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좀 의미 없는 페이퍼는 지양하는데…. 락방이를 아끼므로 락방이가 원하는 책 사진만 찍어서 올려본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시리즈, 좋아해서 하나씩 사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그런데 락방아, 나 이 책 서재에 꽤 자주 올렸어. ㅋㅋㅋㅋㅋ 자니? 잊었니? ㅋㅋㅋㅋㅋ

술파랑님 전 권 다 모으지는 말고 걍 맘에 드는 책 하나씩 모으세요. 그리고 저는 이 책 너무 두꺼워서 전자책으로 산 것도 좀 있습니다만….. 전자책은 역시 맹물 같아서 종이책이 소주 같고 최고…. (오늘도 술자냥은 그럼 이만)



이사 1년 만에 내 책꽂이는 책 위에 책이 또 쌓여가고 있다…


은오야 다락방 집에 갔다가 울집에도 좀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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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10-18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소도 모르는 집을 찾아갈 수 있는 초능력은 없는데.... 얼른 비댓으로 주소를...

2023-10-18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3-10-18 22:21   좋아요 2 | URL
주소를?????

은오 2023-10-18 22:26   좋아요 1 | URL
알라딘빌딩에 사시는군요..

은오 2023-10-18 22:27   좋아요 4 | URL
알라딘에서 숙식하며 밤낮으로 영업하시는 잠팀장님! 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8 22:2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18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잠자냥님은 정리가 문제가 아니라 공간부족 아니에요? ㅋㅋㅋㅋ 책장을 더 장만하시거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다녀오셔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집사2님과의 추억이 담긴 책 세권은 처분하시고.... 그럼 일단 세자리 창출!

잠자냥 2023-10-18 22:23   좋아요 2 | URL
책이 서재를 나가지 않기로 약속….했으나….내 방에도 쌓이고 있음 ㅋㅋㅋㅋ ㅜㅜ 팔아도 저런다능.

단발머리 2023-10-18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좋겠다요!! 🥰🥰🥰

잠자냥 2023-10-18 22:23   좋아요 1 | URL
무한정 아끼므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8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요. 저렇게 위에 쑤셔 넣은 것도 좋아요. 하앍-

단발머리 2023-10-18 22:16   좋아요 1 | URL
아… 이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ㅋㅋㅋㅋ 취향 파악 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8 22:2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그럴 줄 알았어
내가 이만큼 너를 아낀단다

다락방 2023-10-18 22:24   좋아요 3 | URL
전 책장 사진 책 사진 너무 좋아요. 가지런해도 좋지만 어지럽혀진 것도 좋고 전완근도 좋아요. 🤤

단발머리 2023-10-18 22:24   좋아요 1 | URL
아 너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8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잠자냥 님 이 책 사진 올린 거 기억나여. 히히

잠자냥 2023-10-18 22:26   좋아요 0 | URL
네 근데 위에 쌓인 건 좀 달라졌… ㅋㅋㅋㅋㅋ 쌓고 싶지 않아!!! 근데 지금 문 앞에 알라딘 택배 상자 또 온 듯;;;:

다락방 2023-10-18 22:32   좋아요 2 | URL
계속 쌓고 쑤셔 넣고 수시로 사진 업데이트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1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한텐

한번도
아낀다고 안하시죠
??????????

잠자냥 2023-10-18 22:38   좋아요 2 | URL
안 아끼니까!!!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돌발퀴즈. 저 시리즈 중 잠자냥이 가장 좋아하는 한 권은?!

은오 2023-10-18 22:30   좋아요 0 | URL
그레이엄 그린?

잠자냥 2023-10-18 22:31   좋아요 0 | URL
헐… ㅠㅠ

은오 2023-10-18 22: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죠?

다락방 2023-10-18 22:33   좋아요 0 | URL
플래너리 오코너!

잠자냥 2023-10-18 22:34   좋아요 1 | URL
은오 진짜 왜케 잘 맞혀요?! ㅠㅠ 상품으로 폰 번호 알려줍니다…..

2023-10-18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10-19 06:55   좋아요 0 | URL
역시 은오님 찐사랑!!
제가 이 시리즈 중 딱 한 권 가지고 있는 게 그레이엄 그린인데.. 젤 좋아하신다고요? 오호!

다락방 2023-10-19 09:18   좋아요 1 | URL
이 시리즈 중에서 그레이엄 그린을 제일 좋아한다고요? 왜죠? 사봐야겠다.

잠자냥 2023-10-19 09:36   좋아요 1 | URL
또 살 핑계….

책읽는나무 2023-10-20 15:24   좋아요 2 | URL
와...은오 님은 정말 신동입니다.
잠자냥 바라기 신동!!!!
다락방 님도 못맞춘...@.@

유부만두 2023-10-19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 속 현대문학 단편선에서 아직 조금도 안 읽은 책 있어요?

잠자냥 2023-10-19 07:15   좋아요 1 | URL
다 읽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읽은 거 몇 권 있고 아닌 책 중 권 마다 한두편씩은 읽었어요. 손 안댄 것은 없네요.

새파랑 2023-10-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책부자 술자냥님~!

그레이엄 그린이 제일 좋다니 먼저 읽어봐야 겠습니다 ~!

역시 은오님의 사랑의 힘이란~!!

잠자냥 2023-10-19 09:58   좋아요 1 | URL
술파랑님 전에 다 읽었.....아니구나 샀다는 것이었구나...?!
근데 이 책 엄청 두꺼워서 그레이엄 그린 붙잡으면 올해 100권 돌파 못 할 거 같은데요.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19 1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똑똑!! 저도 그레이엄 그린 이라고 말했어요! 진짜에요. 여기 밑에 비댓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0-19 10:30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님도 제 번호 알려드릴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어제 드뎌 번호 땀.

단발머리 2023-10-19 10:52   좋아요 0 | URL
은오님은 동네 앞, 정문 앞, 현관 앞, 방문 앞에 플랜카드 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나도 맞췄어요, 그레이엄 그린 ㅋㅋㅋㅋㅋㅋㅋ 맞췄다고요!!

다락방 2023-10-19 11:35   좋아요 2 | URL
뭐라고요? 은오 님이 드디어 잠자냥 님 번호를 땄다고요? 대박. 나도 아직 못땄는데 은오 님이! 역시 젊은피의 열정이란 뭐든 해내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10-19 11:39   좋아요 2 | URL
<속보> 잠자냥님 아닌 척 하면서도 은근 은오님 아끼는 것으로 밝혀져… 지난밤 번호 주기까지의 고단한 여정….

잠자냥 2023-10-19 11:53   좋아요 1 | URL
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문자로 막 모닝 뽀뽀 날리고 그러더라고요.

단발머리 2023-10-19 11:59   좋아요 1 | URL
이렇게요? 😘😘😘😘😘

다락방 2023-10-19 12:20   좋아요 1 | URL
아니, 원기회복에 도움이 되는 모닝 뽀뽀 말씀이십니까?

잠자냥 2023-10-19 12:22   좋아요 1 | URL
너무 많이 보내서 기빨리던데요....

단발머리 2023-10-19 12:47   좋아요 1 | URL
저 저…. 🧡💛💚🩵💜 많아 배부른 자의 여유….

잠자냥 2023-10-20 00: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우끼 님 신나서 좋아요 누르고 가셨는데….. 오늘도 여러분에게 일일드라마 제공 성공.

건수하 2023-10-20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건 다 정리된 책장 아닌가요? 더 정리할 게 뭐 있나...

현대문학 단편선 많이 모으셨네요. 은오님은 정말 잠자냥님을 파악하고 있는가...

