 곧 남의 일이라는 것을 포함한 공허한 구호).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피해 당사자의 구호를 생각해야 한다. 이 사람들 입장에서 나올 구호는 무엇일까? “잊지 말아주세요”가 아닐까. 이 사람들 입장에서 다시 서보기가 곧 포지셔닝이다. 포지셔닝은 곧 누구의 입장에서 설 것인가를 자기가 결단하는 것. 매순간 결단을 해야 한다. 글감에 따라서 수많은 행위자 중 누구와 동일시하고 어느 위치에 설 것인가.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서 50대 여성들이 누구보다 김지은 씨를 비난하고 공격했는데 그들은 자기 자신을 안희정의 와이프에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stand point는 곧 어떤 side에 설 것인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선택하는 행위. 포지셔닝은 자기 이해관계와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현재의 우리는 포지셔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새의 눈(Bird's View)만 가지려하는 것은 아닌가. 조감도로는 독특한 글을 쓸 수 없다. 모든 걸 다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번 세 번째 시간이 제일 좋았다!





얘들아 쌤이 추천한 책이야. 담아 담아..... 일단 새로운 책들만 소개해 볼게.....

아놔 필립 로스 책 읽어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











참 그리고 쌤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글쓰기나 외국어 모두 점핑 기간이 있고 정체 기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정체 기간을 못 견딘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라. 그래야 승부가 난다! 함달달... 화이팅(함달달 화이팅은 내가 덧붙인 말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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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08 21:44   좋아요 1 | URL
집 앞에 와서 보고 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1-08 21:55   좋아요 1 | URL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느으은 어느영화와 같은 일들이… ㅋㅋㅋ

유부만두 2023-11-08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동일시.
비슷하게 전 프루스트 읽으면서 인물들이 놀고 먹고 수다 떨고 자기옷 정리나 청소도 안하는 꼴이 너무 미워서 읽기가 싫어졌어요. 거기 도우미 할머니 프랑수아즈랑 주인공 외할머니가 나오는데 그나마 이 둘에겐 좀 감정이입이 되었고요.

미스터 선샤인, 아 바로 윗 글하고 너무나 반대되는 이야긴데 전 매국앞잡이 부잣집 한량 도련님 김희성(변요한)이 가장 맴이 쓰였어요. 현실의 전 식구들 뒤치닥거리에 지치지만 속마음은 놀고먹는 팔자가 너무나 부러운거죠. (아닌가? 그냥 배우의 얼굴이 맘에 들었을 수도) 하지만 내 아들이 김희성 같이 구는 건 아니될 일이외다.

페넬로페 2023-11-08 20:01   좋아요 0 | URL
저는 프랑수아즈도 동일시하기 힘들던데요~~

유부만두 2023-11-08 20:05   좋아요 1 | URL
‘그나마’요. 실은….프랑수아즈의 비굴함과 이기심이 제게도 있습니다.

잠자냥 2023-11-08 20: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만두 님 확실하게 동일시하는 부분이 있네요. 저는 읽.시.찾은 언제 읽나….

은오 2023-11-08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희진쌤이 말씀하신거 모아모아서 책 찾아주신 잠자냥님!!!!!! 뽀뽀!!!!!!
2. 더글로리 보면서 당연히 열에아홉은 송혜교한테 동일시하지 않았을지?! 피해입은 주인공의 복수극에서 주인공한테 동일시 안하기도 힘든데..... 쌤이 동일시한 인물도 어쨌거나 학폭에 가담했으니 ㅋㅋㅋ 그게 전부는 아니고 안쓰러운 면도 있긴하지만 음 ㅋㅋㅋ 미스터선샤인은 안봐서 모르겠다
3. 자기 캐릭터를 극단화하는 훈련을 해야 내가 뚜렷해진다, 새의 눈만 가지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밑줄 긋고요.....
5. 책 담아가고요.......
6. 이 페이퍼 넘 좋고요.....
7. 잠자냥님이랑 더 결혼하고싶고요.........

