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2Disc)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 다니엘 데이 루이스 외 출연 / 썬엔터테인먼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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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는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다. 아무리 영화가 종합예술이라지만. 항상 이것을 염두해 두면서 보는 내 편견 때문일까. 아니면 내 상상력이 감독보다 더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은 걸까. 캐스팅은 왜 저렇니, 왜 그 장면을 넣었니 뺐니를 따지게 된다. 아마 그들도 원작에 애정을 갖고 있으니까 영화를 만들었겠지만 아무튼 대부분의 영화는 책보다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몇몇은 더 뛰어나기도 하고, 아니면 그 자신이 다른 원작이 되기도 한다.

포스터의 책에도 이 영화의 한 장면이 표지로 쓰였을 정도로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아니, 그냥 다른 원작이다. 포스터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 아닌, 그냥 그의 영화다. 포스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반기를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무튼, 이것은 그의 영화다. 

캐스팅이 무엇보다 훌륭하다. 루시, 루시의 동생인 프레디, 루시의 고모인 샬럿 바틀릿, 비브 목사... 특히 프레디의 캐스팅은 몹시 훌륭했다. 푸하하. 원작보다 실감날 정도다. 

전망 좋은 방을 놓고 시작되는 사건... 책에는 나중에 포스터가 덧붙인 <방이 없는 전망>이란 글 때문에 다소 우울해지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도대체 이탈리아가 어떤 매력이 있기에 중세시대를 끝내고,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걸까. 무척이나 가보고 싶다. 

특히, 피아노 소리. 음악이 멋있다고 해야하지만 피아노 소리가 멋있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포스터의 작품을 몇개나 영화로 제작하였는데,(포스터가 낸 소설이 6권, 그중에 단편이 1권, 이면 그중 그가 [전망 좋은 방],[모리스],[하워즈 엔드]까지 3편을 영화화 하였다) 모두 음악, 그것도 피아노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음악이 귀를 사로 잡는다. 

[전망 좋은 방]에서 루시가 치는 엔티크한 나무 피아노는, 정말이지 그 피아노를 꼭 쳐보고 싶게 만든다. 물론 그 피아노가 어울리는 확 트인 큰 집에서.. 아니면 전망 좋은 방에서! 

풍수지리는 이래서 중요한 걸까? 전망 좋은 방은, 어쩌면 사랑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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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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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의 존재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항상 입 속에 있어서 잘 안 보이기도 하고 혀에 뭐가 났거나 뜨거운 것에 데였을 때 말고는 얘(?)가 있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해보고 살게 된다. 오죽 편하고 귀엽게 굴었으면 '입안의 혀처럼 군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나도 이 표현을 참 좋아한다.  

혀라는 건 당연한 말이지만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율배반적으로 참 까다로운 녀석이다. 적어도 내 것은 그렇다. 내 혀는 입 안의 혀처럼 굴어주지 않을 때가 많다. 본인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하는 찡찡이 어린아이 같은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내가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고 본다... (그냥 식욕이 좋은 것 뿐일까?) 

혀는 입 밖으로 나오면 이상하게 불경(?)스러워진다. 많은 화보에서는 곧 달랑달랑 떨어질 것 같은 체리를 혀에 대거나, 새빨간 립스틱이 발린 입술을 훑고 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일거다. 게다가 메롱하면서 혀를 내밀면  

소설을 읽는 내내,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입을 다시며 혀를 날름날름 거렸다. 미각을 자극하는 책이다. 다이어트 중에 읽는다면 몹시 힘든 책이다. 주인공은 능력있는 요리사로 그가 남기고 간 큰 개와 살고 있다. 남자는 그녀가 운영하는 요리 교실에 다니던 모델 출신의 미모의 여인이었다. 큰 개와 우정같은 것을 나누고 있기는 하지만 그 둘 서로는, 서로에게 1순위는 아니다. 그래서 둘은 함께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렇지만 사실상, 그 둘은 그에게 버림받았다. 주인공은 그를 못 잊어하고 그래서.....(반전인데 어느정도 예상이 되기는 한다. 그치만 스포일러는 남기지 않습니다.)

