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집 님의 최근 페이퍼가 나에겐 또 한 가지 기억을 불러 준다.

 

 

인터넷서점이 생길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예닐곱 살 정도의 나이 때였다. 지금처럼 단행본으로 멋진 그림책이 없었던(못 보았으니 그렇게 기억한다) 당시, 알뜰살뜰 생활비를 쪼개어서라도 책을 사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맏딸인 내게 안데르센그림책 전집을 사주셨다. (그때 본, 미운오리새끼가 아름다운 백조였더라는 내용과 그림이 꽤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다) 출판사별로 전집이 성행했고 그걸 장기할부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도 없었던 시절이니 집집마다 할부로 전집을 사서 장식을 하기도 했다. 우리집은 당시 장식으로 전집을 사서 꽂아둘 공간은 아니었고 그저 어머니가 사주신 그 많은 그림책이 얼마나 좋았던지 모른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림책들을 마당에 내던지기 전까지는.

 

 

젊고 혈기왕성하고 완고했던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달리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할부는 아버지가 싫어하는 방식이다. 상의도 없이 거금의 책을 할부로 사들인 아내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했던 아버지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어머니는 했을 것이다. 어렸던 나는 약간의 충격이었지만 대체로 무덤덤했고 패대기쳐진 그림책들이 아팠다. 그 나이에 어머니의 심중까지 헤아릴 만큼 속깊진 못했으니 울지도 않았고 엄마를 위로하지도 않았다. 그냥 곤두박질친 그림책들을 아무렇지 않은 듯 주워서 마루로 올렸던 기억만 난다.

 

 

어머니는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에야 전집을 다시 사는 모험을 했다. 그땐 이미 좀더 큰집으로 늘려서 이사를 했고 아버지가 생업으로 하신 일도 자리를 잡아 나름 집안 사정 상 전성기 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아버지는 덜 완고해져서 전집 때문에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단 세로줄의 하드커버, 무겁고 두꺼운 한국중단편전집과 세계문학전집이었다. 당시 책 속의 이야기들은 놀라운 세계였고 가슴 뛰는 경험이었다. 묵직한 전집 책들에 묻혀 은밀하게 성숙해가고 있었던 나는 날마다 비밀 하나씩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단 하나 있었던 동네서점을 기웃거린 것도 이런 중고등학생 때였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이었지만 그때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서 샀던 몇 권의 책, 특히 '예언자'와 '어린왕자'의 의미를 잊을 수 있을까.

 

 

첫 아이를 낳고도 인터넷서점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첫 아이가 생후 2개월이 되었을 때 회사에서 알았던 동생이 어느 날 찾아왔다. 뜻밖에도 **출판사에 다니게 되었다며 애니메이션 동화전집을 권했다. 한눈에 봐도 그림도 조잡한 그 전집은 상당한 금액이었다. 당시는 단행본 그림책을 적극적으로 만나기 전이었던 나는 아이에게 일찍부터 이런 걸 사서 보여줘야 된다고 강권하는 그이를 뿌리칠 수 없었다. 생후 6개월 쯤인가는 모 유명 출판사의 창작동화전집을 샀다. 이건 자발적 의사였는데 그 그림책은 그나마 그림과 내용이 괜찮았고 아이는 다행스럽게도 몇 년 동안 그 책을 아주 좋아했다. 얼마나 여러번 읽었던지 어떤 건 책장이 다 떨어져 너덜거렸다. 그 후 또 한 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창작동화전집을 샀고 그게 마지막이다. 전집이든, 오프라인에서든.

 

 

