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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가득 ㅣ 창비아동문고 248
오까 슈우조오 지음, 노석미 그림, 고향옥 옮김 / 창비 / 2009년 4월
평점 :
나는 책을 고를 때 인터넷 서점의 독자 서평을 무척이나 신뢰한다. 여러 사람이 입을 모아 좋다고 이야기 하는 책을 사면 실패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러한 서평을 살펴보지도 않고 고르는 책들이 있다. 믿을만한 작가가 쓴 책이기에 그냥 덥석 손이 가 버리는 경우다. 이 책 또한 <<우리 누나>>의 작가 오까 슈조에 대한 믿음으로 그렇게 내 손으로 들어 온 책이다.
이 이야기는 모두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먼저 <거짓말>
이 이야기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거짓말이 나온다.
첫 번째 거짓말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이다. 이는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주인공 류우의 반에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는 스기모또 교오꼬라는 친구가 있다. 그리고 이 친구를 괴롭히는 야마시따 쯔요시 무리가 있다. 쯔요시는 교오꼬를 교묘하게 괴롭히면서도 선생님에게는 자신이 아무 잘못도 없다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아주 나쁜 거짓말을 양심의 가책 없이 해대는 아이다. 류우가 쯔요시의 나쁜 행동을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것도 어쩜 첫 번째 단계에 속하는 거짓말일 수 있겠다.
두 번째 경우의 거짓말은 일상사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아주 단순한, 적의를 품지 않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거짓말이다. 가령, 류우가 나쁜 시험 성적을 보고 어머니의 혈압이 올라 갈 것이 염려 되어 시험을 쳐도 치지 않았다고 하고, 시험지를 받아도 받지 않았다고 하는 거짓말이나 혹은 엄마가 아빠가 아끼는 트로피의 목을 실수로 뎅강 하게 만들어 놓고 살짝 본드로 붙여 두는 식의 거짓말이 여기에 속하겠다.
마지막은 온통 거짓말 투성이인 교오꼬와 밥짱처럼 거짓인게 진짜보다 더 진짜인 경우의 거짓말이 있겠다. 게이인 밥짱의 말처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은 나를 속이는 거짓말이라는 것, 남에게 부끄러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 원칙에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슬픈 밥짱의 거짓말에서처럼 거짓말 속에 묻어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친구를 구하기 위해 거짓말 대장인 류우가 한 거짓말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쯔요시의 지갑이 없어져 도둑으로 몰린 교오꼬를 위해 6학년을 범인으로 몰아 가는 것은 류우가 저질렀던 불의에 대한 눈감기를 용서해 줄 만큼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본다.
거짓말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을 절대로 속이지 말라는 밥짱의 말을 마음 속에 꼭 기억해야겠다.
다음은 <오뚝이>
한 때 내가 썼던 닉네임이다. 개구리 왕눈이 주제가처럼 ‘일곱 번 쓰러져도 일어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 내리라 맘 먹었었던 기억! 친구들로부터 안경 원숭이, 뱅글이 눈알이라고 놀림 받던 카즈오는 앞을 못 보는 부모님처럼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수술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그 또한 성공하지 못해 끝내 특수학교로 전학가게 된다. 친구들이 축구 같은 것은 할 수 없게 숙제를 많이 내어 달라고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자기를 놀리는 친구들이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카즈오는 수술이 실패하여 전 보다 더 두툼한 안경을 쓴 덕에 왕잠자리가 되어 돌아 왔지만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해 주어 가슴을 쓸어 내리게 한다.
세 번째 이야기인 <편지>
무척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동명이인의 집을 찾아 편지를 전해주기 전까지 야노우찌 켄노스께는 부자 아저씨를 상상 해 보지만 꿈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너 만할 때 다시 인생을 시작해 보고 싶구나.”라고 이야기 하며“너는 나구나!”라고 이야기 하는 초라한 미래의 나를 만나면서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간신히 찾은 켄노스께씨는 부자는 아니었지만 가족들도 모르게 아끼던 사진기를 팔아 어려움에 처한 직장 동료를 구해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잘못 배달되었던 그 ‘편지’가 이야기 해 주고 있어 마음을 무척 따뜻하게 해 준다.
마지막 이야기인 <꿀벌>에서는 같은 번지의 집 다섯 채 중 네 채에서 100만엔의 돈 꾸러미가 발견되고 그것은 옛 집에 대한 그리움을 가진 치매 할머니 때문임이 밝혀진다. 하지만, 할머니가 가진 돈 500만엔 중 100만엔의 행방이 묘연하고 그 돈은 나머지 한 채에서 숨긴 것은 아닌지 의심받게 되는데... 하지만 돈은 할머니집에서 나와 일은 그렇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나머지 한 채의 우편함에 돈을 넣지 못한 것이 우편함 주위를 돌고 있는 꿀벌 때문임을 알고 할머니의 아들은 어릴 적 온 몸을 벌에 쏘여가며 아들을 감싸느라 죽을 뻔 했던 어머니를 기억해 낸다. 그 덕에 할머니를 요양원에서 다시 집으로 모시고 올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반 아이 하나가 나를 엄청 속여 열 받았던 날, 나는 <<뻥쟁이 왕털이>>라는 책을 찾다 결국 못 찾고 말았다. 거짓말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나의 잔소리 보다는 책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벌로 책 한 권 읽고 독후감을 써 보라고 시키려 했는데 책이 눈에 안 보이는 거다. 그러다가 이 책을 책상 위에 펼쳐 두니 순진한 녀석, 내 책상을 탐색 하더니 내게 와서 “어, 이거 제가 읽어야 할 책이네요.”한다. “그래, 나 다 읽고 너 먼저 읽으라고 꼭 줄게.” 했으니 이 책은 우리 반 용가리 손으로 넘겨야겠다.