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웃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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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과소설가가 있고 고양이 과소설가가 있다. 하루키는 고양이 과소설가다. 그러고보니 생긴 것도 고양이 닮았다. 전생에 고양이 였으려나. 사람이라도 구한 것일까. 인간으로 환생해 고양이 같은 글로 부와 명성을 얻었으니! (개의 시대가 가고 고양이의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은 고양이 동영상이라지.) 




마루야마 겐지는 개 과소설가다. 마루야마 겐지는 도베르만을 닮았다. 글도 그렇지만 하는 짓도 영락없이 사냥개다. 마루야마 겐지는 어릴 때 개에 물린 적이 있다고 한다. ‘개 트라우마로 인해 개를 무서워할 법도 한데, 마루야마 겐지는 오히려 개에 복수할 기회만을 기다려왔다고 한다. 어느 여름 밤, 뜻밖의 기회가 왔다. 개 한 마리가 마루야마 겐지를 향해 짖으며 다가온 것. 눈치 없는 개 같으니라고. 하필 고른 인간이 마루야마 겐지라니.


 

단숨에 옆구리를 구두 끝으로 걷어차 버렸다. 개는 금세 기가 꺽이고 말았다. 그런데도 나는 목줄을 잡고 세게 끌어당겨서는 맨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두들겨 패 주었다. 전신주에 내동댕이치려고 한 순간, 개 주인집 불이 켜져 쏜살같이 도망쳐 왔다. ” 

 


뭔가 마루야마 겐지 답다. 개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온 사람이 개를 키워도 되는 것일까. 마루야마 겐지는 수십 마리의 개를 키워온 일화를 이 책에 담았다. 몇 달전, 옌도 슈사쿠의 에세이를 보며 데굴데굴 굴렀는데, 그 이후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웃었던 것 같다.

 

고양이한테도 허구헌날 공격당하는 온순한 셰퍼드 맥, 어느날 시바이누 종의 사스케가 겐지 집으로 오게 된다

맥과 사스케의 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스케는 비굴한 자세까지 취하지 않았지만, 선배에 대한 예의는 제대로 알고 있어 꼬리를 흔들어 인사를 했다. 맥도 조용히 꼬리를 흔들고 온화한 눈빛으로 후배를 바라보았다. 둘은 오랫동안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윽고 맥이 마당 구석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내가 던져 둔 야구공을 물고 왔다. 그러고는 공을 사스케 앞에 놓고 앞발로 슬며시 밀어주었다. ”이 공 가지고 놀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아내도 놀랐고, 그리고 감동했다.” 

 

겐지의 첫 개, 셰퍼드 조로, 디스템퍼로 사망


고양이한테 공격당하는 개 , 셰퍼드 맥.



형으로부터 받은 시바이누 사스케.


아프간하운드 바롱


세인트버나드 조르바


검은 차우차우 구마


아이리시 울프하운드 장고


도사견 류


검은 래브라도레트리버 구로


검은 차우차우 돈구리


 

숱한 개들을 기르면서 마루야마 겐지는 개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개를 기르지 않았다면 어떤 인간이 되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다고 해서 내가 훌륭한 애견가였던 것은 아니다. 개를 이해해 주는 마음은 부족했다. 이상적인 개를 찾는 일에만 열중해 정작 자신이 이상적인 주인이 되는 일을 잊고 있었다.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이상적인 주인이 되고자 했기 때문일까. 마루야마 겐지는 자신이 키웠던 개에 관한 꿈을 자주 꾼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꿈속에서 만나는 그의 개들은 웃는다고.

 

내 꿈에 나타난 그 개들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웃고 있었다.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은, 다른 뜻이 없이 충실하고 한없이 밝고 활기 넘치는 웃음이었다. 이런 꿈을 꾼 다음날은 기분이 좋다. 기운이 막 생긴다. 일을 척척 해 나가고, 자전거를 탈 때도 평소와 달리 몸 상태가 좋다. 무엇보다 나 또한 하루 종일 속으로 웃고 있다.”

 

웃는 개가 상상 되어 나도 자꾸 웃음이 터진다.

마루야마 겐지 덕에 개와 함께 실컷 웃었다.


, 개 키우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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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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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01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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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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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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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8-0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을 쓴 그 과묵하고 진지한 작가가 배꼽빠지게 웃겨주는 그 에세이의 제목을 저에게도 좀..

시이소오 2016-08-01 09:33   좋아요 0 | URL
<인생에 화를 내 봤자>네요.

아, 숨을 못 쉴 정도로 웃었어요. ^^

clavis 2016-08-01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웃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도 웃기네요ㅋㅋㅋ

시이소오 2016-08-01 09:36   좋아요 0 | URL
이렇게 쉽게 웃기는 방법이 있었군요. ㅎㅎ

clavis 2016-08-0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일상이 건조해서요

시이소오 2016-08-01 09:40   좋아요 1 | URL
제가 윤택하게 해드렸습니다.

기억하세요 ㅋ ^^

stella.K 2016-08-0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집도 3년 정도만 빼고 개와 함께 하지 않았던 적이 없는데
개에 관한 책을 써 본 일이 없어요. 그런데 겐지는 썼단 말이죠. 음..
사람도 개 과가 있고 고양이 과가 있다고 하던데
참고로 저는 개 같이 생겼습니다. 뭐 별로 알고 싶지 않으시겠지만...ㅋㅋ

시이소오 2016-08-01 11:31   좋아요 0 | URL
알고시포요. 달마시안 닮으셨을까요?

저도 개 과입니다.
박그네스런 것들만 보면 짖습니다.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54   좋아요 0 | URL
마르치스 ?

깊이에의강요 2016-08-0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 2016-08-01 19:35   좋아요 0 | URL
강요님, 오랜만에 오셔서 ㅋ 한 마디만 남기고 가버리시다니 야속해요. 그래도 반갑네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6-08-0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묘한 비유입니다.ㅁ ㅏ자요. 갠지는 개죠(이거 나쁜 의미가 아니라 ). 하루키는 고양이, 갠지`는 개지`요.

시이소오 2016-08-01 19:32   좋아요 0 | URL
갠지는 개지요 ㅋ ㅋ ㅋ ㅋ ㅋ ㅋ ㅋ

cyrus 2016-08-01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인트버나드를 보면 정준하의 얼굴이 먼저 떠올려요. ㅎㅎㅎ

시이소오 2016-08-01 19:33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닮았네요 ^^

깊이에의강요 2016-08-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오랜만이죠ㅎㅎ
시이소님 여전하셔서 넘 좋고 반가워요^^

시이소오 2016-08-01 20:41   좋아요 0 | URL
강요님, 다시 오실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엉 ~~~~
기쁨의 눈물^^

깊이에의강요 2016-08-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기다려 주셨다니~~
영광인데요~^^

시이소오 2016-08-01 21:24   좋아요 0 | URL
아, 어떻게 제가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토록 잔인하시다니ㅋ ㅋ

2016-08-02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08-02 11:01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오랜만에 뵙네요. ^^ 겐지 옹 재밌는 분이죠 ㅎ ㅎ

더위에 몸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