첫 아이가 대여섯살 즈음 우연한 기회에 알라딘을 알게 되었다. 다른 인터넷서점으로 한눈 팔지 않았던 건 모험심이 부족하고 귀차니즘이 자주 발동하는 내 성정 탓일 뿐, 당시만 해도 알라딘에 특별한 애정이 있었을 리 없다. 나는 그즈음 대학 평교원에서 그림책 공부와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했고 한 달에 2-30만원씩 멋진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사들였다. 내가 먼저 보고 느껴야 된다고 여겨서다. 한 박스씩 집에 도착하면 무거운 박스를 뜯어서 책을 꺼내며 너무나 기뻤다. 어린이책 리뷰로 이곳에 글을 쓰면서 둥지가 마련되고 애정은 그때부터 시나브로 생겼다. 존 버닝햄, 모리스 샌닥, 그 외에도 다 부를 수 없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름들은 내게도 아이에게도 완벽한 신세계였다. 어느 해 겨울, 몇 년만에 눈 내린 베란다 밖 하얀 풍경을 바라보며 뜨듯한 거실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려 함께 그림책을 보던 시간이 기억속에 빛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수많은 단행본들을 샀고 아이는 즐거운 책읽기의 세상에서 놀았다. 할인가로 집에 앉아서 많은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인터넷서점이 나로선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책을 한꺼번에 많이 들면 무게가 꽤 된다. 한 손을 아이에게 붙들리고 그 무게를 감당하며 버스를 타고 다니기엔 역부족이다. 간혹 나들이 삼아 어린이책서점을 데리고 가서 한두 권 정도 직접 고르게 한 경우가 있었는데 아이도 무척 즐거워했다. 하지만 지금도 도서 구매 방식은 마찬가지다. 오프 서점에서 책표지나 활자 등 책을 훑어보고는 온라인서점에서 사는 일이 많다. 도서정가제를 한다고 해도 나는 온라인 구매를 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도서정가제는 누구를 위한 일일까. 입장에 따라 밥그릇 싸움이 되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쪽은 어느 쪽일지 내겐 불확실하다. 여러 가지 이견들을 두루 읽어본 건 아니고, 그저 환기된 기억의 한 귀퉁이가 나쁘지 않다. 책이 좋고, 책 읽기가 좋고, 책 사는 일이 즐거운 한 사람으로서

 

 

 

덧)

어린 딸내미 그림책을 마당에 집어던졌던 아버지, 단 한 번도 표나게 기억되는 선물 하나 사 주신 적이 없는 아버지가

나이 들어서 내게 주신 선물이 하나 있다. 바로바로 책이다!! 그것도 무려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1,2 !!

한 5,6년 된 것 같다. 적잖이 놀라운 순간이었다.

"*경아, 이거 지나가다가 육교 위에서 팔아서 샀어. 아주 싸게 샀어. 너 읽어."  

늙고 가난하지만 속깊고 성실하고 꼼꼼하고 건강하신 아버지가 내게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건넨 책 두 권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것처럼, 꿈결처럼 들렸던 목소리. 코앞에서 들었는데도... 육교에서 싸게 사셨다니 아마 해적판이었던 거지.

아버지도 책을 손수 사며 즐겁지 않으셨을까. 그것도 무려 두 권에 천원이나 줬으니.^^

 

 

 

 

어제는 장바구니랑 보관함 정리 좀 했다.

 

 

오늘 도착한 <레 미제라블> 5권, 펭귄클래식. 중학생 작은딸도 좋아라한다.

내가 그랬듯 다이제스트를 읽다가 너무 재미있다며 완역본을 사달라고 해서 장바구니에 있던 것을 당장 어제 구매했다.

방학 내내 여태 책 한 권 제대로 안 읽고 컴 앞에 앉아 있더니 개학 다 되어가니까... 에효, 진작에 권할 걸 그랬다.

 

 

1부 팡띤느/1편 의인/ 1. 미리엘 씨

 

첫 문장

 

1815년, 샤를르-프랑수와-비앵브뉘-미리엘 씨는 디뉴 지역 주교였다.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장편소설 <프라하의 묘지> 1,2 , 열린책들, 도 함께 구매했다.

무지노트가 권마다 하나 딸려있네. 열린책들 특유의 느낌, 표지도 근사하다.

 

 

 

 첫 문장이 상당히 길다. 그 뒤로도 계속 거의 한 단락이 한 문장이다.

19세기 말 당시 신문기사체를 본 따 일부러 이런 문체를 썼다고 하는 움베르토 에코.

읽기에 난감하긴 하다. 내가 본 가장 긴 첫 문장이 될 것 같다.^^

 

 

 

 

 

 

 

어느 행인이 있어 1897년 3월의 그 우중충한 아침나절에 위험을 각오하고 모베르 광장, 또는 무뢰한들이 라 모브라고 부르는

곳(중세에는 비쿠스 스트라미네우스, 즉 푸아르 거리의 파리 대학 학예 학부 학생들이 자주 모이던 대학 생활의 중심이었고,

나중에는 에티엔 돌레 같은 자유사상의 사도들이 사형을 당했던 곳)을 건너갔다면, 그 행인은 악취 나는 골목들이 얼키설키한 동네의 한복판에서, 오스만 남작의 파리 재개발 사업 때 드물게 허물리지 않은 장소 한 곳을 마주하게 되었을 터인즉, 이 동네는 비에브르 천을 경계로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오래전에 복개되어 파리의 내장 속에 갇혀 버린 비에브르 천은 이 동네에서 다시 빠져나와 열에 들 뜬 채 신음과 독소를 뿜어내면서 센 강으로 흘러들고 있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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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3-01-2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왜 있잖아요 옷 사는 사람들이 장농안에 옷이 많아도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새 옷 사 들이는 것처럼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책이 집에 수없이 많아도 새 책을 또 사고 싶어하는 맘~

