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이 퀴즈 풀이에 다크 서클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지금. 나는 책을 또 샀다. 추석이니까? 뭐래... 언제는 안 산 것처럼. 추석이라서 산 것도 있고 그 전에 또 한 권씩 산 책도 있고. 그러다 보니 이미 읽은 책이 많고. 뭐 그렇다. 추석 연휴를 좀 길게 보낼 것 같아서(10월 9일까지 쭉~ 휴가. 가을방학이야! 음하하!!!!!!) 도서관에서도 책을 잔뜩 빌려와서 산 책 빌린 책 읽을 책 왕창 쌓아뒀다. <제2의 성> 빨리 끝내고 싶은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노벨상의 계절이 찾아오면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책 두 권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작가라 그런 것 같다. 왠지 이번에 상을 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새로운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읽어보려고. <소네치카>는 울리츠카야에게 수많은 문학상을 안겨준 중편소설로 평생 책과 함께 살며 책에서 위안을 찾은 한 여자의 삶을 그렸다는데 이 책 소개만으로도 참 읽고 싶어진다. <스페이드 여왕>은 푸시킨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단편소설.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 / <밖의 삶>


아니 에르노는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싶어서 최근 나오는 책들은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건 또 읽고 싶어지더라?! 사실 아니 에르노 소설 자체가 일기나 마찬가지인데, 이건 진짜 일기다.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그 이후인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을 모았다. 미리보기로 좀 읽었는데 몇몇 문장에 꽂혀서 그냥 사버렸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책이 있다.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이 책과 비교해 읽어도 흥미로울 듯. 아니 그런데 말이죠. 두 권 다 150쪽 남짓 하는 페이지에 14,800원이라는 가격 실화입니까? 차라리 이걸 280쪽 정도 한 권의 양장본으로 만들고 19,800원 이렇게 받던가.... 너무 하네. 14,800원은 또 뭡니까 15,000원이면 배송료 안 내고 쿠폰 모아서 한 권씩 좀 더 저렴하게 살 텐데. 쩝. 너무나 얄미운 가격.




옌롄커, <일광유년>

옌롄커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한중일 장년 가부장 남성의 참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꾸준히 읽고 있는 나.... 그러면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인가?! 좋아하지는 않는데도 관심은 가서 읽는다.... 960쪽인데 18,000원! 저 위의 아니 에르노 책과 참 가격 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2021년에 출간된 것이라 종이 값 폭등하기 전에 매겨진 가격이라고는 해도 아무튼 좀 그렇네. 이 책은 옌롄커의 대표작 중 하나로 한 마을의 대를 잇는 참혹의 세월을 기록하며, 권력과 성애와 생육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담아냈다고. 외따로 떨어진 마을 산싱촌에서 몇 대에 걸쳐 원인 모를 목구멍 병이 횡행하고 있다는데... 이런 설정은 얼핏 <레닌의 키스>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재미있을 듯.




도나 J.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일찌감치 북펀딩했던 책, 드디어 왔다. <사이보그 선언문>을 포함, 해러웨이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글을 모은 책으로 철학,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은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이보그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책. 무려 21년 만에 복간-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자,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책의 북펀딩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 




헤러웨이 책들이 이렇게 갖춰졌는데 이것부터 읽어야지.




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 비판-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버틀러도 요즘 조금씩 꾸준히 읽으려고 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버틀러는 여성이라는 기표를 둘러싼 젠더 정치 문제보다는 “인간적인 것”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윤리학과 정치철학 문제에 천착한다. 나의 버틀러 읽기 계획은 이렇게 곁가지(?) 같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메인코스라고 할 수 있는 <젠더트러블>로 가고자 하는데..., 실은 이렇게 곁가지 같은 책들을 읽는 동안 <젠더트러블> 새 번역이 나오길 기다리려는 꼼수랄까.




아시스 난디, <친밀한 적- 식민주의하의 자아 상실과 회복>

이 책은 뭐,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정희진의 공부 9월호에서 언급되었다. 희진쌤 강의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 또 때마침 스피박 책을 읽고 나니 아, 이건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어졌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과 이에 대한 인도인의 저항을 사회학·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분석한 책으로 저자 아시스 난디는 1983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포스트콜로니얼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식민주의 연구의 선구자로 손꼽히고 있다고.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도 빨리 읽어야겠다.



한병철, <서사의 위기>

서사의 힘을 믿는 한 사람으로서 <서사의 위기>라는 제목은 뭐랄까 급박하게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급박하게 사서 읽었다. <사물의 소멸>과 마찬가지로 한병철은 이 책에서도 신자유주의 디지털시대의 정보 과잉, 정보 중독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책 읽고 든 나의 고민, 나는 (내 글은) 이야기를 지녔는가, 단순한 스토리텔링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우라가 있는가. 그런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 죽어야 한다......



미치코 가쿠타니, <서평가의 독서법-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타인의 서평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텍스트(분석 대상이 되는)를 읽지 않았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가끔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까지 당해서 서평 책은 정희진 선생님이 쓴 그런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데... 오우, 이 책은 읽고 싶어졌다. 왜? 와우 저자가 무려 퓰리처상을 수상한 서평가이다. 미치코 가쿠타니는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로 <워싱턴포스트>, <타임>을 거쳐 <뉴욕타임스>에서 1983년부터 2017년까지 서평을 담당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알려져 있으며, 하루키, 손택, 노먼 메일러 등 유명 작가를 향해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비평을 던져 ‘1인 가미카제’로도 불린다고... 이 책에는 이런 그가 읽은 100여 권의 책에 관한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서평이 실려 있다. 얼마나 매력적으로 썼을지 궁금하다. 더불어 나도 더 잘 쓰고 싶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아 그리고..... 















<패배의 신호> <결혼‧여름> 이 아름다운 두 권의 책이 결국 제 손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얼마 전 제가 쓴 그 녹색광선 책 페이퍼를 그분이 결국 보셨고, 그 글을 보시고는 이 두 권의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잠깐 고민하다 추석 선물로 덥석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역시나 예쁜 책....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책과 함께 모두 즐거운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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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2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다 안 읽으셨어요? 당연히 다 읽으신 줄…. 훗.

잠자냥 2023-09-28 15:49   좋아요 1 | URL
중간에 멈추고 계속 딴 책만 읽네요…

건수하 2023-09-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은 누구실까… 책 선물 부럽 ㅎㅎ 설거지 한 판 하고 잠깐 구경하고 갑니다 :)

잠자냥 2023-09-28 15:50   좋아요 1 | URL
그분은 ㅋㅋㅋㅋㅋㅋㅋ 얼마전 제가 쓴 녹색광선 페이퍼에 정답이 (모든 것의 퀴즈화)

독서괭 2023-09-28 15:5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재미붙인 잠자냥!!

건수하 2023-09-28 19:26   좋아요 0 | URL
그 글 봤는데 왜 전 모르겠죠??? 그치만 주소랑 전화번호를 아신다고 하니 누구신지 알겠네요 ㅎㅎ

잠자냥 2023-09-28 19:30   좋아요 1 | URL
다락방 아닌데요… 다부장도 제 번호는 모릅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또 퀴즈가…)

건수하 2023-09-28 19:31   좋아요 0 | URL
앗? 그럼… 비밀댓글을 남기신 그 분? 🤔

잠자냥 2023-09-28 19:34   좋아요 1 | URL
건수하는 한 번 더 생각하면 정답을 맞히는군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8 20:05   좋아요 0 | URL
😎

한 번에 맞히고 싶지만 ㅋㅋㅋ

잠자냥 2023-09-28 19:3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아 그리고 다락방은 저에겐 영원히 *그 인간*ㅋㅋㅋㅋㅋㅋㅋㅋ *그분*은 무슨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28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크써클… 저 말입니까?🤯

잠자냥 2023-09-28 16:44   좋아요 2 | URL
ㅇㅇ

coolcat329 2023-09-2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로사회>잠자냥님께 땡투하고 샀는데 <서사의 위기>도 땡기네요.
<서평가의 독서법>은 도서관에서 짬짬이 읽었어요. 문학동네 신간도 사고싶고 휴~~

잠자냥 2023-09-28 16:45   좋아요 1 | URL
오, 그 땡투가 쿨캣님이었군요! 감사합니다. <서사의 위기>도 나중에 읽어보세요.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요~

coolcat329 2023-09-29 06:5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도 명절 잘 보내시길요~😉

단발머리 2023-09-28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밀한 적>을 읽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일광유년, 헉!!!

잠자냥 2023-09-28 18:24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얇아서 좋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8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분...... 잠자냥님께 책선물까지 하셨군요...... 그것도 두 권이나...... 흠.... -_- 잠자냥님은 그만 잘쓰셨으면 좋겠는데....
근데 한병철 사물의소멸이랑 피로사회는 오별인데 서사의 위기는 왜 사별이죠?! 좀 아쉬웠는지 아님 잠자냥님도 좀 질리셨는지 ㅋㅋㅋㅋ 저도 갑자기 흥미가 동하는데.. 오별이 아니라 굳이 안읽어도 되나? 싶고 ㅋㅋㅋ

잠자냥 2023-09-28 18:2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그분은 제 주소랑 전화번호도 아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사의 위기>는 아무래도 전작들하고 겹치는 내용도 있어서 좀 획기적인 느낌은 덜해서 4별이었습니다.

은오 2023-09-28 18:38   좋아요 1 | URL
네????? 잠자냥님 그렇게 쉬운 사람이었나요????? 전 알라딘 선물하기로 보내주신 줄...... 저한텐 왜 전화번호 안알려주시죠?!?!?! (오열)

잠자냥 2023-09-28 18: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접 보내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29 11:49   좋아요 2 | URL
잠사모도 모르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렇게 쉽게 알아내다니.. 고도의 전략이다.. ㅠㅠ

잠자냥 2023-09-29 13:12   좋아요 2 | URL
은오 님이 출판사를 차려서 제게 책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폭탄박스 류 책은 사절. 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9 14:09   좋아요 1 | URL
앞으로 2년 안에 제가 잠자냥님 번호 따고 같이 술마신다!!

잠자냥 2023-09-29 14:18   좋아요 2 | URL
그렇게 은오는 사업가로 성공하는데….

은오 2023-09-29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누워서 알라딘에서 구애할 생각인데... 잠자냥님도 언젠간 받아주시겠지....

잠자냥 2023-09-29 22:35   좋아요 1 | URL
술 마실 땐 나오긴 할 건가요? 집에서 누워서 실시간 채팅하며 마시나요?!