잠자냥 2023-11-08 20:41   좋아요 1 | URL
그 드라마에서는 인물들이 다 너무 극단적이라 동일시하기 힘들 거 같은데 다들 하는 캐릭터가 있는 거 같아서 놀라웠어요. 거기 나온 인물들 현실애서는 전 아무도 알고 지내고 싶지도 않음 ㅋㅋㅋㅋㅋ
3. 잘 새겨서 글 좀 써! ㅋㅋㅋㅋ
5. 12월 가기 전에 150권 구매 돌파!

페넬로페 2023-11-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네요.
저는 미스터 선샤인과 글로리 다 봤는데 김태리와 송혜교의 역할이 좀 다른데 두 사람을 동시에 동일시한 사람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좀 뜬금없죠? ㅎㅎ
비록 독후감이라도 정체기간을 극복하고 계속 쓴다, 화이팅!

잠자냥 2023-11-08 20:42   좋아요 1 | URL
동시에 하는 사람 = 이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
네 리뷰도 쓰기 싫을 때 있지만…. 화이팅 ㅋㅋㅋ

유부만두 2023-11-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blog.aladin.co.kr/yubumandoo/15046463

2023-12-04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4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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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안 시켰지만 그냥 하는 글쓰기 공부> 2일차- 어제(11월 2일)는 정희진 쌤 글쓰기 특강 두 번째 시간. 아이고 머리야.... 강의 전 피곤함을 잊으려고 저녁 늦게 마신 커피가 카페인이 많았는지 새벽 2시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여 현재 두통과 멍한 증세를 겪고 있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씁니다.

두 번째 시간의 주제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방식 : 탈식민주의, 통섭(通攝), 횡단의 정치의 이해”로, 탈식민주의, 통섭, 횡단의 정치 등의 키워드는 <정희진의 공부>나 그간 희진 쌤이 쓰신 책들을 읽어온 사람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단어들일 것이다. 나 또한 그런 터라 어제의 강의는 복습의 의미도 있었고 또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쌤은 먼저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자신의 절실한 욕구를 알 때 책을 더 잘 읽게 되는데(절실할 때 흡수가 더 잘 됨/함유율과 흡수율은 다르다/누구에게나 좋은 책이 나에게도 좋은 책일까?), 예컨대 전업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지금 당장 조지 오웰의 <왜 쓰는가>를 읽어야 한다고.

글쓰기는 “상처나 고통이 자원이 되는” 유일한 분야이기도 하며, 비교적 공정하기도 하다(사회적 합의가 쉬움/좋은 글은 누구나 대개 인정). 그러므로 내성적이고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글을 써라.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그러나 돈도 잘 벌리지 않는다)고 독려(?)하시면서 활기차게 강의를 시작. 쌤은 강의에서 바라는 것을 수강생들에게 물어보셨는데 많은 이들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영화를 소개해달라고 했는가 보다. 쌤은 그래서 그 첫 책으로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를 추천. 영화는 미하엘 하네케 <히든>, 켄 로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M. 버터플라이>를 꼭 보라고. 모두 식민자-피식민자간의 관계를 다룬 영화들인데 왜 이 영화들을 추천했는지는 이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깨닫게 될 것이다.

<그 많은 개념어>를 추천한 이유는 아무래도 글쓰기는 언어와 관련이 깊은데(언어는 또 사유와 관련이 깊고) 우리가 현재 쓰는 언어란 영어(근대 영국)에서 일본을 거쳐 식민지 조선으로 들어와 현재의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때문에 이런 책을 읽으면 현대의 우리, 근대의 우리 언어에 대해서 알 수 있으므로 꼭 읽어야 한다고. 글은 결국 사유의 표현으로 어떻게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지 고민해야 하는데, 생각을 많이 할 때는 사람이 외롭고 긴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외로움과 긴장감을 참고 나오는 글이 좋은 글이 된다고.

탈식민이론은 나와 타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독특한 시각 훈련(사유 훈련)에 좋다(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탈식민의 시원인 책이므로 꼭 읽을 것), 탈식민의 출발점은 “이분법”을 극복하는 것이다. 갑/을이 아니라 갑을병정의 세계. 하이브리드한 세계, 잡종/혼종의 세계이다. 글을 쓸 때는 탈식민적 사고를 지향해야 한다. 인간은 "Social-Body"이다. 사회적 산물이자 행위자. 그런데 “깨끗한 페미니스트” 또는 “완벽한 맑시스트”가 존재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란 “사회의 나쁜 법칙(유혹)이 나에게 침투하지 못하도록 내부에서 투쟁하는 것” 이것이 진보가 아닐까. 글쓰기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것, 살짝 포기하거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글쓰기를 해야 한다.