˝6개월 동안 아껴가면서 읽었다. 당신이 하나의 예술로서 단편 미학에 탐닉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당신이 단편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문학을, 소설을 탐닉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900페이지라는 두께도 그렇지만 여기 실린 작품 하나하나가 압도적이다.˝


잠자냥 2023-10-20 10:37   좋아요 2 | URL
다 정리된 건 맞지만 은오를 한번 우리집에 불러보려고 핑계 좀 만들어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20 10:40   좋아요 2 | URL
이런 밀당의 고수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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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는 어른이 되어 사랑하는 사람과 슈퍼마켓 같은 곳에서 함께 장을 보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어쩐지 즐거울 것 같았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몇몇 사람과 그런 경험을 공유했을 때 실제로 즐겁기도 했다. 처음에는.... 언제부터인가 함께 장을 보는 사람이 집사2로만 낙찰되었고, 집사2랑 장 보러 가는 게 고달픈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는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해서 최대한 대형 마트는 사람 없는 때를 골라 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우리 둘 다 일하는 사람들이니 결국 사람 많은 시간을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을 때가 많고 그러다 보니 장보기는 일종의 의무처럼 되었지 딱히 즐거운 일이라고는 할 수 없어졌다.

지난 주말에도 집사2랑 마트에 갔다. 최대한 빨리 사서 돌아오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장바구니에 필요한 것만 담고 마지막으로 술을(ㅋㅋㅋ 꼭 필요해!) 담으려고 주류 코너로 갔다. 둘 다 술 구경하는 건 무척 좋아해서 이런저런 술을 살펴보고 있는데 와인 코너 점원이 우리의 장바구니를 쓱 훑더니 와인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 점원이 우리 장바구니를 훑는 눈을 애초부터 알아차렸는데, 고기가 담긴 걸 보고 와인을 사라고 하겠구나 싶었더니 그 예상이 100% 들어맞았던 것이다. 그래서 와인도 사고 소주도 사고 맥주도 사고 고량주도 사서(엥? 주정꾼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산대에 섰다. 토요일 오후라 줄을 설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앞에 선 사람들이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품목을 보게 되었다.

우리 앞의 가족은 콜라를 페트병으로 잔뜩 사 가서 신기했다. 집사2도 나랑 좀 비슷한 생각을 했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콜라를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뭐 어떤 이들은 우리 뒤에서 둘이 와서 무슨 술을 저리 종류별로 많이 사 가느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우리가 늘 놀라는 사실은 콜라를 즐기는 사람들이 저토록 많다는 것이다. 술과 커피에 절어(?) 살면서도 집사2랑 내가 거의 손대지 않는 음료가 있으니 그것은 탄산음료. 그중에서도 콜라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콜라가 늘 덤으로 따라오곤 하는데 우리는 이 처치곤란 콜라를 모아서 당근에 내다 판다(알뜰한 집사2). 그런데 또 신기한 게 어느 품목보다도 가장 잘 팔리는 게 바로 이 콜라 묶음이다. 그러니까 이 세계에는 내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의 콜라마니아가 존재한다는 것.

콜라를 대량 묶음으로 사 가는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 그날 그렇게 마트에서 다른 가족이 쇼핑하고 계산대 위에 이런저런 품목을 올려놓은 것을 지켜보다가 문득, 최근 읽은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의 어느 구절이 떠올랐다. 에르노는 “욕망과 욕구 불만, 사회 문화적 불평등이 읽히는 것은 바로, 계산대에 서서 자신의 쇼핑 카트에 담긴 내용물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프스테이크를 주문하거나 그림을 평가하려고 입에 올리는 말들에서”(<바깥 일기>, 9쪽)라고 말한다. 이어서 “장소나 사물이 자아내는 느낌과 사유는 그것들의 문화적 가치와 무관하며, 대형 슈퍼마켓 역시 콘서트홀만큼 의미와 인간적 진실을 제공”(같은 책, 9쪽)한다고 덧붙인다.

에르노의 이 생각은 한편으로는 일찍이 부르디외가 말했던 “어떤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어떤 종류의 ‘브랜드’나 상점이 의미하는 ‘질의 보증’을 신용함으로써 그 제품의 질에 대해 안심하는 것처럼 정통적 투자 감각은 출판사, 영화감독, 극장이나 음악당의 이름같이 많은 경우 외부적 지표로 무장되는데 이 투자 감각은 ‘선발된’ 문화소비를 발견하게 해준다.”(<구별짓기> 하권, 601쪽)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니까 인간은 슈퍼마켓이나 상점에서 어떤 물건을 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나 계급을 은연중 보여주거나 드러낸다는 것이다.

에르노는 슈퍼마켓이 가장 그러한 장소 중 하나로 파악해 <바깥 일기>와 <밖의 삶>에서 슈퍼마켓, 대형 쇼핑몰과 같은 장소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계급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1985년부터 1999년까지의 기록인 <바깥 일기>와 <밖의 삶>은 에르노가 추구했던 사회 탐구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녀는 자신의 내면의 풍경을 기록한 일기가 아닌, 사회를 스케치한 이 외면 일기를 통해 20세기 프랑스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보여준다. 에르노는 자신의 이 같은 흔적을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으려는 시도”라고 말하는데 슈퍼마켓을 비롯하여 전철역, 기차역, 거리, 레스토랑 등 일상 공간에서 그녀가 보고 기록한 이 짧은 스케치들은 한 시절 프랑스인들의 생생한 삶의 기록이자 그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경제/문화적 불평등과 계급 차이의 예리한 증언이다.

에르노는 거리에서 오가는 말들이나 저마다의 쇼핑카트에 담긴 것들에서 한 사회의 욕망과 욕구 불만, 폭력과 수치, 계급과 불평등이 은밀하고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말하는데, 이처럼 짧은 글 안에서도 그 모든 것을 포착해 사회의 민낯을 꿰뚫어 보는 그녀의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에르노는 슈퍼마켓 같은 대형 상점이 아닌, 시장의 정육점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계급이 작동함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열거하고 내보임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식구를 제대로 먹이는 유능한 주부의 기능을 표출하는 데 만족”하며 “부부 고객의 경우, 늘 중년”으로 “그들에게는 일주일 치 고기를 쟁여 두면서 <잘산다>는 것을 혹은 후하게 손님을 대접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 주며 느끼는 만족감”이 있다고(같은 책, 44쪽) 지적한다. 한편 그녀는 거리에서 들려오는 상스러운 말, 즉 “언론과 책에는 나오지 않고 학교에서는 무시당하며 서민 문화에 속하는 말”을 듣고는 “원래 나의 것이었던-그래서 그런 말은 즉각”(76쪽) 알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바젤 미술관에는.......의 그림이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통해서는-이 경우 바젤 대신 암스테르담. 피렌체 등등이 들어가도 된다- 이 말들이 비록 “비개성적이고 대수롭지 않고 종종 듣거나 읽게 되는 문장의 서두”이지만,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즉각 어떤 세계에 속한다는 의미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이러한 발화를 통해 자신이 “그 세계에서는 개방적이고 식견을 키우는 여행을 자주 다니고, 그림이 삶과 기억에서 중요한 것일 정도로 충분히 생활의 무게가 가벼운 삶을 영위”함을(같은 책, 111쪽) 드러내는 것이다. 에르노의 바깥 관찰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 전철, 열차, 병원, 주차장, 역, 정류장 등 전방위적이다. 한 젊은 여성이 블라우스, 귀걸이 등 쇼핑한 물건들을 풀어보는 풍경, 그 물건들을 바라보고 만져보는 그 흔한 광경에서 에르노는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소유한 행복, 실현된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 사물과 맺는 무척 감동적인 관계”(94쪽)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오래전 읽은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에르노의 <바깥 일기>, <밖의 삶>이 1980~90년대 프랑스 사회의 기록이라면 페렉의 <사물들>은 1960년대 프랑스 사회의 소설적 기록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후 중산층으로 편입하고자 애쓰는 평범한 젊은이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어느 집의 거실, 서재, 침실 등의 세부 묘사와 함께 그 공간을 이루는 ‘사물들’의 세세한 묘사를 통해 1960년대 프랑스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작품 속 그들은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한데, 그 더 잘 산다는 삶은 곧 ‘더 널찍한 방, 샤워실, 단지 학교 식당보다 좀 나은 정도의 식사와 자가용, 음반, 휴가, 옷의 필요’를 느끼게 하는 삶이다. 그들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이다. 집, 자동차, 쿨하다고 느끼는 물건들을 원하면서 그 욕망을 채우는 삶에 충실하게 적응해간다. 상품을 욕망하고 소비하고, 그러면서 순간적인 만족을 느낀다. 특별한 물건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남과 다르다고, 또는 남들처럼 잘산다고 착각하면서 그렇게 늙어간다.

