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반에 가지 한 박스가 왔다. 웬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옆지기가 주문했던 것. 원래 들기름으로 무친 가지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말린 가지로 더 맛나게 반찬해 먹자고 주문을 했던 것이다. 처음 해 보긴 하지만 한 박스에 거의 75개 정도 든 가지를 용감하게 단번에 쓱싹 칼질했다. 가지 하나를 꼭지 부분은 남기고 사등분 정도로 칼질해 주면 옆지기가 세탁소 옷걸이 하나에 대여섯 개를 걸어 널었다. 어디서 본 모양이다. 이렇게 말리면 된다고. 


근사하게 말라가고 있었다. 8월23일 촬영



다하고 나니 옷걸이 수가 제법 되었다. 햇볕 잘 들고 바람 잘 통하는 베란다 쪽으로 걸어두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 보았다. 비가 자주 왔고 흐린 날이 많아서 어쩌나 했지만 더디긴 해도 별탈 없이 잘 말라갔다. 처음엔 가지 무게에 축 처지던 빨랫줄이 어느 날부터 괜찮아지는 거다. 제 속의 물기를 날리면서 가벼워지는 기특한 것들은 점점 냄새도 달큰하게 풍겼다. 우리의 가지는 잘 있냐, 이러며 매일 들여다보길래 피식 웃었지만 나도 매일 들여다보고 냄새 맡고 신기해 했으니 뭐.


3, 4주 정도가 지났던가. 제법 모양도 좋게 잘 마른 가지를 옷걸이에서 다 걷어내어 꼭지 부분은 자르고 나머지 부분을 길이로 이등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했다. 오늘까지 모두 4번 나누어 볶아서 다 먹었다. 굴소스, 진간장, 마늘다대기, 매실청, 들기름, 통깨. 내가 먹어봐도 꼬들꼬들 맛났다. 야채를 건조하면 영양가도 높아진다지. 오늘은 어머님에게도 반찬해서 보내드렸더니 맛나다고 전화가 왔다.


그런데 사람일이란 참 웃기는 게, 이제 다시는 안 해도 되게 생겼다. 

첫 번째로 성공했던 마른 가지가 반 정도 남아 있는 시점에서 완전히 기분 상승해 있던 옆지기가 어느 날, 가지 한 박스 더 살까, 이러는 거다. 헉! 집중할 일도 있고 바쁘다고 했는데 이러니 시큰둥 놀랐지만 그 고집을 누가 꺾나. 한 박스가 또 배달왔고 이번엔 총 78개의 가지를 똑 같이 잘랐다. 손목이 좀 아팠지만 또 예쁘게 잘 마르면 보기도 좋고 맛도 좋으니 여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여기서 사람이 조금 편하려고 잔꾀를 부리면 안 된다는 것.  일을 조금 빨리 끝내려고 그랬는지 옷걸이 하나에 다닥다닥 붙여서 가지를 걸었다는 사실. 굳이 띄엄띄엄 널 필요 없겠더라고, 이러면서. 설마?, 했지만 그러겠다고 하니 별말 안 했는데 그게 문제였다. 한 옷걸이에 9-10개를 걸었으니 과밀지역에서 가지들은 숨을 못 쉬었을 수밖에 없었다. 9월 27일이 가지 한 박스 두 번째 건조의 1일차였고 이때까진 결과를 알지 못했다. 그저 첫 번째와 같이 잘 마를 거라고만 생각했지.


며칠 후부터인가 가지가 좀 이상하다 싶었다. 자세히 보니 곰팡이가 피고 있는 것이다. 시커먼 곰팡이 부분을 잘라내면 또 있고 또 있고... 포자가 다 죽질 않고 퍼지는 모양이었다. 너무 다닥다닥 붙여서 널어 그렇다고 말해도 그 이유일리가 없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 선풍기를 가져다 돌리지 않나, 햇볕이 더 잘 드는 반대쪽 베란다로 모두 옮기질 않나. 아무 소용 없었다. 그렇게 잘라내 버리고 또 잘라내 버리고 해서 지금은 먹을 만한 게 반도 안 남아있다. 내일쯤 옷걸이에서 다 걷어내면 한움큼 정도 되려나 싶다. 귀한 교훈을 얻은 거지. 아직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말은 절대 안 한다. 식품건조기 살까 하다 그것도 안 하기로 했다. 물건을 더 사는 건 안 하는 걸로. 다음엔 말린 가지 1킬로 주문하자, 이런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굳 아이디어!! 