탈식민은 포스트모던과도 맥락상 통한다. 근대는 자유주의(개인의 선택/동의/계약으로 이루어진 사회로 사회의 기본은 개인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의 보수성으로는 이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나온 것이 구조주의(갈등/기능/사회구조 중시). 구조조의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 사회 구조를 바꿀 수 없다고 본다. ‘구조가 문제’라는 관점. 맑스주의와 일부 페미니즘이 여기 속한다. 근대의 자유주의는 개인의 변화를, 구조주의는 사회 변화를 요구하지만 이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포스트구조주의가 등장. 포스트구조주의는 “구조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욕망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

포스트구조주의와 포스트식민주의는 사유방식이 비슷하다. 탈식민은 이분법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이분법이란 “A not A”로 “A가 A를 규정”한다. 식민주의는 백인이 유색인을 규정/서구가 동양을 규정/남성이 여성을 규정/비장애인이 장애인을 규정한다. 이럴 때 규정의 기준은 임의적이고 집단적이다. 이때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자는 다 그래/여자는 다 똑같아/여자는 그래도 돼’ 등등 여성을 생물학적 존재(집단)로만 보기에 성폭력이 일어난다(성폭력이 여성주의에서 중요한 이유). 식민주의는 결국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한다. 우리는 편견을 당하기도 하고 행사하기도 하는 존재(쌤은 당신도 이런저런 편견이 있다고 하시면서 “개량한복 입은 중년남자”에 편견 있다고 하셨는데 진짜 빵 터졌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탈식민-

이분법/이원론을 벗어나는 탈식민적 사유는 이 모든 것을 벗어나므로 독특한 사유가 가능하다. 쉽게 말해서 “내 현실의 사유”를 해야 한다. “나”는 이 이분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 자신과 솔직하게 직면하는 일이 중요(쌤은 여기서 일기를 쓰지 못하는 자신을 말씀하셨는데 나 또한 일기를 쓰지 못한다. 불편해지는 지점...) 아무튼 모든 이분법에 저항(브레이크/스톱)하는 사유가 필요한데, 젠더와 페미니즘이 탈식민주의 사고에 가장 부합한다.

대부분의 글은 이분법으로 이루어진다. 보자 “임신중단은 여성의 선택이냐 태아의 생명권이냐”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이런 점에서 칼럼이라는 장르는 글쓰기 연습에 좋다. 정해진 분량이 있으므로 분량에 맞춰서 글 쓰는 훈련을 하게 되고 당대의 사고를 잘 알고 있어야 하므로 이 또한 사유 훈련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때 이분법으로만 이루어진 글을 쓰면 글은 아무런 매력이 없다. 그러므로 어떤 사안에 관해 글을 쓸 때 1. 소거부터 하라. “북핵”에 대해서 쓴다고 가정하면 북핵에 대한 통념부터 일단 제거하는 것이다. 이것들을 제거해 나가야 새로운 시각의 글을 쓸 수 있다. 많이 알수록 소거할 것도 많다. 쓰기는 아는 것을 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을 쓰는 것. 글을 쓰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이 있다면 잘 쓴 글이다. 자신이 아는 것부터 소거해 나가다 보면 생각의 긴장과 외로움이 발생한다. 사고 훈련이 된다. (아니 근데 아는 것도 없는데 그나마 아는 거 다 제하고 나면 뭘 쓰죠? 동공지진...... @_@)

또 다른 예 “독립”의 반대는 “의존”인가? 이런 프레임 안에서 갇혀 있으면 뻔한 글만 나온다. 그게 아니라 “독립”을 “관계”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자. 관계로 보면 정신분석을 하게 되고 정신분석을 하다보면 틀림없이 페미니즘과 맞닿게 되고.... 이런 식의 흐름을 타다 보면 좋은 글, 새로운 글이 나오게 된다. 이런 글을 쓰려면 결국 책을 읽어야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갖고 오는 책(토마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을 많이 읽어야 하고 사회에는 또 그런 책이 많아야 한다. 공동체의 자원이 풍부해야 한다. 나의 상대가 발전해야 나도 발전. 여성의 경제적 독립? “독립”이라는 기존의 언어 프레임에만 갇혀 있으면 남성들과 똑같은 전철을 밟을 뿐이다.