<사물들>도 <구별짓기>도 에르노의 <밖의 삶> <바깥 일기>도 모두 프랑스 작가의 산물임을 감안한다면 그 세계도 우리 못지않게 계급과 불평등이 심하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특정 계급에서만 쓰는 언어를 비롯하여, 고급문화를 소비하는 취향을 드러내고 과시함으로써 나는 다른 계급의 사람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더 민감한 사회는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의 그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아니 에르노조차도 여전히 자신의 출신 계급-가난한 노동자 집안-에 그토록 천착하면서 자유롭지 못한 게 아닐까.

그러나 <바깥 일기>나 <밖의 삶>이 지금까지 만났던 에르노의 여느 작품들과 조금 달리 느껴지는 지점은 자신의 내부를 집요하리만치 들여다보던 시선이 사회와 세계로 그 사유의 폭을 더 넓고 깊게 확장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시선은 몹시 비판적이고 신랄하다. 특히 부르주아들의 위선이나 이른바 사회 지배계층, 가진 자들의 위선을 파헤치는 눈길을 매섭다 못해 가혹하리만치 차가워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대다수 소시민”의 고통을 이해하는 듯이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에르노는 “특정 부류의 시민을 향해 그들은 열등하다고 넌지시 암시하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일이고, 그들이 그런 식의 취급을 받아들일 거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은 더더욱 정도를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시민 운운 “그 말은 또한 대통령 본인은 <대시민>에 속한다는 의미”(41쪽)라고 싸늘하게 비판한다.

또 가난한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풀라는 가톨릭 구호 단체의 홍보 포스터를 보면서 에르노는 “지배 계급이 그려 보는 모습 그대로 가난의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추레한 육신, 후줄근한 옷차림, 얼빠진 표정이라는 이미지 앞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97쪽) 반문하며 사람들은 구걸하는 이에게 선행을 베풀 때조차 “선한 일을 하려고 타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으려고 준다.”고 말하면서 선한 행동 속에 감춰진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꿰뚫어 보기도 한다.  결국 이렇게 가진 자들의 향한 날카로운 비판은 이민자나 노숙자 등 상대적으로 갖지 못한 자들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지는데, 그 연민이 결코 위선으로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에르노 그 자신이 바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계급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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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0-17 15:18   좋아요 0 | URL
와우, 캔맥주 딸려오기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럼 낼름 다 먹어버릴 텐데 말이에요.
<바깥 일기> <밖의 삶>은 기존 아니 에르노의 소설과는 닮은 듯 다른 작품 같아요!

꼬마요정 2023-10-23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의 선배 한 명이 콜라 중독이어서 콜라에 밥 말아먹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히 콜라를 사랑하죠. 제 동생도 콜라를 사랑해서 제가 배달 등으로 얻게 된 콜라나 사이다를 몽땅 준답니다. 돈 주고 콜라 사 먹는 사람 제 주변에 많아요. 저도 어릴 때 콜라, 사이다 참 좋아했는데, 엄마가 절대 못 먹게 했거든요. 그래서 중학생 때 엄마가 심부름 시켜서 슈퍼 갔다가 사이다 하나 사왔는데 집에서 쫓겨났습니다. 겨울이었는데 겉옷도 못 입고 쫓겨났어요ㅠㅠ 두 시간을 밖에서 헤맸던 기억이... 아... 슬프네요. 지금은 안 먹습니다. 그리고 제 장바구니에는 늘... 냥이 밥, 냥이 장난감, 냥이 유산균...크윽.

잠자냥 2023-10-24 09:23   좋아요 1 | URL
콜라에 밥을 말아먹을 정도면... 당 폭발! ㅋㅋㅋㅋ
콜라 사 먹었다고 쫓겨나다니 ㅋㅋㅋㅋㅋ 그래서 요정 님 동생 분이 더 콜라에 집착하는 거 아닐까요. ㅋㅋㅋ

꼬마요정 2023-10-24 10:09   좋아요 0 | URL
아니 세상에 저희 엄마가요, 저한테는 그렇게 콜라 못 먹게 해놓고 저 빼고 여동생, 남동생 다 먹게 놔두구요, 심지어 어린 이제 초딩 된 조카도 콜라 줘요. 쳇쳇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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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졌다. 책을 샀다. 연휴에도 샀고, 연휴 끝나고도 샀다. 책도 선물했다. 좋아하는 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구나. 아무튼 그렇게 사고 읽는 나날.




한나 아렌트, <난간 없이 사유하기 - 한나 아렌트의 정치 에세이>
최근 출간된 책 중 단연코 갖고 싶은 책이 아닐까....(라고 하기엔 갖고 싶은 책은 늘 많지만 아무튼 이 책은 진짜 냉큼 사고 싶었다). 이 책은 아렌트 사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치 에세이로, 아렌트의 조교 출신인 제롬 콘이 아렌트 에세이를 시기별로 정리하여 엮었다. 아렌트가 46세(1953)부터 서거 직전인 69세(1975)까지 남긴 글, 강연, 서평, 대담 등 총 42편의 글을 집필 순서대로 실었다고. 아렌트 저작이 국내에 여럿 출간되어 있지만 오역 지적은 늘 따라다닌다. 이 책은 좀 그렇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피에르 부르디외, <하이데거의 정치적 존재론>
요즘 다시 부르디외 읽기에 꽂혔다. 부르디외의 <사회학자와 역사학자>를 읽다가 거기서 언급된 하이데거론이 궁금해서 이 책을 샀다. 얄궂다. 바로 위에는 아렌트의 책, 그리고 그 아래에는 하에더거. 부르디외는 논한다. 하이데거는 나치 부역자라서 읽지 않아야 할까? 가르치지 말아야 할까? 혹시 그의 철학적 사유는 나치 참여와 떼려야 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 모든 것과 별도로 하이데거의 저작은 하이데거 저작 그 자체로만 읽어야 할까? 부르디외는 하이데거의 철학과 나치즘의 관계에 대해 자신의 ‘장’과 ‘하비투스’ 이론을 가져와 분석해본다. 와우... 흥미로워 보여.




피에르 부르디외, <언어와 상징권력>
부르디외는 언어란 단순히 개인의 품성이나 문법능력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권력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활동을 통해 권력관계가 형성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익을 얻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가 있다는 것이다. ‘언어와 상징권력’이라는 제목 자체가 모든 걸 다했다. 완전 재미나 보여. 언어와 권력 관계에 늘 주목하는 희진쌤의 관점과 비교해 가며 읽어도 흥미로울 듯.




피에르 부르디외. 로제 샤르티에, <사회학자와 역사학자>
부르디외 입문서로 손색없는 책. 역사학자인 샤르티에와의 대담을 엮었다. 이미 읽고 100자평 남김. 100자평에는 미처 쓰지 못했는데 역자들의 노고도 빛나는 책.




마르셀 모스, <몸 테크닉>
언어 못지않게 인간의 ‘몸’과 관련한 사회학적 성찰에도 관심이 많다. 이런저런 책을 살펴보던 종 모스의 선집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발견! 마르셀 모스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로 에밀 뒤르켐의 조카이기도 하다. 인간의 몸에 관한 사회학과 인류학의 원류에 속하는 <감정 표현의 의무> <집단이 암시하는 죽음 관념이 개인에게 미치는 신체적 영향> <몸 테크닉> 등 마르셀 모스가 프랑스 심리학회에서 강연할 목적으로 쓴 네 편의 글을 우리말로 옮겼다. 모스 선집 다 모아야지.




