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생애>와 <내 젊은날의 숲>까지 녹음과 일차 편집을 완료했다. 
이번주부터 시작할 낭독도서는 아래 찜해둔 것들이다.
어서 읽고 싶다.

1.                                         
굳이 그들이 누군지 알려고 하지 않으시면 더 좋겠다.
다만 거기서 사람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느긋하게 그러나 부지런히 살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서울에 사는 나 같은 이들이 도시의 자욱한 치졸과 무례와 혐오에 그만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려고 하는 그때, 형제봉 주막집에 누군가가 써놓은 시구절처럼,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는' 도시의 삶이 역겨워질 때,
든든한 어깨로 선 지리산과 버선코처럼 고운 섬진강 물줄기를 떠올렸으면 싶다.

- 공지영

 

   

 

2.   

<졸라체>와 <고산자> 그리고 이 소설 <은교>를, 나는 혼잣말로
'갈망의 삼부작이라 부른다. 
...... 그리고 <은교>에 이르러, 비로소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밤에만' 쓴 소설이니 독자들도 '밤에만' 읽기를 바라고 있다.

- 박범신

(하지만 나는 낮에 녹음해야하니..ㅎㅎ 작가의 당부는 못 지키겠네)                                                              

 

 

3.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응시한 화가들을 찾아서(부제)

이 책처럼 미술관련한 책이나 사진이나 화보가 있는 책,
재미있는 삽화나 만화가 곁들여있는
책을 녹음할 때 가장 안타깝다.
듣기만 하셔야하니...
과연 미술작품을 보지 않고도 내용에 감화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표가 나오는 경우는 간단한 경우 내용을 읽는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복잡한 경우는 넘어간다.
 

 

 

집에선 여행에세이를 하나씩 읽을 예정이다.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갈망이거나 대리만족이겠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을 꿈꾼다. 
수많은 여행관련글이 있지만 매력있게 쓰기는 쉽지 않을 듯. 
문체탐구 시간도 되길... 다양한 문체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단점이라면 집중이 간혹 안 될 때가 있다. 자신의 경험이 조금 개입된 경우는 훨씬 다를 것이지만.
우선은 아래...
 


 

 

 

 

 

 

 

 

 반쯤 읽은 <먼 북소리>의 머리말에서 하루키는

   
  내가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한 본래의 목적은, 한편으로는 외국에 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둔화될 것 같은 내 의식을
일정한 문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붙잡아 놓는 데 있었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눈으로 본 것처럼 쓴다, 이것이 기본적인 자세이다.

안이한 감동이나 일반화된 논점에서 벗어나, 되도록 간단하고 사실적으로 쓸 것. 
다양하게 변해 가는 정경(情景)속에서 자신을 어떻게든 계속 상대화할 것
.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먹은 대로 잘 써질 수도 있고 잘 안 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작업을 자기 존재의 수준기(水準器)로 사용하는 것이며
또한 계속 그렇게 사용해 나가는 것이다. 
 
   

유재현의 쿠바기행도 하루키의 그리스 것과 같이 읽고 있다.
목적도 시각도 문체도 다른 맛에 지구의 극과극을 왔다갔다...
알라딘 벗에게 선물받은 책들의 갈피에 꽂아둔 빨간색 편지가 반가운 책 중의 하나.^^  

 

덧) 얼마 전 선물받은 책 
 밑줄 그인 책을 받아 더욱 기뻤다. 
주신 분은 읽는 내내 상당히 혼란스러웠다고 하시며
내가 읽고 싶다면 흔쾌히 보내주겠다 하셨다.
나도 읽어 보면 괴리감이 다소 느껴질 거 같은데
큰딸에게도 읽혀볼 생각이다.
그 벗이 큰딸 생각하고 주셨으니 더 기쁘다.
감상적인 글을 싫어하고 냉철하고 쿨한 걸 좋아하는 딸이
어떻게 반응할지 잘 모르겠다.
 
다락방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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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02-14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저 마지막 두 줄!

프레이야 2011-02-14 10:19   좋아요 0 | URL
앗, 보충해 쓰고 있는 중에 다녀가셨어요.^^
하루키의 저 대목은 새겨두고 글을 써야할 것 같아요.
안이한 감동이나 일반회된 논점 조심하고 나를 상대화할 것.

hnine 2011-02-14 10:27   좋아요 0 | URL
마지막 파란 두줄 역시!! ^^

안이한 감동, 순간적인 감흥, 기분 풀이의 수단으로 하는 글쓰기. 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글쓰기. 남의 논점을 그냥 따라가는 글쓰기. ---> 요즘 저도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하던 참이거든요. 한마디로 축약이 되네요. 나를 상대화 하라는 것이요.

