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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산도깨비야 ㅣ 문원아이 10
이환제 글, 송희정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개! 나는 개에 얽힌 추억이 없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털 날리고, 냄새난다고 개 키우는 것을 반대하셨기 때문에 개를 키워 보지 못했고 덕분에 개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없다. 생각해 보니 늘상 일한다고 바쁘셨던 엄마는 자식들 건사하기도 힘드셔서 개는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아이 하나 돌보는 손길이 필요한 개를 어떻게 키우나? 내 아이도 제대로 못 돌보는 판에...
이 책은 이런 나에게 개를 키우면서 나눈 그 따뜻한 정을 간접적으로나 느끼게 해 주었고 어린 시절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이 조금 손해 보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개와 관련되는 이런저런 이야기 5편.
<잘 가라, 산도깨비야>에서는 마을에 나타나고 있다는 도깨비불의 비밀이 사실은 들개의 눈빛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들개가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았다는 것. 그 새끼가 갖고 싶어 덫을 놓아 한 마리를 잡아 와서는 '산도깨비'라고 이름 지어 주고 주인 행세를 하게 된 동찬이는 무척 신이 났더라는 것. 하지만, 다른 새끼마저 잃고 구슬피 우는 어미와 어미를 그리워 하는 새끼를 차마 보지 못해 산도깨비를 보내면서 동찬이가 했던 말이다.
<개한테 물린 자국>에서는 아빠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이 함께 한다. 모자라는 친구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던 아빠는 그 친구를 따르던 개도 싫기만 하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천수네(모자라는 친구)다녀 오던 길에 사나운 개가 으르렁 거리자 당황한 아이(어린 아빠)는 그만 돌멩이를 들고 던지고 마는데... 때마침 덕구(천수의 개)가 나와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홀로 집을 지키던 천수가 불이 나서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자 천수를 구하려다 같이 죽은 천수네 개를 생각하면서 천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어쩜 진짜 상처보다 더 큰 상처가 되어 아빠를 괴롭히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몽이 이야기>에서 절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할아버지가 몽이를 키우기까지의 이야기에서 왜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지 무슨 사연이 있다는 듯 여운만 남긴 채 그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은 것은 이야기 구성에서 살짝 아쉽다. <이러한 아쉬움은 <강이와 사라진 마을>에서도 나타난다. 봉수와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소금만 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너무 가난해서 반찬은 늘상 소금이라는) 뜬금없이 들어 왔다가 사라져 버리는 소금만 먹는 사람은 이야기의 전개상 전혀 없어도 될 사람인데 이야기에 들어와서는 글 읽는 흐름을 껄끄럽게 하는 감이 있다. 또한 죄를 지어서 고향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할아버지의 죄란 도대체 뭔지도 의문이다. 할아버지를 평생 따르던 개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해 죽어 그 옆에 나란히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는 이 이야기의 전개도 여기저기 아쉬움의 흔적이 남는다. 이야기 전개상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여기저기 끼어든채 마무리가 안 된채 끝나버리니 영 읽는 마음이 개운치 않다.
<누렁이의 눈물>에서는 개의 눈물을 본 아이들의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복날에 보양탕감이 되어 잡혀가던 누렁이를 휴가 중이던 가족이 보고는 구해내어 새 가족이 되어 지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이답고 참 예쁜 이야기였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우수문학 독서 감상문 모집 공고를 보고 해당 도서 중 우리 교실에 있는 책을 찾아 보니 이 책이 있어서 대회에 한 번 참가 해 볼까 싶은 맘으로 읽었다. 책은 잘 읽히나 내게 있어서 독후감 잘 쓰기 소재로는 썩 적당하지 않은 듯하여(책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나는 이 소재에 대해 사실 할 말이 별로 없어서) 그저 읽은 흔적을 여기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