보편적(Universal) 사고는 위험하다. 기준이 하나인 세계가 “보편”이다. 이것은 폭력적이다(자유주의/구조주의의 세계). Poly Universe- 버전이 여러 개 다양성의 세계. 그러나 이 또한 위험하다, 다양성은 “존중” “배려” “관용” “똘레랑스”로 말하는데, 과연 이때 누가 누구를 배려하고 관용을 베푸는가? 다양성의 거짓- 빨주노초파남보는 모두 같은 권력인가? 진짜 빨갱이는 자신을 표현할 때 붉은색을 쓰지 못한다(보수인 국민의 힘이 빨강을 쓰지 않는가? 정의당/녹색당은 도리어 빨간색을 쓰지 못한다. 핑크는 또 어떤가? 성소수자의 컬러가 되었다) 백인이 레게 머리를 하면 다양성이지만 흑인이 직모를 하면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필요한 것이 TRANS-VERSE(도란스/횡단)의 사고(교차성의 정치학)이다. 110V를 220V로 바꾸는 사고.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과정 중. 과정적 주체”이다. 유목적인 주체. 멈춰 있으면 고정되어 있으면 미친다!

그러니까 이번 강의는.... 나란 존재는 이분법으로 구성되지 않은 존재이므로 나를 직시하는 행위부터가 나의 가장 절실한 읽기 쓰기와 맞닿는다는 것. 인간은 사회적 산물이므로 이런저런 나쁜 것들(유혹)도 뒤섞일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그것들이 스며들지 않도록 또는 덜 스며들도록 내부에서 투쟁하는 것이 진보라는 것. 이분법에 갇힌 시선이 아닌 포스트모던/탈식민적 사고의 훈련을 해야 좋은 사유=글을 쓸 수 있다는!



헥.... 힘들다. 이틀째 요약인데도 이렇게 힘들어요. 맞춤법 4일차 열강 중인 우리 은오 강의 많이 들어주시고 열렬한 응원 부탁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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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1-03 1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읽다보니 정희진 선생님이 늘 해오셨던 말씀이 강의에도 그대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건 지극히 당연한 거겠지만요. 언급하신 책들 제가 또 다 사놨다는 게 함정이네요. 하하하하하. 아 개념어는 안샀나? 아무튼 열심히 읽어야 좋은 글이 나오는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짜 기억도 잘하고 요약도 잘하시네요. 잠자냥 님 아이큐 400인 부분?

잠자냥 2023-11-03 13:22   좋아요 1 | URL
네 이번 강의는 복습의 시간 같았어요! ㅋㅋㅋ 초창기 말씀하신 변태(變態)라는 개념도 떠오르고요!
저도 저 책들 다 있거나 읽었는데... <개념어>만 없어서 (<천재를 키운 여자들>은 절판. 이 책은 강의 중에 다른 맥락 이야기하시다가 언급하셨는데 이 책도 좋다고 추천) 장바구니에 담음요... ㅋㅋㅋㅋㅋㅋ 담기는 잘해.

아이큐 40은 아니지만 400도 아님. 이번 강의는 메모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수강생들도 노트북 열고 다다다다다 타이핑 열라게 하는 분위기.

다락방 2023-11-03 13:24   좋아요 1 | URL
저 <천재를 키운 여자들> 도 있지롱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고로 사놨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03 13:25   좋아요 0 | URL
이준석이 이번에 경향신문에 쓴 글 읽어보라고 추천하셨는데.... (절절함이 아주 묻어나온다고 ㅋㅋㅋㅋㅋ)
아... 링크하기 싫어서 안 남김요. 글 한 번 읽어보시던가요. 칼럼 맨 마지막에 이준석 사진 있으니 주의...
(구글에 ˝이준석 경향˝으로만 검색해도 나옴)

잠자냥 2023-11-03 13: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다 가진 자... 제발 좀 읽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1-03 13:40   좋아요 0 | URL
칼럼 읽고 왔습니다. 댓글에 더 놀라고 왔습니다.