큰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그렇지만 이것은 혀에 관한, 미각에 관한, 식욕에 관한 소설이다. 아니면 어떤 욕망에 관한 소설이거나.  

제인구달의 저서를 읽고 나도 채식을 하리라! 라고 마음 먹었다가 오랜만에 집안에 퍼진 고기 냄새에 이성을 읽고 고기를 다시 입에 댄 나로서는, 채식주의자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채식주의자들 중에 완벽주의자가 많고 의외로 악마가 많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그들은 분명 의지가 약한 사람들은 못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식가들이 꼭 인간성 좋고 탐미주의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그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폭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다만 그들은 왠지 더 인간적이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해못할 바도 아니다. 그게 만약에 건강한 욕구라면 그냥 하나의 좋은 취미로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그들과 같은 기질을 지닌 선조덕분에 음식은 화려하게 발전되어왔으니까. 

아, 이런... 소설 리뷰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하나만 봐도 열을 알 수 있는 사람의 행위는 소비습관, 그리고 식습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음식에 유난히 까탈을 부리거나 지나치게 조금먹거나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들의 성격은 그렇게 유들유들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 아니 내가 관찰해 본 바로는 100%이다. 삶의 의욕이 떨어지면 식욕부터 떨어진다고 하는데...(아직 크게 식욕이 떨어져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잘 모른다.) 먹는 것을 대하는 방식이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혀는 무서운 놈이다. 혀가 맛을 대하고 느끼니까. 다행히 내 혀는 사회적으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그렇지만 입 안의 혀처럼 굴지 않으려고 하는 이 놈이 나는 좀 두려워졌다. 

  

덧붙이는 말) 씁쓸하게도 표절시비가 붙은 책이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베테랑 작가인 조경란이 더 자연스럽게 썼을 확률이 크다. 이런 경우에는 표절이라고 욕부터 하고 나와야 하나.. 아님 태양아래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믿으며, 좋은 작품이라고 해야하나.. 작가의 대응이 없으니 전후사정은 잘 모르지만 어쨌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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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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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은 한 때 엄청난 화두였고, 아직도 엄청난 화두이다. 왜냐, 왜긴 왜겠어. 집이 있으면 완전 좋기 때문이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는 건 무조건 좋은 것이지만, 집이나 차는 또 그렇게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물론 학생이자 취업준비생인 나는, 한번도 그런 걸 가져본 적은 없으니..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기나 (집과 차를 둘러싼) 쪼잔해 보이면서도 당연한 행동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이해가 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일 뿐. 

가령,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 게시물의 단골 메뉴는 역시 속썩이는 남자친구이다. 바람핀 남친(나쁜 놈)에게는 욕을, 자상하고 민주적인 남친(좋은 놈)에게는 친창과 부러움을, 돈 꿔가는 남친이나 차 빌려달라고 떼쓰는 남친(이상한 놈-실은 나쁜놈인데.. 내 기준에서는)에게도 욕을....해준다. 다른 건 다 이해하겠는데.. 차 빌리는 남친에 달리는 댓글에는 꼭 이런 말이 있다.  

"차는 부모 형제도 안 빌려주는건데... 남친이 개념이 없네요! (헤어져 헤어져어 ~!!!!)"

차가 도대체 뭐간디, 그것 앞에서는 부모 형제도 없단 말인가! 아마도 복잡한 보험이라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것 같은 심정이 든다.   

 

소설은, 처음에는 외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기점으로 외국을 배경으로 해서 시작되어, 그 다음부터는 다시 한국에서 이뤄지는 드라마가 참 많았었는데, 소설도 그랬다. (그게 다 높은 제작비 때문일테지만.. 소설은 외국을 배경으로 쓰나 국내를 배경으로 쓰나 종이값이 더 비싸지는 것도 아닐텐데...이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서두.으하하!!) 