여기서 몇 년 전 썼던 글 '변신'을 발췌해 옮겨둔다. 

* *


습관처럼 코를 가까이 댄다. 달콤하지도 상큼하지도 않은 냄새가 얌전히 안겨든다. 오래된 책갈피에서 나는 도타운 냄새다. 만지면 부서질 듯 가녀린 꽃잎 위로 시간의 살비듬이 포슬포슬 내려앉았다.


조금은 지쳐 있던 그해 봄, 아주 커다란 꽃바구니를 배달받았다. 이런 걸 보낼 사람이 없는데 싶어 수신인을 재확인했다. 발신인은 적혀 있지 않았다. 둥그런 등바구니에 선홍색 물이 묻어날 것 같은 한아름 장미가 터질 듯 들어앉아 있는데 앞다투어 내민 얼굴을 대충 헤아려봐도 이백 송이는 되어 보였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바구니를 안으로 옮기려다 긴 리본에 적힌 고전적인 글귀에 발이 걸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던 날을 상기했다. 설렐 일이라곤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방식의 고백이라니! 오래전 멀리 떨어진 어린 아내에게 손편지로 보내오던 눈 맑은 이등병의 글귀가 떠올랐다. 비무장 상태에서 변칙적인 한 방에 낯이 간질간질 가슴이 두방망이질해댔다. 집안 한가운데쯤 피아노 옆자리로 옮겨놓으니 은은한 향취가 온 집에 맴돌았다. 일주일이 그렇게 솔솔 흘러갔다.


날이 갈수록 꽃송이들이 변해갔다. 근사한 마른 꽃이 되어가는 모양새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향기는 옅어지고 물기는 차츰 날아가 파슬파슬해졌다. 한껏 부풀었던 꽃송이는 부피가 줄고 붉게 타던 겹겹의 꽃잎은 시간이 갈수록 색이 짙어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힘을 빼고 색을 벗어 버렸다. 그야말로 인기 있는 립스틱 색상명, 말린 장미꽃 색이 되었다. 무심한 듯 차분하게 열정을 잘 다독인, 편안하면서도 세련미를 풍기는 색상이었다.


마른 장미꽃 바구니를 일 년이 넘도록 버리지 못했다. 먼지가 된 시간을 온몸으로 안으며 거듭 피어난 꽃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습윤이 증발하고 잘린 줄기의 먼 기억이 부른 은근한 흙냄새가 꽃잎 위로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의 분진粉塵을 말해 주었다. 다음 해 기념일을 맞이하고도 한참 지난 후에야 이별을 마음먹었다. 아이들이 스치고 지나다니며 꽃이파리가 바스러지는 게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못내 아쉬워 한 묶음 남겨 낮은 장식장 위에 정물로 앉은 청화백자 푼주에 뉘어두었다. 직립해 있던 꽃가지들이 또 다른 자리를 찾아 누운 모양새가 보기에도 썩 좋았다.


마른 꽃을 좀 더 오래 고이 간직할 순 없을까. 먼저 한 다발을 적당히 모아 꽃잎에 헤어스프레이를 살짝 뿌려주면 이쁜 모양새로 말리는 데 도움이 된다. 잘린 줄기 끝이 하늘을 보도록 거꾸로 매달아 둬야 하는데,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이면 최상이다. 햇빛이 센 곳에 두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금세 시들어 버린다. 물기가 서서히 증발하지 못하고 일순간에 다 타버리는 것이다. 무모하고 성급한 정열에 심신을 소진하고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이카로스의 밀랍 날개를 생각한다. 모든 일에는 온전한 마음과 적절한 기술과 좋은 타이밍이 요구된다. 일도 사랑도 그렇다. 정성은 오래, 전부 쏟아야 진가를 발휘한다. 꽃을 말리는 일도 그렇다.


