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 다다르자 눈발이 굵어지더니
이미 출입제한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멋진
풍경에 기쁘게, 일출봉 오르기는 다음을
기약하고 두모악으로 향했다.
여름에 갔을 때와는 달리, 눈발이 흩날리는 마당에는 눈가루 속에 수선화가 방긋 미소
짓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을 보는 듯‥
오늘 본 이곳 수선화만으로도 넘치게 좋다.

루게릭병으로 투병생활을 한 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손수 만든 두모악에서 영면한
김영갑의 뼈는 두모악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다.
책 제목처럼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두모악 김영갑갤러리는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 날짜와 요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시간만큼은
철저하게 확인한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는 것
에 대해선 무감각해도 계절의 오고감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나에게는 시간과 계절만
중요했을 뿐 그밖에는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 눈앞에 펼쳐지는 황홀함은
삽시간에 끝이 난다. 그 순간을 한번 놓치고
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일 년을
기다려서 되는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다려도 되돌아오지 않는 황홀한 순간들도
있다.˝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242-243쪽


숙소로 가는 길, 해거름에 사계에 들렀다.
좀 달라진 것 같아 전혀 다른 곳에 온 듯
낯선 느낌. 어둑발 내린 눈길을 조심조심 달렸다.



20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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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04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밥 사먹을 돈으로 필름으로 바꿔 사진을 담았던 사진 예술가...이 책은 처음 출간 되었을 때 읽었고 지금도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다가 오는 작가셧지요...우리나라 사진계에 이렇게 아웃사이더 분들이 여럿 됩니다.그리고 죽어서 그의 가치를 몰랐던 사진가들이 뼈 아프게 하는 작가셧지요.그래서 지금 살아 동시대에 활동 하는 작가의 사진을 더 유심히 보려 드는 이유지요.잃고 난 후에 왜 몰랐나라고 하는 후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싶었어요.

프레이야 2016-02-04 23:34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이 책은 저도 오래전 샀던 건데 수시로 들춰봅니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지금 이순간의 고마움을 떠올리게 되어요. 홋카이도 비에이 풍광을 찍었던 작가 마에다 신조의 타쿠신칸에서 비슷한 감흥을 받았지만 김영갑의 투지에는 그에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있어요.

잠자냥 2016-02-0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 책을 봤을 때도 책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났는데, 책을 본 뒤 직접 김영갑 갤러리에 갔더니 정말 그 감흥이 더욱 남다르더군요. 덕분에 오랜만에 그때의 감흥에 젖어봅니다...

프레이야 2016-02-05 14:39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사계절 찾는이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사무실에 마치 방금까지 사람이 앉아있었던 듯‥ 눈발 날리는 갤러리 뒷마당을 돌아 앞뜰로 나오는데 수선화가 어찌나 밝던지요. 참 좋은 느낌이었어요.

순오기 2016-02-1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홍준교수와 답사길에 일정에 없던 이곳을 꼭 들러야 한다면서 안내하셨죠~`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꿈꾸던 곳이라 소원을 풀었지요!!♥

프레이야 2016-02-11 09:06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이번엔 저 수선화가 선물이었어요^^
 

공항에서 섬의 북동 해안로를 따라 가다
함덕서우봉해변에 섰다. 여름과는 또다른
느낌. 이른 아침이라 사람도 적었다. 빗방울
조금 떨어지고, 바람이 갈귀를 잔뜩 세우고 덤벼드는 통에 뺨이 찢기는 것 같았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안로 드라이브가 엄청 더 멋지겠다는
기대도 갖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도리, 세화리 해안로에서 군데군데 차를 세웠다. 포효하는 파도에 넋을 잃고 바람에 휘청하는 몸을 가누려고 양다리에 힘을 주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사진은 하도리 바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에서
하도리 바다 풍경을 이렇게 썼다.
˝하도리의 바다빛깔은 초록색, 검은색이 층을
이루며 펼쳐지고 여기에 흰 포말이 일어나면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색채의 조화를 이룬다.˝

이번엔 해녀불턱 보기가 목적이었다.
제주 해안에는 해녀불턱이 여기저기 있는데,
특히 하도리 해녀불턱, 눈여겨 보이는
몇 군데에선 자세히 보기.
해녀박물관 앞에 있는 불턱은 인공이고
해안을 따라가다보면 여러곳에서
자연 불턱을 볼 수 있다. 상하관계가
엄정했던 해녀들은 이곳에서 옷도 갈아 입고
쉬기도 했는데, 찬 바닷물에 언 피부가
불을 쬐면 갈라지기도 했다니‥
항일운동도 했던 해녀들의 기록과 제주해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을 월요일 휴관일이라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다.
다음에 다른 요일에 꼭!