은오 2023-09-29 22:52   좋아요 0 | URL
맨발로 헐레벌떡 뛰어나갑니다

잠자냥 2023-09-29 23:00   좋아요 2 | URL
신발은 신어야죠. 발 다쳐요.

은오 2023-09-29 23:01   좋아요 1 | URL
😳......... 잠자냥님은 과한 다정한 금ㅈㅣ.................

꼬마요정 2023-09-28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광유년>과 <서사의 위기> 저도 이번에 샀어요 ㅋㅋㅋ 두 책이 두께면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네요. 근데 <일광유년>을 더 빨리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님 냥님들과 함께 추석 잘 보내세요^^

잠자냥 2023-09-28 23: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냉면에 진심인 요정 님 ㅋㅋㅋ 연휴에 맛난 냉면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요정 님도 귀요미들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독서괭 2023-09-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값이 많이 오르긴 올랐나 봐요 ㅠㅠ 미리 잔뜩 사놓은 분들이 승자인가??
이번에 녹색광선 책 실물로 보니 넘 예뻐서 모으고 싶은 욕구가 들긴 하더라고요. 차근차든 모아야징 ㅎㅎ

잠자냥 2023-09-29 12:10   좋아요 0 | URL
ㅇㅇ

거리의화가 2023-09-30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결국 선물이 갔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ㅎㅎㅎ 그나저나 옌롄커의 <일광유년>은 저리 두꺼웠군요.
책탑도 멋지지만 역시 부러운 것은 9일까지 휴가시라는 것! 읽고 즐기고 먹고 재미난 연휴 보내시길 바랄게요^^

잠자냥 2023-09-30 18:49   좋아요 0 | URL
네, 선물을 보내주셨네요. <일광유년> 진짜 두껍죠?! ㅋㅋㅋ 저에겐 아직도 휴일이 9일 남았습니다. 음하하
 

지난주 퇴근 후 서점에 들렀다. 교보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목록을 훑던 중 카뮈의 <결혼·여름>이 에세이 부분에서 10위 안에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와우, 드디어, 역시, 좋겠다. 잘됐다. 등등의 여러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알베르 카뮈 전집(책세상) 중 한 권으로 읽었고 그 책을 갖고 있으므로 녹색광선에서 나온 이 버전은 사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 만듦새는 훑어보고 싶어서 서점에 서서 이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역시나 갖고 싶게 잘 만들었다. 올여름에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름 시즌에 맞는 제목과 하늘색의 커버, 바닷가에서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고 있는 연인들… 게다가 카뮈라니, 게다가 <결혼>과 <여름>이라니 여러 면에서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이 작품을 예전에 다른 버전으로 읽었던 사람조차도 다시 소장하고 싶게 유혹하는, 그런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잘 팔리겠는데……. 녹색광선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얼마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잘 팔릴 줄이야. 아무튼 응원반 부러움반 약간의 뿌듯함반(니가 왜? ㅋㅋㅋㅋㅋ)을 느끼며 책을 제자리에 다시 꽂아두고 그 자리를 떴다.

나 또한 1인 출판사에 대한 꿈이 아예 없지는 않아서 1인 출판사로 짐작되는 회사들은 눈여겨보는 편이다. 녹색광선도 그런 출판사 중 하나. 이 출판사에서 가장 처음 출간된 책은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이다. 그 후 두 번째로 나온 책이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인데 <미지의 걸작>은 발자크 특유의 지루함을 극복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일단 제외했다가 <감정의 혼란>부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책의 외형을 이렇게 예쁘게, 팬시하게 만드는 것에는 좀 회의적이고(내용이 먼저라고 생각하므로), 내가 어떤 책을 선택할 때도 ‘예쁨’만으로 구매하지는 않기 때문에 녹색광선의 이 첫 두 책은 반신반의하면서 지켜봤다(니가 뭐라고 지켜보는지 원 ㅋㅋㅋㅋ).

이 출판사에 호감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 이름 때문이다. 이 이름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어라? 녹색광선? 설마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 으흠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을 안단 말이지......’ 하면서 주목했는데, 영화 ‘녹색광선’을 알고 그 의미를 출판사 이름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대표로 있다면 어디 한번 무슨 책을 내는지 유심히 봐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한참 보러 다니던 시절, 에릭 로메르 영화는 거의 다 찾아봤던 터라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가 탄생한 것에 일단은 좀 기뻤다. 한편으로는 어쩐지 이 출판사 대표, 나랑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이름을 붙여보자면 키노KINO 세대랄까…….

녹색광선 시리즈 중 <감정의 혼란>을 읽고 리뷰를 남겼는데 이분이 비밀글로 댓글을 남기셨더라. 그 후로도 종종 내가 녹색광선에서 나오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면 꼭 와서 비밀글로 댓글을 남기고 가셨다. 요약하자면 내 서평이 너무 아름다워서 팬이 될 것 같다(이렇게 또 내 자랑을??ㅋㅋㅋㅋㅋ), 늘 좋은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런 말들. 1인 출판사로 호기로운 기획을 하고 꾸준히 출간하는 이 출판사를 좀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으면 꼭 리뷰를 남기곤 했는데, 재미나게도 이 출판사 책으로 이달의 당선작을 많이 받기도 했으니 서로 좋은 일이 된 셈인가. <마틴 에덴> 리뷰를 끝으로 이분의 댓글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마틴 에덴> 이후로 출간된 두 권의 책 <패배의 신호>와 <결혼·여름>은 읽지를 않았구나....!

<패배의 신호>는 처음 출간되었을 때 오호라, 이번에는 이 작품이네! 하면서 작품 선정에 감탄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독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아 이건 내가 안 읽어본 작품인데 사서 읽어야겠다! 했다가 하필이면 그 무렵에 내가 사강의 다른 작품을 읽고 사강은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 사강 졸업!!을 결심했던 참에 이 책이 나와서 나중에 읽자, 나중에.... 하면서 미루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대출해왔는데, 결국 처음 몇 쪽 읽다가 반납. 그러다가 다시 또 빌려왔는데 다시 그대로 반납. 현재까지 두 번 대출& 두 번 그대로 반납 상태이다. 은오 님이나 물감 님이 재미나게 읽었다고도 하고 술파랑 님이 극찬 리뷰도 남겼기에 세 번째 도전을 해보기는 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의리(웬 혼자 의리 찾음? ㅋㅋㅋㅋㅋㅋㅋㅋ)가 있어서 녹색광선에서 나오는 책들은 웬만하면 계속 읽어볼 생각인데...... 일단 <결혼·여름>은 굳이 나까지 보태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리고 있으므로 다시 안 읽어도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나머지 녹색광선 책에 대한 짧은 코멘트.

현재까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마틴 에덴>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도 무릎을 쳤는데, 아아, 잭 런던 작품 중에 저게 있었지! 저걸 찾아내다니 이런 젠장 졌다(왜 져?! ㅋㅋㅋㅋ),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면서 다시 독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아아, 이거 읽고 싶다! 읽고 싶다! 읽고 싶은 욕망이 마구 꿈틀거렸다. 이 책 자체도 만듦새가 훌륭한데 1권 표지를 장식한 저 남자의 얼굴(내 타입은 아니지만), 가난한데 건강하고 잘생긴 저 얼굴과 2권에서 빗속의 격정적인 키스 신! 아이고야 이거 표지만 봐도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지지 않는가? 표지 커버로 초록과 자주색의 컬러 선택도 좋았다. 그런데 아무튼 이 책은 사랑보다는 계급, 가질 수 없는 계급으로의 유입을 꿈꾸던 한 남자의 좌절기.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작품으로, 어느 정도는 잭 런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자신과 너무나 다른 계급의 사람을 욕망하고 사랑하게 되었을 때의 극복할 수 없는 한계,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삶의 허무를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니, 이 책이 나오다니 놀랐던 것은 김사량의 <빛 속으로>. 이 책 출간되었을 때는 솔직히 찬탄. 김사량을 찾아내다니! 책 좀 읽었다고 해도 김사량의 이름이 낯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국문학을 전공했으니까 김사량을 아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김사량은 1914년 식민지 조선에 태어나 학창시절에 항일시위를 하다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밀항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써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그 후로도 <천마>, <풀이 깊다>와 같은 일본을 비판하는 작품을 잇달아 일본어로 써냈다. 조선인이면서도 시대적 비극으로 인해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한 그는 국문학계에서도, 그렇다고 일본문학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런 데다가 본디 평양 태생으로 해방 이후에는 북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비김일성계로 분류되어 북한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고 남한에서는 오랫동안 월북 문인으로 규정되어 금지대상이었다. 그렇게 그 존재가 잊히다시피 했던 사람. 그런 김사량의 작품을 복간해서 출간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스펙트. <빛 속으로>는 이런 김사량의 복잡한 정체성을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이 시리즈 중 재미 면에서 단연코,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이 아닐까. 나는 이 작품을 빨려 들어가다시피 휘리릭 다 읽고 나서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보니 아이고야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으로 이미 읽었던 작품이더라...... 그런데도 다시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던 작품. 40대의 영문학 교수와 20대의 젊은 제자 사이의 밀당이라고나 할까. 잡았다 당겼다 놓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둘 사이의 텐션을 쫓다 보면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어떤 비밀. 그건 비밀.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뒤라스의 작품 치고는 평이하게(!) 스토리가 궁금해서! 책장이 넘어가는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휴양지, 관광객이 그리 많이 몰리지 않는 어느 작은 섬마을에 다섯 남녀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부부란 무엇인가 연인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권태란 무엇인가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사강의 <패배의 신호>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패배의 신호>를 빨리 읽어야겠다).

<행복의 나락>도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나는 피츠제럴드 단편을 여러 가지로 갖고 있고 읽었기에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는데, 이 판본으로 몇몇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게 다가오더라. 피츠제럴드는 단편을 너무 잘 써서(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그가 젤다에게 한 여러 행동들 때문에 꼴 보기 싫다가도 결국 왠지 미워할 수 없어진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 중 마음으로 사랑하는 책이 있는데 그건 바로 푸시킨의 <눈보라>- 으아, 이 책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뭔가 아름다운 감정이 치솟아서 울렁거린다. 이렇게 설명하면 뭔가 이 작품이 아름다움의 극치로 이루어진 그런 것인가 착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책에 실린 단편에서 그려지는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때로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사랑도 어긋나고 관계도 어긋나고 그걸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법도 모르는 인간들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거기에서 생의 위대함이 느껴지는데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 온다. 아서 단토는 아름다움에 대해 인간은 ‘우리의 눈보다도 정신을 자극할 때 어떤 작품에 매료된다’고 했는데 푸시킨 작품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녹색광선 시리즈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 책을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 발자크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술과 회화에 관한 발자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 문학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발자크 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미안합니다. 발 선생).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이 녹색광선의 첫 출간 책이었다는 게 조금 재미나게 다가온다. 초록색 장정의 <미지의 걸작>이라.... 미지의 걸작을 찾아 헤매는, ‘녹색광선’ 출판사의 포부를 담았던 책은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해질녘 그 드문 녹색광선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발견하기를, 그런 정도의 미지의 걸작을 찾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던 책이 아니었을까. 녹색광선이 다음으로 선보일 미지의 걸작은 무엇일지 기다려지는구나. 계속 승승장구하시길.