아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거의 도망오다 시피해서 휴양지같은 외국에 있던(지명 까먹음) 주인공은 거기서 한 귀인을 만나 딸과 함께 서울로 오게 된다. 어떤 다 죽어가는 노인이 거의 경매에 넘어가려는 그녀의 집을 구해주고, 일을 의뢰한다. 그것은 바로 몇몇 사람들에게 딱 맞는 집을 구해주라는 것. 부동산의 'ㅂ'도 모르던 그녀는, 집 구해준 것도 있고 거절할 수가 없어서, 단기간 속성으로 공부를 해서 사람들의 집을 구해주기 시작한다. 

첫 의뢰인은 어떤 형제들. 어릴 때 잘 살던 집이 망하면서 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이제 직장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보고자 하는 꿈을 가진 이들이었다. 착실하게 살았지만 물정을 모르는 그들은, 어쨌든 서울같은 교통편한 곳에 살고 싶고 해가 드는 집을 선호하였다. 문제는 돈이 별로 없다는 건데.... (부동산의 'ㅂ'자의 한 획도 모르는)나도 책을 읽으며 그럼 우짜지?, 라고 생각하였다. 

결국 그들은 그녀의 노력으로 안양에 있는 아파트를 경매로 구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집에서 죽은, 이미 썩은 시체가 된 부부를 보게 되고..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의 되면서 빚어진 현실인 듯.. 집값이 막 올라갔다 떨어지고 그러니까)아무튼 그리하여 형제들은 집을 갖게 된다.  

또 다른 의뢰인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로맨틱한 할아부지. 어떤 삐까뻔쩍한 집을 해줘도 만족하지 못한다. 예전 어떤 추억의 집이 아니기 때문. 주인공은 런던의 호순지 저수진가가 그 추억의 장소인 것을 알고...그곳과 가장 비슷한 느낌이 나는 한강의 어떤 곳 앞에 있는 아파트를 구해준다. 

다른 의뢰인은, 제야의 경제고수. 이론적으론 실력가이나 막상 자기 집은 없는 허당인 그에게는, 겉으로 봐서는 잘 구분 안 되는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는데.. 어찌저찌해서 집을 구해주고...  

근데 주인공은 왜 이들의 집을 구해주고 있느냐....... 바로 이들이 아까 그 노인과 관련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때 돈맛을 보고 부동산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었던 노인은, 다 죽어가는 상태가 되어 자기가 잘 못 대했던 이들이나, 생명의 은인한테 참회 비슷한 걸 해보려는 것이다. 

 

소설의 또 다른 한 줄기는, 주인공 이야기. 주인공에게는 실어증 걸린 딸이있다. 딸을 처음보는 사람들은 신비한 외모에 인형같다는 말을 하고, 또 이상하게 본다. 이유는 혼혈아이기 때문. 아이의 아빠는 없어졌다. 도망을 간건지 어쩐건지...  이 없어진 아이의 아버지를 찾느라고 고생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소설의 또 다른 하나의 축이다. 

경매에 넘어가다가 겨우 살려낸 주택은 밤나무가 심어져있다. 그녀의 밤이 열리면 이웃에게 나눠주는.. 머 그런 정이 많은 사람이고, 또 정의로운 사람었는데.. 우찌저찌하여 없어지고... 그와, 또 친구들과 지었던 소울하우스는 이제 없어져버린 그런 막막한 상황에 주인공은 남의 집을 구하러 다녔던 것이다. 

엔딩은 직접 읽어보시고...

 

이 책이 참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친숙한 지명이 나오는데다, 그게 또 엄청나게 자세하기 때문인데, 여기는 수목원이 있고, 저기는 뉴타운 예정지고.. 거기는 교통이 영 꽝이라더라, 라는 현실적이고 아는 사람이면 다 알만한 정보가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이 참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다 죽어가면서 괴짜같은 일을 벌이는 노인이나, 귀인의 존재, 휴양지 같은 외국에서 집을 지어 살며 히피같은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의 삶, 그래 놓고선 나중에는 집을 팔아버리는 주인공....... 대대로 농경 민족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안정된 삶을 위해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자! 라는 결론은 아니어서 좋았다. 스펙을 쌓아야 돼, 결혼은 해야 돼, 애는 꼭 낳아야 해, 집은 당연히 사야지! 라는 말을 늘어 놓았다면 책을 덮어버렸을 것이다. 왜 꼭 뭔가가 돼야하고, 해야하는지.. 

