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시작될 무렵부터, 청보리밭을 가고 싶었다. 차일피일 못 가고 있지만 유명한 고창 청보리밭과 경주의 둔덕이 있는 청보리밭 정도를 마음에 봐두고 날을 보고 있었다. 어느새 5월도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가고 있어 올해 청보리밭은 물건너 간 풍경이 될 것 같다. 마음 속으로만 그리는‥

고창이라 하니, 선운사는 다시 안 가더라도 고창읍성과 미당 시문학관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하순 문학기행을 그곳으로 잡아두고 기대중이다.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에는 미당을 `천 년에 한 번 나올까하는 천재`라고 숭배하는 김구용 시인과 그런 미당의 사진이 들어 있다. 육명심의 간결한 글과 그들의 영혼을 담은 흑백 초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육명심은 미당의 시에서 느꼈던 성과 속의 양면적 인상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한 시인에게 이같이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요소가 공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의 세계가 원대하고 광활하며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130p)

김구용 시인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의 시는 이상의 시보다 어렵다할 정도로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한다.

˝그는 미당 선생과 자기의 시를 감히 비교한다면 무위와 유위의 차이라고 말했다. 미당은 거미가 거미줄을 뽑듯이 그렇게 시를 뽑아내는데 자기는 책상에 엎드려 틀로 기름을 짜듯 머리를 쥐어짜 시를 만들어낸다고, . . . ˝(46p)

이 사진책의 부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2인, 그 아름다운 삶과 혼을 추억하며`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galmA 2015-05-1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문학관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미당 시문학관은 제가 가본 국내 문학관 중 최고였습니다. 마을 풍경하며, 바닷길로 이어지는 그 길들이 참 좋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상 시인은 작법상의 이해가 까다롭다면, 김구용 시인은 그 명상적인 깊이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거 같아요. 실례가 아니길 바라며, 김구용 시인의 제가 아끼는 시 한 편 선사합니다 :)


반수신半獸身의 독백



어느 날, 내 몸이 나의 우상偶像임을 보았다. 비가 낙엽에 오거나 산새의 노래를 듣거나 마음은 육체의 노예로서 시달렸다. 아름다운 거짓의 방에서 나는 눈바람을 피하고 살지만 밥상을 대할 때마다 참회하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을 두려워 않는다. 언제나 일월성신日月星辰과 함께 괴로워 않는다. 추호라도 나를 속박하면, 나는 신을 버린다.
순간이라도 나를 시인하면, 나는 부처님을 버린다. 몸과 정신은 둘 아닌 것, 비단과 쇠는 다르다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하나인 것, 언제나 여기에 있다.
시침이 늙어가는 벽에 광선光線을 긋는다. 산과山果는 밤에도 나뭇가지마다 찬란하다. 돌은 선율로 이루어진다.


사람 탈을 쓴 반수신은 산속 물에 제 모습을 비쳐 보며, 간혹 피 묻은 입술을 축인다.


김구용 [뇌염](2001, 솔)

붉은돼지 2015-05-19 09:54   좋아요 0 | URL
미당 시문학관이 최고라니 한번 가봐야 할 듯...

저는 김구용이 시인인줄 몰랐던 것 같아요..국어시간에 배운 듯도 하고...
김구용하면 동주 열국지 만 떠오릅니다. ^^

프레이야 2015-05-19 15:50   좋아요 0 | URL
바닷길로 이어지는 길도요?
기대됩니다~ 김구용의 시 몇번을 읽게되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5-05-19 17:31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길 바라서, 제 서재에 미당 시문학관 풍경을 올려 봤습니다.

붉은돼지님, 동주 열국지라니...그쪽은 또 제가 익숙치 않은...역사 공부 좀 열심히 해야하는데...

cyrus 2015-05-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우의 `벽모의 묘`도 난해하기로 유명해요. 이 시가 우리나라 최초의 난해시입니다.

프레이야 2015-05-20 00:0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찾아보겠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5-20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년전에 갔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석나는것은 국화그려진 지붕이 있는 마을과 파란하늘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곳이었군요~ 다시 기회를 만들어 가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15-05-21 13:22   좋아요 0 | URL
언제부터인가 그렇고그런 벽화로 마을을 꾸민 곳이 많지요. 그곳에도 벽화마을이 있더군요. 검색해보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