베르너 하마허, <문헌학, 극소>
연휴 중 교보에 나가서 샀다. 이 조그만 책이 글쎄 진열장 맨 위에 꽂혀 있어서 직원이 사다리 타고 올라가서 꺼내 줌. 이 책이 그렇게 인기 없는 건가요? 문지의 인문 에세이 시리즈인 ‘채석장’에 좋은 책 많은데.... 흐흑. 이 책도 빛나는 책 중의 하나. 독일의 문학이론가 베르너 하마허의 대표 저작인 <문헌학을 향한 95개 테제>와 <문헌학을 위하여>를 한 권에 담았다.




하인리히 뵐, <하얀 개>
이것도 같은 날 교보에서 구매. 하인리히 뵐 자료실과 유족협회가 발굴하여 정리한 유고소설집으로 5편의 짧은 소설과 6편의 긴 단편 소설을 묶었다. 뵐의 애독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 아닐까.




오노레 드 발자크, <사라진·샤베르 대령>
죽기 전에 발자크의 작품은 다 읽어보는 것이 목표 중 하나인데...(다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의 책 중 그나마 얇고, 그나마 더 재미나 보인다. 발자크가  <인간극>을 구상하기 시작한 시기에 쓴 초기 대표 단편 두 작품이 담겼다.




지넷 윈터슨, <프랭키스슈타인>
지넷 윈터슨 책은 계속 사두네. 이 책도 나왔을 때부터 보관함에 담아뒀었다. <오렌지>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왠지 <프랑켄슈타인>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21세기의 응답.



유디트 샬란스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결국 사고 말았다. 전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고 완전 반했던 책.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결국 구매.


    


김진영, <이별의 푸가>
결국 사고 말았다2222. 이것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었는데 가을이라 그런가 다시 읽고 싶어져서 결국 구매. 어떤 책은 읽고 빨리 되팔고, 어떤 책은 빌려 읽고 나중에 다시 사고. 책들의 운명이란.


[eBook]



M. C. 비턴, <중독자의 죽음>
추석 당일 엄마한테 가는 전철에서 급박하게(?) 읽으려고 급박하게 샀지만 가는 내내 게임만 하느라 읽지는 못했다. 엄마한테 가는 길이 짧기는 해서;;; 아 나도 참 웃겨.... 그나저나 현대문학에서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15권에서! 이걸 끝으로 더는 번역하지 않는가 보다... 과거에 조르주 심농 시리즈도 결국 엎어지더니(열린책들), 현대문학도 이 시리즈를 결국 포기하는군요.... ㅠㅠ 해미시와 프리실라는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15권까지 그래도 꾸준히 (대부분은) 구매해서 읽었다. 즐거웠다 해미시.... 그만 한눈팔고 너의 영혼의 짝 프리실라랑 행복해... 




10월의 책탑... 그만 사... ㅋㅋㅋㅋㅋㅋㅋ 다 읽고 사! 제발!


버섯도 추가.... 그나저나 요즘 본 영화들(<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와 넷플릭스에서 <비프> 잠깐...)마다 영화에서 버섯 먹고 환각에 빠지는 인간들이 나오던데.... 환각 버섯 유행인가요? ㅋㅋㅋㅋㅋ 아니 인간들아, 삶이 얼마나 지루하면 버섯 먹고 환각에 빠지냐.. 그냥 책을 읽어 싶지만.... 뭐 누구나 중독은 다양하니까... -_-




해미시야, 그동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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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10-12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르디외 책이 많네요! 요즘 문학 책보다 비문학 책을 많이 사시는 듯하여 저는 더 흥미롭게 느껴져요^^; 아렌트 책은 아직 제대로 읽은 게 한 권도 없는데 저 책... 끌리네요ㅠㅠ 역시 다른 분들이 구매한 책 목록을 보는게 참 즐겁습니다.

잠자냥 2023-10-12 10:54   좋아요 0 | URL
네, 요즘 비문학이 더 머릿속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문학을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만...
한때는 아예 문학을 못 읽던 시절도 있었습니다요. ㅎㅎㅎㅎ

coolcat329 2023-10-1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정말 비문학 많이 사셨어요. 사회과학 철학 이쪽은 늘 어려운데 잠자냥님의 독서력이 부럽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문헌학, 극소> 저도 끌리네요. 이런 시리즈가 있는 줄 몰랐어요.

잠자냥 2023-10-12 10:55   좋아요 0 | URL
저도 어렵습니다요. ㅎㅎㅎ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정말 아름다운 책입니다.
나중에 꼭 한번 읽어보세요. <문헌학, 극소>가 포함된 채석장 시리즈도 눈여겨보시고요!

은하수 2023-10-12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소한 책들 줄줄이 다수라... 공부 차원에서 읽으니 뭔가 읽어 보고싶은 욕구가 솟아나네요^^
저 죽음시리즈는 아직도 끝이 안난건가요??? ㅎㅎㅎ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저도 끌리네요! 바로 도서관으로~~
죄송해요

잠자냥 2023-10-12 14:32   좋아요 0 | URL
죄송은요! 도서관에 꼭 있기를 기원합니다.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는 작가가 <Death of an Honest Man (2018)>을 마지막으로 쓰고 2019년에 사망했어요... 국내에서는 15권째인 <Death of an Addict (1999)>까지만 번역되고 출판사에서 접은 듯요...

다락방 2023-10-12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 어제 책 샀는데 한나 아렌트 저 에세이 살까말까 엄청 고민하다가 이번에 뺐거든요. 이 페이퍼 보는 순간 역시 사는 게 답이다! 싶어서 사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해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우리 묻지 않기로 해요. 그냥 그런거니까요. 하하하하하.

그나저나 이번 페이퍼 너무 지성미 넘쳐 흐르네요. 멋있어.. ♡.♡

독서괭 2023-10-12 12:47   좋아요 1 | URL
버섯독서클럽의 다음 책은 아렌트 에세이일까요? ㅋㅋㅋ 어마어마한 독서클럽.

잠자냥 2023-10-12 13:28   좋아요 1 | URL
락방아 너 자꾸 왜 은오 닮아가니..??
다요트 후유증인가....

아렌트 저 책은 꼭 사렴~~~~

단발머리 2023-10-12 11: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잠자냥님이 고르신 책 전부 다 ‘읽고 싶어요‘. 저는 정말 큰일 났습니다!!

잠자냥 2023-10-12 13:28   좋아요 3 | URL
읽으면 됩니다! 호미바바단발!

독서괭 2023-10-12 12: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잠) 부르디외는 하이데거의 철학과 나치즘의 관계에 대해 자신의 ‘장’과 ‘하비투스’ 이론을 가져와 분석해본다. 와우... 흥미로워 보여. => (괭) 와우... 어려워 보여.
‘언어와 상징권력’이라는 제목 자체가 모든 걸 다했다. 완전 재미나 보여. => (괭) 완전 어려워 보여.

근데 잠자냥님 게임도 하는군요? 의외다. 언제 그런 여러가지를 다 해요? 육고 챙겨야지 술도 마셔야지 책 읽어야지 영화 봐야지 시장 조사해야지.. ㅋㅋ 신기방기.

잠자냥 2023-10-12 13:31   좋아요 1 | URL
잠봉뵈르도 아니고 ㅋㅋㅋ 잠부르디외는 뭐여... ㅋㅋㅋㅋ
저런 책 읽다 금방 쿨쿨 자는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텔레비전을 안 봐서 그런가? 아 웃긴 이야기 ㅋㅋㅋㅋ
저랑 집사2랑 둘다 티비를 안 보는데요(넷플 왓챠 정도만 가끔 봄),
얼마전 올림픽? 아니 아시안게임 한일 축구전 하더라고요?(그것도 둘이 산책 나갔다가 사람들이 소리 질러서 알게 됨)- 그래서 아 그럼 후반전은 좀 볼까 싶어서 산책 마치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켜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둘다 공중파 켜는 법을 몰라서(뭔가 이상하더라고요??) 한참 씨름하다 겨우 켰더니 후반전 끝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10-12 13:43   좋아요 1 | URL
잠부르디외 ㅋㅋㅋㅋ 잠자냥의 말이라는 뜻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언어와 상징권력 앞에는 빼먹었네요..
저도 애들땜에 연결 끊어놨다가 어느날 제가 보고싶은 게 있어서 연결했는데 안 돼서 몹시 당황했던 기억이 ㅋㅋㅋ
축구와는 인연이 없는 걸로.

