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년 11월 말, 창덕궁에서 )
2학년이 될 통통공주 희령이, 오늘 보건실에 불려가서 체중을 재었나보다.
방학 전에 경도비만 판정을 받고 방학 중에 체중 조절을 잘 하기로 선생님과 약속을 하였다.
오늘 같은 반에서 희령이를 포함해 세 명이 갔는데 각 반에 두세 명씩 모였던 모양이다.
133cm 키에 몸무게는 37.5 kg 이 나오더란다. "33kg정도로 내려가면 좋은데 35kg만 되면
경도비만에서는 벗어나니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네." 라고 보건선생님이 말씀하시더란다.
말은 밝은 음성으로 통통 튀듯 말했지만 여우같은 희령인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줄 내가 안다.
남자아이들이 뚱뚱아줌마라고 놀린다며 내게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말한 적이 몇 번 있다.
엄마는 우리 통통공주가 제일 이쁘다고 진심으로 말해주곤 하는데
어느 날 희령인 내게 살며시 다가오더니, "엄마, 난 내가 통통한 게 싫어" 라고 말을 하는 거다.
자기 몸에 대해 싫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한 범인이 누구인지,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었다.
일부 남자아이들의 놀림?,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몸매?, 은연중에 듣게 되는 칭찬 아닌 칭찬?
아무튼 희령이가 스스로 내려서 내게 들려준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1. 균형잡힌 식사 (칼로리표를 보여주셨는데 돈까스가 950Kcal로 제일 높더란다. 얼마전 영어읽기교재에서 보았던 "balanced"라는 단어를 기억해내며 눈을 반짝였다.)
- 희령아,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조금이라도 하고 가고 과자나 초콜릿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 삼가해야 돼.
2. 적어도 잠자기 2시간 전에는 먹는 것 종료하기.
3. 매일 적당한 운동 하기 (피겨스케이팅은 하고 있다. 사실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 보면 다리는 날씬하다. 뱃살이 점점 키로 가야할텐데..)
희령아, 엄마는 네가 네 몸을 사랑하면 좋겠어.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가면 더없이 좋고. 여태껏 크게 아파서 엄마 속을 썩인 일도 없고 지금도 감기 한 번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소화시키며 잘 배설하는 너의 몸이 엄마는 참 고맙단다. 그리고 안아보면 얼마나 말랑하고 포근하다구. 속상할 때면 널 꼭 안고 엉덩이 토닥토닥하는 거 알지~ 경도비만, 그런 거 엄마는 사실 별로 신경 안 쓴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기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