아버지 이야기 하시니 저도 아버지생각이 나네요. 저의 아빠는 자식들에게 엄청 인색하셨는데, 뭘 사주는 것을 아까워 하셨어요. 소리 지르고..아빠 퇴근해서 오면 방에 숨기 바뻤을 정도로. 아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서 그런지 저희 형제들은 성인이 되서도 아빠 무서워했어요. 이리저리 피하고. 저는 그래서 부모에게 꿈쩍 못하는 남편이나 아내들 이해해요. 제가 아빠에 대한 감정이 그랬거든요. 거의 남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나중에 아빠가 암에 걸려 돌아가시기 전에 간암이라는 판정 받고 병원에서 집에 들어오실 때 엄청 무서워했어요. 온갖 성질 다 부릴까봐...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빠가 투병하시면서 고통으로 힘들어하셨을텐데 묵묵히 참으시더라구요. 고통으로 웅크리고 계신 아버지의 뒷모습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절 부르시더니 카드를 주시면서 백화점 가서 옷 사입으라고 비싼 거 상관 없으니깐 사 입으리고 카드를 주시더라구요. 그 때 아빠 병원비에 힘들때라 엄마 눈치 보느냐고 밍기적 거렸는데, 아빠의 성화에 못 이겨 백화점 가서 젤 싼 청치마 하나 사 가지고 왔더니 좋은 거 사지 왜 이런 걸 샀냐고 하시더라구요. 신발도 사라 해서 나중에 신발도 사고... 그게 아빠가 저한테 준 첫번째 선물이었어요. 제 나이 삼십 하나였나 그때가.... 프레이야님 글 읽으니 아빠 생각 나네요. 저는~

프레이야 2013-01-26 01:59   좋아요 0 | URL
오늘 조영남 최유라가 진행하는 라디오시대에서 같은 말이 나왔어요. 입을 옷이 없다고.
조경란의 '백화점'에 나오는 문장이라며. 사실 우리도 늘 쉽게 하는 말이지요. 책도 마찬가지^^

님 아버지 이야기에 찡해요. 울아빤 그런 정도는 아니셨지만...
아버지란 그런 존재이지 싶어요. 그걸 이제 나이들어가면서 알겠더라구요.
저도 사실 입으론 아빠라고 불러요, 아직. 님 아빠가 주신 첫번째 선물 이야기에 저도 그게 생각나
페이퍼 아래에 덧붙였어요.^^ 이렇게 이야기와 기억을 불러주시는 기억님 댓글이 참 좋아서 또 싱긋~

다크아이즈 2013-01-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님, 어린시절 책에 대한 추억은 집집마다 다 다르네요.
전 막내라 나이 차이 열 살 이상 나는 두 오라버니가 마구마구 책을 사다 날라 줬어요.
아부지, 엄마는 연세도 많고 생업에 바빠 그런 것 신경 쓸 여건도 안 됐지요.
어깨동무, 새소년, 소년중앙 등 어린이 잡지부터 세계문학 전집, 한국문학 전집...
그땐 참 전집이 유행하던 시절이었지요. 두 오라버니가 없었다면 책 읽기가 뭔지도 모르고 자랐을 거예요.
아, 막내 오빠도 있는데 뭐 같이 자라느라 제게 책 사줄 형편은 안 됐고. 크~

레 미제라블 펭귄 것으로 사셨네요. 추카추카요~~
전 바쁜다는 핑계로 일 권도 못 끝냈어요. 진도 참 더딥니다. 재밌다는 생각보단 아직까진 의무 방어전입니다.
오늘밤도 평안히^^*

프레이야 2013-01-26 02:03   좋아요 0 | URL
팜님, 정말 행운아, 유복한 독서환경~~ 부러워라^^
저는 소년중앙 두어 번 낱권으로 사 본 적 있어요. 중학생 때였는게 그게 너무 사고 싶어서
엄마에게 말했죠. 저는 엄마 아니었으면 전 그때 문학전집을 만나지 못했을지 몰라요.
주위에 전혀 제게 그런 풍족한 독서환경을 제공해줄 대상이 없었거든요. ㅎㅎ

빅또르 위고,라고 적혔네요. 펭귄 것.^^ 글자가 무지 작아요. 예전 3단 세로줄보다야 낫지만요^^
굿나잇!

