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부산국제연극제
러시아 발틱하우스 극단의 `Macbeth`

설치미술작을 옮겨놓은 듯 압도적인 철제 무대장치가 작품전체를 대변한다.
그것은 욕망에 찬 맥베스의 심적 갈등이 극도에 달할 때면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내면에 바람이 불면 찢어질 듯 불어대는 금속성의 소리, 무의식의 상징인 숲의 정령들이 너울대는 나뭇가지들, 심연의 어두운 숲, 그곳에 사는 마녀들, 그들이 건네는 유혹의 속삭임.‥
우리 모두는 맥베스가 아닐까.
맥베스의 아내는 맥베스가 안고 가야 할 자신을 닮은 영혼, 즉 또다른 자아. 사악하나 연약하고 불쌍하기 그지없는‥
상징과 비유, 시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전위무용인 듯 여배우들의 몸짓언어가 특별하다.

사진은 연극 후 아티스트 토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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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5-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었을것 같아요.. 멕베스를 보면 항상 맘이 아팠는데...이제는 점점 마음이 그 부인한테로~~

프레이야 2015-05-20 13:39   좋아요 0 | URL
네, 이 연극에서도 보는 이의 연민이 더했고 멕베스보다 비중이 있어 보였어요. 여배우 연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에로틱한 장면도 자주 있었어요. 19세 이상 관람

moonnight 2015-05-2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머, 멋지시다. 프레이야님♥♥♥

프레이야 2015-05-20 13:41   좋아요 0 | URL
ㅎㅎ우와 달밤님
오늘 날씨가 넘넘 화창해요. 신록은 눈부시고 바람은 산들산들~~좋은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5-05-2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멕베스...패스벤더와 꼬띠아르가 나오는 영화 곧 개봉인데, 이또한 놓치시지 않겠군요^^!

프레이야 2015-05-20 18:35   좋아요 1 | URL
아, 몰랐던 소식이에요. 주연배우들만 봐도 확 구미가 ^^ 꼭 봐야죠
 

5월이 시작될 무렵부터, 청보리밭을 가고 싶었다. 차일피일 못 가고 있지만 유명한 고창 청보리밭과 경주의 둔덕이 있는 청보리밭 정도를 마음에 봐두고 날을 보고 있었다. 어느새 5월도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가고 있어 올해 청보리밭은 물건너 간 풍경이 될 것 같다. 마음 속으로만 그리는‥

고창이라 하니, 선운사는 다시 안 가더라도 고창읍성과 미당 시문학관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하순 문학기행을 그곳으로 잡아두고 기대중이다.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에는 미당을 `천 년에 한 번 나올까하는 천재`라고 숭배하는 김구용 시인과 그런 미당의 사진이 들어 있다. 육명심의 간결한 글과 그들의 영혼을 담은 흑백 초상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육명심은 미당의 시에서 느꼈던 성과 속의 양면적 인상을 사진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한 시인에게 이같이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요소가 공존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의 세계가 원대하고 광활하며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130p)

김구용 시인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의 시는 이상의 시보다 어렵다할 정도로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한다.

˝그는 미당 선생과 자기의 시를 감히 비교한다면 무위와 유위의 차이라고 말했다. 미당은 거미가 거미줄을 뽑듯이 그렇게 시를 뽑아내는데 자기는 책상에 엎드려 틀로 기름을 짜듯 머리를 쥐어짜 시를 만들어낸다고, . . . ˝(46p)

이 사진책의 부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2인, 그 아름다운 삶과 혼을 추억하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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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5-1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경리 문학관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미당 시문학관은 제가 가본 국내 문학관 중 최고였습니다. 마을 풍경하며, 바닷길로 이어지는 그 길들이 참 좋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상 시인은 작법상의 이해가 까다롭다면, 김구용 시인은 그 명상적인 깊이에 쉽게 다가가기 힘든 거 같아요. 실례가 아니길 바라며, 김구용 시인의 제가 아끼는 시 한 편 선사합니다 :)


반수신半獸身의 독백



어느 날, 내 몸이 나의 우상偶像임을 보았다. 비가 낙엽에 오거나 산새의 노래를 듣거나 마음은 육체의 노예로서 시달렸다. 아름다운 거짓의 방에서 나는 눈바람을 피하고 살지만 밥상을 대할 때마다 참회하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을 두려워 않는다. 언제나 일월성신日月星辰과 함께 괴로워 않는다. 추호라도 나를 속박하면, 나는 신을 버린다.
순간이라도 나를 시인하면, 나는 부처님을 버린다. 몸과 정신은 둘 아닌 것, 비단과 쇠는 다르다지만 그러나 나에게는 하나인 것, 언제나 여기에 있다.
시침이 늙어가는 벽에 광선光線을 긋는다. 산과山果는 밤에도 나뭇가지마다 찬란하다. 돌은 선율로 이루어진다.


사람 탈을 쓴 반수신은 산속 물에 제 모습을 비쳐 보며, 간혹 피 묻은 입술을 축인다.


