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5월 초, 객주문학관에서 김주영 작가는 한때 러시아여행을 했던 경험 중 푸쉬킨의 묘에 갔던 일을 들려주었다. 아주머니가 집에서 손수 가꾼 꽃을 먼길에 시들지 않게 하려고 화병에 물을 담아 꽂고 며칠을 물을 갈아가며 고이 들고와 헌사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예술을 사랑한 발칸인들, 베오그라드의 중심인 국립극장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어 저자는 선배의 경험담을 빌어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와 예술을 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때만 해도 사회주의라는 관념이 무척 강하게 남아있을 땐데,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지 그때 비로소 알았다고 합니다. 청소하는 등의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 일년동안 돈을 모아 깨끗한 신발을 하나 사고 일 년에 한 번 발레를 보러 간다고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대중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계층에만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니라‥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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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5-13 0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늦게 한 대신 휴가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며 솔로를 즐긴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러시아가 기대보다 많이 좋았고 볼게 많았다고요.
물질적 부,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만들어져있는 선입견 등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비롯하여 그 나라의 깊숙한 곳을 볼 수 있다는 것, 여행하며 이런걸 새로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5-05-13 07:29   좋아요 0 | URL
그런 솔로를 보냈어야 하는데 말이죠. 러시아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해가 반짝하네요.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나인님^^
 

제12회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이탈리아 극단 TTB의 로미오와 줄리엣.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스토리라인 너머 특별한 경험을 선사 받은 기분이다. 70분간 준비된 독특하고 감각적인 연출뿐만 아니라 주목되는 건 죽음의 무도를 펼치고 있는 두 어린 연인을 연극이 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꽤 역설적으로, 비극적으로 동시에 희극적으로.‥

연극이 시작되기 전과 중간에 관객을 향해 쏜
강렬한 조명등은, 삶이 연극이라면 연극이 삶이듯, 관객을 주시하는 연극의 혹은 삶의 커다랗고 광채나는 눈이 아니었을까. 그 눈을 피하지말고 똑바로 마주하라고‥

해골들의 춤, 우스꽝스러운.

덧) 폐막작 시작 전 국내극단 수상작 시상:
안티고네 이즈 데드, 외투, 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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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5-1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객을 향해 쏜 강렬한 조명등.........정신이 번쩍 나셨을듯!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것들을 챙겨보는 눈을 갖고 계시는 프야언니^^

프레이야 2015-05-11 09:59   좋아요 0 | URL
그랬어요. 번쩍!! 눈이 아프도록 쏘아봐줬어요 그래서^^

stella.K 2015-05-1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요일날 셰익스피어 페리클래스에 가요.
뭘 알고 가는 건 아니고 그냥 셰익스피어란 말에 꽂혀서 가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유인촌이 나오는가 본데...
개인적으로 유인촌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연기는 잘 하잖아요. 무대에서 어떨지 모르겠어요.ㅋ

프레이야 2015-05-11 20:01   좋아요 0 | URL
유인촌이 아직 연극무대에 서는군요. 즐감하고 오세요^^

cyrus 2015-05-1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다보면, 셰익스피어 작품과 관련된 문장과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율리시스>를 읽다가 지루해지면, 셰익스피어 작품이 읽고 싶어져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5-05-11 20:02   좋아요 0 | URL
율리시스,를 다 읽으신 사이러스님
새삼 대단해보여요. 저도 불끈. 근데 어떤 문장일까요? 궁금하네요

춤추는인생. 2015-05-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짧은글임에도 프레이야님이 보신 연극의 분위기가 막 떠올라요. 애도라니.
연극이 궁금해지네요 !

프레이야 2015-05-12 14:10   좋아요 0 | URL
춤인생님 반가워요 아주 잘 지내고 계시죠?^^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베푼 죽음의 코스프레 같이 느껴졌어요. 어리고 연약하고 충분히 성숙한 그들에게요‥
 
호란하 이야기
샤오홍 지음, 원종례 엮음 / 글누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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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홍이 홍콩의 병원침대에서 쓸쓸히 죽어가기 전, 유년의 호란하를 자주 추억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사람과 풍경, 가난과 굶주림에 대한 묘사가 지극하다.