다크아이즈 2013-01-28 00:33   좋아요 0 | URL
빅또르 위고, 라고 적혔다니 저로서는 안심이 됩니다.
불어판 번역이라면 당연 <빅또르 위고>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원 발음에 가까울 수는 없지만 빅토르 위고는 어디까지나 영어식이고,
우리 맞춤법에 맞게 쓴 것일 뿐 실제는 빅또르 위고가 더 가까우니까요.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왠지 중역 본 아니라 불어판 번역인 것 같아,
전 프레님이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꿈꾸는섬 2013-01-2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어릴때 엄마가 큰맘 먹고 장만한 세계명작동화전집, 위인전집, 금성출판사에서 나온 백과사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희도 당연히 할부로 갚아나갔죠. 전 그때부터 책 읽는 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책들 보며 보낸 시간이 아직도 제게 행복한 기억들로 남아 있거든요.
레미제라블 사셨다니 부러워요.ㅎㅎ 저는 사고는 싶은데, 아직도 망설이고 있어요. 결국 사겠지만요.ㅎㅎ

프레이야 2013-01-26 02:0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페이퍼에서 **으로 처리한 출판사 이름이..ㅋㅋ
그때 읽었던 게 알고 읽었든 모르고 읽었든 자산인 것 같아요.
거의 다 다시 읽어야할 것들이지만.
섬님, 펭귄, 레미제라블은 무려 30%할인이니 ^^

transient-guest 2013-01-26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실 도서정가제가 뭔지는 모르겠네요. 이곳에 있으니까 좀 무심하게 지나가요. 그것보다는 프레이야님의 어릴적 추억이 더 반갑습니다. 그러고보니 초등학생때까지는 집에 있는 책들은 다 그렇게 구했네요, 할부로, 한꺼번에. 계림사 소년소녀문고, 금성출판사의 다양한 전집들...그러다가 중학교부터는 보고싶은 책을 직접 서점에 가서 구하곤 했죠. 온라인 서점이 생기고도 꽤 오랫동안 저는 오프라인을 고집했었어요. 무엇인가 낭만이 사라지는 느낌이 싫었거든요. 지금은 훨씬 좋아졌지만, 초기 온라인서점은 책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들었구요. 갑자기 급! 옛날 생각이나요. 우리들의 아버님들은 왜 그리도 완고하셨던지요? 제 아버지는 책은 잘 사주셨지만, 편식기가 좀 있으시고, 나중에는 책 사달라고 하면 자꾸만 집에 있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아주 애먹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제가 사들고 집으로 가는 편입니다..ㅎㅎ

프레이야 2013-01-26 10:34   좋아요 0 | URL
계림사는 잘 모르겠지만 계몽사, 금성, 민중서관 등등... 추억을 부르는 이름들ㅎㅎ
당시 전집 가격에 거품이 많았을 거에요. 방문판매사원들이 그렇게나 많았죠. 아는 면에 안 사기도
어려웠구요.^^ 책을 손으로 눈으로 만지고 보고 살 수 없으니 실패할 확률도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온라인서점도 서비스내용이 확대되니 저같은 경우는 그냥 편리했던 것 같아요.
트란님에게도 책 사는 일이 하나의 추억이네요.^^
우리네 아버지들은 대개는 그러셨지요. 책은 밥이 아니라는 생각.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어깨의 부담감 때문이셨을 거에요. 예전에 집에 꽉 찬 아이들 책을 보시고
놀라며 시아버님이 하셨던 말씀도 갑자기 생각나네요. 아이들 책을 뭐하러 이래 많이 사주냐고? ㅎㅎ

hnine 2013-01-26 0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의중을 알아차렸다면 너무 경솔할까요?
잘 읽었습니다.
결국 자기의 입장이 판단에 제일 큰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중소 서점들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각자 자신들의 입장, 자기들 이익때문이면서...전 그냥 구경이나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생하는 것이 솔직해보이고 좋을텐데...

