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독후감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일하는 와중 서른 권을 읽은 게 나름 위안이다. (노는 날이 많아서인게지)
책을 읽다보면 그 달에 이상하게도 공통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3월 달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쓴다면
"지금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어라"가 아닐까
불교나 기독교 및 기타 종교는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말한 것이 아니었던가?
성철 스님이나 함세웅 신부님 말씀을 따르자면 아니다.
내세도 없고 전생도 없다.
오로지 현세만 있을뿐이다.
지옥도 없고 천국도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움직여야 겠지.
사실 인문학이란 어떻게 하면 지금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학문 아닌가
해마다 다시 한번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면 노자를 비롯한 동양 고전이다.
읽을 때 마다 새롭다. (음, 기억력이 떨어져서일까?)
또한 읽을 때마다 평화롭다.
노자의 도덕경을 제치고 이달의 책엔 주진우, 함세웅 신부의 <악마 기자, 정의 사제>를 뽑겠다.
흔히들 '어른이 없다'고 말하지만 둘러보면 존경할만한 어른들이 밤하늘 별만큼이나 많다.
단지 아는 만큼 보일 뿐이다.
<사피엔스의 미래>를 보니 스티븐 핑커는 여전히 멍청한 소릴 주절거린다. 핑커는 인간의 삶을 단순히 데이터로 격하시켜, 개별적인 개인들의 경험과 체험들은 무시한다. 안타깝게도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은 핑커의 주장을 적절히 반박하지 못했다. 장 지글러나 유발하라리 혹은 (살아있었다면) 지그문트 바우만을 내보냈어야 했는데.
바우만은 좋은 사회란 자신이 속한 사회가 결코 현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고 말했다. 지금 이곳은 지옥이고 앞으로도 지옥일 것이다. 이 지옥을 어떻게 하면 천국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천국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핑커처럼 과거보다 현재가 더 살기 좋아졌고 미래는 더 살기 좋아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오히려 지옥의 철창은 더 견고해질뿐이다.
“인류는 멸망한다. 하지만 인류는 멸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