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예약 장바구니행.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작가가 최근 2~3년간 집중적으로 단편 작업에 매진한 끝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시간’을 인식하는 김연수의 변화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김연수는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흐르는 것으로만 여겨지는 시간을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현재의 시간을, 즉 삶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언어로 설득해낸다. 특별한 점은 그 가능성이 ‘이야기’의 형태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 알라딘 책소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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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겨울 그러니까 그 해의 첫달에 세종시에서 한 김연수 작가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순한 인상이었다. 작가는 대만 스펀에서 천등을 띄워 올린 경험을 꺼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한마디 한마디 사려 깊은 어조였는데 그때 말한 작가의 내적 경험은 구체적이고 세밀했다. 지금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것은 소설가에게 질료가 되기 이전에 뭔가 본질적인 감정을 떠올려 주었다.
그전 해 구월 여름같던 날, 나는 소박한 스펀역에서 기차를 타고 탄광마을로 들어갔다. 낡은 철로가 이어진 마을에서 커다란 천등과 소망의 글귀를 써서 함께 하늘로 올려 보냈다. 난 소망이랄 게 딱히 없었지만 사람들이 다함께 그렇게 하는 데에는 또 어떤 의미가 있어 보였다. 사람들이 가족 건강과 행복 어쩌고 적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소망을 적는다는 건 부끄럽고 쑥쓰럽고 뭐 그런 일이다, 내겐. 고개를 한껏 들고 하늘로 날아가 나에게서 멀어져가는 등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던가. 벅차면서도 아련하게 무언가 내 안에서 빠져나가는 느낌. 명명하기 어려운 충만한 감정. 시간이, 순간이 저만치 날아가 어디에서 내려앉을 것 같았다.
김 작가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찾아 쓰는 데에 있어 상상력보다 언제나 더 중요한 건 경이감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인상 깊었다.
내게 있어 경이감은 고양이의 눈 같은 것이다. 그땐 함께 살진 않아 잘 몰랐지만 그로부터 몇 개월 후 고양이가 내게 왔다. 나를 관찰하고 창밖을 감상하며 견자인 듯 몽상가인 듯, 그런 고양이의 눈에 빠져 버렸다. 똑 같아 보이는 하루하루, 빛나는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사는 고양이. 일주일치를 하루에 살아내는 기적적인 생명체. 유리구슬 같은 눈망울로 무얼 생각하니? 책상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요 녀석!
시간이 흘렀고, 저만치 날아간 그 때 그 순간이 돌아온 것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가끔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나를 세워두고 현재를 바라보게 하자고 생각하곤 한다. 그게 작가가 염두에두고 쓴, “시간과 삶을 새롭게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닿아 있을 것이다. 김연수 작가가 시간을 벼려 쓴 이번 소설집도 각자 또 함께 잘살기 위한 소망을 하늘로 올리는 일이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