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책` 앱으로 시인의 목소리로 낭송되는 시를 들을 수 있다. 목소리가 참 꾸밈없고 진중하다.


화양연화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이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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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
이현우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이책의 부제는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 읽기.
7가지 고전을 들어 보편성으로 다가오는 고전의 내용을 인간의 욕망에 비추어 재미있게 풀어놓은 강의록이다. (고전읽기 책사랑 강좌)
녹취록을 토대로 경어로 서술해 녹음하기에도 말하듯 편안하고 간접적이지만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시각장애인들도 들을 수 있겠기에
선택했던 도서다. 물론 내용이 끌려서 내가 고른 것이다.
2013년 9월 중순에 녹음완료 한 것을 오늘 편집작업 시작. 다시 읽으니 더 좋다.
독서가와 잠재독서가 모두에게 읽어버리기가 아닌 읽기로서의 고전 읽기 혹은 책읽기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겠다.


길리언 플린의 `나를찾아줘`는 오늘
3개 파일 녹음, 현재 189쪽 완료


아주 사적인 독서는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위한 독서입니다. 그런 독서의 과정에서 우리는 고전과 나 사이의 사적이고 은밀한 관계를 각자 만들어나가게 됩니다. (중략)
이런 작품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각자가 자기 안의 햄릿과 돈키호테와 파우스트와 돈후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배합 비율까지도 예민하게 의식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정이 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고뇌와 욕망과 광기와 탄식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것이 고전이 갖는 현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머리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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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5-05-13 23:25   좋아요 0 | URL
네, 경어체로 쓰인 도서는 녹음하는 저의 목소리도 부드러워지고 편안한 것 같아요. 편집수정작업하며 다시 들어보니 목소리톤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
로쟈님 책 중 전 이책이 좋아요.
이런 시각이 있구나, 하구요.

2015-05-13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4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쌩 2015-05-1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책은 아직 한권도 보지않았는데
덕분에 끌리네요ㅎ
프레이야님 목소리 궁금하네요.
왠지 네임처럼 여신의 목소리일듯^^

프레이야 2015-05-15 05:51   좋아요 0 | URL
이 책 권유합니다. 흥미로운 강의에요. 목소린 ‥ㅎㅎ이 책 읽을 때의 목소리가 왠지 제 맘에도 들더라구요 ^^ 고맙습니다~
 
시간으로의 여행 크로아티아, 발칸을 걷다 시간으로의 여행
정병호 지음 / 성안당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5월 초, 객주문학관에서 김주영 작가는 한때 러시아여행을 했던 경험 중 푸쉬킨의 묘에 갔던 일을 들려주었다. 아주머니가 집에서 손수 가꾼 꽃을 먼길에 시들지 않게 하려고 화병에 물을 담아 꽂고 며칠을 물을 갈아가며 고이 들고와 헌사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예술을 사랑한 발칸인들, 베오그라드의 중심인 국립극장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데 이어 저자는 선배의 경험담을 빌어 러시아 사람들의 문화와 예술을 향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때만 해도 사회주의라는 관념이 무척 강하게 남아있을 땐데, 그런데 러시아 사람들이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지 그때 비로소 알았다고 합니다. 청소하는 등의 허드렛일 하는 사람이 일년동안 돈을 모아 깨끗한 신발을 하나 사고 일 년에 한 번 발레를 보러 간다고 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문화에 대한 이해도나 관심이 대중적이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계층에만 특화되어 있는 게 아니라‥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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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5-13 0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을 늦게 한 대신 휴가때마다 세계 여러 나라 여행을 다니며 솔로를 즐긴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러시아가 기대보다 많이 좋았고 볼게 많았다고요.
물질적 부,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만들어져있는 선입견 등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를 비롯하여 그 나라의 깊숙한 곳을 볼 수 있다는 것, 여행하며 이런걸 새로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프레이야 2015-05-13 07:29   좋아요 0 | URL
그런 솔로를 보냈어야 하는데 말이죠. 러시아는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해가 반짝하네요.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나인님^^
 