(중략 _ 이 부분은 엄마의 뜨개질 내용)


대중목욕탕에서 고화枯花를 본다. 연로한 몸에는 덧없는 홍조의 시절을 건너 고갱이로 남은 마른 꽃이 알록달록하다. 생의 갈증을 이기고 풍화를 견뎌온 연륜의 꽃은 인고의 삶과 지혜의 덕망을 품고 있다.

변해가는 건 생화生花만이 아니다. 우리가 그려가는 동행도 고화枯花로 변신 중이다. 벨 듯한 향기 대신 무향의 몸을 부대끼며 무언의 말을 나눈다. 부딪혀서 금 가고 부서지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말 한마디 삼키고 무던히 지나가는 날이 많다. 어디쯤에서 넘어지고 다치는지 이해하게 되기까지 천 개의 그늘과 만 개의 바람이 필요하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되는 진실이다.


시간은 숨이다. 시간은 베일에 가린 우리 삶의 안자락을 춤추듯 들고 난다. 꽃은 그 시간을 야금야금 먹고 느린 숨을 쉬며 새로이 몸을 연다. 연지 바른 입술은 푸르죽죽한 맨살을 보이고 강퍅하게 제 향만을 뽐내던 허욕의 길을 돌아 나와 단출하게 홀로 선 자의 자태다. 보잘것없는 몸을 가려준 허식의 옷을 벗고 겨울숲으로 걸어 들어간 자의 뒷모습이다.


뜨개실을 풀어 새로 감듯 안과 밖을 되감는 중이다. 바람 좋은 창가에 말라가는 내 안의 꽃을 매단다. 그런대로 괜찮은 풍경이 되길.

 

* * 



그런데 가지 꼭지에 영양분이 다 모여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 버렸는데 아깝다. 가지 꼭지가 눈에도 좋다고 하여 당장 주문했고 이틀 후 요렇게 깨끗하게 말린 가지 꼭지가 왔다. 냉장실에 넣어두고 꺼내 쓴다. 가지 꼭지에는 가시가 있으니 맨손으로 덥석 잡다가는 아얏,하는데 말린 가지 꼭지는 괜찮다. 끓여서 마셔 보니 구수하다.^^


드라이플라워도 그렇고 가지를 말리는 일도 그렇고 사이라는 이름의 바람이 들고나는 시간의 숨을 생각하게 한다. 사이는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의 영지에서도 중요하다. 더구나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그대들의 공존에 거리를 두라는 칼릴 지브란의 문장이 생각난다. 수분이 빠지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 


고등학교에 입학한 해, 검정색 표지의 <예언자>를 엄마가 데려간 동네서점에서 '어린 왕자'와 같이 내가 골랐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은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안 보이지만... 대신 강은교 번역의 양장본을 중고도서로 갖고 있다.

이런 문장의 의미를 십 대 그때는 몰랐겠지.


 













 칼릴지브란 / 강은교 역




 결혼에 대하여



 그러자 알미트라는 또 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이랑 무엇입니까?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함께 있으리라.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의 공존에는 거리를 두라,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의 빵만을 먹지는 말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저마다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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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0-15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지를 저렇게 옷걸이에 걸고 말리는군요 ^^ 다음부터는 말린가지로 ㅋ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가지 꼭지를 꼭 먹어야 겠네요~!!