바람돌이 2023-10-1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의 끝은 결국 철학인가요? 책 목록과 소개글만 봐도 저는 눈을 돌립니다
존경과 응원만.... 앞으로 읽고싶은 소설만 줄 세워도 죽을때까지 뭇 읽을거라고 막 변명하면서 말입니다
ㅠㅠ 그래도 한나 아렌트의 새 책은 읽고싶네요. 하이데거는 읽어야 한대도 안 읽고 싶은걸 어째요. 순전히 제가 한나 아렌트를 사랑해서 그런거라고 강변하고싶습니다. ㅎㅎ

잠자냥 2023-10-12 13:33   좋아요 1 | URL
책읽기에 끝이 있습니까?! ㅋㅋㅋㅋㅋ
하이데거는 저도 딱히 관심은 없고... 부르디외가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서요. ㅎㅎㅎ
아렌트는 꼭 읽읍시다!

건수하 2023-10-12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수 있는 책이 별로 많지 않아서 혹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올려주실 리뷰를 기다려보겠어요.

프랭키스슈타인은 나오자 마자 샀는데 다른 책들과 함께 쌓아두고만 있네요. 심지어 저번에 찍어올린 사진에도 없다니...

‘대식가‘ 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왔는데 음? 하면서 댓글 쓰려고 했더니 그 다음이 죽음이라... 음음

잠자냥 2023-10-12 13:36   좋아요 1 | URL
<프랭키스슈타인> 나왔을 때 수하 님이 페이퍼 쓴 거 기억나요. 그래서 오호 나랑 관심이 비슷하군! 했는데 사셨다는 말이 없어서 아 안 사셨구나...했는데 사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식가, 다락방 생각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10-12 13:45   좋아요 2 | URL
이러기에요 진짜? (버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0-12 13:57   좋아요 0 | URL
3월에 샀네요 http://bookple.aladin.co.kr/~r/feed/660218088

누구라고 말하진 않겠어요. 전 오늘 아침 투비에 올라온 그 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잠자냥 2023-10-12 14:16   좋아요 1 | URL
다요트 식단이 다요트 하지 않는 보통 사람들의 식단을 능가하는 그분......

다락방 2023-10-12 15:14   좋아요 0 | URL
큰일났네요. 오늘 식단도 .. (먼 산)

자목련 2023-10-12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책들, 그래서 건수하 님 댓글처럼 마구 혹하지 않아 저도 다행입니다 ㅎ
<이별의 푸가>는 정말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쓸쓸하고 아프고.
이 페이퍼의 핵심 한 줄은 ‘결국 사고 말았다‘

잠자냥 2023-10-12 15:19   좋아요 0 | URL
역시 자목련 님 요약을 잘하세요! ㅋㅋㅋㅋ

새파랑 2023-10-12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이 깊어도 사고, 가을이 안깊어도 사고, 겨울이 와도 사고, 겨울이 가도 사고...배고파도 사고...

잠자냥님과 이부장님의 책탑 배틀이 흥미진진 합니다~!!

잠자냥 2023-10-12 15:20   좋아요 2 | URL
술파랑 대낮부터 술팠어요? ㅋㅋㅋ
배고파도 사는 건 다부장인데.. 배고프면 저는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저랑 다부장이 언제 배틀했어요. 우린 그냥 윈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0-12 15:32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 2023-10-12 16:21   좋아요 1 | URL
저 역시도 배틀같은 건 안합니다. 그냥 살 뿐.. 닥치고 살 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10-12 16:37   좋아요 1 | URL
두분을 보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느낌입니다~!!

잠자냥 2023-10-12 16:50   좋아요 3 | URL
푸하하 네 뭐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다락방이 톨스토이해요. 윤리다락방... 전 그냥 노름꾼하렵니다.

공쟝쟝 2023-10-12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섯먹고 환각파티!!! ㅋㅋㅋ 근데 미디어에서 유포하는 그런거 아닌 거 같아요 ㅋㅋㅋ 버섯의 환각이란… 일종의 요가 수련이랄까… lsd와 함께 그 결이 좀 다른… 중얼중얼… 비슷하게 푸코의 한계경험이란… 사실 규율권력-몸-육체에 대한 천착과 관련이..(징글징글)… ㅋㅋㅋ 제가 그쪽으로 책읽기 넘어가 보려다가ㅋㅋㅋ 너무 심오해서!!!!돌아왔어요!!!

이번 경향 희진샘 칼럼에 자의식과 자아의 해체에관한 문단이 등장했는데.. 저는 그런 종류의 경험에 대한 추구로 추측해요. 추측만해요. 근대화된 서구인이 경험하기는 좀 힘든…?! 그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없듯 우리도 그들을 알수가 없으니깐요... 버섯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지구를 구할 것인가? ㅋㅋ

https://naver.me/xVAKxV6g

잠자냥 2023-10-12 19:48   좋아요 1 | URL
쟝…. 너 지금 환각 버섯 먹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10-12 19:49   좋아요 0 | URL
사랑할땐 최악이 된다 재밌나요? ㅋㅋㅋ

잠자냥 2023-10-12 19:57   좋아요 1 | URL
ㅇㅇ 적절히 야하고 ㅋㅋㅋㅋ

공쟝쟝 2023-10-12 20:01   좋아요 2 | URL
황색 저널 주필님, 다음번엔 명색이 훼손되지 않게 심하게 야한 것(그러나 지식으로 포장된ㅋㅋ)도 추천해 주십사…

책읽는나무 2023-10-12 2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이렇게 어려운 책을!!!!!!
저는 가을에 이런 책들 읽으라고 방에 가둬준다면 읽다가 막 뛰쳐나갈 것 같아요.ㅋㅋㅋ
역시 잠자냥 님만 하니까 이런 책도 읽으시는구나! 인정합니다.^^
발자크의 작품은 죽기 전에 다 읽어야 하는 건가요? 오호 그렇다면 나도 나도...✍️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내맘 속에도 은오 님이 앉아 있는 것 같네요. 댓글만 읽어도 전염되나요???
잠자냥 님. 책목록만 봐도 멋있군요. 사랑해요♡ㅋㅋㅋ


잠자냥 2023-10-13 00: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근데 은오가 사랑한다고 하는 건 안 어색한데 다른 분들은 너무 어색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집사2가 이 현장을 본다면….? 아 안 되겠다. ㅋㅋㅋㅋㅋㅋㅋ 저 북플 못할듯.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0-13 18:12   좋아요 0 | URL
집사2님이 알라딘에서 맨날 여럿 유혹하고다니시는 잠자냥님의 행태를 보셔야 할텐데......

잠자냥 2023-10-13 20:06   좋아요 0 | URL
나는 유혹한 적 없습니다. 그들이 홀렸을뿐…

은오 2023-10-13 20:47   좋아요 1 | URL

잠자냥
은오야 이마 아프다~ 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3-10-05 22:58 좋아요 l 좋아요 2

은오 2023-10-13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책만 엄청 사주신 줄 알았는데 잠자냥님 책도 알찬 걸로다가 엄청 사셔서 다행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책 읽으시면서 사람 꼬시고 결혼은 안해주시는게 새삼 화가 나고요!!!!!
게임 하시는거 진짜 의외 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이요?! 게임 진짜 안하실 것 같은데 무슨 게임 하세요?? 😲😲

잠자냥 2023-10-13 20:08   좋아요 1 | URL
책 읽는 게 꼬시는 행태가 되는 것은 여기 알라딘뿐일 것입니다…..
그 게임은…. 게임이라고 하기도 뭐한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아직도 하는 사람 있냐고 다들 놀라는 그런 게임입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10-13 20:4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 게임하시는거 상상하니까 너무귀여움ㅜ 나 게임하는 사람 좋아했네...