프레이야 2013-01-26 10:32   좋아요 0 | URL
나인님, 역시^^ 동감이에요.
상생할 수 있는 타협점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저 즐거운 기분으로 책을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곳에서 오래도록 유명했던 서점 한 곳이 몇 년전 폐업하여 충격이었는데
이런 게 온라인 서점의 득세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었었지요. 딱 그 한가지 이유로 볼 수는 없겠지만
도서정가제가 중소서점을 살리는 방안이 될까 현실적으로 잘 모르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떻든
온라인서점을 여전히 더 많이 이용할 것 같거든요. 다른 편리한 점이 있으니까.
나인님, 행복한 주말 따뜻하게 보내세요^^

자목련 2013-01-26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글씨가 아주 많은 문학전집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사들인 게 분명해요.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니라 직장으로 찾아온 판매사원에게 거절을 못한 거지요. ㅎ

제게도 책을 고르고 사는 즐거움이 커요. 지금도 몇 권의 책을 고르려구요. 저도 도서정가제, 잘 모르겠어요. 아주 만이 춥다고 해요.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프레이야 2013-01-26 10:41   좋아요 0 | URL
그땐 참 전집 판매사원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직업도 사라진 건가요?
지금 어떤 책을 고르셨어요? 궁금^^ 페이퍼 써주시면 볼 게요.
자목련님도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세실 2013-01-26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초딩 시절에 언니, 오빠가 책벌레라 자연스럽게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로 만화책? ㅎㅎ
홍당무, 빨간머리 앤 같은 책들이 기억에 남아요. 어릴적 유난히 무서움이 많았는데 엄마가 저녁에 심부를 시킬때면 내 처지가 홍당무랑 비슷하구나 하며 슬퍼했던 적도 있고요.
전 책은 주로 알라딘에서 사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는 애들 데리고 서점에 가서도 사는데.....
서점도 그냥 10% 정도 할인해서 팔면 안되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프레이야 2013-01-27 15:33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유복한 독서환경에서 잘랐군요. 만화책이라해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기억이면 유복한 거지요^^ 전 초딩 때 좀 잘 사는 친구집에 가서 좌악 꽂혀있던 동화전집 보고
엄청 부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한 달에 한번 서점 나들이 애들이랑, 참 좋아보여요.
늘 책과 함께사는 분이니 더 그러기 힘들 수도 있는데..^^

순오기 2013-01-26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이 방울방울~~ 사랑으로 기억하는 행복한 추억, 좋아요!
내가 살았던 충청도 시골엔 책장사도 오지 않던 오지였어요.
초등학생땐 자유교양문고가 유일했고, 언니 오빠가 중학생 되면서 빌려오는 책을 읽었죠.
그런 결핍이 우리애들에겐 최고의 독서환경을 만들어줬고...그래서 작은도서관이 됐고요.^^
도서정가제 기본적으론 찬성하지만 거품을 뺀 정가책정이 돼야겠지요.

프레이야 2013-01-27 15:35   좋아요 0 | URL
오기언니, 누구 말대로 결핍이 원동력이 되었군요. 역시!!
김미경 강사는 내가 가진 결핍을 아는 것이 먼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옛날 전집들 생각하면 책가격에 거품이 얼마나 많았나 싶어요.^^

BRINY 2013-01-2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부모님은 두분 다 책을 좋아하셔서 저희 남매들이 다 책을 좋아하나봐요. 이사다니면서 아버지의 셰익스피어 희곡전집(예전에 종로서적에서 비싼 가격표 달고 있는 거 봤었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집, 동서추리문고 그런 게 없어진 게 지금와서야 아깝네요. 그래서 지금도 30권짜리 동아백과사전만은 절대 안버리고 갖고계시나봐요.
국민서관 60권짜리 전집은 어린 시절의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런데 친구들 중에 정말로 그림이 예쁘고 종이질도 좋고 올컬러판인 그림동화책 전집을 갖고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 책이 정말 부러웠어요. 엄마는 그림책은 별로 안사주셨던 거 같아요. 생각해보니 국민서관전집도 엄마가 읽으시려고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삼촌, 고모들이 결혼전에 읽다가 두고간 낡은 정체불명의 소년소녀어쩌구 전집(지금 생각해보니 일본책들의 번안이었던 듯)에도 영향 많이 받았어요. 시험을 잘 볼 때마다 아버지는 계몽사 문고도 한권씩 사주셨어요. 하지만, 중학교때부터 용돈으로 직접 책을 사기 시작했을 때가 역시 즐거움이 배가 되었지요