‘이준석 글빨 지린다‘ 라는 댓글이 맨 위에 있었습니다.



그럼 이만.

잠자냥 2023-11-03 13: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그거 보고 너무 놀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1-04 08:15   좋아요 0 | URL
어제는 읽기 싫어서 패스하고 오늘 찾아보니 삭제되었다고 나오네요…? 이뭥미…?;;

잠자냥 2023-11-04 08:40   좋아요 1 | URL
오잉?!?! 무서웠나?! ㅋㅋㅋㅋㅋ 굥 엄청 까는 글이었거든요.

잠자냥 2023-11-04 08:49   좋아요 1 | URL
이준석의 ‘시론‘
두려움에 사로잡힌 대통령

으로 검색하면 나옵니다!

건수하 2023-11-04 08:51   좋아요 0 | URL
아예 삭제된 줄 알았더니 링크가 여러개였나봅니다. 감사해요!

건수하 2023-11-04 08:57   좋아요 1 | URL
‘임기 초 이준석과 홍준표, 유승민과 나경원 모두 본인보다 보수 진영에서 활동해온 이력이’ 에서 빵 터졌습니다. 어딜 낄려고…

그리고 댓글은.. 읽다 껐습니다 어우 내눈

다락방 2023-11-04 09:17   좋아요 0 | URL
그 이력에 지 이름 넣은 거 저도 빵터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11-03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혁명의 구조>, <포스트모던의 조건> 이제 정말 읽어야 할 시점이네요ㅋㅋ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외로움과 긴장감 참기, 통념 제거를 위해서 많이 읽기 체크해둡니다^^
그나마 오리엔탈리즘과 개념어 책을 읽은 것이 다행인데 재독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들기도 하네요ㅎㅎㅎ 멍한 상태에서 정성스럽게 강의 정리해셔서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3-11-03 17:35   좋아요 0 | URL
화가 님은 <개념어> 책 읽으신 분! 선견지명! ㅋㅋㅋ
저도 저 책들 안 읽은 것은 빨리 읽어야겠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11-03 14: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생각 많음의 외로움과 긴장감 ㅋㅋㅋㅋㅋ 나는 안닼ㅋㅋㅋ 일기를 왜 못쓰는 지 추가 설명 부탁드립니다!

덧. 우리은오…. (헙!!)

잠자냥 2023-11-03 14:3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일기 나 열심히 솔직히 쓰던 시절 있는데 울 언니가 읽은 뒤로 다시는 안 씀. 나아쁜 x
전 애인이 내 폰 뒤져본 적도 있어서 그것도 트라우마....... (너 지금은 그러지 마라...인간아)
세상에 비밀은 없다!

공쟝쟝 2023-11-03 17:30   좋아요 0 | URL
앜ㅋㅋㅋㅋ 저는 동생 껄 훔쳐먹은 적은 있지만 훔쳐 읽을 정도로 동생을 궁금히 여긴 적이 없…. 그리고 일기는 따로 살고 난 후부터 써서…. 그렇지만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면… 트라우마는 내가 아니라 동생에게 있었을 것…. 미안하다… 동생들아…. 나도 일기 쓰기 전에는 너를 미워하는 줄 몰랐… 동생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 제 일기장을 아까워하지 않고 폐기처분토록….