잠자냥 2023-10-13 20:57   좋아요 1 | URL
박스 뜯었습니까!

은오 2023-10-13 21:07   좋아요 1 | URL
🙆‍♀️🙆‍♀️🙆‍♀️🙆‍♀️🙆‍♀️💕💕💕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뜯었습니다! ㅋㅋㅋㅋ
게으름뱅이가 미루지 않는 드문 일 중 하나: 책 택배 뜯기 ㅋㅋㅋㅋㅋ
근데 슬프게도 한권이 제 검열에 걸러보려서.. 아마 내일쯤 잠자냥님께 제 개인정보가 갈 예정.. 가지세요 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껜 모든걸 드립니다

잠자냥 2023-10-13 21:10   좋아요 1 | URL
저런…… ㅠㅠ다시 빨리 제대로 보내주라 라딘아~~!!
암튼 그중 하나 100자평 써야지. ㅋㅋㅋ

은오 2023-10-13 21:18   좋아요 0 | URL
내일 보내서 월요일에 받게 해주라~~!!
엥 그중 하나 100자평이요?! 🤔(이해못함...)

2023-10-13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3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웃들이 퀴즈 풀이에 다크 서클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지금. 나는 책을 또 샀다. 추석이니까? 뭐래... 언제는 안 산 것처럼. 추석이라서 산 것도 있고 그 전에 또 한 권씩 산 책도 있고. 그러다 보니 이미 읽은 책이 많고. 뭐 그렇다. 추석 연휴를 좀 길게 보낼 것 같아서(10월 9일까지 쭉~ 휴가. 가을방학이야! 음하하!!!!!!) 도서관에서도 책을 잔뜩 빌려와서 산 책 빌린 책 읽을 책 왕창 쌓아뒀다. <제2의 성> 빨리 끝내고 싶은데......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소네치카/스페이드의 여왕>

노벨상의 계절이 찾아오면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책 두 권이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작가라 그런 것 같다. 왠지 이번에 상을 받을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새로운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니 읽어보려고. <소네치카>는 울리츠카야에게 수많은 문학상을 안겨준 중편소설로 평생 책과 함께 살며 책에서 위안을 찾은 한 여자의 삶을 그렸다는데 이 책 소개만으로도 참 읽고 싶어진다. <스페이드 여왕>은 푸시킨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단편소설.
















아니 에르노, <바깥 일기> / <밖의 삶>


아니 에르노는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다 싶어서 최근 나오는 책들은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건 또 읽고 싶어지더라?! 사실 아니 에르노 소설 자체가 일기나 마찬가지인데, 이건 진짜 일기다. <바깥 일기>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밖의 삶>은 그 이후인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에르노가 외부 세계를 관찰하며 자신과 사회를 탐구한 기록을 모았다. 미리보기로 좀 읽었는데 몇몇 문장에 꽂혀서 그냥 사버렸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책이 있다.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 이 책과 비교해 읽어도 흥미로울 듯. 아니 그런데 말이죠. 두 권 다 150쪽 남짓 하는 페이지에 14,800원이라는 가격 실화입니까? 차라리 이걸 280쪽 정도 한 권의 양장본으로 만들고 19,800원 이렇게 받던가.... 너무 하네. 14,800원은 또 뭡니까 15,000원이면 배송료 안 내고 쿠폰 모아서 한 권씩 좀 더 저렴하게 살 텐데. 쩝. 너무나 얄미운 가격.




옌롄커, <일광유년>

옌롄커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한중일 장년 가부장 남성의 참을 수 없는 그 무엇이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꾸준히 읽고 있는 나.... 그러면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인가?! 좋아하지는 않는데도 관심은 가서 읽는다.... 960쪽인데 18,000원! 저 위의 아니 에르노 책과 참 가격 면에서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2021년에 출간된 것이라 종이 값 폭등하기 전에 매겨진 가격이라고는 해도 아무튼 좀 그렇네. 이 책은 옌롄커의 대표작 중 하나로 한 마을의 대를 잇는 참혹의 세월을 기록하며, 권력과 성애와 생육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담아냈다고. 외따로 떨어진 마을 산싱촌에서 몇 대에 걸쳐 원인 모를 목구멍 병이 횡행하고 있다는데... 이런 설정은 얼핏 <레닌의 키스>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재미있을 듯.




도나 J.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일찌감치 북펀딩했던 책, 드디어 왔다. <사이보그 선언문>을 포함, 해러웨이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글을 모은 책으로 철학,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은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이보그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저작으로 꼽히는 책. 무려 21년 만에 복간-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자,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책의 북펀딩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기뻤다. 




헤러웨이 책들이 이렇게 갖춰졌는데 이것부터 읽어야지.




주디스 버틀러, <윤리적 폭력 비판-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버틀러도 요즘 조금씩 꾸준히 읽으려고 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버틀러는 여성이라는 기표를 둘러싼 젠더 정치 문제보다는 “인간적인 것”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윤리학과 정치철학 문제에 천착한다. 나의 버틀러 읽기 계획은 이렇게 곁가지(?) 같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메인코스라고 할 수 있는 <젠더트러블>로 가고자 하는데..., 실은 이렇게 곁가지 같은 책들을 읽는 동안 <젠더트러블> 새 번역이 나오길 기다리려는 꼼수랄까.




아시스 난디, <친밀한 적- 식민주의하의 자아 상실과 회복>

이 책은 뭐,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정희진의 공부 9월호에서 언급되었다. 희진쌤 강의를 듣다 보니 궁금해졌는데, 또 때마침 스피박 책을 읽고 나니 아, 이건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어졌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과 이에 대한 인도인의 저항을 사회학·심리학적 관점을 통해 분석한 책으로 저자 아시스 난디는 1983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포스트콜로니얼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식민주의 연구의 선구자로 손꼽히고 있다고.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도 빨리 읽어야겠다.



한병철, <서사의 위기>

서사의 힘을 믿는 한 사람으로서 <서사의 위기>라는 제목은 뭐랄까 급박하게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급박하게 사서 읽었다. <사물의 소멸>과 마찬가지로 한병철은 이 책에서도 신자유주의 디지털시대의 정보 과잉, 정보 중독 현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책 읽고 든 나의 고민, 나는 (내 글은) 이야기를 지녔는가, 단순한 스토리텔링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우라가 있는가. 그런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살다 죽어야 한다......



미치코 가쿠타니, <서평가의 독서법- 분열과 고립의 시대의 책읽기>

타인의 서평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텍스트(분석 대상이 되는)를 읽지 않았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가끔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까지 당해서 서평 책은 정희진 선생님이 쓴 그런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데... 오우, 이 책은 읽고 싶어졌다. 왜? 와우 저자가 무려 퓰리처상을 수상한 서평가이다. 미치코 가쿠타니는 1998년에 비평 분야 퓰리처상을 수상한 문학비평가이자 서평가로 <워싱턴포스트>, <타임>을 거쳐 <뉴욕타임스>에서 1983년부터 2017년까지 서평을 담당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알려져 있으며, 하루키, 손택, 노먼 메일러 등 유명 작가를 향해 독설과 혹평도 서슴지 않는 날카로운 비평을 던져 ‘1인 가미카제’로도 불린다고... 이 책에는 이런 그가 읽은 100여 권의 책에 관한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서평이 실려 있다. 얼마나 매력적으로 썼을지 궁금하다. 더불어 나도 더 잘 쓰고 싶다. 글은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아 그리고..... 















<패배의 신호> <결혼‧여름> 이 아름다운 두 권의 책이 결국 제 손에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니까 얼마 전 제가 쓴 그 녹색광선 책 페이퍼를 그분이 결국 보셨고, 그 글을 보시고는 이 두 권의 책을 꼭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잠깐 고민하다 추석 선물로 덥석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역시나 예쁜 책....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




책과 함께 모두 즐거운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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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2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2의 성 다 안 읽으셨어요? 당연히 다 읽으신 줄…. 훗.