사진은 녹색광선이 촬영한 것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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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2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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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보낼 럭키 박스

책 선물은 어렵다. 살아갈수록 함부로 하기 뭐한 선물 중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므로 어렵고(다락방 님처럼 책 많이 읽는 사람에게는 이미 갖고 있거나 읽었을 거 같아서 선물하기 어려운), 책을 많이 안 읽는 사람에게는 그 눈높이에 맞게 골라야 하므로 또 어렵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상대가 책을 많이 읽는지 안 읽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사이일 때가 아닐까. 이런 사이에서는 멋모르고 책 선물했다가 자신의 밑천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언제부터인가 책 추천을 해달라는 사람들의 요청 또는 요구에는 딱히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여기 서재분들처럼 책 많이 읽는 사람들 말고 현실 세계(?)의 일반인들에게.....)

아무튼 다락방 님의 ‘당신에게 보내는 럭키박스’ 페이퍼를 흥미롭게 읽었던 참에, 건수하 님이 내 럭키박스도 궁금하다고 하셔서 댓글로 남길까 하다가 페이퍼를 적어본다. 아마도 내 서재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대충 그 박스(?)에 들어갈 책을 유추하실 것 같은데, 건수하 님은 관련 페이퍼를 읽으신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몇 자 다시 적어본다.

3권은 간단하다. 집사2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고 현재 우리 집에 두 권씩 있는 책이기도 하다. E.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과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그리고 하워드 진 <역사의 힘> 이 세 권의 책은 다락방 님이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를 계속 언급하듯이 나 또한 계속 꼽을 수밖에 없는 책 같다. 특히 내게 <전망 좋은 방>은 다락방 님의 <새벽 세 시> 같은 의미랄까.

이 세 권은 내 가치관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사람을 알아보기(간 보기??)에도 좀 편한, 예컨대 나만의 ‘벡델테스트’ 같은 책이랄까. 그런 의미도 포함된다. <전망 좋은 방>은 사랑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또 상대와 그런 관계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물하기도 했다.

<전망 좋은 방>이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루시와 샬롯이 묵게 된 펜션의 방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전망이 좋지 않다. 창을 열고 이탈리아 풍경을 한껏 바라보기를 꿈꿨던 루시에게 전망이 나쁜 방은 얼마나 청천벽력인가! 낙담하고 있던 그녀에게 펜션의 또 다른 손님인 애머슨 부자(父子)가 나타나 자신들은 남자라서 ‘전망’ 따위는 상관없다면서 ‘전망 좋은’ 방을 루시와 샬롯에게 양보한다. 이때 루시는 처음으로 어딘지 우울해 보이는 ‘조지 애머슨’을 알게 된다. 루시는 이미 약혼자인 ‘세실’이 있던 상태인데, 결혼을 약속한 뒤 루시와 세실이 나누는 전망에 관한 대화는 많은 점을 생각게 한다.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고 나서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정말 그래요. 아무래도 제가 시인인가 보네요. 당신을 생각하면 배경은 언제나 방 안이에요. 재미있는 일이네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응접실입니까? 바깥 전망이 보이지 않는?” “네, 전망이 없는 방이에요. 그게 뭐 문제인가요?” “나는 당신이 나를 생각할 때 이런 넓은 야외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그가 질책하듯 말했다. “세실, 무슨 말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그녀가 다시 물었다. (열린책들, <전망 좋은 방> p.156)



세실은 안락한 집안에 루시를 가두면서 자신을 생각할 땐 넓은 야외를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그러지 못한 약혼녀를 질책한다. 어불성설이다. 안락하니까 이곳이 최고라며 집 안에, 방 안에 가두면서 자기를 생각할 땐 탁 트인 야외를 생각하라니......... 미친놈인가.. -_-?

반면 조지는 루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이 내 품에 안겨서도 당신 자신의 생각을 하기를 원합니다.”(같은 책 p.241) 그리고 결국 루시는 자신에게 좋은 전망을 선사한 사람, 열려 있는 공간, 다른 모든 것들을 꿈꿀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 기존의 교양, 인습, 세속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 즉 ‘좋은 전망’을 위해 스스로 자신의 ‘전망 좋은 방’을 포기했던 남자 ‘조지’가 그토록 찾던 그 사람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집사2와 나는 서로 안락한 방에 가두기보다는 좋은 전망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고, 그렇게 살고자 지금도 여전히 애쓰고 있다.

그 외에 <타인의 고통>이나 <역사의 힘>은 내가 그들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면서(나의 약한 부분) 살고 싶기도 했고, 상대도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물했다. 무엇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기만 잘 먹고 잘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도 했고 이 두 사람도 나만의 벡델테스트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하워드 진을 좋아하는데 극우이거나 우파일 수 없다는... 미안하다. 극우이거나 우파는 만나기 어려울 거 같다). 사실 나는 그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연애 상대로든 우정 상대로든 상관없이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퀴어 영화 관련 질문을 툭 던질 때가 있다. 무슨 영화 본 적 있어요? 이러면서... 그때 그 사람이 말하는 본새로 대충 나랑 맞을 성향의 인간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혐오발언 조금이라도 하면 그대로 아웃.

위의 세 권은 누누이 말했던 책이라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이 럭키박스라는 게 최소 4권은 넣어야 하는가 보더라...? 근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섯 권 넣고 싶어요. 숫자 4보다 5가 딱 떨어지지 않습니까?(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아래 두 권 중 뭘 빼야 할지 도무지, 도저히 고민 끝에 결정하지 못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롭게 추가한 영광의 두 권은 다음과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지마세요.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이 책 새로운 나만의 벡델테스트 용도로 아주 적절한 것 같다. 일단 제목만 보고 우욱할 사람들이 대다수이고 이걸 선물하면 나조차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이 한국에는 90% 이상이겠지만, 그럼에도 이 사람이 이걸 왜 선물했을지 궁금해 하면서 읽어볼 의향을 가진 사람, 그러고 나서 어떤 판단을 할지 이야기해 보면서 그 사람을 계속 만날만 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 읽고 있었더니 집사2가 그게 무슨 책이야! 하며 깜놀! 했는데 내가 이러저러하다 설명해줬더니 동공지진이 잠시 일었으나... 아아 그렇구나. 근데 동물하고 섹스까지 하는 건 좀.... 정도에서 그쳤기에(혐오발언 하지 않음) 역시 너는 내 동반자로구나 하고 넘어갔다는.


로베르트 발저의 책도 한 권 넣을 것 같다. <벤야멘타 하인학교> 아니면 <산책자> 중 하나. 나는 초울트라 신자유주의 한국사회나 이 지구에서 말하는 성장이나 발전 계발 진보 같은 개념에 좀 많이 회의적이고 의문이 많아서 그런 생각에 반기를 드는 작품을 만나면 반갑다. 그런 이들 중 발군의 작가가 로베르트 발저가 아닐지. 이 책도 읽어보고 나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서로 생각이 통할지 통할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이라도 가난하고 고독한 신세를 경험해본 자는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타인의 가난과 고독을 더 잘 이해한다. 우리는 타인의 불행, 타인의 굴욕, 타인의 고통, 타인이 무력함, 타인의 죽음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므로 최소한 타인을 이해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한다. (<산책자>, ‘빌케부인’, 15쪽)



아 그런데 이 글 쓰다가 럭키상자는 럭키상자고, 상대가 이런 책 럭키상자에 담아주면 폭탄상자다!!!!!!!!!! 무조건 도망갈 거 같은 책들이 떠올랐다. ㅋㅋㅋㅋㅋㅋ 나만의 폭탄상자는 다음과 같다. 책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이런 책 선물하는 분들은 친구로도 못 사귈 거 같다는.........

책 링크 연결하기도 싫어서 이미지로만 올린다.




네, 가던 길 그냥 가세요........




나한테 왜 이러세요.......




저는 오그라들어서 그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달 출판사에서 나오는 에세이들.... 제목이 왜 이래...... ㅠㅠ
이병률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혼자가 혼자에게> 등등.
이기주 <한때 소중했던 것들>
김동영, 김병수 <당신이라는 안정제>
봉현 <베개는 필요 없어, 네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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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나를… 당신은 계속 좋아할 수 있나요? (feat. 폭탄박스)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3-09-21 20:16 
    알라딘 이웃님들의 럭키박스, 폭탄박스 페이퍼를 재미있게 읽었다. 이어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나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고. 못 쓰겠다 싶었는데 락방님이 ‘써요!’ 해서 쓴다. 유행 다 지났는데, 그래도 써야지. ‘써요!’ 해서 쓴다. (재차 강조)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의 페이퍼를 읽고 오시면 훨씬 좋을 듯하다.럭키박스와 폭탄박스의 책을 고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책들을,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고르면 어떨까. 럭키박스는 오히려 단순하다.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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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12 20:46   좋아요 3 | URL
저 이병률 작가님 책도 많은데.
..

ㅋㅋ 잠자냥님의 한결같은 취향 좋습니다~!!

은오 2023-09-12 21:03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이 술파랑님 감성을 따라가시려면 멀었네요

잠자냥 2023-09-12 21:01   좋아요 2 | URL
그래도 최애는 이석원이잖아요!

페넬로페 2023-09-12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를 선물받으면~~
음, 이사람, 좀 더 생각해봐야겠군~~
폭탄상자는 저에게도 폭탄이예요.
럭키 상자의 3권은 꼭 읽어 볼께요^^

하워드 진의 역사의 힘은 왜 검색해도 안보이는거죠?