`호란하`
이 작은 도시에 전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사셨고 지금은 우리 할아버지가 묻혀 계신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할아버지는 이미 60여 세셨다. 내가 네댓 살이 되었을 때에는 거의 70에 가까우셨다.
‥‥‥
전의 그 집 뒤 화원의 주인들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늙은 주인은 돌아가셨고, 작은 주인은 황무지로 도망쳐 버렸다. 그 화원의 나비와 메뚜기와 잠자리 등은 어쩌면 아직도 해마다 그대로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제는 완전히 황량해졌는지도 모른다. (중략)
이상에서 내가 쓴 것은 결코 무슨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것들이 내 유년의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고 잊기가 어려워서 여기에 적어본 것이다.
1940년 12월 20일
홍콩에서 탈고함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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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장 세계문학의 숲 11
샤오홍 지음, 이현정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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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탕웨이 주연,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를 보고 친구 둘의 결혼식에 갔다. 지천명의 나이에 새 삶을 시작하는 커플을 축하해주러 가기 전에 택한 영화가 왜 이것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세 시간 가량 이어지는 독특한 서술방식의 `황금시대`는 격변의 시대를 겪은 중국의 여류문인, 샤오홍의 일대기를 다룬 아름답고 쓸쓸한 이야기다. 31세에 병사하기까지 10년간 백 편의 작품을 쓰고 천진하고도 뜨겁게 생을 불태우고 간 샤오홍의 작품을 당시 중국의 문학조류에 따르지않은, 문학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이라 평한다. 영화는 실제 인물들의 증언과 기억, 자료들을 토대로 최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고 거리두기를 하며 보여준다. `심플라이프` 허안화 감독의 역량이지 싶다. 샤오홍 자신이 1인칭으로 보여주는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는 더욱 울림이 크다. 탕웨이는 `만추`보다 더 깊어졌다.

영화 속, 샤오홍의 작품 중 `생사의 장`과 `호란하 이야기`가 언급되고 엔딩은 호란하 이야기의 서문으로 나레이션 된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누구나의 가슴속에 있을 유년의 빛나는 화원, 그 아련한 필름이 파노라마로 지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염소 한 마리가 큰길가에서 느릅나무 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성 밖으로 길게 뻗은 큰길에는 느릅나무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그 길을 걸으면 마치 일렁일렁하며 하늘을 가리는 커다란 우산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 첫문장 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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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 2015-05-1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금시대 재밌게 봤어요.
긴 3시간이 짧게 느껴진 건 탕웨이의 매력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샤오홍의 소설이 번역된 건 몰랐는데
저도 언제 읽어보고 싶네요. ^^

프레이야 2015-05-13 08:11   좋아요 0 | URL
따뜻님 영화 좋아하시는군요 반가워요. 탕웨이는 색계, 만추,에 이어 더욱 깊어진 느낌이에요. 호란하이야기,는 표지도 참 맘에 들어요. 제가 꼽은 아까운 천재여성예술가 대열에 들어요.

풀무 2015-08-11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시대.. 참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보는 내내 어찌나 맘이 저릿저릿하던지요.
영화 속에 나레이션으로 깔리던 후란강 이야기 첫 대목도 참 좋았던 기억입니다.

프레이야 2015-08-11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호란하이야기,의 구절들이 나레이션 되는 장면들이 참 좋더군요.
인상 깊은 영화에요. 다시 보고 싶은...
 
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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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을 영화가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영화도 좋았지만 말이다.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 `화장` 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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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5-05-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다 읽고, 영화예고편만 봤는데
영화개봉을 위해 개작을 한 느낌이 들던데 ... 아닌가요? ^^
읽고나니 마음에 쓸쓸함이 많이 남네요. ^^

프레이야 2015-05-11 13:36   좋아요 1 | URL
글쎄요^^ 개작 이야긴 못 들어봤구요. 예전의 책으로 읽었는데 영화는 영화대로 조금 다르게 가지만 나름 최선이 아니었나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