프레이야 2013-01-27 15:38   좋아요 0 | URL
브리니님 아버지께서 좋은 독서환경을 주셨네요, 특히요.
세익스피어 희곡전집이라니, 부러워요. 동서추리문고도 추억의 이름이네요.
저도 문고판을 하나씩 잘 샀었어요. 아버지가 사주신 건 아니고 가끔 저 혼자 가서요.
역시 용돈으로 직접 책을 고르고 살 때 즐거우셨군요.^^

블루데이지 2013-01-2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지내시지요? 도서정가제 찬반대 둘다 의견없는게 참 생각없는사람처럼보이지만...다른거 모두 제쳐두고,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책으로 행복하고 싶은사람으로서 모두모두 좋은 제대로된 정책으로 결정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잘읽었습니다~오늘밤 신랑과 함께 프레이야님이 쓰신 글을 동기로 옛이야기나눌래요..ㅋ 행복한 주말보내주셔요!

프레이야 2013-01-27 15:41   좋아요 0 | URL
와락~ 데이지님, 늘 따뜻하고 힘이 되는 말씀 고마워요.^^
어젯밤 옛이야기 많이 나누셨어요?
제 페이퍼가 데이지님께도 추억을 불러드렸나 봐요.
책에 대한 추억들 다들 참 좋으네요. 따뜻하고요. ^^

라로 2013-01-2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없는건 아닌거 같아요,,^^;;
요즘 프야님 글 쓰시는 스타일이 좀 달라져서 좋아요. 예전에도 물론 좋아했지만,,^^;;
도서정가제는 저도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정가제가 되든 아니든 책을 사 읽을테니 그렇지만
이왕이면 독자, 출판사, 판매자,,,모두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전.

프레이야 2013-01-27 15:44   좋아요 0 | URL
전 나비님 글이 최근 더 좋은걸요.^^ 사모곡 때문에 얼마나 찡했다구요.
조금씩 양보하면 모두에게 좋은 쪽으로 해결될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가 봐요. 알라딘이 업계 4위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는데 그게 중요하다기보다
뭐든 너무 계산적으로 가는 건 보기에도 민망한 것 같아요. 제가 숫자에 흐려서 그런지 몰라도..

소나무집 2013-01-2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골 출신이라 전집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
제가 책을 실컷 읽게 된 건 초등 4학년 때 학교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서부터였어요.
책 빌려가서 이불 속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프레이야 2013-01-27 15:46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초등 4년에 작은도서관 애용자셨군요.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은 달라요.^^
제 학창시절엔 도서관이 별로 활성화 안 되었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그나마 학교 도서관도 잘 되어 있지만 이용하는 학생은 또 한정적이고
읽히는 책도 한계가 있다고 들었어요. 책 말고 아이들 흥미를 끄는 것들이 워낙 많으니..

페크pek0501 2013-01-2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때 책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읽지 않았어요. 너무 많아 소중한 가치를 몰랐던 것이죠.
세로줄의 전집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린 제겐 어렵기만 했어요. 제 나이에도 맞지 않았고요.
제가 책에 미치기 시작한 건 대학생이 되고부터 (가로줄의)단행본을 한 권씩 사 읽으며 모으기 시작하면서부터예요.
제일 많이 읽었던 게 30대였어요. 책에 반해 버렸어요. 그게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거네요.
이곳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참 좋아요. 맘 놓고 책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이 페이퍼는 저 같은 사람들이 댓글을 쓰게 만드는 좋은 페이퍼예요. ^^

프레이야 2013-02-03 12:02   좋아요 0 | URL
페크님도 유복한 책환경에서 자랐군요. ^^
너무 풍족하면 오히려 소중함을 모를까요?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아요.ㅜㅜ
저도 어른이 되어선 20대보다 30대부터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갈수록 더요. 이곳은 우리같은 사람들의 놀이터로 너무 좋지요.
일상의 주변에 책이야기 나눌 사람은 흔하지 않거든요.

같은하늘 2013-01-29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저의 어린시절은 어땠나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저희집은 그리 넉넉한 집은 아니었는데 이런저런 전집류의 책도 제법 있었던것 같은데...
제일 기억나는 전집은 학생대백과... 그리고 매달 오빠에게 사주셨던 소년중앙 잡지...ㅎㅎ

프레이야 2013-02-03 12:04   좋아요 0 | URL
소년중앙, 학생대백과.. 모두 추억의 이름들^^
같은하늘님도 오빠가 있어서 나름 독서환경이 좋았겠어요.
요샌 단행본도 잘 나오지만 예전엔 전집류들 참 많았지요.
세상에 나오는 책을 다 읽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잘 골라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