잠자냥 2023-09-12 20:55   좋아요 1 | URL
근데 실제로 다른 의미(?)로 동물성애자를 선물할 수도….?! ㅋㅋㅋㅋㅋㅋㅋ

그 책은 절판인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3-09-12 2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오 이 밤에 놋북 켜게 하시네요 ㅎㅎ

저 <전망 좋은 방> 오래전에 지루하게 읽었거든요? 그런데 몇해전에 <모리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전망 좋은 방> 다시 읽어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아, 이거 보니까 저도 딱 정해서 페이퍼 쓰고 싶네요. 아직도 못정했다능 ㅋㅋ 근데 이건 구체적 사람이 없어서 못정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얘기를 해보고 좀 알게된 사람이라면 똭- 정하기 쉬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나저나 잠자냥 님의 럭키박스는 아주 마음에 쏙 듭니다. 저는 저런 럭키 박스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호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무엇보다 폭탄박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폭탄이네요. 뭐랄까. 이름을 정해주지 않아도 박스를 풀어 저 책들 만나는 순간, ‘오, 폭탄박스?!‘ 하게될 것 같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저한테 책 선물하기 힘들거란 생각 합니다.왜냐하면 너무 많이 스스로 사대니까요.. ㅎㅎㅎㅎㅎ

아 재미있다. 역시 잠자냥 님의 럭키박스 좋을 줄 알았어!! >.<

잠자냥 2023-09-12 22:00   좋아요 2 | URL
아니 놋북 함부로 켜지 마!! 그대로 두고 잘려고!!! ㅋㅋㅋㅋㅋㅋ
<모리스>가 <전망>보다는 재미있어요. 이건 감안하십숑. 제 럭키박스 안 동물성애자 괜찮겠니? ㅋㅋㅋㅋㅋㅋㅋ

폭탄박스가 여러분에게 웃음을 준 거 같아 흐뭇합니다. 술파랑은 좀 마음이 아플 거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

은하수 2023-09-1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럭키는 충분히 공감.. 저에게도 폭탄박스가 맞나봐요 아는 책이 역행자? 하나 밖에 없네요 안읽었지만요!
세상에 책 선물같이 어려운게 없다니까요... 뭘 해줘도 실패...
누가 사줄까봐 사실 겁나기도 해요.
주위에 저보다 책 많이 읽는 사람이 없어서?.... 자만심에 가득찬 일인이라...
그럼에도 잠자냥님 럭키박스는 겹치기도 하지만 받으면 설렐거 같아요^^

잠자냥 2023-09-13 09:36   좋아요 1 | URL
저 푸우 그림 있는 저런 종류의 책은 의외로! 베스트셀러에서 한동안 오래 있어서 놀랐어요. ㅎㅎㅎ 요즘에도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나오더라고요. 사람들이 책에서 참 뜻밖의 힐링을 얻고 싶은 모양입니다. ㅎㅎㅎ
제 럭키박스 받으면 기분 좋으실 거 같다니 영광입니다.

구단씨 2023-09-13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선물은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 만든 음식만큼이나(타인의 입맛이 나와 같다는 착각 금지), 책 선물 거의 안해요.
차라리 대놓고 ‘나, 이 책 사줘.‘ 하지 않는 이상은요...

한편으로는 저에게 누가 책 선물해주는 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라도 내 취향이 아닌 책을 받게 된다면,
이번 기회에 취향 아닌 책도 좀 읽어보지 뭐 하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ㅡ.ㅡ;;;

잠자냥 2023-09-13 09:39   좋아요 1 | URL
책 선물은 진짜 어렵죠. 그래서 망고님이 다락방님 페이퍼에 댓글 다신 것처럼 문화상품권으로 주는 게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좋더라고요. ㅎㅎㅎ
좀 다른 의미이지만 그래서 가끔 알라딘 리뷰 대회 중 선물로 자기네 출판사 책 주는 거는 도전도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고를 수 있다면 또 모를까. ㅋㅋㅋㅋㅋㅋㅋㅋ(예전에 창비가 랜덤으로 보내서 원성이 자자 ㅋㅋ)

다락방 2023-09-13 13:10   좋아요 2 | URL
리뷰 상품은 무조건 적립금이나 문화상품권으로 줘라!!

책읽는나무 2023-09-1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냥 님 럭키박스를 받으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전망 좋은 방>은 재미나게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의향이 있구요. 나머지 두 권은 사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동물성애 책은 저도 들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ㅋㅋ
<산책자> 보고 좀 놀랐어요. 어제 정지돈 작가 서점 사용법 유튭 봤었는데 로베르트 발저 <벤야멘타 하인학교>랑 <산책자> 책 얘길 했거든요. 오...역시!!!!
그래서 이런 럭키박스라면 대환영입니다. 와..공짜다!!!! 하면서요.ㅋㅋㅋ
근데 폭탄박스 보다가...어쩌죠?
저 중에서 저 두 권이나 읽었네요?ㅋㅋㅋㅋ
<곰돌이 푸>는 옛날에 만복이가 서점에서 사달래서 아....하면서 그래도 지가 읽겠다는데? 그러면서 사줬죠. 궁금해서 저도 옆에서 읽었죠. 어릴 때 곰돌이 푸를 넘나 사랑했었거든요. 딱히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푸의 사랑스런 얼굴과 그 무리들 피글렛등도 아련하게 생각나네요.ㅋㅋㅋㅋ
<끌림>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어요.
도서관에 앉아 있는데 어떤 젊은 여성이 끌림책을 사서분께 찾아달라고 요청하는 소리가 귀에 딱 꽂히는 거에요. 끌림? 뭐지? 궁금해서 저도 빌려 읽어보았죠.
오글오글한 멘트에 저는 기분좋게 사르르 녹았었던 기억은 남아있습니다.ㅋㅋㅋ
요즘은 시간이 부족해서 폭탄박스 책들 읽을 시간이 없기에 사양할 것 같아요.
저기 펭수 사진 눈길을 끕니다. 펭하!!!!!
시간이 없어 미안!!!ㅋㅋㅋㅋ

근데 책 선물은 참 쉽지 않다! 공감합니다.
그래도 알라딘 이곳에선 요령있게 잘 선물하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잠자냥 2023-09-13 09:51   좋아요 2 | URL
<전망 좋은 방>은 영화도 재미있었어요. 어제 저 구절 찾느라 제 블로그 뒤졌는데, 영화 캡쳐해둔 장면이 있더라고요. 거기 보니 루시랑 조지가 결국 *눈 감고* 키스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거 가져올까하다 말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다, 책나무 님 동물성애 있죠! 자 얼른 읽어봅시다. ㅋㅋ
정지돈 작가가 <벤야멘타>하고 <산책자>를 언급했다고요? 으음. 제가 정지돈하고 그 후장사실주의 무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ㅋㅋㅋ 책 보는 눈은 있네...ㅋㅋㅋㅋㅋ
<곰돌이 푸>는 어쩌다 정말 전국민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인지 의아합니다. 애들만 보는 것도 아니고?! ㅎㅎㅎ 저도 푸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굳이 저런 책으로까지 만나고 싶지는 않거든요. ㅋㅋㅋㅋㅋ
<끌림>은 선물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결국 읽지 않은 채 보관만하다 이번 이사 때 처분했고요. 그 책 선물한 사람하고도 연락이 끊어졌네요! ㅋㅋㅋㅋㅋ
알라딘에서는 그래도 이웃들의 북플 목록에 읽고 싶은 책, 갖고 싶은 책 이런 리스트가 있어서 선물할 때 참고가 되기는 합니다. 물론 저는 그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만 저와 달리 다부장은 알기 쉬운 사람이라 다부장 서재에서 검색해보면 갖고 싶은 책, 구매한 책 다 찾아볼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13 10: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저 지금 혼자 빵 터졌네요.
<전망 좋은 방>이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소설이라고 착각했네요???
어쩐지 작가 이름이 왜 다르지? 하며 읽다가 내용 읽으며 어?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에 꽂혀 작가이름 그 부분도 까먹었던...ㅋㅋㅋ
영화도 있었던가? 하면서 검색해보다 하.....이런!!! 했어요.ㅋㅋㅋ
어쩐지 낯설다. 이렇게도 기억이 안 날 줄이야...어휴 이건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했다는...
그래도 그렇지 집이랑 방은 개념이 다른데...ㅋㅋㅋ
어제 정지돈 작가 책 얘기 듣는데 잠깐 잠자냥 님 생각했어요. 프랑스 작가들에 대해 해박하더군요. 그리고 예술작가도 많이 알구요. 저는 예전부터 정지돈 작가에게 좀 끌림 당하고 있긴 합니다. 근데 소설은 잘 안 읽히는...ㅋㅋㅋ

영화 캡쳐부분 보고 싶네요.^^
실천은 못해도 전 보는 건 좋아합니다. 또 모르죠.
넘 아름다운 장면이면 훗날 따라해볼지두요.ㅋㅋㅋ

잠자냥 2023-09-13 10:1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복받은 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방이나 집이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13 13:29   좋아요 2 | URL
저의 럭키 박스에는 줌파 라히리도 후보작을 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13 15:19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럭키박스 몇 권은 좀 감이 옵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이랑 줌파 라히리 소설은 꼭 들어가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제 머릿 속엔 <전망 좋은 방>이랑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 요 두 권이 들어차 있습니다. 럭키하네요.ㅋㅋㅋ

물감 2023-09-1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역행자 같은 책들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푸우나 보노보노 같은 책들은 진짜..... 이걸 왜 돈주고 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13 12:29   좋아요 1 | URL
저도 뭐 1번 폭탄상자나 3번 폭탄상자의 책들은 본인이 사보는 것까지야 그러려니 합니다...(나한테 선물만 안 하면 됨) 근데 푸우 팽수? 저런 책은 진짜 왜 사보는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13 13:11   좋아요 2 | URL
푸우 보노보노 팽수.. 다 이유경 책 보다는 잘 팔릴 겁니다.. (먼 산)

물감 2023-09-13 13:28   좋아요 3 | URL
이렇게 된 거, 다락방님 한 권 더 출간하세요.
제목은 ‘새벽 세 시에 걸려온 잭 리처의 부재중 전화‘ 어떠신가요 ㅋㅋㅋㅋ

잠자냥 2023-09-13 13:28   좋아요 7 | URL
물감 아직 멀었어!! 저 달 출판사 갬성을 따라가긴 역부족인 그대!

<새벽 세 시, 리처 그대인가요?>
<칫솔은 필요 없어, 리처 네 손가락이 있으니까>

다락방 2023-09-13 13:28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그 책들은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3-09-13 13:38   좋아요 2 | URL
(이걸 왜 돈주고 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9-13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읽기 전에 이지성 책 얼핏 보고 잠자냥님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ㅋㅋㅋㅋㅋ(휴 다행ㅋㅋㅋ)
<전망 좋은 방>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다락방님의 <새벽 세 시...>도 읽고 싶고요.>.<

잠자냥 2023-09-13 13:2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 언제 제가 이지성 책 별 다섯 주면 어쩌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제가 책 링크 안 걸고 이미지로만 올린 거 ㅋㅋㅋㅋ)

다락방 2023-09-13 13:29   좋아요 1 | URL
미미님, 아직 새벽 세시 안읽었어요? 세상에!!