소울하우스는 소울메이트(그게 자신일지라도!)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니까 집 가지고 장난 좀 치지 맙시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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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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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소설을 좋아한다. 장황하고 만연한 문체에 버거움을 느끼면서도 계속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살아있는 인물과 방대한 이야기, 무엇보다도 그 '마술적 리얼리즘'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삶의 깨달음을 허세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알려주고 방대한 역사, 그 많은 인물들에게 생명감을 훅훅 불어넣는 그의 글솜씨는 혀를 내두를 만하다.  

그의 소설[백년 동안의 고독]은 앞 표지에 가계도가 있을 정도로 인물이 많다. 비슷한 남미 사람들의 이름은 무척 헷갈린다. 러시아 소설의 인물은 외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 남미 소설은 비슷한 이름이 많아 헷갈리는 것이 문제다. ex-아르카디오, 아르카디오 세군도/ 아우렐리아노, 호세 아우렐리아노, 호세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뭐 이런 식이다. 

특히 그의 소설에서 맘에 드는 것은 비유. 돌멩이처럼 조용하게 있었다든지..(아 읽을 때는 넘 좋은 비유가 많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하는 것과, 모든 인물들을 '미친' 기억력으로 다 기억해놓고는 (써놨을지도 모르지) 앞에서 예언(?)한 이야기를 뒤에서 모두 해준다. 가령, ~는  xx로 죽기 전까지 ss하게 살았다-라고 하면 뒤에서 그 죽은 이야기를 자세하게 해주는 점이 가장 좋다. 

그리하여 마르케스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 

왜 [고래]라는 소설 리뷰에서 마르케스 이야기를 하냐면.... 이 소설이 마르케스의 소설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특히 [백년 동안의 고독]이 생각이났다. 

어느 쪽이 더 재밌냐고 물어본다면 [고래]라고 답할 것이다. 아무래도 번역보다는 한국 소설이 더 와닿는 표현도 많고 언어의 미세한 감정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거겠지.(그치만 번역도 좋았다.)   

  

각설하고 본격적인 리뷰를 써야 하는데..... 마르케스의 소설은 이야기의 방대함 때문에 리뷰 쓰기가 겁이 났는데 [고래]도 그렇다. 

그래서 나의 몇 가지 감상과 감상 포인트만을 적으려 한다. 

  

감상 1. 순간적으로 받은 이미지의 힘은 놀랍도록 크다. 금복이 집을 떠나 처음 보았던 고래 꼬리의 이미지, 그 생명력의 이미지는 전 생애에 걸쳐 그녀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결국 그녀/그를 죽게 만든 것도 그 고래 때문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감상 2. 무엇보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무언의 여인 춘희가 홀로 되었을 때, 평생 벽돌을 굽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깝깝하면서도 참.. 머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겠다. 

감상 3. 남자들을 후리는(?) 요상한 호르몬 냄새를 풍기던 용감한 소녀인 금복의 우여곡절한 인생이 왠지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아무튼 범상치 않게 타고나야 범상치 않은 삶은 산다는 것은 씁쓸하면서도 고개를 끄덕끄덕. 

감상 4. 벌리는 일마다 잘 되는 여장부 금복, 한 만족을 모르는 게이샤를 위해 손가락 6개를 바치나 끝내 그녀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칼자국, 코끼리를 타고 노는 거대한 소녀, 자기가 언닌지 동생인지 혼란스러운 써커스단 출신의 쌍둥이 자매 등 작가가 그려내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 또한 이 소설의 묘미이다.

   

감상포인트) 작가는 세상의 왠만한 '법칙'들을 다 꿰고 있는 듯하다. 그가 설명하는 법칙들이 어떨 때는 무진장 재밌고 어쩔 때는 허를 찌르기도 한다. 구라의 법칙, 이데올로기의 법칙, 자본주의의 법칙 등을 모아 읽어보는 것도 이 소설의 또 다른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이로써, 큰 고래같은 소설에 잔챙이 같은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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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밤의 클라라
카트린 로캉드로 지음, 최정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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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은 클라라. 본명은 따로 있다. 하지만 대게는 클라라로 쓴다. 끝에 A로 끝나는 것이 성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왜 이름에서 성적인 느낌을 줘야 하냐고? 그녀의 직업은 창녀다.  