프레이야 2011-02-14 10:3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정말이지 경계해야하는 점이에요.
연습과 내공이 필요하겠죠. 어려워요.
나인님, 여기 남쪽나라에 지금 눈이 와요.
이게 웬 횡재랍니까? ㅎㅎ
이거라도 어디에요? ^^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하늘바람 2011-02-1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독하신다니, 음 혹시 목소리 기부 형식인건가요?

프레이야 2011-02-14 10:1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잘 지내시나요?
그렇네요 일종의 목소리 기부.^^

sslmo 2011-02-1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학교를 님 목소리로 들으면 어떨까 하다가,
은교나 고뇌의 원근법은 어떻고...
그러다가 '굴라쉬 브런치'를 떠올립니다.
님의 목소리, 왠지 제겐 굴라쉬 브런치의 문체로 다가옵니다~^^

프레이야 2011-02-14 11:12   좋아요 0 | URL
굴라쉬, 저도 오히려 기대되네요, 양철님 말씀에요.^^
마이크앞에서 가다듬은 목소리와 그냥 나오는 목소리가 같지 않으니..ㅋ
지리산학교에는 전라도 사투리가 질펀하게 나오니까 어찌 해야 할지 재미있을 거 같아요.
<내 젊은날의 숲>에서 그 상추쌈 먹고 싶다는 병사의 누나로 나온 70노인의 대사
기억나시나요? 경북 말씨로 한다꼬 우껴죽는 줄 알았다 아임니꺼..ㅎㅎ

순오기 2011-02-1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행복학교와 박범심의 갈망의 3부작을 다 소장했으면서 하나도 안 읽었어요. 어쩌다 그리 됐는지...ㅠㅠ
다음에 만나면 프레이야님이 책 읽어주는 호사를 누리고 싶어요.^^

프레이야 2011-02-14 19:31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오기언니네는 도서관이에요.
우잉~ 고거이 우찌 될랑가 ^^
오기언니 여긴 오늘 눈이 내렸어요. 남쪽나라에선 제법 온 거에요.
이 정도에 폭설이라고 사고도 여기저기 나고 그렇네요.ㅠ
가로등 아래 눈꽃이 환하게 눈부셨어요.

세실 2011-02-14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 눈 왔다는 소식에 님 생각 났어요.
"가로등 아래 눈꽃이 환하게 눈부셨다"는 표현이 참 고와요.
굴라쉬 브런치 잊고 있었는데 님 덕분에 생각났어요. 도서관 출근하면 꼭 빌려야지~~~

프레이야 2011-02-15 00:16   좋아요 0 | URL
작은 바람이 이뤄졌네요.^^
굴라쉬, 전 어느 좋은분의 선물로 받고 아직 아껴두고 있어요.

blanca 2011-02-1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 미술 관련 책은 난감하시겠어요. 그래도 프레이야님의 그 고운 배려가 느낌으로 읽으시는 분들에게 가 닿지 않을까요? 하루키의 <먼 북소리> 참 좋았는데 프레이야님도 읽게 되셨다니 반갑네요^^

프레이야 2011-02-15 00:17   좋아요 0 | URL
네, 훌륭한 삽화나 사진의 경우도 그래요.
그 유명한 책을 전 아직 안 읽고 있었어요.^^
유머가 배어있는 문장인데 공간적 거리가 너무 아득한가 싶기도 해요.

꿈꾸는섬 2011-02-1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범신님의 갈망의 3부작, 궁금해요.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여행에세이 저도 요새 여행에세이 뒤적거리며 살고 있어요. <먼북소리>도 궁금하네요.^^

프레이야 2011-02-16 20:01   좋아요 0 | URL
여행에세이는 쓰기 쉽지 않은 글 같아요.
아주 다양하기도 한데, 성공적인 여행에세이는 어떤 색깔과 모양과 맛을 갖춰야할지
두루 읽으며 탐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해요.
근데 실제로 다녀온 것과 읽는 것에는 괴리감이 크니 우선 가서 보고 느끼고 쓰고
그런 날까지는 대리만족으로^^
 
평양성
영화
평점 :
개봉예정


싸우지않고 이긴 김유신 재해석과 정진영, 류승용, 황정민의 연기가 좋아서 웃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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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2-0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황산벌이 생각났네요.
명절 잘 지내셨죠?^^

프레이야 2011-02-06 19:33   좋아요 0 | URL
황산벌을 못봤어요. 찾아볼까해요.
스텔라님 연휴 잘 보내셨어요? ^^
평앙성에선 문무왕으로 나온 황정민 사투리와 느물거리는 표정과 말투가 대박이에요.
류승용도 멋지고요. 유쾌하게 끝나서 좋았어요.