☆ ˝여기는 해녀들의 싐터이자 사랑방입니다.
한 시간쯤 물질을 하다보면 힘도 들지만
바닷물이 차서 몸이 얼음 덩어리가 됩니다.
그러면 해녀들은 불턱에 와서 불을 쬐며 몸을
녹이고 쉽니다. ‥‥‥ 해녀들은 만삭이 돼도
물질을 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산기가
일어나 불턱에서 애를 낳는 경우도 있답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159쪽


세화리의 쇼디치,라는 커피점 앞에는 이런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쇼디치는 영국의 지명.
영국 유학 갔다온 딸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중년여성이 주인이다. 커피 한 잔 하며 언 손을 녹이면 통유리 밖으로 바다가 한눈에 든다.


20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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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2-1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답사팀도 여기 들렀어요~ 쇼디치는 못 갔지만...제주 해녀들의 강인함은 또 다른 감동이죠!♥♥

프레이야 2016-02-11 09:07   좋아요 0 | URL
항일투쟁도 했던 해녀들
 

습지의 날, 2009년에 낭독녹음 했던 책
˝습지와 인간˝이 생각난다.
부산의 옹골찬 출판사, 산지니 것이다.
저자 김훤주의 어조가
내용만큼이나 참 좋아 기억에 남던 책.
자칫 경직되기 쉬운 내용을 부드럽게,
겸손하게 전한다.

우포늪과 주남저수지 등 내륙습지와 연안습지인 갯벌, 산지습지를 소개하고

새로운 습지로 자리매김하는 논의 중요성과 람사르 총회의 의미도 짚는,

낮은 목소리의 보고서다.

2009년에 내가 쓴 페이퍼가 두 개 뜬다.
잊고 있던 기억과 기록을 찾아주는
알라딘이 있어 좋다.

아무튼 최근 그런 미덕이 중요함을 반면교사로 느낀 일이 있어서 더욱 이 책이 반갑다.
내게도 부족한 미덕인데, 내 마음과는 달리 오해를 사는 경우를 되돌아보면,

확실히 내용보다는 그 내용을 담는 형식과 분위기, 모양새

그러니까 말투와 몸짓언어가 더 중요하다고나 할까. 어렵다.
우선 긴장을 풀자. 그리고 마음의 여유와
진정한 유머를 갖는 자세가 배어 있도록
느긋하게 보자. 세상이든 사람이든.
기질상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은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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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0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포의 사진작가 정봉주님이 생각나는 책이네요..저도 우포 ..사진 찍으로 참 많이갔던 곳이라 반갑네요`

프레이야 2016-02-02 13:06   좋아요 0 | URL
저도 몇번 갔던 우포늪, 새벽녘에 가면 제일 멋진 풍경이 기다리지요.

순오기 2016-02-11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천한 책 보면서 습지 공부하면 좋겠네요~^^
내용보다 그 내용을 덤는 형식과 분위기...... 두루두루 공감해요!!

프레이야 2016-02-11 09:11   좋아요 0 | URL
신간은 아니어도 미더운 저자 같아요
 

작은딸이 올해 고3이 된다.
기숙사방을 옮기고 집에 갖다놨던 이불이랑 비품을 다시 가져다주고 돌아오는 길,
방금 운전 중 들은 ebs 책읽는라디오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23편 단편소설이 모여 있는 소설집을 소개한다.
책제목도 ˝오에 겐자부로˝

그 중, 1958년 작, ˝사육˝의 한 장면을 낭독하는데, 그 묘사가 집요하다.
작가가 직접 골라 새로 다듬은 작품들이라니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들일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소감도 뒤에 수록되어 있다 한다. 곧바로 즐거운 장바구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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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1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별소년,이라 하니 바로 떠오른 오랜 알라디너,
그분의 책을 자칭 타칭 팬인 그장소님이 선뜻
보내주셨다. 그장소님, 고마워요.