김구용 [뇌염](2001, 솔)

붉은돼지 2015-05-19 09:54   좋아요 0 | URL
미당 시문학관이 최고라니 한번 가봐야 할 듯...

저는 김구용이 시인인줄 몰랐던 것 같아요..국어시간에 배운 듯도 하고...
김구용하면 동주 열국지 만 떠오릅니다. ^^

프레이야 2015-05-19 15:50   좋아요 0 | URL
바닷길로 이어지는 길도요?
기대됩니다~ 김구용의 시 몇번을 읽게되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5-05-19 17:31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길 바라서, 제 서재에 미당 시문학관 풍경을 올려 봤습니다.

붉은돼지님, 동주 열국지라니...그쪽은 또 제가 익숙치 않은...역사 공부 좀 열심히 해야하는데...

cyrus 2015-05-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우의 `벽모의 묘`도 난해하기로 유명해요. 이 시가 우리나라 최초의 난해시입니다.

프레이야 2015-05-20 00:0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찾아보겠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05-20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년전에 갔던것으로 기억하는데 기석나는것은 국화그려진 지붕이 있는 마을과 파란하늘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곳이었군요~ 다시 기회를 만들어 가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15-05-21 13:22   좋아요 0 | URL
언제부터인가 그렇고그런 벽화로 마을을 꾸민 곳이 많지요. 그곳에도 벽화마을이 있더군요. 검색해보니 ㅎㅎ
 

`더 책` 앱으로 시인의 목소리로 낭송되는 시를 들을 수 있다. 목소리가 참 꾸밈없고 진중하다.


화양연화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이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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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
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이책의 부제는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 읽기.
7가지 고전을 들어 보편성으로 다가오는 고전의 내용을 인간의 욕망에 비추어 재미있게 풀어놓은 강의록이다. (고전읽기 책사랑 강좌)
녹취록을 토대로 경어로 서술해 녹음하기에도 말하듯 편안하고 간접적이지만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시각장애인들도 들을 수 있겠기에
선택했던 도서다. 물론 내용이 끌려서 내가 고른 것이다.
2013년 9월 중순에 녹음완료 한 것을 오늘 편집작업 시작. 다시 읽으니 더 좋다.
독서가와 잠재독서가 모두에게 읽어버리기가 아닌 읽기로서의 고전 읽기 혹은 책읽기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겠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찾아줘`는 오늘
3개 파일 녹음, 현재 189쪽 완료


아주 사적인 독서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입니다. 그런 독서의 과정에서 우리는 고전과 나 사이의 사적이고 은밀한 관계를 각자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중략)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각자가 자기 안의 햄릿과 돈키호테와 파우스트와 돈후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배합 비율까지도 예민하게 의식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정이 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고뇌와 욕망과 광기와 탄식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것이 고전이 갖는 현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머리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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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5-05-13 23:25   좋아요 0 | URL
네, 경어체로 쓰인 도서는 녹음하는 저의 목소리도 부드러워지고 편안한 것 같아요. 편집수정작업하며 다시 들어보니 목소리톤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
로쟈님 책 중 전 이책이 좋아요.
이런 시각이 있구나, 하구요.

2015-05-13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4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쌩 2015-05-1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책은 아직 한권도 보지않았는데
덕분에 끌리네요ㅎ
프레이야님 목소리 궁금하네요.
왠지 네임처럼 여신의 목소리일듯^^

프레이야 2015-05-15 05:51   좋아요 0 | URL
이 책 권유합니다. 흥미로운 강의에요. 목소린 ‥ㅎㅎ이 책 읽을 때의 목소리가 왠지 제 맘에도 들더라구요 ^^ 고맙습니다~
 
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5월 초, 객주문학관에서 김주영 작가는 한때 러시아여행을 했던 경험 중 푸쉬킨의 묘에 갔던 일을 들려주었다. 아주머니가 집에서 손수 가꾼 꽃을 먼길에 시들지 않게 하려고 화병에 물을 담아 꽂고 며칠을 물을 갈아가며 고이 들고와 헌사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예술을 사랑한 발칸인들, 베오그라드의 중심인 국립극장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어 저자는 선배의 경험담을 빌어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와 예술을 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때만 해도 사회주의라는 관념이 무척 강하게 남아있을 땐데,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지 그때 비로소 알았다고 합니다. 청소하는 등의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 일년동안 돈을 모아 깨끗한 신발을 하나 사고 일 년에 한 번 발레를 보러 간다고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대중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계층에만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니라‥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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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5-13 0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늦게 한 대신 휴가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며 솔로를 즐긴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러시아가 기대보다 많이 좋았고 볼게 많았다고요.
물질적 부,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만들어져있는 선입견 등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비롯하여 그 나라의 깊숙한 곳을 볼 수 있다는 것, 여행하며 이런걸 새로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5-05-13 07:29   좋아요 0 | URL
그런 솔로를 보냈어야 하는데 말이죠. 러시아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해가 반짝하네요.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나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