아버지와 싸우고 온 파리에서는 연고도 학벌도 기술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창녀밖에 없었다. (사랑받으면서 산 클라라가 왜 창녀가 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개연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밤의 클라라로 20년을 살아 낸다. 밤의 클라라는 낮의 클라라에게 밥을 먹이고 책을 사 읽히고 생활을 하게 한다. 낮의 클라라는 수수하고 자기 자신 외의 사람과는 어떠한 관계도 갖지 않는다. 그저 뒤라스를 읽고 시를 읽는 여자일 뿐이다. 

어느 날, 20년의 밤의 클라라의 인생에 낮과 밤을 뒤흔드는 사건이 생긴다. 잘생겼지만 왠지 우수의 젖은 운동자를 갖고 있는 다니엘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밤의 클라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읽어 달라고 요청한다. 밤의 클라라는 화가 났다. 아니, 불안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것은 밤의 클라라에게 낮의 클라라가 하고 있는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으니까. 

밤의 클라라는 '감히' 낮의 클라라만이 할 수 있는 읽는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낮과 밤이 다른 것처럼 낮의 클라라와 밤의 클라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었고 그 범위를 침범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낮과 밤이 뒤섞이는 것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일이다. 

책을 읽는 창녀, 라는 것은 무척 상상이 안 된다. 마릴린 먼로가 율리시스를 읽는 사진만큼 낯설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치만 꼭 개연성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클라라는 특별했기 때문인지, 예전은 제1의 성이었다가 지금은 제2의 성이 된, 한 때는 루이지였다가 지금은 루이자가 된 바 '루이자네'의 사장 루이자는 특별히 클라라만을 챙긴다. 험한 꼴을 당하지 않게 클라라에게만 자신의 가게에서 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어느 날, 낮의 클라라는 어느 화랑에서 왠지 자신인 것 같은 벗은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다니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중에 클라라는 다니엘 또한,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첫사랑의 유령에게 해방되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것을 알 게 된다. 

그리고 클라라는 아버지를 보러 간다.  

 

나에게도 낮과 밤은 존재한다. 다만 클라라처럼 확실하게 분리되지는 않았을 뿐. 주인공 클라라에게는 두 개의 자신이 있지만 낮의 클라라가 없으면 밤의 클라라가 없고, 밤의 클라라가 없으면 낮의 클라라도 없게 된다. 낮과 밤의 클라라가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자기, 또 너무나 사랑하는 자기... 이 두 감정이 너무나 확실히 분리되어 있어 혼재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클라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안타깝고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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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2014-01-2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밤의 클라라"로 검색해서 여러 포스팅을 보고 있는데, 님이 제일 잘 쓰신 것 같네요. 클라라가 창녀가 되는 것은,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기질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 사랑은 받았지만, 아버지가 자신한테 "집착"한다고 느끼면서, 아버지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그 직업을 택한게 아닌가 싶네요. 보통 일반 회사 다니면 사람들 눈치보고 하느라 힘들잖아요. 저는 이 책의 "책읽는 창녀, 지적인 창녀"라는 설정이 신선했어요. 상상은 안되지만, 클라라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녀는 특별하다... 이런 믿음까지 생기게 만드는. 저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책이 너무 좋네요.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하여튼 잘 보고 갑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4-04-09 13: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주인공의 존재 자체가 참 신선했어요.
역시 아버지와의 풀지 못한 숙제였을까요? 여전히 이해는 잘 안가지만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한테 인상적이었던 것은 밤의 클라라에게 편지를 읽어달라고 했을 때 화를 내는 장면이었어요. 가끔 별 거 아닌 일에 성내는 자신을 생각해보면 자기도 모르는 콤플렉스를 상대방이 무심코 건드렸을 때였거든요.

익명이라도 성의있게 써주신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