순오기 2011-02-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객들은 황산벌만 못하다 하고, 감독님은 자신있어 하고...모레쯤 볼 예정!
설 명절은 잘 보냈겠죠?^^

프레이야 2011-02-06 20:59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잘 지내셨어요?^^
전 황산벌을 못봐서 모르겠지만
평양성은 별셋반 정도는 주고 싶어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고라는, 생활 속 평화주의에 귀기울이며..ㅎㅎ
마지막 장면, 고구려의 여장수 갑순과 시엄니의 기싸움 재밌어요.ㅋ

실비 2011-02-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볼려고 해놓고 아직 못보고 있네욤...
앗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욤 ^^

라로 2011-02-06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괜찮은 영화였지만 대사나 그런게 그밥에 그 나물처럼 느껴져서,,,저는 별로.

2011-02-07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걸리버 여행기
영화
평점 :
현재상영


3D로까진 볼 필요없었던 영화.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차용할 땐 뭘 극복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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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2-0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D는 정말 너무했죠!! 3D할게 뭐 있다고,,,파도 정도??ㅎㅎㅎㅎ
암튼 하지만 전 재밌게 봤어요,,,이 영화와 연계해서 얘기하고 싶은게 많은데 글솜씨가 매주라,,ㅠㅠㅠ

프레이야 2011-02-08 23:3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에요. 3D 너무했어요.ㅎㅎ
작은딸도 시큰둥하더라구요.ㅋ
 
아이 엠 러브 - I am lo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아름다운 배우, 고혹적인 장면에 섬세하면서 중후한 콘트라베이스 현의 울림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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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2-06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봤는데 음악 정말 좋았어요!! 연기도 물론이구요,,,촬영도 그렇고 정말 멋진 영화였어요!!

프레이야 2011-02-08 18:09   좋아요 0 | URL
그 오렌지색 원피스, 초록나뭇잎 사이로 햇살 받아 정말 예뻤어요.^^
 

 기쁨이여 

 

슬픔이여,
기쁨이 어디에 있는지 물은 적 없었던
슬픔이여
찬물에 밥 말아먹고 온 아직 밥풀을 입가에 단
기쁨이여
이렇게 앉아서

내 앉은 곳은 달 건너 있는 여울가

내가 너를 기다린다면
너는 믿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 따위도 물은 적이 없던

찬 여울물 같은 슬픔이여,
나 속지 않으리, 슬픔의 껍데기를 쓴
기쁨을 맞이하는데
나 주저하지 않으리

불러본다, 기쁨이여,
너 그곳에서 그렇게 오래
날 기다리고 있었는가,

슬픔의 껍데기를 쓴 기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나는 바라본다, 마치,
잘 차린 식사가 끝나고
웃으면서 제사를 지내는 가족 같은
기쁨이여  

 

- 허수경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중

 

눈을 본 지 아주 오래다
내일모레 설날에도 눈을 보기 어려울 거다
아주 오래 해 전 3월에 폭설이 내렸다
세상은 순식간에 낯선 곳이 되고
어안이 벙벙한 나는 발 둘 곳 몰라 허둥거리다
아이의 작은 발자국을 따라갔다
그 옴팡한 시간 속에 고스란히 나를 담는 일만 있는 듯했다
눈을 본 지 아주 오래다
그러고 보면 아주 오래된 것들이 적지 않다 
어제 그저께도
아주 오래 전의 일만 같다
때론 시간은 역순이 아닌가 싶어 나는 작은 씨앗이 되어 눈발마냥 흩날린다
거슬러갈 수만 있다면
3월에 눈이 오고,
봄은 멀고 겨울은 끝나지 않았는데
차라리 겨울의 겨울로 거슬러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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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2-02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이 슬픔을 안겨줍니다.
님이 눈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전 가끔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올 겨울 눈 많이 왔는데 부산은 아니었군요.

님 편안한 설 명절 되세요.

프레이야 2011-02-05 20:2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여긴 눈 대신 바다를 매일이라도 볼 수 있으니 좋아요.^^
못 가진 것보다 가진 걸 먼저 생각해야되는데 말에요..

반딧불이 2011-02-02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께는 눈이 귀하군요. 올해 서울엔 눈이 제법많이 왔고, 최근 일본에는 4m가 넘는 눈이 내렸다는데 말이에요. 눈이 많이온다고 왜 이렇게 춥냐고 투덜거렸는데 프레이님의 그리움앞에서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명절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셔요.

프레이야 2011-02-05 20:29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그리움만으로도 나쁘지 않아요.^^
입춘 지나고 어제 오늘 제법 포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