프레이야 2021-10-15 20:33   좋아요 3 | URL
네. 의외로 간단한데 관건은 사이사이 붙이지 말고 거리를 두고 널어야 해요 ^^ 뼈아픈 교훈.

mini74 2021-10-15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만삭일때 감 한 상자 사서 곶감 만들겠다고 말리다가 ㅠㅠ 그 하 가을 내내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몽땅 썩어 버린 기억이 납니다. 깎은 공이 아까워서 ㅎㅎ 그 후론 말리는 건 안녕~ 했는데 가지 보니 또 욕망이 ! 말리고 싶다 건조기도 있는데 ! 하면서 보고있어요 ㅎㅎ 칼릴 지브란, 책받침 등 문구로 자주 뵌 분 , 반갑네요 *^^*

프레이야 2021-10-15 20:51   좋아요 2 | URL
세상에나.. 만삭에 그걸 다요. 진짜 공이 아깝네요. 건조기 있으면 해보셔도 ㅎㅎ
뭐든 말리기 좋아하는 분 제 주변에도 있어요. 온갖 거 다 말리더라구요.
보통 정성이 아니에요. 손도 아프고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요.
지브란은 레바논 태생, 아랍어와 영어 모두 창작에 자유로이 쓰고
로댕에게 미술도 배워 그림도 잘 그리고 신비적이고 아무튼 고등학생 때
이 책을 고른 건 산문시도 좋았지만 삽화가 마음을 당겼어요.
책받침, 문구에도 있었나요^^ 못 봤네요 전.

mini74 2021-10-15 20:56   좋아요 1 | URL
책받침 연습장 등 표지에 예쁜 소녀 그림 등에 간단 문구에 밑엔 칼릴 지브란 이렇게~ 소녀 그림 등이 예뻐서 샀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좀 미련했지요 ㅠㅠㅠ 아파트 베란다에선 아무래도 힘들더라구요 ~~

scott 2021-10-16 00:30   좋아요 2 | URL
오! 넘 안타깝습니다 ㅠ.ㅠ(전, 곶감 귀신임 🖐)

서니데이 2021-10-15 2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번째가 운좋게 성공하면, 그 다음 두번째나 세번째는 잘 안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집에서는 몇 번 실패하고 요즘엔 안 하는 것 같아요.
베란다에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아서 잘 마르지 않거나,
아니면 미세먼지 많은 시기여서 그런지 감이나 다른 과일이 검게 말라서
결과가 좋지 않았거든요.
건조기를 사고 싶었지만, 그것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아직 안 사고 있어요.
두번째는 실패의 원인 아셨으니, 다음엔 잘 되실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프레이야 2021-10-15 21:50   좋아요 3 | URL
앗. 그 시커먼스가 미세먼지 때문에 생기는 걸수도 있겠네요. 암튼 실패의 값진 교훈이죠 ㅎㅎ 다시는 하라고 안 하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그저 바람 잘 통하는 공기 좋은 곳에 널널하게. 이게 정답인 거 같아요. 기계 건조기보다 아무래도 낫겠죠. 손도 가고 시간도 정성도 들여야 되는 일이네요. 서니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1-10-15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려서 먹어 보려고 감이랑 몇 개의 채소 말려 봤는데 곰팡이가 피던데요??
그래서 식품 건조기 사서 씽크대 선반에 잘 건조시키고 있구요ㅋㅋㅋㅋ
프레이야님댁 첫 번째 가지는 잘 말랐습니다.들기름에 볶아 먹었음 맛있었겠다..싶어요^^
저번에 나혼산에서 김지석이 딸기랑 김을 어떻게 양면으로 붙여 건조시켜 술안주로 먹던데 따라해 보려다 말았어요ㅜㅜ
모든 게 다 귀찮을 나이잖아요ㅋㅋㅋ
가지꼭지가 눈에 좋다는 건 첨 알았네요^^