미미 2023-09-13 13:35   좋아요 1 | URL
에이~잠자냥님. 안 그러실거라고 저는 믿습니다.ㅋㅋㅋㅋㅋㅋ
저 표지만으로도 저는 힘들어요ㅋ

<새벽 세 시...> 어떻길래 다락방님이 반하셨는지 꼭 읽어볼래요!


물감 2023-09-13 13:37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미미님이 말하는<새벽 세시>는 제가 제안한 제목 말하는 듯요 ㅋㅋㅋ
고로 책을 쓰시란 얘기임다 ㅋㅋㅋㅋㅋㅋ

미미 2023-09-13 13:39   좋아요 4 | URL
아 이제 봤어요ㅋ 저는 ‘새벽 세 시에 걸려온 잭 리처의 ˝자니?˝‘ 제안합니다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3-09-15 0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제야 보고 뒤늦게 웃습니다. <전망 좋은 방> 읽었는데 저 대사들 지금 보니 참 좋네요.
폭탄박스 정말 ㅋㅋㅋㅋㅋ
위에 물감님 댓글들도 넘 웃깁니다.
새벽 세시는 저도 읽었는데 제 안에 죽어있던 연애세포를 살아나게 할 뻔 ㅋ
다 읽고 아이 유치원 선생님께 선물한책이에요.

잠자냥 2023-09-15 09:42   좋아요 2 | URL
웃으셨다니 기분 좋네요~
세벽 세시가 죽은 연애세포도 되살아나게 하는 그런 작품이군요?!
다 읽고 유치원 선생님께 선물도 하셨다니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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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선선(?)은 아니고 아직은 덥지만 곧 선선해질 것을 기대하면서 산책. (응?) 알음알음 한 권씩 산 것도 있고 왕창(?) 산 것도 있고. 어제 올리려고 했으나..... 일요일에 노트북 열기 넘나 귀찮은... 그런데 그걸 극복하고 노트북을 열어서 찍어 올린 다부장의 책상 사진 너무나 안 잊히네..........




아고타 크리스토프, <잘못 걸려온 전화>
<아무튼>의 개정판일 거라고 의심은 했지만 <아무튼>일 줄이야. <아무튼>은 지금 내 책꽂이 어디 뒤 칸에 숨어 있는 것 같아서 찾을 수가 없고, <아무튼>을 읽었던 나날로부터 어언 몇 년이 흘러서 그 사이 이 책은 거의 내게는 신간, 처음 만나는 책이나 마찬가지 같고..., 짧은 이야기들이라 이미 100자평도 남겼다. 10년 뒤에 개정판 또 사지 마라. ㅋㅋㅋㅋㅋ
    
잘못 걸려온 전화처럼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영원히 소통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들. 여기 실린 짧은 단편들을 읽노라면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이 세계와 인간이, 그리고 인간과 인생이 화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믿었던 것은 아닐지. 그나저나 <아무튼>의 개정판이 아닐까 했더니 역시…. (2023년의 100자평)
 
서걱서걱 거칠고 투박한듯한 건조한 문체. 짧디 짧은 엽서 같은 이야기.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진솔하면서도 묵직하다. 아무튼, 삶은 그러니까 아픈 것이라고.... (2016년 구판의 100자평)




아모스 오즈 지음,  <블랙박스>
미리보기로 좀 읽다가 재미있어서 냉큼 구매하고 냉큼 다 읽음. 이미 리뷰도 남김. 이 책의 교훈: 사랑하다 헤어지고 난 뒤 다시 연락 금지. 서로 추해져!




이언 매큐언, <암스테르담>
이언 매큐언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 작가인데(읽고 나면 항상 뭔가 기분이 찜찜) 가끔 읽고 싶은 작품이 생긴다. <암스테르담>은 재미있을 거 같아서 오랜만에 구매..... 근데... 구매하고 나서 보니 구판에 내가 별 셋으로 별점 매겼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00자평 안 남기니까 꼭 이런 일이 생기지. 어차피 기억도 안 나니까 다시 읽어보자. 10년 뒤에 개정판 또 사지 마라22222. ㅋㅋㅋㅋㅋ



    
오노레 드 발자크, <사촌 퐁스>
발자크의 방대한 전집 '인간극'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만년의 대표 걸작. 국내 초역으로, 슈테판 츠바이크는 발자크의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이 작품을 평가했다고.... 그런데 발자크 많이 안 읽었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어도 괜찮겠지.




앤터니 비버, <베를린 함락 1945>
글항아리 걸작논픽션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서는 사기를 미루고 있었는데(책 가격의 압박!), 아니, 리뷰대회 한다고 해서 그럼 지금 읽자하고 사버림..... 712쪽이네. 껄껄껄.... <제2의 성>도 읽어야 하는데.




피에르 부르디외‧ 로익 바캉,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 부르디외 사유의 지평>
한때 피에르 부르디외를 좋아해서 그의 저작을 열심히 읽던 때가 있었다(넘나 똑똑한 이 사람!). 그러다 안 읽고 있던 사이 이런 책이 나와버렸었네? 이런이런..... <언어와 상징권력>과 이 책 중 뭘 먼저 읽을까 하다가 이 책부터 읽기로. 이 책 다 읽으면 <언어와 상징권력>도 사야지.




미셸 푸코, <감옥의 대안- 미셸 푸코의 미공개 강연록>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 출간된 다음 해인 1976년, 몬트리올대학교에서 ‘감옥의 대안’을 주제로 강연했다. 대중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 강연의 녹취본을 편집한 것이 바로 이 책.



사라 채니, <나는 정상인가-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나는 스스로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다들 참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이른바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모두 비정상이라고 타자화하면서 단정하며 사는 것을 보고 너무나 신기해서 한번 정상성에 대해 탐구해보고자 샀다.




강남순, <젠더와 종교- 페미니즘을 통한 종교의 재구성>
종교(기독교)와 페미니즘, 젠더를 끊임없이 사유해 온 강남순의 저작. ‘젠더 렌즈’로 종교의 다양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면서 종교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파고든다고.




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 에세이와 회고록, 자전적 글쓰기에 관하여>
펀딩할 때 알림이 왔었던 거 같은데 굳이 펀딩까지 참여할 생각은 들지 않았고.... 책 나오면 사보자 싶었다. 에세이와 회고록, 비평 등에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이자 오랫동안 논픽션 강좌를 이끈 글쓰기 선생인 비비언 고닉이 말하는 쓰기와 읽기에 관한 책.




근데 우리 3호 이 책이 베개로 마음에 드는가 봐.... >_<




로버트 젠슨, <유류품 이야기- 재난 수습 전문가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기록>
죽은 뒤에 사람들이 남기고 가는 물건에 관심이 좀 있다. 물건이 때로는 그 사람이나 그의 삶을 말해준다고도 생각하고. 그런데 이 책은 심지어 재난 수습 전문가가 재난의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의 기록이라니.....




김진영, <조용한 날들의 기록- 철학자 김진영의 마음 일기>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등을 좋게 읽고 난 이 책도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책 가격의 압박과 전작들만큼 좋을지 약간 의심이 들어서 구매하지 않다가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그런데 중간쯤 읽다가 이미 아, 이건 사야겠다! 그리고 구매. 아주 오랜만에 연필로 밑줄 그으며 읽고 싶어진 책.


희망도서로 신청



데리언 니 그리파, <목구멍 속의 유령>
궁금하기는 한데, 약간 난해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단 희망도서로 신청. 아일랜드에서 시인으로 명성을 쌓아 가던 저자가 처음으로 발표한 산문으로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이 글은 시인이자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작가 자신에 관한 에세이이자 200여 년 전에 단 한 편의 시를 남기고 사라진 여성 시인 아일린 더브에 관한 전기로, 이 두 줄기가 서로 얽히면서 기묘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고.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펄프헤드-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이 책 소개 보고 빵터졌는데, 왜 웃긴지 그대로 옮겨보겠다. “미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린 《끈이론―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가 출간되었을 때 알아보았어야 했다. 월리스의 작품에 서문을 쓰는 중책을 맡아 현란한 언어의 향연을 펼친 설리번의 내공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나한테 알림 메일 오니까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새 에세이가 나온 줄 알고 득달같이 달려왔다가 빵 터지고만 부분... 아직 낯선 이름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파리 리뷰>, <GQ>, <하퍼스 매거진> 같은 잡지에 재기 넘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발표해 이름을 얻었고,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그리고 이 매체들에 기고한 글들 가운데 선별한 열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펄프헤드》가 2011년 <뉴욕 타임스>, <타임>, <보스턴 글로브>, 아마존이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읽어보려고 하는데.... 아직은 미덥지 못해서 일단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옴. 이거 읽고 맘에 들면 계속 사주마.






직딩 여러분 13일만 참아요. 긴 연휴가 우릴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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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11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젠더와 종교> 나도 있지롱~
베를린 함락 리뷰대회 712 페이지.. 저는 포기. ㅋㅋㅋㅋㅋ

이언 매큐언은 참 신기해요. 저도 여러권 읽긴 했는데, 그런데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이언 매큐언을 말하지는 않아요.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흠흠.

잠자냥 2023-09-11 10:32   좋아요 1 | URL
다락방도 있는 거 알고 있지롱~ ‘젠더‘가 들어간 책 사진 올린 거 봤습니다요.
<베를린 함락>은 참고문헌 같은 거 제외하면 600쪽쯤 되는 거 같은데, 사실 이 책 정가가 4만원이고, 3등상은 적립금 5만원 주더라고요? 그렇다면... 1등(40만원)이나 2등(20만원)하지 않는 이상 약간...... 권장할 만한 대회는 아닌 듯. ㅋㅋㅋㅋㅋ 이 책에 관심 있던 상태라면 이왕이면 지금 읽자 할 수는 있지만.....

저도 이언 매큐언은 여러 권 읽었고 기억에서 희미해져서 이렇게 또 사면도 내 머릿속 작가 목록에 올라가지는 않는 그런 신기한 사람... 조이스 캐롤 오츠랑 비슷한(???)

건수하 2023-09-11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함락 이번 기회에 읽어봐? 하다가 댓글 읽고 가라앉혔습니다. 잠자냥님 1등 기원~

상황과 이야기는 얇아서 괜찮겠다- 하고 3호가 허락해준 듯 ㅋㅋ

잠자냥 2023-09-11 10:59   좋아요 0 | URL
아 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때문에 가라앉히다니 ㅋㅋㅋㅋㅋㅋㅋ 1등까지는 아니고 2등을 노려보겠습니다...