제12회 부산국제연극제 폐막작으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이탈리아 극단 TTB의 로미오와 줄리엣.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스토리라인 너머 특별한 경험을 선사 받은 기분이다. 70분간 준비된 독특하고 감각적인 연출뿐만 아니라 주목되는 건 죽음의 무도를 펼치고 있는 두 어린 연인을 연극이 애도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꽤 역설적으로, 비극적으로 동시에 희극적으로.‥

연극이 시작되기 전과 중간에 관객을 향해 쏜
강렬한 조명등은, 삶이 연극이라면 연극이 삶이듯, 관객을 주시하는 연극의 혹은 삶의 커다랗고 광채나는 눈이 아니었을까. 그 눈을 피하지말고 똑바로 마주하라고‥

해골들의 춤, 우스꽝스러운.

덧) 폐막작 시작 전 국내극단 수상작 시상:
안티고네 이즈 데드, 외투, 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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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5-1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객을 향해 쏜 강렬한 조명등.........정신이 번쩍 나셨을듯!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무시하는 것들을 챙겨보는 눈을 갖고 계시는 프야언니^^

프레이야 2015-05-11 09:59   좋아요 0 | URL
그랬어요. 번쩍!! 눈이 아프도록 쏘아봐줬어요 그래서^^

stella.K 2015-05-1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요일날 셰익스피어 페리클래스에 가요.
뭘 알고 가는 건 아니고 그냥 셰익스피어란 말에 꽂혀서 가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유인촌이 나오는가 본데...
개인적으로 유인촌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연기는 잘 하잖아요. 무대에서 어떨지 모르겠어요.ㅋ

프레이야 2015-05-11 20:01   좋아요 0 | URL
유인촌이 아직 연극무대에 서는군요. 즐감하고 오세요^^

cyrus 2015-05-1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다보면, 셰익스피어 작품과 관련된 문장과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율리시스>를 읽다가 지루해지면, 셰익스피어 작품이 읽고 싶어져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5-05-11 20:02   좋아요 0 | URL
율리시스,를 다 읽으신 사이러스님
새삼 대단해보여요. 저도 불끈. 근데 어떤 문장일까요? 궁금하네요

춤추는인생. 2015-05-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짧은글임에도 프레이야님이 보신 연극의 분위기가 막 떠올라요. 애도라니.
연극이 궁금해지네요 !

프레이야 2015-05-12 14:10   좋아요 0 | URL
춤인생님 반가워요 아주 잘 지내고 계시죠?^^ 로미오와 줄리엣에게 베푼 죽음의 코스프레 같이 느껴졌어요. 어리고 연약하고 충분히 성숙한 그들에게요‥
 
호란하 이야기
샤오홍 지음, 원종례 엮음 / 글누림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샤오홍이 홍콩의 병원침대에서 쓸쓸히 죽어가기 전, 유년의 호란하를 자주 추억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사람과 풍경, 가난과 굶주림에 대한 묘사가 지극하다.

`호란하`
이 작은 도시에 전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사셨고 지금은 우리 할아버지가 묻혀 계신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 할아버지는 이미 60여 세셨다. 내가 네댓 살이 되었을 때에는 거의 70에 가까우셨다.
‥‥‥
전의 그 집 뒤 화원의 주인들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늙은 주인은 돌아가셨고, 작은 주인은 황무지로 도망쳐 버렸다. 그 화원의 나비와 메뚜기와 잠자리 등은 어쩌면 아직도 해마다 그대로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이제는 완전히 황량해졌는지도 모른다. (중략)
이상에서 내가 쓴 것은 결코 무슨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것들이 내 유년의 기억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에 잊을 수가 없고 잊기가 어려워서 여기에 적어본 것이다.
1940년 12월 20일
홍콩에서 탈고함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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