프레이야 2021-10-15 23:06   좋아요 3 | URL
바람이 잘 통해야 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가지꼭지 소식에 괜스레 눈이 떠지는 듯요.
건조욕구들이 많군요 ㅎㅎ전 귀찮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을 옆지기 성화에 했는데 처음 건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이었더라능.
그 댁 싱크대에서 잘 건조되고 있는 건조기 어쩐다요 ㅎㅎㅎ

oren 2021-10-15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지를 옷걸이에 걸어서 저렇게 말리니 그 모습이 썩 근사하군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저도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는 동안 가지를 참 자주 먹었더랬습니다. 온 식구들이(할아버지까지 모두 아홉 식구였지요) 아침과 점심으로 먹을 보리밥을 (쌀도 조금 섞어서) 지을 때, 커다란 철솥엔 철마다 콩가루 묻힌 정구지(부추), 풋고추, 가지 등이 자주 얹어졌고, 밥이 다 지어질 무렵에 건져올린 밥풀이 덕지덕지 붙은 그 반찬 소재들은 조선간장과 들기름에 적당히 버무려진 끝에 밥상 위에 무척이나 자주 오르곤 했더랬지요.^^ 추억이 몽글몽글 돋는 글, 너무 즐겁게 읽었습니다.^^

프레이야 2021-10-16 00:13   좋아요 3 | URL
색깔도 근사하죠.^^ 경북이 무슨 음식에도 콩가루를 많이 쓰던데요. 정구지까지 ^^
상상만 해도 군침 넘어갑니다. 조선간장이란 말도 ㅎㅎ 추억 돋네요.
전 왜 그런지 들깨랑 들기름 무지하게 좋아하거든요. 체질에 맞나 봐요.
건강밥상에 온 식구 둘러앉아 정겨운 풍경이 오렌 님 댓글로 생생하게 그려져요.

oren 2021-10-16 00:31   좋아요 2 | URL
들깨를 곁들인 음식들은 먹는 내내 건강해지는 느낌마저 들지요.
말이 나온 김에 <들꺠수제비>를 정말 맛있게 하는 곳 소개해 드릴께요.
가끔씩은 일부러 집에서부터 걸어서 이 음식점까지 간답니다.
날씨가 너무 좋을 땐 일부러 정발산을 넘어서 가기도 하고요.^^
https://blog.naver.com/2kihwan/222093861701

프레이야 2021-10-16 07:42   좋아요 2 | URL
오렌 님 그죠 몸에 좀 잘해주는 느낌 들구요. 들깨수제비 들깨칼국수 이런 거 엄청 좋아해요. ㅎㅎ 근데 링크가 안 열리네요. 식당 이름을 알려 주시면 제가 검색해 볼게요. 집에서 걸어서 가는 곳이군요. 한번 나들이 나가봐야겠어요.

oren 2021-10-16 11:16   좋아요 3 | URL
알라딘 서재 댓글창에는 링크 주소를 붙여넣어도 활성화되지 않아서 링크가 안 열린답니다.(링크 범람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막았다고 봐야겠죠.) 그냥 제가 알려드린 url 주소를 마우스로 드래그한 뒤 복사하여 인터넷 주소창에 붙여넣기 하시면 해당 인터넷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답니다. 상호는 <청정 바지락 칼국수>이고 <일산동구 정발산동 밤가시마을>에 있어요.^^

프레이야 2021-10-16 11:19   좋아요 2 | URL
오호 ~~ 완전 좋아요. 올해 안에 꼭 가보는 걸로 찜할게요 ^^

그레이스 2021-10-15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지꼭지 말려서 눈 나쁜 남편 차 끓여 줘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메리골드도 좋다고 해서 말린 꽃차 마셔요~^^

프레이야 2021-10-16 00:16   좋아요 4 | URL
네, 그레이스 님, 메리골드차도 좋다고 해서 가끔 마셔요.
전에 몇 사람이서 일일수업으로 가서 차선생님에게 배우며
메리골드 직접 덖어서 가져왔는데 문제는 매일 마시지 않고
어쩌다 생각나면 마시고 이러니 효과를 못 보는 것 같아요.
꾸준히 매일 드셔야^^
앗참, 가지꼭지 떼실 때 손 조심하세요. 찔리면 된통 아파요.

scott 2021-10-16 00:29   좋아요 2 | URL
맛이 궁금합니다
가지꼭지 말린 차 맛!!