건수하 2023-11-03 21:20   좋아요 2 | URL
저도 오빠가 일기 봐서 못 써요 ㅠㅠ 얼마전 좀 썼더니 아이가 (일기인 줄 모르고) 보고 재밌다고…. ㅠㅠ

잠자냥 2023-11-04 01:12   좋아요 1 | URL
건수하/ 재밌다고?! 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3-11-03 14: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아는 게 없어도 너무 없어서(그럼에도 공부 안함..) 리뷰에 쓸 말이 떠오르면 메모해뒀다가, 그걸 짜깁기하는 식으로 글쓰기를 해나갔었는데요. 어느 순간 이 짓도 못해먹겠다 싶어서 그냥 다 읽고 생각나는대로 평을 쓰다보니 이게 또 색다른 훈련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언급하신 ‘쓰면서 알게 되는‘ 글쓰기가 되었어요. 언젠가부터 저는 혼잡한 머릿 속을 정돈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더라는... 머리가 나빠서 다행(?)이었군요 ㅋㅋㅋ 신난다

잠자냥 2023-11-03 15:02   좋아요 3 | URL
물감 님 글의 가장 큰 장점은(물론 제 기준) 척하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고 쓰기. 근데 이게 사실 어렵거든요. 글쓰는 사람들 보면 이 함정에 잘 빠집니다.
모르는데도 아는척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11-03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과 잠자냥 님은 복습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저는 어렵네요.
내 책장에 왜 조지 오웰의 <왜 쓰는가>가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ㅎ

잠자냥 2023-11-03 15:04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하고 저는 희진쌤 강의를 저 소싯적부터 들어와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ㅎㅎㅎ
<왜 쓰는가> 좋은 책입니다! 책장에 있으면 꼭 찾아서 읽어보시길!

페넬로페 2023-11-03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글쓰기가 더 어려워지네요.
집에 오웰의 책이 있는데 일단 읽어봐야겠어요~~

잠자냥 2023-11-04 01:14   좋아요 1 | URL
쓸수록 어려운 글쓰기…. 그 책 저는 좋았어요! 패 복학생 님도 좋기를…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11-03 2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고...읽을 수록 저도 글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아는 것을 소거해나가라!
많이 알수록 소거할 것도 많다!
와...@.@
전 겨우 알았어도 이미 기억하지 못해 자동 소거된 경우는 있었어도...ㅋㅋ
많이 알아야 소거를 많이 시킬 수 있다는 문장은 그야말로 도끼네요. 음...🤔
탈식민적 사유, 통섭...보편적 사유는 위험하다.등등 와...그저 입틀막입니다.
나열해주신 저 책들도 하..언제 읽나요?ㅋㅋ
조지 오웰 에세이도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던 것 같네요.ㅋㅋㅋ
죄다 읽다 포기해서 글을 못 쓰는 건가?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암튼 피곤하셨을텐데 정리해주신 덕분에 꿀강의 요약 페이퍼 잘 읽고 갑니다.
사람은 역시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다음 강의도 파이팅!
담번엔 맛난 거 꼭 드시길^^

잠자냥 2023-11-04 01:1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러니까요 아는 것도 없는데 지우라니ㅋㅋㅋㅋㅋ ㅠㅠ
다음앤 뭐 먹을까요? ㅋㅋㅋㅋ 신촌에 그래도 홍익문고는 그대로여서 좋았습니다…

건수하 2023-11-03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념을 소거하고 쓴다….. 쓰다보면 모르는 게 뭔지 알게 된다는 건 알지만 모르는 걸 쓴다니… 모르는 걸 (공부하고 생각해서) 알게 만들어서 쓴다는 얘기겠지요? 논문 쓸 때 하는 얘기랑 똑같네요.

전 글 안 쓸거니까 괜찮아요… 괜찮아…

그렇지만 내년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 30권 왜 적어둔 거죠. 절대 다 읽지도 못할 것 같은데….. (오리엔탈리즘 검은피부~ 둘다 포함)

잠자냥 2023-11-04 01:18   좋아요 1 | URL
오오 30권 벌써 기록! 아….. 2024년이 얼마 안 남은 게 뭔가 더 슬프다…!

은오 2023-11-04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어쩜......... 강의 정리도 이렇게 아름답게 하십니까?

은오 2023-11-04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저녁에 커피 금지

은오 2023-11-04 17: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같이사는 사람이 있으면 딴사람이랑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경직된사고에서 벗어나서 저랑 결혼을 하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잠자냥 2023-11-04 17:24   좋아요 2 | URL
그 틈에 누가 여기 좋아요 눌렀죠…?;;

은오 2023-11-04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 은오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