잠자냥 2023-09-28 15:49   좋아요 1 | URL
중간에 멈추고 계속 딴 책만 읽네요…

건수하 2023-09-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은 누구실까… 책 선물 부럽 ㅎㅎ 설거지 한 판 하고 잠깐 구경하고 갑니다 :)

잠자냥 2023-09-28 15:50   좋아요 1 | URL
그분은 ㅋㅋㅋㅋㅋㅋㅋ 얼마전 제가 쓴 녹색광선 페이퍼에 정답이 (모든 것의 퀴즈화)

독서괭 2023-09-28 15:56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재미붙인 잠자냥!!

건수하 2023-09-28 19:26   좋아요 0 | URL
그 글 봤는데 왜 전 모르겠죠??? 그치만 주소랑 전화번호를 아신다고 하니 누구신지 알겠네요 ㅎㅎ

잠자냥 2023-09-28 19:30   좋아요 1 | URL
다락방 아닌데요… 다부장도 제 번호는 모릅니다. ㅋㅋㅋㅋ (이렇게 또 퀴즈가…)

건수하 2023-09-28 19:31   좋아요 0 | URL
앗? 그럼… 비밀댓글을 남기신 그 분? 🤔

잠자냥 2023-09-28 19:34   좋아요 1 | URL
건수하는 한 번 더 생각하면 정답을 맞히는군요.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9-28 20:05   좋아요 0 | URL
😎

한 번에 맞히고 싶지만 ㅋㅋㅋ

잠자냥 2023-09-28 19:39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아 그리고 다락방은 저에겐 영원히 *그 인간*ㅋㅋㅋㅋㅋㅋㅋㅋ *그분*은 무슨 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28 15: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크써클… 저 말입니까?🤯

잠자냥 2023-09-28 16:44   좋아요 2 | URL
ㅇㅇ

coolcat329 2023-09-2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로사회>잠자냥님께 땡투하고 샀는데 <서사의 위기>도 땡기네요.
<서평가의 독서법>은 도서관에서 짬짬이 읽었어요. 문학동네 신간도 사고싶고 휴~~

잠자냥 2023-09-28 16:45   좋아요 1 | URL
오, 그 땡투가 쿨캣님이었군요! 감사합니다. <서사의 위기>도 나중에 읽어보세요.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요~

coolcat329 2023-09-29 06:56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도 명절 잘 보내시길요~😉

단발머리 2023-09-28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밀한 적>을 읽고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일광유년, 헉!!!

잠자냥 2023-09-28 18:24   좋아요 0 | URL
네 생각보다 얇아서 좋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8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분...... 잠자냥님께 책선물까지 하셨군요...... 그것도 두 권이나...... 흠.... -_- 잠자냥님은 그만 잘쓰셨으면 좋겠는데....
근데 한병철 사물의소멸이랑 피로사회는 오별인데 서사의 위기는 왜 사별이죠?! 좀 아쉬웠는지 아님 잠자냥님도 좀 질리셨는지 ㅋㅋㅋㅋ 저도 갑자기 흥미가 동하는데.. 오별이 아니라 굳이 안읽어도 되나? 싶고 ㅋㅋㅋ

잠자냥 2023-09-28 18:2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그분은 제 주소랑 전화번호도 아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사의 위기>는 아무래도 전작들하고 겹치는 내용도 있어서 좀 획기적인 느낌은 덜해서 4별이었습니다.

은오 2023-09-28 18:38   좋아요 1 | URL
네????? 잠자냥님 그렇게 쉬운 사람이었나요????? 전 알라딘 선물하기로 보내주신 줄...... 저한텐 왜 전화번호 안알려주시죠?!?!?! (오열)

잠자냥 2023-09-28 18:5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접 보내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9-29 11:49   좋아요 2 | URL
잠사모도 모르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렇게 쉽게 알아내다니.. 고도의 전략이다.. ㅠㅠ

잠자냥 2023-09-29 13:12   좋아요 2 | URL
은오 님이 출판사를 차려서 제게 책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단 폭탄박스 류 책은 사절. ㅋㅋㅋㅋㅋ

은오 2023-09-29 14:09   좋아요 1 | URL
앞으로 2년 안에 제가 잠자냥님 번호 따고 같이 술마신다!!

잠자냥 2023-09-29 14:18   좋아요 2 | URL
그렇게 은오는 사업가로 성공하는데….

은오 2023-09-29 19: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누워서 알라딘에서 구애할 생각인데... 잠자냥님도 언젠간 받아주시겠지....

잠자냥 2023-09-29 22:35   좋아요 1 | URL
술 마실 땐 나오긴 할 건가요? 집에서 누워서 실시간 채팅하며 마시나요?!

은오 2023-09-29 22:52   좋아요 0 | URL
맨발로 헐레벌떡 뛰어나갑니다

잠자냥 2023-09-29 23:00   좋아요 2 | URL
신발은 신어야죠. 발 다쳐요.

은오 2023-09-29 23:01   좋아요 1 | URL
😳......... 잠자냥님은 과한 다정한 금ㅈㅣ.................

꼬마요정 2023-09-28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광유년>과 <서사의 위기> 저도 이번에 샀어요 ㅋㅋㅋ 두 책이 두께면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네요. 근데 <일광유년>을 더 빨리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자냥 님 냥님들과 함께 추석 잘 보내세요^^

잠자냥 2023-09-28 23:50   좋아요 1 | URL
ㅋㅋㅋ 냉면에 진심인 요정 님 ㅋㅋㅋ 연휴에 맛난 냉면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요정 님도 귀요미들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독서괭 2023-09-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값이 많이 오르긴 올랐나 봐요 ㅠㅠ 미리 잔뜩 사놓은 분들이 승자인가??
이번에 녹색광선 책 실물로 보니 넘 예뻐서 모으고 싶은 욕구가 들긴 하더라고요. 차근차든 모아야징 ㅎㅎ

잠자냥 2023-09-29 12:10   좋아요 0 | URL
ㅇㅇ

거리의화가 2023-09-30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광선 결국 선물이 갔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ㅎㅎㅎ 그나저나 옌롄커의 <일광유년>은 저리 두꺼웠군요.
책탑도 멋지지만 역시 부러운 것은 9일까지 휴가시라는 것! 읽고 즐기고 먹고 재미난 연휴 보내시길 바랄게요^^

잠자냥 2023-09-30 18:49   좋아요 0 | URL
네, 선물을 보내주셨네요. <일광유년> 진짜 두껍죠?! ㅋㅋㅋ 저에겐 아직도 휴일이 9일 남았습니다. 음하하
 

지난주 퇴근 후 서점에 들렀다. 교보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목록을 훑던 중 카뮈의 <결혼·여름>이 에세이 부분에서 10위 안에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와우, 드디어, 역시, 좋겠다. 잘됐다. 등등의 여러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알베르 카뮈 전집(책세상) 중 한 권으로 읽었고 그 책을 갖고 있으므로 녹색광선에서 나온 이 버전은 사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 만듦새는 훑어보고 싶어서 서점에 서서 이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역시나 갖고 싶게 잘 만들었다. 올여름에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름 시즌에 맞는 제목과 하늘색의 커버, 바닷가에서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고 있는 연인들… 게다가 카뮈라니, 게다가 <결혼>과 <여름>이라니 여러 면에서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이 작품을 예전에 다른 버전으로 읽었던 사람조차도 다시 소장하고 싶게 유혹하는, 그런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잘 팔리겠는데……. 녹색광선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얼마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잘 팔릴 줄이야. 아무튼 응원반 부러움반 약간의 뿌듯함반(니가 왜? ㅋㅋㅋㅋㅋ)을 느끼며 책을 제자리에 다시 꽂아두고 그 자리를 떴다.

