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내 집 마련... 은 한 때 엄청난 화두였고, 아직도 엄청난 화두이다. 왜냐, 왜긴 왜겠어. 집이 있으면 완전 좋기 때문이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는 건 무조건 좋은 것이지만, 집이나 차는 또 그렇게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물론 학생이자 취업준비생인 나는, 한번도 그런 걸 가져본 적은 없으니.. 어르신들이 하는 이야기나 (집과 차를 둘러싼) 쪼잔해 보이면서도 당연한 행동들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이해가 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일 뿐. 

가령,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 게시물의 단골 메뉴는 역시 속썩이는 남자친구이다. 바람핀 남친(나쁜 놈)에게는 욕을, 자상하고 민주적인 남친(좋은 놈)에게는 친창과 부러움을, 돈 꿔가는 남친이나 차 빌려달라고 떼쓰는 남친(이상한 놈-실은 나쁜놈인데.. 내 기준에서는)에게도 욕을....해준다. 다른 건 다 이해하겠는데.. 차 빌리는 남친에 달리는 댓글에는 꼭 이런 말이 있다.  

"차는 부모 형제도 안 빌려주는건데... 남친이 개념이 없네요! (헤어져 헤어져어 ~!!!!)"

차가 도대체 뭐간디, 그것 앞에서는 부모 형제도 없단 말인가! 아마도 복잡한 보험이라는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언젠가는 이해할 것 같은 심정이 든다.   

 

소설은, 처음에는 외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기점으로 외국을 배경으로 해서 시작되어, 그 다음부터는 다시 한국에서 이뤄지는 드라마가 참 많았었는데, 소설도 그랬다. (그게 다 높은 제작비 때문일테지만.. 소설은 외국을 배경으로 쓰나 국내를 배경으로 쓰나 종이값이 더 비싸지는 것도 아닐텐데...이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서두.으하하!!) 

아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거의 도망오다 시피해서 휴양지같은 외국에 있던(지명 까먹음) 주인공은 거기서 한 귀인을 만나 딸과 함께 서울로 오게 된다. 어떤 다 죽어가는 노인이 거의 경매에 넘어가려는 그녀의 집을 구해주고, 일을 의뢰한다. 그것은 바로 몇몇 사람들에게 딱 맞는 집을 구해주라는 것. 부동산의 'ㅂ'도 모르던 그녀는, 집 구해준 것도 있고 거절할 수가 없어서, 단기간 속성으로 공부를 해서 사람들의 집을 구해주기 시작한다. 

첫 의뢰인은 어떤 형제들. 어릴 때 잘 살던 집이 망하면서 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이제 직장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보고자 하는 꿈을 가진 이들이었다. 착실하게 살았지만 물정을 모르는 그들은, 어쨌든 서울같은 교통편한 곳에 살고 싶고 해가 드는 집을 선호하였다. 문제는 돈이 별로 없다는 건데.... (부동산의 'ㅂ'자의 한 획도 모르는)나도 책을 읽으며 그럼 우짜지?, 라고 생각하였다. 

결국 그들은 그녀의 노력으로 안양에 있는 아파트를 경매로 구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집에서 죽은, 이미 썩은 시체가 된 부부를 보게 되고..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의 되면서 빚어진 현실인 듯.. 집값이 막 올라갔다 떨어지고 그러니까)아무튼 그리하여 형제들은 집을 갖게 된다.  

또 다른 의뢰인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로맨틱한 할아부지. 어떤 삐까뻔쩍한 집을 해줘도 만족하지 못한다. 예전 어떤 추억의 집이 아니기 때문. 주인공은 런던의 호순지 저수진가가 그 추억의 장소인 것을 알고...그곳과 가장 비슷한 느낌이 나는 한강의 어떤 곳 앞에 있는 아파트를 구해준다. 

다른 의뢰인은, 제야의 경제고수. 이론적으론 실력가이나 막상 자기 집은 없는 허당인 그에게는, 겉으로 봐서는 잘 구분 안 되는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는데.. 어찌저찌해서 집을 구해주고...  

근데 주인공은 왜 이들의 집을 구해주고 있느냐....... 바로 이들이 아까 그 노인과 관련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때 돈맛을 보고 부동산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었던 노인은, 다 죽어가는 상태가 되어 자기가 잘 못 대했던 이들이나, 생명의 은인한테 참회 비슷한 걸 해보려는 것이다. 

 

소설의 또 다른 한 줄기는, 주인공 이야기. 주인공에게는 실어증 걸린 딸이있다. 딸을 처음보는 사람들은 신비한 외모에 인형같다는 말을 하고, 또 이상하게 본다. 이유는 혼혈아이기 때문. 아이의 아빠는 없어졌다. 도망을 간건지 어쩐건지...  이 없어진 아이의 아버지를 찾느라고 고생을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소설의 또 다른 하나의 축이다. 

경매에 넘어가다가 겨우 살려낸 주택은 밤나무가 심어져있다. 그녀의 밤이 열리면 이웃에게 나눠주는.. 머 그런 정이 많은 사람이고, 또 정의로운 사람었는데.. 우찌저찌하여 없어지고... 그와, 또 친구들과 지었던 소울하우스는 이제 없어져버린 그런 막막한 상황에 주인공은 남의 집을 구하러 다녔던 것이다. 

엔딩은 직접 읽어보시고...

 

이 책이 참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친숙한 지명이 나오는데다, 그게 또 엄청나게 자세하기 때문인데, 여기는 수목원이 있고, 저기는 뉴타운 예정지고.. 거기는 교통이 영 꽝이라더라, 라는 현실적이고 아는 사람이면 다 알만한 정보가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이 참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다 죽어가면서 괴짜같은 일을 벌이는 노인이나, 귀인의 존재, 휴양지 같은 외국에서 집을 지어 살며 히피같은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의 삶, 그래 놓고선 나중에는 집을 팔아버리는 주인공....... 대대로 농경 민족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안정된 삶을 위해 내 집을 마련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자! 라는 결론은 아니어서 좋았다. 스펙을 쌓아야 돼, 결혼은 해야 돼, 애는 꼭 낳아야 해, 집은 당연히 사야지! 라는 말을 늘어 놓았다면 책을 덮어버렸을 것이다. 왜 꼭 뭔가가 돼야하고, 해야하는지.. 

소울하우스는 소울메이트(그게 자신일지라도!)가 있어야 빛을 발하는 것, 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니까 집 가지고 장난 좀 치지 맙시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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