상황과 이야기 ㅋㅋㅋㅋㅋ 3호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11 11:35   좋아요 0 | URL
아 너무 두꺼워서요 ㅋㅋㅋ 요즘 독서력이 떨어져서... :)

미미 2023-09-1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필 모서리에 ?ㅋㅋㅋㅋ 3호 머리 살짝 옮겨주고싶어요!
저도 정상과 꽤 거리 있음ㅋㅋㅋ

잠자냥 2023-09-11 11:05   좋아요 1 | URL
제가 읽는 책에 얼굴 부비부비하면서 자기 냄새 묻히기가 저 녀석 취미에요.
책한테 잠자냥은 내꺼라고 호통치는 듯? ㅋㅋㅋㅋ
대다수 한국 사람들 보기에는 여기 서재 사람들 책을 뭐 그렇게 읽어대나 이상하다 싶을듯요...ㅋㅋㅋ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3-09-11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를린 함락은 사서 읽기는 할텐데 잠자냥님이 대회 참석하신다고 하니 급기운이 떨어져서 저는 읽기만 해야겠어요! 제가 보기엔 잠자냥님 포함하여 1, 2, 3등 정도는 서재에서 아는 분들이 당선되실 것 같습니다!ㅎㅎㅎ <감옥의 대안>은 저도 궁금해지긴 해서(푸코 읽기하려면? 근데 이게 입문용인지는 뜯어봐야!) 희망도서로 신청해볼까 하네요.
저는 오늘 휴가라서 널널한데 13일 있다 또 휴일이라니 기분이 더 좋네요!^^*

잠자냥 2023-09-11 11:19   좋아요 1 | URL
아 왜요 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 화가 님은 역사 리뷰 잘 쓰시 잖아요. 저는 오히려 이런 책 리뷰는 못 씁니다요. 글항아리에서 걸작논픽셕 시리즈 출간 뒤 종종 리뷰대회 했는데 전 한 번도 1등한 적 없어요. (<피에 젖은 땅>, <봄의 제전>) 읽고 나셔서 한번 꼭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옥의 대안>은 지난번에 건수하님이 <감시와 처벌>보다는 쉽다고 하셨던가 그런 글을 본 기억이..
오늘 휴가 잘 보내세요!

건수하 2023-09-11 11:35   좋아요 3 | URL
제가 읽고서 쉽다고 한 건 아니고 <감옥의 대안> 이 푸코 책 중 가장 쉽다고 어디서 봤습니다 ^^;

잠자냥 2023-09-11 11:40   좋아요 3 | URL
제가 이렇게 휙~ 던져놓으면 ㅋㅋㅋㅋ 건수하가 정정하러 나타날 줄 알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9-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리뷰대회 1등 기원합니다^^
책 좋아하는 3호 고양이♡♡
근데 어떡하면 집사 2님이 요리를 다할까요?
우리집 인간 키우는 집사 2는 요리가 젬병이라 ㅠㅠ~~

잠자냥 2023-09-11 12:25   좋아요 3 | URL
ㅋㅋㅋ 요리는... 제가 안 하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는 해야 먹고살게 되므로. 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9-11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항상 맛집이지만
이번 올려주신 책들 완전 땡깁니다.

저도 이번 주 신청 도서에 사라 채니 원서 넣었어요.

사라 채니의 다른 저서들은 분류가 다양해서 이 분이 뭘 하는 분인지 궁금하더라고요 ㅎㅎ


근데, 일요일 노트북 열기 귀찮음을 극복하신 다락방님을 칭송하시는 잠자냥님의 찐우정에 저는 좋아서 웃고 갑니다 ㅎ

잠자냥 2023-09-11 15:47   좋아요 1 | URL
사라 채니 저서의 분류가 다양하군요? 다른 책들도 궁금하네요. ㅎㅎ
다락방 칭송이요? 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에 노트북까지 열고 그런 책상 사진을 올린 인간에 대한 디스입니다. 디스 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3-09-12 05: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흠. 어디선가 잠자냥 님이 허리가 안 좋아서 자주 걷는다, 이런 얘길 들은 거 같았거든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그리하여 9월달에 특별하게 산책 코스를 정해놓은 줄 알고... ㅋㅋㅋㅋㅋ (진짜 그랬습니다)

잠자냥 2023-09-11 16:45   좋아요 3 | URL
산 책에서 일부러 산책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9-11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의 <암스테르담>은 구판으로 읽었는데 내용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ㅎ
3호는 글쓰기 책을 좋아하는 걸까요? 아님 베개로 딱 좋은 사이즈?

잠자냥 2023-09-11 16:46   좋아요 3 | URL
녀석이 글쓰기에... 관심 있으면 제가 유튜브로 방영해서 떼돈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베개로 좋은 사이즈인가 봅니다.

얄라알라 2023-09-12 16:01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의 댓글 읽다가, ㅋ크크 거리는 일이 요새 점점 잦아집니다^^ ㅋ

책읽는나무 2023-09-11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개정판을 일부러 산 게 아니고 모르고 산....ㅋㅋㅋ
자냥 님 리뷰나 잠자 뉴스 읽으면 바늘도 안 들어갈 것처럼 카리스마 있는데 리뷰 아닌 글을 읽으면 허당미 한 번씩 포착됩니다.ㅋㅋㅋ
근데 다락방 님이랑 잠자냥 님은 그런 모습이 왜 쫌 귀엽게 보이죠? 은오 님 댓글을 읽다 보니 사랑하는 눈으로 보기. 세뇌당했나 봅니다.ㅋㅋㅋ
그 와중에 3호 사랑스럽군요.
3호도 비비언 고닉을 사랑하는군요.♡
그리고 저 자냥 님 백자평 때문에 <조용한 날들의 기록> 샀어요. 아까 받았어요.^^

잠자냥 2023-09-11 17:23   좋아요 2 | URL
일부러 사긴요 ㅠㅠ 모르고 산 게 이번엔 두 권이나 ㅋㅋㅋㅋ 아이고야. 저 바늘로 찌르면 푹푹 들어갑니다. ㅋㅋㅋㅋ
우리 3호 너무 귀엽죠! >.< 보고싶다! 빨리 가야지 ㅋㅋㅋㅋ
<조용한 날들> 책나무 님이셨군요?! 저는 은오가 그새 또 산 줄. ㅋㅋㅋㅋ 이 책은 만복 자매 없을 때 조용히 읽으세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09-11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이 엄청나네요 ㅋ 잠자냥님에게 아직도 안산 책이 있다는것도 놀랍습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 산거 있는데(희곡) 아직도 못읽었네요 ㅜㅜ
요새 아고타 크리스토프 책이 많이 나오는거 같아요 ㅋ

잠자냥 2023-09-11 21:20   좋아요 1 | URL
나는 아직도 살 책이 많다…. ㅋㅋㅋㅋㅋ 아고타 크리스토프 희곡부터 천천히 읽어보세요~

바람돌이 2023-09-11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탑 장난 아니예요. ㅎㅎ
저 많은 책들 소개 중에 나는 이언 매큐언 읽고나면 항상 기분이 찜찜에 확 꽂힙니다.
저도요. 그래서 이언 매큐언 좋아할라고 막 읽었는데 계속 별로..... 특히 저 암스테르담은 더 찜찜.
이 동네에서 이언 매큐언 안 좋아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어서 그런가 갑자기 잠자냥님이 막 좋아집니다. ㅎㅎ

잠자냥 2023-09-11 22:2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싫어하는 게 통해서 좋아지는 사잌ㅋㅋㅋㅋㅋ 다락방 님도 딱히… 라고 하더군요. 암스테르담 이번에 읽으면 어떨지…. ㅎㅎㅎ

2023-09-12 0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12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9-12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는 저.... 정상인가요?

잠자냥 2023-09-12 20:41   좋아요 1 | URL
다른 언니들한테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서 정상입니다.

은오 2023-09-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3호가 잠자냥님 최애냥이예요?!

잠자냥 2023-09-12 20:42   좋아요 1 | URL
3호랑 6호요…. 근데 6호는 엄마바라기라 제가 없어도 그럭저럭 살 거 같은데 3호는 좀… ㅎㅎ

독서괭 2023-09-13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엄청난 책탑! 못볼 뻔 했네요.
3호 가슴털 아유~~>ㅁ< 만져보고 싶어라..
개정판 (모르고) 또사기. 이래서 출판사에서 몇년마다 개정판을 내는 건가요? ㅋㅋ
그나저나 잠자냥님 럭키박스 책들 중에 읽은게 하나도 없어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싶습니다. 언젠가 럭키박스 받을 때까지 기다려보고도 싶지만 ㅋㅋㅋ (동물성애자는 뒤로 미루고..)

잠자냥 2023-09-13 13:53   좋아요 1 | URL
울 집 와서 쓰다듬어 보고 가던가요... ㅋㅋㅋㅋ
개정판에 그런 깊은 뜻이?! (우리도 종종 내지만... 음?! ㅋㅋㅋㅋㅋ)
동물성애자부터 읽어보세요. 괭님 은오도 사랑하시는데.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13 13:58   좋아요 0 | URL
헐 은오님 봤어요!? 잠자냥님이 라면먹고가래!(아님)

잠자냥 2023-09-13 14:04   좋아요 0 | URL
엥 라면?! 어디 라면이 있죠?!

독서괭 2023-09-13 14:07   좋아요 0 | URL
라면 집에 있잖아요. 설마 없어요?ㅋㅋ
그런데 3호 쓰다듬게 해주나요? 저희 언니네 냥이들은 1호는 까칠하고 2호는 겁쟁이라 가도 만질 수가 없어요 ㅠㅠ

잠자냥 2023-09-13 14:16   좋아요 1 | URL
라면 이야기는 제가 하지 않아서... ㅋㅋㅋㅋ
3호는, 딩동!(심지어 건물 현관 초인종) 소리 나면 이미 사라져버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8월 30일)는 정희진 선생님의 북토크가 있었다. 희진쌤 북토크라고 하니 선생님의 책이 나왔나! 반가워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고 <여전히 미쳐 있는>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강의의 정식 이름은 <여전히 미쳐 있는×정희진 북토크>였다. 당연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8월초였나, 알라딘 이벤트 소개페이지에 강연과 관련한 내용이 떴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신청했었다. 기본 참가비는 1만 원이었고, 현장에서 <여전히 미쳐 있는>과 굿즈(머그컵)를 받을 수 있는 옵션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까지 구매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나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 있는> 둘 다 북펀딩해서 책이 있으므로 참가비만 입금하고 8월 말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았고 아무튼 그렇게 8월 30일이 되었다.
 