커피맛을 뛰어 넘었으면 ㅎㅎㅎ

프레이야 2021-10-16 09:40   좋아요 2 | URL
스캇님도 커피 많이 마시는군요. 저도 아직은 커피가 최고에요. 사실 좀 줄이고 다른 차 마셔야 되는데 몸에 좋다는 차들은 순위에서 밀리죠 늘. 가지차는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뭐라 말을 못하겠네요 ㅎㅎ 한꺼번에 끓여두고 물 마시듯 해도 될까 싶기도 하고요. 평소 물을 잘 안 마시는 편인데 이 습관도 바꿔야겠죵. 비 오는 토요일^^

scott 2021-10-16 0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 프레이야님
작가님이셨군요
단어마다 시적인 운율이 느껴집니다
향과색!소리 까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을 읽는 것 같은 !!


**참고로 말린 꽃은 집안에 오래 두지 말라고 합니다

풍수적으로 별로 좋지 않다고 ^.~

프레이야 2021-10-16 09:41   좋아요 2 | URL
옴마나 야스나리가 놀라겠어요 ^^
부끄럽지만 고맙습니다. 호호~
말린 꽃이나 조화가 풍수적으로 집안에 두면 별로라고 해요. 마른꽃은 버렸고 조화나 리스는 아까워 아직 몇 개 있어요. 조화를 새로운 눈으로 보기로 마음 바꿨거든요. 향은 없지만 시들지 않는 영원한 꽃으로요. 생화의 향도 사실 며칠이면 금세 변하고 추해지구요. 금기시 하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랄까 뭐 그런 것으로루다가요 ^^

붕붕툐툐 2021-10-16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글을 읽으며 우와 나도 가지 진짜 좋아하는 저렇게 말려봐야지 하다가, 두번째 망친 이야기 듣고 바로 맘을 접었습니다. 안 해본거라 영 자신이 없네요~ 그 꼬들한 식감 진짜 좋은데...ㅎㅎ
프리이야님 글도 쓰시는데 나물도 잘 무치시고 완전 다 가지셨네요~(저에겐 나물 잘 무치는 사람이 요리 젤 잘하는 사람~ㅎㅎ)
예언자 저도 넘 좋아하는 책이라 반갑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땐가 교회 오빠가 선물로 준 책인데 그 오빠는 뭘 알고 저 책을 선물한 걸까 싶긴 하더라구요~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21-10-16 14:14   좋아요 2 | URL
오호 그 교회 오빠 왠지 진심인듯요
지적 허세를 좀 드러내며 ㅎ 나물은 참기름 들기름이 다하는 거 같아요. 멜젓을 쬐끔 넣어주면 확 감칠맛이 나요. 지인 어머니가 담가준 멜젓인데 그 엄니가 이제 병환 중이라 다신 못 만드신대요 에구 ㅠ 아껴 먹고 있어요.
가지 말리는 거 마음 접으신 거 완전 잘한 일이에요. ㅎㅎ 건조가지 팔더라구요.

moonnight 2021-10-1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붕붕툐툐님께서 제 맘을 대변해주시네요ㅎㅎ^^; 저도 가지를 무척 좋아해서 의지 불타 올랐다가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프레이야님 글에 마음이 촉촉해집니다.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21-10-16 20:57   좋아요 1 | URL
달밤 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금세 사그라들길 잘하셨어요^^ 고요한 토욜 저녁이에요. 갯마을 차차차 본방사수 대기하고 있어요.

보슬비 2021-10-1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린 가지가 너무 근사해요. 가지에게도 사이와 시간이 필요하듯이 인간관계에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쌓이는 시간 동안 맛있게 만들어진 가지처럼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는것 같아요. 역시 프레이야님 글들은 쫄깃하니 맛있어요~~

프레이야 2021-10-18 15:50   좋아요 0 | URL
보슬비 님 댓글이 참 좋아요. 그 시간을 사랑해야겠어요.^^
말린가지처럼 쫄깃하게 씹어드셔서 감사해요.
말린가지 인터넷으로 구매했네요.
곰팡이 핀 것들 다 버리고 그래도 제법 건졌어요. ㅎㅎ
한 박스 78개 중 그래도 그게 어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