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밤의 클라라
카트린 로캉드로 지음, 최정수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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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은 클라라. 본명은 따로 있다. 하지만 대게는 클라라로 쓴다. 끝에 A로 끝나는 것이 성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왜 이름에서 성적인 느낌을 줘야 하냐고? 그녀의 직업은 창녀다.  

아버지와 싸우고 온 파리에서는 연고도 학벌도 기술도 없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창녀밖에 없었다. (사랑받으면서 산 클라라가 왜 창녀가 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개연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밤의 클라라로 20년을 살아 낸다. 밤의 클라라는 낮의 클라라에게 밥을 먹이고 책을 사 읽히고 생활을 하게 한다. 낮의 클라라는 수수하고 자기 자신 외의 사람과는 어떠한 관계도 갖지 않는다. 그저 뒤라스를 읽고 시를 읽는 여자일 뿐이다. 

어느 날, 20년의 밤의 클라라의 인생에 낮과 밤을 뒤흔드는 사건이 생긴다. 잘생겼지만 왠지 우수의 젖은 운동자를 갖고 있는 다니엘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밤의 클라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읽어 달라고 요청한다. 밤의 클라라는 화가 났다. 아니, 불안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것은 밤의 클라라에게 낮의 클라라가 하고 있는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으니까. 

밤의 클라라는 '감히' 낮의 클라라만이 할 수 있는 읽는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낮과 밤이 다른 것처럼 낮의 클라라와 밤의 클라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었고 그 범위를 침범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낮과 밤이 뒤섞이는 것은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일이다. 

책을 읽는 창녀, 라는 것은 무척 상상이 안 된다. 마릴린 먼로가 율리시스를 읽는 사진만큼 낯설고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치만 꼭 개연성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클라라는 특별했기 때문인지, 예전은 제1의 성이었다가 지금은 제2의 성이 된, 한 때는 루이지였다가 지금은 루이자가 된 바 '루이자네'의 사장 루이자는 특별히 클라라만을 챙긴다. 험한 꼴을 당하지 않게 클라라에게만 자신의 가게에서 상행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어느 날, 낮의 클라라는 어느 화랑에서 왠지 자신인 것 같은 벗은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이 다니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중에 클라라는 다니엘 또한,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첫사랑의 유령에게 해방되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것을 알 게 된다. 

그리고 클라라는 아버지를 보러 간다.  

 

나에게도 낮과 밤은 존재한다. 다만 클라라처럼 확실하게 분리되지는 않았을 뿐. 주인공 클라라에게는 두 개의 자신이 있지만 낮의 클라라가 없으면 밤의 클라라가 없고, 밤의 클라라가 없으면 낮의 클라라도 없게 된다. 낮과 밤의 클라라가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자기, 또 너무나 사랑하는 자기... 이 두 감정이 너무나 확실히 분리되어 있어 혼재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클라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너무나 안타깝고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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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e 2014-01-28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밤의 클라라"로 검색해서 여러 포스팅을 보고 있는데, 님이 제일 잘 쓰신 것 같네요. 클라라가 창녀가 되는 것은,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은 기질 때문인 것 같아요. 아버지 사랑은 받았지만, 아버지가 자신한테 "집착"한다고 느끼면서, 아버지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그 직업을 택한게 아닌가 싶네요. 보통 일반 회사 다니면 사람들 눈치보고 하느라 힘들잖아요. 저는 이 책의 "책읽는 창녀, 지적인 창녀"라는 설정이 신선했어요. 상상은 안되지만, 클라라 그녀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녀는 특별하다... 이런 믿음까지 생기게 만드는. 저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책이 너무 좋네요.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하여튼 잘 보고 갑니다.

뽈쥐의 독서일기 2014-04-09 13:4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주인공의 존재 자체가 참 신선했어요.
역시 아버지와의 풀지 못한 숙제였을까요? 여전히 이해는 잘 안가지만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한테 인상적이었던 것은 밤의 클라라에게 편지를 읽어달라고 했을 때 화를 내는 장면이었어요. 가끔 별 거 아닌 일에 성내는 자신을 생각해보면 자기도 모르는 콤플렉스를 상대방이 무심코 건드렸을 때였거든요.

익명이라도 성의있게 써주신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