7시 15분쯤 북토크가 열리는 장소인 합정역 디어라이프 북카페(북하우스 건물 지하1F)에 도착했다. 열혈 팬들이(어제 선생님은 광신도라 지칭하심ㅋㅋ) 앞자리를 이미 차지한 가운데 나는 애초부터 앞에 앉을 생각은 없어서 디어라이프 북카페를 좀 구경했다. 책나무 님은 내가 강연 간 것을 아시고는 나보고 ‘부지런하다’ 하셨는데 그건 아니고, 회사-집-회사-집-회사-집 무한반복 패턴에 퇴근하면 집에 가서 얼른 씻고 눕는 게 아침에 눈 뜨자 마자의 일대 소망인 나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거의 유일한 존재 중 하나가 정희진 선생님이다. 언제나 나를 일깨우고 움직이게 하는 선생님. 그런데 생각해 보니 퇴근 후 가기 편한 위치에다가 집에서도 가까워서 별 부담 없이 신청했다. -_-;;  이 강연 신청할 때 장소를 보고는 아, 다락방은 오고 싶어도 못 오겠구나 했는데, 그렇다. 만일 이 강연이 저~쪽에서 했다면 내가 과연 갔을지;;;; 전에 리베카 솔닛이 내한 강연했을 때도 가고 싶었으나 결국 포기(건대에서 하다니)한 이유가 장소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부지런함은 선택적으로 작동할 뿐.



강의 시작 전에는 좀 비었으나 곧 이 자리가 꽉 찼습니다.



강연 시작 전 선생님은 화장실을 다녀오시려고 저 안쪽에서 일어나셔서 뒤쪽까지 걸어오셨는데, 아아 머리가?! ㅋㅋㅋㅋ 선생님 죄송합니다. 사실 어제 멀리서 보고 중년 남성이 걸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1월 <정희진의 공부> 강연 때는 삭발이셨는데 어느덧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서 이제는 숏커트(희진쌤 팬들을 열심히 위해 묘사 중)인 선생님- 7시 30분이 조금 되기 전에 강의를 시작했는데, 선생님은 일단 먼저! 사진은 절대 찍지 말 것, 녹음하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여기 이렇게 참가비까지 내시고 오셨는데! 녹음해서 다른 분들에게까지 들려줄 필요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경험해 보니 녹음해서 그걸 다시 듣는 일은 절대 없더라고요!”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선생님은 사진 촬영(및 몰래 녹음)을 극도로 싫어하신다. 아주 오래전부터 누차 강조하셨던 것인데, 지난 1월 강의 때 많은 분들이 선생님 사진을 찍고 있어서 좀 놀랐다..... 속으로 ‘아, 선생님이 싫어하실 텐데.....’했다는. 여러분, 앞으로 희진쌤 강의 가실 땐 절대 촬영은 금지입니다. 쌤은 필기도 “뭘 쓰세요. 그냥 들으세요.” 하시는 분이다. 맞아요. 필기하다가 중요한 이야기 놓친다니까요! 그래서 나는 필기를 하지 않는다. 학교 다닐 때도 필기를 하지 않아서(이건 게을러서 ㅋㅋㅋㅋㅋ) 시험 볼 때는 닥쳐서 애들 거 빌려보고는 했다. 아무튼 어제도 필기는 하지 않았고 기억에 남은 인상적인 내용들만 정리해보겠다(때문에 단어 같은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성학 입문서/개론서로서의 <여전히 미쳐 있는>
선생님은 먼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여전히 미쳐 있는> 두 책의 특징과 차이를 말씀하셨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19세기 여성의 글쓰기에 관한 영문학적 접근이라면 <여전히 미쳐 있는>은 1950년대 이후(전쟁 이후) 미국과 서구의 페미니즘의 역사를 현재까지 개론하고 있다고. 그러므로 이 책은 여성학 입문서나 개론서로서 아주 쉽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텍스트라고 강조하셨는데 동의한다. 현재는 ‘여전히 미쳐’있는 상태가 아니라 ‘완전히 미치겠는(totally mad) 사회, 아니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영원히 미친(eternally mad) 상태가 아니겠냐고 말씀하신 점도 인상 깊다. 그러나 이 책은 어디까지나 미국/서구의 역사이므로 한국의 현실(현재)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열변을 토하셨는데 그 지점들이 어제는 굉장히 뜨겁게 날카롭게 그러나 절망적으로(난 한국에 희망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므로) 다가왔다.

한국은 젠더의 인식론적 지위가 매우 낮고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모든 문해력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라는(이때 문맹률은 의미가 없다) 지적, 한국 사회는 ‘젠더 갈등’이라는 말을 쓰는데, 젠더 갈등이라는 말은 틀렸다. 이 사회는 갈등까지 가지도 못한다. 성차별이지 젠더 갈등이 아니다. 이 사회는 성차별이 없다고 말하고, 미소지니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김건희를 비판하면 여혐이고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김건희를 비판하느냐고 지적하는 나라이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말도 한국에는 맞지 않다, 한국 남자들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데, 맨스플레인 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말에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무튼 한국 사회 전반의 지적 수준의 하락과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해 여러 차례 개탄하셨는데 이건 아래에서 더 덧붙이기로 하고.

다시 돌아와 <여전히 미쳐 있는> 책에서는 잠깐만 언급되거나 미처 다루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것들- 힐러리 로댐이 전형적인 공화당주의자였다가 민주당으로 돌아서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고(토론 배틀 준비하다가 민주당에 빠져버림), 무엇보다 베티 프리단의 이야기는 좀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나는 <여성성의 신화>는 읽지 않았는데 <여전히 미쳐 있는>이나 <백래쉬>에서 그려지는 베티 프리단에 관한 묘사나 설명을 읽고는 아, 이 사람은 좀 별로네 <여성성의 신화>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정리한 터였다. 그러던 참에 희진쌤이 그녀가 가정 폭력의 희생자-매 맞는 아내였다는 점을 언급하신 것이다, 그래서 항상 대중 앞에 나설 때면 늘 짙은 화장으로 멍을 가려야만 했던 것, 그 때문인지 나중에는 전향하듯이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것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관점에서 이 사람을 이해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에이드리언 리치의 이야기도 그렇다(세 아들의 엄마,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한 다음 날 남편의 자살 등등). 그러니까 어떤 한 개인의 이면의 역사를 알면 더 궁금해지기도 하고 다른 관점에서 텍스트를 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

<여전히 미쳐 있는>의 아쉬운 점도 말씀하셨는데 일단 소소(?)한 지적이긴 하지만 생각해 볼거리. 안드레아 드워킨의 이야기가 좀 흥미로웠다. 나도 이 책을 읽을 때 안드레아 드워킨을 ‘앤드레아’라고 지칭하고 있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쌤은 이를 지적하면서 ‘안드레아’는 남자의 이름이다. 딸에게 굳이 남자의 이름을 지어주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딸의 입장(억압)에 관해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는 말씀(희진쌤의 이름도 그렇다고 하셨는데 한자로 ‘진’자가 주로 아들들 이름에 쓰는 ‘진’이라고)을 하셨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안드레아’를 ‘앤드레아’라고 지칭한 것은 좀 아쉽다는 말. 그리고 이 책에서는 후기 구조주의와 탈식민주의, 다나 해러웨이 등을 다루지 않아 아쉽다고도 하셨다(쌤은 요즘 확실히 다나 해러웨이에 꽂히신 것 같다). 그러면서 모든 책이 독자를 100%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쌤이 여러 차례 읽은 <한낮의 우울>만 하더라도 여성주의 시각은 부족하다(페미니즘과 우울증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에 비해 너무 조금 다룸), 그 점이 아쉽다는 점도 언급하고 지나가셨다.

공부하지 않는, 책을 읽지 않는 한국
앞서 언급했듯이 어제 선생님은 지적으로 하락한 이 사회,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몹시 개탄하셨는데(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는 이상한 사회-“니가 왜 공부를 해?” “아직도 공부를 해?” 등등),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 쌤의 이 분노에 여러 번 공감했다. 책을 읽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지식을 생산하고 보존하는 일에는 등한시하면서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매체에만 빠져 사는 한국인들은 소통 불가. 문해력은 점점 낮아져 결국 그런 지성의 하락이 현재의 정권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냐.... 그리고 그 정부는 세종도서 예산 80억을 삭감해서 집행하지 않고 있다(진짜 이거 극공감 ㅠㅠ). 사람들이 우매할수록 집권 세력은 편하게 통치할 수 있으므로 그렇잖아도 공부와는 담 쌓고 사는 한국인을 더 우매하게 만들려는 이 정부의 큰 그림이 아닐까 나는 의심 중인데, 그러다가도 이 정도 큰 그림까지 그릴 수 있을 정부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아무나 아니 모두가 글을 쓰는 시대인데 누구도 책을 읽지 않는다. 심지어 <여전히 미쳐 있는>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보다 덜 팔렸다고 해서 의아해하셨다는 쌤. 그래요 나도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하지만 출판은 하지 마세요.”라고 말씀하셔서 빵 터졌다. 어제도 나는 자신이 투고한 원고에 왜 코멘트 해주지 않느냐고 항의하는 메일을 받았고, 그런 인간들한테 절레절레 질린 참이었는데 쌤의 이런 촌철살인 발언을 듣고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쌤은 결국 안목 있는 독자가 좋은 작가가 된다, 그러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읽지 않고 글을 쓰는 것까지야 뭐라 할 수 없지만 굳이 출판까지야..... 그러다 보니 한국 출판계에서는 좋은 책이 나오는 게 아니라 편집자들이 팔릴 책을 억지로 ‘기획’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것은 곧 집단 지성 하락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아닐지.