전공과 달리, 서른에 그림을 시작하여 꾸준히
활발한 작업을 해오신 한해숙님의 페르소나,
단상고양이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아이와 그림을 그리고 놀던 중, 단상고양이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부터
같이, 따로, 사이, 책 읽는 고양이, 짧은 이야기
그리고 명화 패러디를 담은 `우리도 그들처럼`까지, 각 장마다

세련되고 온기있는 정서와 맛깔난 단상을 감상할 수 있다.
개성만점 일러스트와 저자의 글이 짧거나 길게 강약을 조절하며 흘러간다.

일러스트만 보아도 느낌이 전해지는데, 공감과 소통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미소가 번진다.

☆그림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멀리 떠나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불빛을
비춰 벽에 생긴 그의 그림자를 따라 그렸다는
고대 그리스의 부타데스의 딸 이야기처럼.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같을 때가 있다.

- 단상고양이, 86쪽


단상고양이 한해숙님의 ˝붉은책˝이
또 다른 숲에서 발견되길 기원하며‥
길냥이를 업어다 지금은 가장 소중한
식구로 아끼는 친구와 그림에 관심이 큰 친구딸에게도 한 권 선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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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1:39   좋아요 2 | URL
좋은작품 계속 기대할게요^^ 책 준비하는 일이 얼마나 고독한 시간을 혼자 감내해야 되는지 알게 된 사람으로서, 박수 보냅니다.

2016-02-01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1:34   좋아요 2 | URL
책인심 후덕하기론 알라디너만 한 분들이 없지요.

초딩 2016-02-01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 좋네요. 많은 예술작품에서 페르소나 또는 창조자의 사유나 감정의 표출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2:31   좋아요 1 | URL
사유세계가 참 좋아요. 단상고양이는 외모에서 풍기는 내적 힘도 상당합니다. ^^

[그장소] 2016-02-01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좋은글 너무 감사합니다.^^
기본적으로 리뷰를 잘 써주시지만
그저 선물이어서 ..부담이 될까..
부탁을 드리지 않는데,
너무 큰 감동이라...
정말 뭐라 드릴 말이...
많이 많이 고맙습니다 .
책을 나눠서 좋았다 ㅡ는 걸 새삼 재삼
실감하게 됩니다.
참 행복합니다.
거듭 감사 드립니다.


프레이야 2016-02-01 21:36   좋아요 1 | URL
나눔은 언제나 어디서든 좋아요. 저도 제 책을 선물하면서 단한번도 부탁 드린 적 없어도 진솔하게 써주시는 분들에게 참 고맙지요.

[그장소] 2016-02-01 22:0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참 고마운 일이예요.^^
그냥 봐주시는것도 고마운데..^^
좋은 밤 되세요~^^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6-02-01 22:06   좋아요 1 | URL
아, 마음 따스해라요. 그장소님께는 제 마음의 선물이 길을 잃어 아쉽지만‥ 그래도, 그장소님 덕에 추운 날씨에 훈훈합니다.

[그장소] 2016-02-01 22:0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ㅡ그건 정말 , 매우 !애석한 일인데
어찌보면 누군가는 `앵두`를 또 그렇게 만나는
것 이기도 하잖아요.
누군지는 몰라도 적어도 제 주위 근처에 두 집에서는 ㅡ^^
프레이야 님 책을 보고 ㅡ분명 반할거예요.
저는 1월이 아닌 2월에 앵두와 인연인 거라는..
ㅎㅎㅎ
저도 보면 이렇게 잘 정리해야할텐데^^

세실 2016-02-01 15: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예뻐요~~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같다는 님의 표현이 참 좋아요^^

프레이야 2016-02-01 21:37   좋아요 1 | URL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말, 한해숙님의 단상이예요^^

서니데이 2016-02-01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상고양이 작가님이 오래전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하신 분이었다는 건, 프레이야님의 페이퍼를 통해서 알게 되었네요.
프레이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프레이야 2016-02-01 21:37   좋아요 2 | URL
그러셨군요. ^^ 인연에 감사해요, 서니데이님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