나 또한 1인 출판사에 대한 꿈이 아예 없지는 않아서 1인 출판사로 짐작되는 회사들은 눈여겨보는 편이다. 녹색광선도 그런 출판사 중 하나. 이 출판사에서 가장 처음 출간된 책은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이다. 그 후 두 번째로 나온 책이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인데 <미지의 걸작>은 발자크 특유의 지루함을 극복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일단 제외했다가 <감정의 혼란>부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책의 외형을 이렇게 예쁘게, 팬시하게 만드는 것에는 좀 회의적이고(내용이 먼저라고 생각하므로), 내가 어떤 책을 선택할 때도 ‘예쁨’만으로 구매하지는 않기 때문에 녹색광선의 이 첫 두 책은 반신반의하면서 지켜봤다(니가 뭐라고 지켜보는지 원 ㅋㅋㅋㅋ).

이 출판사에 호감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 이름 때문이다. 이 이름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어라? 녹색광선? 설마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 으흠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을 안단 말이지......’ 하면서 주목했는데, 영화 ‘녹색광선’을 알고 그 의미를 출판사 이름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대표로 있다면 어디 한번 무슨 책을 내는지 유심히 봐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한참 보러 다니던 시절, 에릭 로메르 영화는 거의 다 찾아봤던 터라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가 탄생한 것에 일단은 좀 기뻤다. 한편으로는 어쩐지 이 출판사 대표, 나랑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이름을 붙여보자면 키노KINO 세대랄까…….

녹색광선 시리즈 중 <감정의 혼란>을 읽고 리뷰를 남겼는데 이분이 비밀글로 댓글을 남기셨더라. 그 후로도 종종 내가 녹색광선에서 나오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면 꼭 와서 비밀글로 댓글을 남기고 가셨다. 요약하자면 내 서평이 너무 아름다워서 팬이 될 것 같다(이렇게 또 내 자랑을??ㅋㅋㅋㅋㅋ), 늘 좋은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런 말들. 1인 출판사로 호기로운 기획을 하고 꾸준히 출간하는 이 출판사를 좀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으면 꼭 리뷰를 남기곤 했는데, 재미나게도 이 출판사 책으로 이달의 당선작을 많이 받기도 했으니 서로 좋은 일이 된 셈인가. <마틴 에덴> 리뷰를 끝으로 이분의 댓글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마틴 에덴> 이후로 출간된 두 권의 책 <패배의 신호>와 <결혼·여름>은 읽지를 않았구나....!

<패배의 신호>는 처음 출간되었을 때 오호라, 이번에는 이 작품이네! 하면서 작품 선정에 감탄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독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아 이건 내가 안 읽어본 작품인데 사서 읽어야겠다! 했다가 하필이면 그 무렵에 내가 사강의 다른 작품을 읽고 사강은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 사강 졸업!!을 결심했던 참에 이 책이 나와서 나중에 읽자, 나중에.... 하면서 미루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대출해왔는데, 결국 처음 몇 쪽 읽다가 반납. 그러다가 다시 또 빌려왔는데 다시 그대로 반납. 현재까지 두 번 대출& 두 번 그대로 반납 상태이다. 은오 님이나 물감 님이 재미나게 읽었다고도 하고 술파랑 님이 극찬 리뷰도 남겼기에 세 번째 도전을 해보기는 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의리(웬 혼자 의리 찾음? ㅋㅋㅋㅋㅋㅋㅋㅋ)가 있어서 녹색광선에서 나오는 책들은 웬만하면 계속 읽어볼 생각인데...... 일단 <결혼·여름>은 굳이 나까지 보태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리고 있으므로 다시 안 읽어도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나머지 녹색광선 책에 대한 짧은 코멘트.

현재까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마틴 에덴>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도 무릎을 쳤는데, 아아, 잭 런던 작품 중에 저게 있었지! 저걸 찾아내다니 이런 젠장 졌다(왜 져?! ㅋㅋㅋㅋ),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면서 다시 독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아아, 이거 읽고 싶다! 읽고 싶다! 읽고 싶은 욕망이 마구 꿈틀거렸다. 이 책 자체도 만듦새가 훌륭한데 1권 표지를 장식한 저 남자의 얼굴(내 타입은 아니지만), 가난한데 건강하고 잘생긴 저 얼굴과 2권에서 빗속의 격정적인 키스 신! 아이고야 이거 표지만 봐도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지지 않는가? 표지 커버로 초록과 자주색의 컬러 선택도 좋았다. 그런데 아무튼 이 책은 사랑보다는 계급, 가질 수 없는 계급으로의 유입을 꿈꾸던 한 남자의 좌절기.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작품으로, 어느 정도는 잭 런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자신과 너무나 다른 계급의 사람을 욕망하고 사랑하게 되었을 때의 극복할 수 없는 한계,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삶의 허무를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니, 이 책이 나오다니 놀랐던 것은 김사량의 <빛 속으로>. 이 책 출간되었을 때는 솔직히 찬탄. 김사량을 찾아내다니! 책 좀 읽었다고 해도 김사량의 이름이 낯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국문학을 전공했으니까 김사량을 아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김사량은 1914년 식민지 조선에 태어나 학창시절에 항일시위를 하다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밀항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써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그 후로도 <천마>, <풀이 깊다>와 같은 일본을 비판하는 작품을 잇달아 일본어로 써냈다. 조선인이면서도 시대적 비극으로 인해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한 그는 국문학계에서도, 그렇다고 일본문학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런 데다가 본디 평양 태생으로 해방 이후에는 북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비김일성계로 분류되어 북한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고 남한에서는 오랫동안 월북 문인으로 규정되어 금지대상이었다. 그렇게 그 존재가 잊히다시피 했던 사람. 그런 김사량의 작품을 복간해서 출간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스펙트. <빛 속으로>는 이런 김사량의 복잡한 정체성을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이 시리즈 중 재미 면에서 단연코,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이 아닐까. 나는 이 작품을 빨려 들어가다시피 휘리릭 다 읽고 나서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보니 아이고야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으로 이미 읽었던 작품이더라...... 그런데도 다시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던 작품. 40대의 영문학 교수와 20대의 젊은 제자 사이의 밀당이라고나 할까. 잡았다 당겼다 놓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둘 사이의 텐션을 쫓다 보면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어떤 비밀. 그건 비밀.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뒤라스의 작품 치고는 평이하게(!) 스토리가 궁금해서! 책장이 넘어가는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휴양지, 관광객이 그리 많이 몰리지 않는 어느 작은 섬마을에 다섯 남녀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부부란 무엇인가 연인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권태란 무엇인가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사강의 <패배의 신호>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패배의 신호>를 빨리 읽어야겠다).

<행복의 나락>도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나는 피츠제럴드 단편을 여러 가지로 갖고 있고 읽었기에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는데, 이 판본으로 몇몇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게 다가오더라. 피츠제럴드는 단편을 너무 잘 써서(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그가 젤다에게 한 여러 행동들 때문에 꼴 보기 싫다가도 결국 왠지 미워할 수 없어진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 중 마음으로 사랑하는 책이 있는데 그건 바로 푸시킨의 <눈보라>- 으아, 이 책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뭔가 아름다운 감정이 치솟아서 울렁거린다. 이렇게 설명하면 뭔가 이 작품이 아름다움의 극치로 이루어진 그런 것인가 착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책에 실린 단편에서 그려지는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때로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사랑도 어긋나고 관계도 어긋나고 그걸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법도 모르는 인간들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거기에서 생의 위대함이 느껴지는데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 온다. 아서 단토는 아름다움에 대해 인간은 ‘우리의 눈보다도 정신을 자극할 때 어떤 작품에 매료된다’고 했는데 푸시킨 작품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녹색광선 시리즈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 책을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 발자크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술과 회화에 관한 발자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 문학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발자크 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미안합니다. 발 선생).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이 녹색광선의 첫 출간 책이었다는 게 조금 재미나게 다가온다. 초록색 장정의 <미지의 걸작>이라.... 미지의 걸작을 찾아 헤매는, ‘녹색광선’ 출판사의 포부를 담았던 책은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해질녘 그 드문 녹색광선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발견하기를, 그런 정도의 미지의 걸작을 찾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던 책이 아니었을까. 녹색광선이 다음으로 선보일 미지의 걸작은 무엇일지 기다려지는구나. 계속 승승장구하시길.







사진은 녹색광선이 촬영한 것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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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08: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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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0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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