공부하지 않는 페미니스트
결국 이야기는 ‘공부하지 않는 한국 페미니스트’로 귀결되었다. 쌤이 이 말씀을 하실 때 나는 속으로 ‘아니 쌤, 저기 알라딘에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들 많은데요, 저는 아니지만….’하고 항변하기도 했으나. 대체로는 쌤의 지적에 동의한다.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개인의 능력이 곧 페미니즘의 엔진이 되어 페미니즘 대중화에 불을 당기기는 했으나 이론도 운동도 대중화되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페미니즘 관련 책은 많이 나오지만 왜 팔리지 않는가? 게다가 그렇게 출판되는 책들도 대부분은 개인의 경험담(사연팔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가운데 계속해서 나오는 책들도 페미니즘 고전들(<제2의성>,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 있는> 등등)의 재번역/재발행에 그칠 뿐이다. 그러므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로컬 여성학 책을 직접 쓸 수 있을 정도의 시각적 훈련(결국 책 읽기)을 해야 한다.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은 공부하지 않는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만 할뿐(정체성의 페미니즘)이라는 지적에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이것은 바로 나?! 아닌가 싶었다. 페미니스트라면서 <제2의 성>을 읽지 않는 페미니스트 그건 바로 나였다. 여기 알라딘에서 페미니즘 책 읽기 모임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같이 하지 않은 이유는 책을 의무로 읽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바로 내가 페미니스트, 내 생활이 날마다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컸다. 대학생 시절 (이제는 거의 사라진) 총여학생회의 꿈나무이자 귀염둥이로 이쁨받으면서 선배들로부터 의식화교육(ㅋㅋㅋㅋㅋㅋㅋㅋ)을 받으며 수요집회니 기활이니 이런 활동을 하면서 쑥쑥 자라 선전부장으로 대자보를 쓰고 다녔던 나는 어느 순간 페미니즘은 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내 생활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으므로(가부장제적 요소를 최대한 벗어남-가족 중 아버지를 제거함, 결혼하지 않음, 출산하지 않음, 기타 등등) 앎과 삶이 이토록(?!) 일치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잠자냥(언젠가 공쟝쟝이 물어봤을 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대답했다.........-_-)! 그런데 이렇게 방종&자만하게 살던 나는 어제 쌤이 ‘공부하지 않는, 페미니스트라고 선언만 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씀하셨을 때 온몸을 바늘로 찔린 듯한 아픔과 함께 반성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엄마 업데이트 좀 해”, 언젠가 읽은 조남주의 <우리가 쓴 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교사인 엄마가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미묘하게 피해자인 여학생을 탓하는 발언을 하자 10대인 딸이 엄마를 타박하면서 했던 말로 기억한다. 나의 앎은 이십대 그 자락, 그때에서 멈춘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지금 내가 스스로 내게 해야 할 말이 아닐까. “그러니까 자냥, 업데이트 좀 해.”

쌤이 말하셨다. 우리들의 주관성은 사연이 된다고. 남자의 주관성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지만 우리의 주관성은 사연이 되고 말기에 더 공부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점 훈련(시각적 훈련/책 읽기/공부)을 평생 해야 한다고. “정치적 올바름은 불가능하다. 다만 더 타락하지 않도록 관점 훈련을 평생 해야 한다.”고. 정상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사람은 여전히(Still) 미친 것도, 완전히(Totally) 미친 것도 아닌 영원히(Eternally) 미칠 수밖에 없는 이 세계에서 나의 언어가 권력이 되기 위해서, 아니 조금이라도 더 타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제2의성>을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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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01 13:01   좋아요 5 | URL
자냥님께 없는 건 은오님뿐, 단발님께 없는 건 정희진쌤 댓글뿐..!!ㅋㅋㅋ

잠자냥 2023-09-01 14:00   좋아요 3 | URL
아니 괭 이 사람아 은오는 안 갖고 싶다니까.

독서괭 2023-09-01 14:03   좋아요 5 | URL
전 그냥 없다고만 했는데여🙄

책읽는나무 2023-09-01 15:28   좋아요 4 | URL
괭 님...ㅋㅋㅋㅋ
촌철살인마!!!ㅋㅋ
그러네요.
두 분다 없는 것 그것 맞네요.^^

은오 2023-09-01 21:09   좋아요 3 | URL
이미 드렸습니다.

잠자냥 2023-09-01 21:14   좋아요 3 | URL
은오 / 반사~~~

미미 2023-09-01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쌤 댓글 음성지원도 되는군요ㅋㅋㅋㅋ 새벽에 남기셔서 그런지 더 청량한 느낌!

잠자냥 2023-09-01 09:22   좋아요 4 | URL
천하장사 소세지 여러 개 드시고 다신 듯한 박력!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9-01 10:2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오오, 정희진 선생님이 알라딘에도 댓글을 달아주시는군요? 흐흣. 잠자냥 님의 성실한 후기및 선생님의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 아니 무엇보다 잠자냥 님, 기억 잘하신 것도 대단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정리도 잘하십니까? 소제목 딱딱 뽑아서 정리하시는 거 너무 저는 못하는 영역이라 저의 오늘 최고 부러움은 그 부분입니다. 소제목 뽑고 분류 정리하는 거요. 저는 책에서 소제목 읽어도 다 휘발되어 버리고 세세한 것들만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서 그것이 저의 가장 큰 문제, 빅 프라블럼 입니다.

저는 평일 일곱시반 합정, 무리입니다. 몇해전만 해도 기어코 무리를 해서라도 강연 따라다녔었는데(저 강연 들으러 창원도 감 ㅎㅎ) 이제는 못하겠네요. 열정이 사그라든건지 체력이 사그라든건지. 아무튼 그렇습니다. 몇해전 그 때 저 왜그렇게 열심히 다녔는가 몰라요. 여하튼 그런 때가 있었다는 것은 좋습니다. 그리고 솔닛의 건대 강연 간 사람, 접니다. 제가 그 강연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거기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이해한다는 거였습니다. 아마 다녀오고 제가 후기도 썼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솔닛의 말과 동시에 사람들이 웃더군요. 저는 통역 들은 다음에 웃는데... 아 여기 오는 사람들 다 영어 되는 사람이었어? 라는 커다란 충격이 강타했고, 그 강연 끝나고 같이 들었던 친구랑 나와서 갈비를 구워 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정희진 쌤 강연 듣고 친구들이랑 ‘간단하게 삼겹살‘ 햇던 기억도 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이 제2의 성 읽겠다 하시니, 공부하는 페미니스트라는 언급을 하시니,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더 읽어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제2의성은 두 번 읽었는데도 지금은 내용이 별로 기억 안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읽으면서 아니, 이미 보부아르는 다 알고 있었어!! 흥분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잠자냥 님의 독서도 글쓰기도 그리고 정리정돈도 응원합니다. 빠샤!!

잠자냥 2023-09-01 10:39   좋아요 4 | URL
아니 다부장 무슨 일이야. 왜케 바빠...ㅠㅠ
창원 다녀오신 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전 그러지는 못할 거 같거든요.
건대 강연도 다락방님은 가셨을 거 같더라고요. 같은 서울에서 열리는 강연이라도 전 좀만 멀면 안 가버리는;; ㅋㅋㅋ 그런데 다부장님은 강연도 그와 관련한 먹을 것으로 기억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열심히 공부합시다. 글도 쓰시고.... 어여 바쁜 날이 지나가길.
참 그리고 오늘도 점심 잘 드세요!

단발머리 2023-09-01 12:27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바쁘지 마시고요. 점심 맛난 거 드세요. 오늘의 당부입니다.

다락방 2023-09-01 1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선생님이 기억력은 지식이 체화되어야 좋다 하시는 걸 보니 저는 지식이 현저히 부족한가 봅니다 ㅠㅠ 기억력이 너무 안좋아요. 책 읽은 것도 다 기억이 안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3-09-01 10:53   좋아요 5 | URL
왜 이래 다부장 이것저것 엮어쓰기 달인이. 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9-01 15:47   좋아요 3 | URL
다락방 님 오늘 왤케??!!!!
ㅋㅋㅋ
없어 보입니다. 어깨 펴세요.
지시과 체험이 체화되어 글 잘 쓰시는 분이....^^
저녁도 맛난 거 드세요. 저도 오늘의 당부입니다.

2023-09-01 1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1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9-01 2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 “젠더갈등” 들을 때마다 발작일으키는 사람으로서 깊이 공감...... 특히 한남 입에서 요즘 젠더갈등이 문제다.. 젠더갈등 없던 예전 평화로운 시절 ㅇㅈㄹ 할때마다 여자들이 김치녀 보슬아치 소리 들으면서도 묵묵히 3단도시락 싸던 시절 니네나 좋겠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내내 밟아놓고 요새 기껏해야 한남 소리 듣는게 뭐 그리 억울한지 양심없는 김치남들아 소리가 절로 나옴. 그리고 요즘 젠더관련 책 다시 읽는데 여성차별 여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젠더갈등 젠더폭력으로 바뀌면서 성별위계가 비가시화되고 뭉뚱그러졌다는 지적도 생각나고요
2. 인간들아!! 책을 읽자!! 재밌는데.......쓰는 것보다 읽는 게 훨씬 재밌는데..... 쓰는거 머리아프지 않나 난 읽기만 하고싶다
3. 잠자냥님이 제2의성을 읽으신다 하시니 저도 갑자기 다시 집어들고 싶어서 같이 읽자고 하려다가 아니 어차피 잠자냥님은 혼자 읽으시잖아?! 근데 아무리 잠자냥님이어도 주말 이틀컷....되려나?! 잠자냥님이라면 가능인가요? ㅋㅋㅋㅋㅋ
4. 저도 공부하겠습니다.
5. 잠자냥님이랑❤️

잠자냥 2023-09-02 02:13   좋아요 1 | URL
아 이틀 만에 끝내보고 싶은 도전욕구 생기네…. 일단 오늘 술 그만 마시고 일찍 일어나야지…

케이 2023-09-06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댓글읽다 놀랐어요. 진짜 정희진 선생님? 정희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신 잠자냥님 ㅋㅋㅋㅋㅋ
짧은 댓글에서도 촌철살인이 느껴집니다.
제가 예전에도 말씀드린 꼭 홍위병처럼 구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제발 정희진 선생님 댓글 중 2번 읽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도 출판하지 말란 말에 빵터지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요즘은 서점 구경도 못가지만, 책 구경하다보면 절로 나오던 말 중 하나였죠. 이런 책도 출판이 되는구나...
정희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신 잠자냥님 언제나 건강하세요!

잠자냥 2023-09-06 14:3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케이 님 정희진 선생님께서도 인정하신 잠자냥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요. ㅋㅋㅋ
2번의 경우 제가 그게 자격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쓴 건 아니고, 페미니즘적 생각 아래 그런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다는 거였는데 아무튼 뭐 그런 내용을 선생님께서 하신 댓글에 구구절절 설명은 하지 않았어요. 페미니스트 자격이 어디 있겠습니까. ㅋㅋㅋ
정말 재밌죠? 선생님이 정확히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네, 이런 책 제목도 있더라고요. 그래요. 저도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어요. 하지만 출판은 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케이 님 요즘 날씨 갑자기 또 무더워졌어요.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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